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ESG 부팀장 이상은입니다. 오늘 레터가 다소 늦었습니다. 아침에 발송되었어야 하는데 예약이 풀렸습니다. ESG 레터를 기다리셨을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ESG를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그게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돈'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원 삼척에 설립 중인 국내 최대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의 사례는 실제로 자본시장이 ESG를 투자에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삼척블루파워는 3년 만기에 연 7% 가까운 수익률을 약속하며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는데 시장에서 완전히 외면당했습니다. 연 6.96% 회사채를 발행해 2250억원을 조달하려고 했으나,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과정에서 80억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습니다.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미매각 채권은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들이 떠안게 됐습니다.
최근 대형 펀드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는 처음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반하는 투자를 하지 말라고 못 박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 지침에 ‘반ESG로 논란이 될 만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문구를 명시하기도 합니다. 국민연금도 국내주식·채권 투자 시 ESG를 ‘책임투자’ 형태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 대비 3%포인트가량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투자를 강행할 곳은 없었다는 후문입니다.
물량을 떠안은 증권사들은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당초 증권사들은 미매각 채권을 장외 시장에서 개인에게 직접 팔 예정이었지만, 그마저도 ‘증권사가 반ESG 투자를 개인에게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철회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가운데 SVB가 ESG 투자 때문에 파산위기에 이르렀다는 미국 정치인들의 주장도 한번 곱씹어 볼 만 합니다. 뉴욕타임스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ESG 투자가 '본질과 동떨어진 것' '그럴싸한 포장'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실제로 그럴 수 있는 개연성도 있고요. 경기 나쁠 때는 안 하고, 경기 좋을 때는 하고 그런 식으로 ESG 투자를 액세서리처럼 여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마도 끝없이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이번 주 눈여겨봐야 할 뉴스들을 정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