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여자> (감독 홍상수)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28 〈도망친 여자〉
9월 30일 오늘의 큐 💡
Q. 홍상수 감독이 또 신작을? 😮 

홍상수 감독, 아마 그의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독립영화를 찾아헤매는 인디씨커👀라면 이 이름은 다들 아실 것 같아요. 영화제 수상 소식과 다양한 비평, 그리고 인터넷 뉴스 등등. 수많은 방식으로 이름을 들을 수 있는 감독인데요. 인디즈는 요런 타이틀을 붙여보려고 합니다. 바로 다작(多作)왕! 소규모 제작방식을 유지하며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홍상수 감독, 지난 2년동안만 <클레어의 카메라>, <풀잎들>, <강변호텔>까지 세 작품이 나왔는데요. 글쎄, 또 신작이 나왔어요😮 17일 개봉한 <도망친 여자>입니다. 

다작의 장점, 변화와 흐름을 인지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홍상수 감독의 스물 네번째 장편영화를 둘러싸고 수많은 비평적 관점이 존재하지만, 이번에 인디즈는 <도망친 여자>를 보고 최근 그의 작품의 일련의 흐름과 '여성 캐릭터'라는 주제에 포커스를 맞춰보았어요. <도망친 여자> 리뷰와 함께 못다한 '여.캐.소' 이야기도 좀 풀어놓을게요. '감희'(김민희)를 보며 떠오른 또다른 여.캐, 미소(이솜)과 '홍.여.캐🙋‍♀️(홍상수 영화 속 여캐도 소개합니다)'가 기다리고 있어요. 

님, 여느 해와는 다른 추석 분위기가 낯설기도 하네요. 그래도 이번 명절에 만나지 못한 고마운 사람들에게, 가족들에게 안부전화 드려보아요. 남은 아쉬움은 영화 한 편으로 채워보면 어떨까요? 인디즈 큐는 남은 연휴 동안 쉬고, 7일이 아닌 14일에 돌아올게요. 모두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

〈도망친 여자〉 리뷰:
다시 한 번 파도치는 홍상수의 세계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홍상수 영화는 한 편이면 충분하다고그러나 홍상수는 지금 다시 우리를 영화관으로 불러들인다.
언젠가부터 지질한 남자들술을 마시며 어떻게든 여자를 한 번 꼬셔보려는 그 남자들은 영화 속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그 자리를 여성들의 이야기가 채우고 있다. <도망친 여자>는 그 변화의 정점에 서 있다.

감희(김민희)는 남편이 출장 간 사이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난다두 번은 예정된 만남한 번은 우연한 만남이다가장 처음 만난 친구는 영순(서영화)이다남편과 이혼한 영순은 룸메이트 영지(이은미)와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다음으로 향한 곳은 수영(송선미)의 집이다수영의 집자주 가는 술집새로 만나는 남자 등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그리고 영화관에서 어색해진 친구 우진(김새벽)을 만난다어색해진 이유는 우진의 남편인 정 선생(권해효)과 감희의 과거 때문이다이에 우진은 내내 그것이 신경 쓰였다며 감희에게 사과한다.
(...)
감희는 영화에서 계속 반복해 말했다. “5년 동안 하루도 남편과 떨어져 있던 적 없다그 사람 생각이 그렇다사랑하면 붙어 있어야 한다고” 이 말이 로맨틱하고 행복해 보이기는커녕 어쩐지 강박적이고 공허하다그 해답 역시 우진이 준다우진은 자신의 남편이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이상하다고같은 말을 여러 번 하는 게 진심일 수 있냐는 말에 감희는 무언가 깨달은 것처럼 보인다.
우진과의 만남 후 나선 정 선생에게 감희는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낸다그리고 이내 자리를 뜨지만 곧 다시 돌아와 영화관에 앉는다떠나기 전과 다시 돌아와서 보는 영화의 이미지는 같은 것이다바다와 섬그러나 이 이미지는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어있다마침내 감희는 도망친 것이다.

홍상수 세계에서 견고히 존재하던 두 배우 서영화와 송선미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얼굴 김민희와 김새벽영화에서 감희는 견고하던 두 여자를 떠나 새로운 얼굴에게서 도망칠 기회를 얻는다. 이건 어쩌면 홍상수의 2막이 열린다는 상징과도 같다그리고 홍상수는 또 유유히 도망친 여자들을 자신의 프레임 안에 담는다이 변화가 홍상수의 다음을 또 기대하게 만든다홍상수의 영화는 한국영화계에 홍상수라는 장르를 새롭게 만들었다. 이 홍상수라는 장르는 여전히 파도치고 있다.

-인디즈 15기 이호진
도망친 여자, 떠나는 여자
당신은 왜 떠나야했나요?
영화를 보기 전에도, 보고난 뒤에도 제목을 복수로 읽는 실수를 저지른다. <도망친 여자>가 도망친 여자로 자연스럽게 읽히는 까닭은 이 사회에서 무엇으로부터건 도망쳐야했던 여자를 무수히 마주쳤기 때문일까. 감희는 결혼 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남편과 떨어져 있는 거라고 말할 때마다 놀라는 사람들에게 이게 남편의 사랑방식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한다. 그는 자신의 사랑관에 대해 말하기보다 남편의 말을 빌리는 쪽을 택한다. 대화를 나눌 때도 감희는 종종 마주앉은 사람들의 말과 의견을 따라하듯 맞장구친다. 열심히 고기를 씹던 감희는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영순의 말에 아름다운 소의 눈망울에 대해 얘기한다. 그래서 감희의 말은 공허해 보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떤 인물이 하나 맴돌았다. <소공녀>의 미소다.

미소는 한정된 수입으로 가질 수 있는 걸 저울질하다가 자신의 취향과 삶의 방식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집을 포기한다.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 줄 집은 없지만,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따끔한 말을 던질 줄 안다. 미소를 재워준 사람들은 그가 현실에서 도망쳐 환상 속에 산다고 생각하지만, 미소는 더 원하는 삶을 선택한 것뿐이다. 감희와 미소는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종이 한 장 차이일지 모른다. 미소와 감희의 삶을 저울질하다가 내가 도망쳐온 장소와 순간과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어디로 가야하는 지 알 수 없어도, 왜 떠나왔는지 말하다보면 어렴풋이 방향이 보이지 않을까. 쉽게 말문을 떼지 못하는 이들과 <도망친 여자><소공녀> 두 편의 영화를 함께 보고 싶다. 그리고 묻고 싶다. 당신은 왜 떠나야했나요?

인디즈 15기 은다강
홍.캐.소 🙋
홍상수 영화 속 여성캐릭터도 소개합니다
대단한 여자들
홍상수 감독의 스물네 번째 장편영화 <도망친 여자>를 고대했다. 그의 영화들 속 계절이 자주 청량한 여름 아니면 포근한 겨울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그 둘 사이에 놓인 이 가을 초입이야말로 어쩐지 그의 영화들을 다시 돌아보기에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변변찮은 생각을 한다. 그의 작품들을 단일한 카테고리로 뭉뚱그리는 것만큼 우둔한 감상이 없겠지만, 그럼에도 한번 거칠게 묶어보고 싶다. 적어도 내게 그의 여름은 밝아 보이지만 어딘가 서글픈 이야기들이다. 겨울은 괴로운 와중에 꿋꿋하게 낙관하는 이야기들이다. (이 두 계절은 결국 홍상수의 필모그래피라는 거대한 흐름 안에서 서로의 이면을 보완한다.) <도망친 여자>의 예고편을 일별해본 바, 본편의 배경은 혹서와 혹한 중 어느 것도 앓고 있지 않는 듯 보인다. 다만 홍상수 영화에서 근래에 보기 드물었던 환절기의 공기가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낼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들어 기대가 된다
동시에 지난번 여.캐.소 특집에서 각각의 필자들이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들을 읽었다. 면면들이 모두 흥미로웠는데, 아주 사적이지만 어떤 중요한 리스트가 누락된 것 같다는 생각에 괜히 뒷덜미가 간지러웠다. 바로 홍상수 영화의 여성들 말이다. 세간의 오해와 달리 그가 그리는 여성들은 진심으로 훌륭하다. 이곳의 여성들은 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채로 존재하며, 절대적이거나 단일한 언어로 절대 짓누를 수 없는 진정한 영화적 인물들이다. 가장 최근의 예시들은 그 심증을 더더욱 확증하게 만든다.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스스로를 부정함으로써 도플갱어로, 또는 쌍둥이로 치열하게 존재하는 민정(이유영), <클레어의 카메라>에서 언어의 장벽 안에서도 낙담한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소통하는 만희(김민희)와 클레어(이자벨 위페르), 말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봉완(권해효)이 겪는 망각의 서슬에서 총총히 벗어나는 아름(김민희), 망실과 죽음을 긍휼하며 위무하는 자들의 위치에 서는 <강변호텔> 속 상희(김민희)와 연주(송선미)까지.  
이들은 유유하게 거리를 활보하면서도 시공을 뚫으며 존재한다. 천연하게 제 자리를 지키면서도 존재성을 무한정 확장해버리는 그들이야말로 진정 히어로를 보는 쾌감을 준다. 과연 이번 <도망친 여자>에서는 어떤 여자들의 모습이 그려질지 궁금증을 떨칠 수 없다. 부쿠레슈티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여하며 전한 심사평(“여성 중심 서사의 우아한 구조 속에 녹아있는 극소량의 미묘함”)은 좀처럼 의미가 잡히지 않는 문장이지만, 또 그만큼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자는 무엇으로부터 도망쳤는지, 왜 도망쳐야 했는지,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궁금하다. 수정과 해원과 옥희와 선희와 클레어가 아니라, 오랜만에 다시 여자’(<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혹은 여인’(<해변의 여인>)으로 돌아온 그의 영화는 또 어떤 새로운 결을 품고 있을까.

인디즈 15기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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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기록집 인디즈 8호에는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인터뷰, <담쟁이> 한제이 감독 인터뷰, <야구소녀>와 <국도극장: 감독판> 인디토크 기록 등이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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