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이라서 약국에 갔습니다. 3시부터 판매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동네 약국이라서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1시간이 지난 4시에 갔더니 이미 매진됐답니다. 그때부터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몇 군데 동네 약국을 다 돌고 나서 겨우 2개를 살 수 있었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밖에 못하나,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이 마스크가 유일한 것일까 등등 말입니다. 심지어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국가가 있고 세금도 열심히 냈는데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도 잠시, 마스크를 구입하고 나니 “그래도 다행이네”라며 금방 다른 생각으로 옮겨 갔습니다. 

이런 재난 시기에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을 발하며, 진정한 선진국은 시민들 개개인의 성숙함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제 스스로가 창피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에 차지는 않지만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고, 의료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재난을 이겨 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이 정도 불편함을 가지고 투덜대는 저의 모습에 실망도 컸지요. 민주주의는 중앙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나의 건강은 내가 스스로 지켜야 하며, 이를 위해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나 행사는 되도록 피하고,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여 나의 건강도 지키고 주변과 사회의 안전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재난은 단기간에 극복되고 사회는 다시 안정을 찾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누구 탓을 할 시기는 아닙니다. 

굿파머스도 지난주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차질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코이카와 진행하는 라오스 농가지원사업은 협의를 끝내고 이제 시작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탈북민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진행하게 됐습니다. 비록 바이러스 재난이 닥쳐와도 우리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는가 봅니다. 굿파머스를 후원해 주시는 여러분들의 덕분에 한발 한발 내딛고 있습니다. 잠시의 이기적인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뛰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에 다시 한번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