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21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ESG 부팀장 이상은입니다. 오늘 레터가 다소 늦었습니다. 아침에 발송되었어야 하는데 예약이 풀렸습니다. ESG 레터를 기다리셨을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ESG를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그게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돈'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원 삼척에 설립 중인 국내 최대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의 사례는 실제로 자본시장이 ESG를 투자에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삼척블루파워는 3년 만기에 연 7% 가까운 수익률을 약속하며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는데 시장에서 완전히 외면당했습니다.
연 6.96% 회사채를 발행해 2250억원을 조달하려고 했으나,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과정에서 80억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습니다.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미매각 채권은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들이 떠안게 됐습니다.

최근 대형 펀드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는 처음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반하는 투자를 하지 말라고 못 박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 지침에 ‘반ESG로 논란이 될 만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문구를 명시하기도 합니다. 국민연금도 국내주식·채권 투자 시 ESG를 ‘책임투자’ 형태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 대비 3%포인트가량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투자를 강행할 곳은 없었다는 후문입니다.

물량을 떠안은 증권사들은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당초 증권사들은 미매각 채권을 장외 시장에서 개인에게 직접 팔 예정이었지만, 그마저도 ‘증권사가 반ESG 투자를 개인에게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철회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가운데 SVB가 ESG 투자 때문에 파산위기에 이르렀다는 미국 정치인들의 주장도 한번 곱씹어 볼 만 합니다. 뉴욕타임스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ESG 투자가 '본질과 동떨어진 것' '그럴싸한 포장'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실제로 그럴 수 있는 개연성도 있고요. 경기 나쁠 때는 안 하고, 경기 좋을 때는 하고 그런 식으로 ESG 투자를 액세서리처럼 여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마도 끝없이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이번 주 눈여겨봐야 할 뉴스들을 정리했습니다.
1. 연 7% 준대도 "NO"
삼척블루파워 '反 ESG 투자' 딱지에
회사채 2000억 넘게 미매각 사태
작년 1월 강원 삼척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삼척블루파워 제공  
최근 시장의 자금 긴축 분위기를 고려하더라도 연 7%에 가까운 고수익 채권이 매각에 실패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 6.96%가 높은 수익률은 분명하지만 반 ESG 투자자라는 낙인을 감내하고 투자를 강행할 정도는 아니다”며 “언론과 환경단체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송상훈 기자
 ESG 투자가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이유라는 주장이 미국 공화당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돈 되는지는 안 보고 다양성이니 뭐니 호사를 부리다 망했다는 취지인데, 뉴욕타임스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일단 SVB가 특별히 ESG를 더 많이 한 회사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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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금융사 예보료에 ESG 반영?
금융위 TF 요율기준 논의
비재무지표에 ESG 넣을 가능성
예금보험공사 본사 모습. /연합뉴스  
금융사가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예금보험료를 산정할 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결과가 반영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 등이 예금보험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꾸린 태스크포스(TF)에서 금융사 건전성을 확인하는 비재무지표 중 하나로 ESG 평가 결과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TF는 오는 8월까지 국회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예금보험에 가입한 금융사가 재무상황이 악화해 고객에게 예금을 지급할 수 없을 때 대신 예금을 지급합니다. 각 금융사 종류별로 기본적인 요율(예컨대 은행은 수신액의 0.08% 등)이 있고, 여기에 재무(90점), 비재무(10점) 평가를 통해 등급(A+·A·B·C+·C)을 매겨 최대 10% 할인·할증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A+등급을 받은 은행은 표준보험료율 0.08% 대비 10% 할인해 요율을 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금융사들은 이른바 ‘정성평가’ 지표인 비재무지표에 ESG가 들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
| 박상용 기자 
3. 버리기 아까운 99.8%
커피콩서 커피 내리면 버리는 찌꺼기
재활용처 찾기 붐...자동차 내장재까지
스타벅스코리아는 커피찌기를 퇴비화해 제주 한라봉 과수 농가에 기부한다고 합니다.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커피 원두는 0.2%만 커피를 추출하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는 찌꺼기로 남습니다. ‘커피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커피 사랑이 남다른 한국에선 1년에 나오는 커피찌꺼기가 15만t(2019년 기준)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대부분 생활쓰레기로 분류해 땅에 묻거나 불에 태웁니다. 커피찌꺼기 1t을 소각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3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환경부에서 지난해 초 ‘순환자원 인정 절차 및 방법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커피찌꺼기를 생활폐기물이 아니라 순환자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재활용이 훨씬 수월해진 덕분입니다. 
| 박종관/박시온 기자
4. LG디스플레이 탄소발자국 인증
OLED TV, 플라스틱 90% 감소
탄소배출량 정확히 계산
LG디스플레이는 19일 자사 OLED TV패널이 영국의 친환경 인증기관 카본 트러스트에서 그 제품의 생산·폐기 과정에 소요되는 탄소 배출량을 정확하게 계산했음을 확인하는 ‘탄소발자국’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디스플레이 패널 제품이 카본 트러스트 인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OLED TV 패널은 화소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액정표시장치(LCD)와 달리 백라이트를 사용하지 않아 플라스틱 사용량이 90% 이상 줄어든다고 합니다. 철을 주 소재로 사용해 제품 폐기 시 재활용률을 92.7%까지 끌어올렸고요. LG디스플레이는 인증을 받기 위해 글로벌 탄소배출량 산정 표준(PAS 2050)에 맞춰 제품 생산과 출하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밀하게 검증했습니다.
| 이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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