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경 편집자가 사랑하는 첫번째 시💗
웃는 돌 (유계영,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만약 언젠가
돌 하나가 너에게 미소 짓는 것을 본다면,
그것을 알리러 가겠니?*
먹는 내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실로 대단한, 돌도 씹어먹을 나이지 하고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또다른 사람들은 실로 범상한, 돌도 씹어먹을 나이지 하고 심드렁해합니다 나는 으적으적 씹으며
생각합니다 사람을 녹이면 무슨 색깔일까요 염소를 고아먹고 더 많은 염소를 위해 쓰겠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찰랑거리는 나의 뿔 속에 부유물이 많은데요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이었습니다
너 모자 크니까 빌려줘
너 손이 크니까 잡아줘
그런 이야기들이 다정합니다 더 많은 것을 먹고 더욱 많은 것을 위하려는 것 같았어요
둘밖에 없었지만 저요? 제 손요? 자꾸 한번 더 묻게 되는 겁니다
사람들은 두 번씩 우는 나를 대단한 염소야 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한번 더 묻는 나를 말귀도 어두운 멍청이 같으니라구 하고 걷어찹니다 나는 마른 잔디를 으적으적 씹으며
별 뜻 없어요 습관이에요 부끄러워합니다
같이 바다에 갈까? 약속하면 바다로 향하는 도중에 깨어납니다
내일도 바다로 향하는 도중에 깨어나 첨벙거리며 혼자서 두 번씩 첨벙첨벙하면서
해변의 커다란 바위를 향해 뿔을 흘리고 있습니다
어쩌다 부끄러운 습관밖에 남질 않았고
먹는 내가 있습니다 커다란 바위 하나는 다 먹을 겁니다
찬사와 야유를 퍼붓던 사람들 모두 나의 건강을 염려하기 시작합니다 돌이라니 어쩌자고 그런 것을 먹으려는 거야? 죽으려는 거야? 하고 울고 있습니다 사람을 녹이면 무슨 색깔일까요
생각을 멈추지 않습니다 오래된 돌의 기억이 머리 위로 쏟아집니다
부유물이 많고 투명합니다
돌을 씹어먹는 다른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해변에 남기로 합니다
누군가 나를 향해 미소 짓는다면
저요? 저 말이에요? 혼자 열심히 쪼개지면서요
*외젠 기유빅, 「만약 언젠가」(『가죽이 벗겨진 소』, 이건수 옮김, 솔, 1995)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