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낸 심경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9·13 부동산대책’ 이후 시장이 일단 관망세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수요 억제 정책으로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건 정부도 잘 안다. 중요한 것은 수요자 기대에 맞는 양질의 주택을 늘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서울 및 수도권 공공택지 30곳에 30만 가구 공급 계획이다. 문제는 서울 수도권에 수요자 기대를 충족시킬 마땅한 택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고육책으로 그린벨트라도 풀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린벨트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보존해야 할 ‘도심의 허파’다. 게다가 그린벨트를 풀어 집을 짓는다고 집값이 안정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로또청약 기회를 주는 등 또 다른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실제 2011년 그린벨트를 풀고 지은 서울 세곡지구의 전용 59㎡ 아파트는 2억 2000만원에 분양됐지만 지금은 10억원을 오르내린다고 한다. 자칫 게도 구럭도 다 놓칠 우려가 다분하다. 더불어 수도권 집중화를 부추기는 부작용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양질의 주택 공급 방안은 그린벨트 해제만이 전부는 아니다. 재개발·재건축 요건 완화 등 기존 규제를 푸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정부는 용산이나 강남 등 알짜 재건축·재개발 사업 대상지에 이미 투기세력이 들어왔다고 보고 이를 검토조차 않는다고 하는데 초과이익 환수장치를 제대로만 마련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상업지 내 주거비율을 높이거나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도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가능한 수단을 다 동원하고도 어쩔 수 없는 경우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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