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전문출판사 미행 박미 편집자
책은 사람이 만듭니다. 
유유에서는 보름에 한 번, 책의 사람을 만납니다. 
책의 세계에서 일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궁금해하실 독자께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유의 막내 편집자 수입니다. (막내는 막무가내라 막내라지요?)


처음 레터를 시작할 때 생각한 제 콘셉트는 '루키'였어요! 막내라 막무가내니까, 

주변의 사람들 중에서도 이전에 많이 노출되지 않은 분들이나

일을 시작한 얼마 되지 않은 분들을 냅다 만나는 것이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신선하게 전해 보자, 하는 마음이었답니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이 콘셉트에 꼭 맞습니다. 

나만 알고 싶은, 아는 사람은 아는 그런 책을 선보인 지 3년 차인

출판사 '미행'을 소개합니다! 

이 레터 보시고 서점에서 '미행스러운' 책을 찾아 보시면 어떨까요?(😎) 


문학전문출판사 미행 박미 편집자

미행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문학전문출판사 미행은 편집자 둘이 책을 만드는 출판사예요. 저와 김성호 시인 둘이 기획과 편집을 하고 외부 디자이너 몇 분이 디자인과 제작을 맡고 있어요. ‘글을 읽는 기쁨, 작가를 발견하는 즐거움’이라는 모토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책 만드는 일 말고도, 육아도 함께하고 있어요. 어쩌면 출판이 부업이에요. 육아 퇴근 후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고나 할까요(^^)


2019년을 시작으로 3년 차 출판사가 되었어요. 간단히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대놓고 이야기하기는 더더 어려우시겠지만 미행을 꾸리는 지난 몇 년은 어떠셨나요?

만만치 않았습니다. 출판사에 소속돼 일하는 것과 직접 출판사를 꾸려가는 건 아예 다른 문제더라고요. 미행을 하면서 새롭게 배운 게 많고, 지금도 계속 배우는 것 같아요. 처음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우리가 정말 많이 몰랐구나, 하는 걸 여전히 깨닫고 있고요. 그래도 일단 애썼다 싶어요.

편집자로만 일했을 때는 전혀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어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번역자 선생님뿐만 아니라 인쇄소도 그렇고 디자이너와도 많이 이야기했고요.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책 한 권 만드는 데 너무 힘이 들어서 과연 계속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어요. 그래도 12권 정도 만들고 나니 요령이 생겨서 조금 더 쉽고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배본 같은 것들은 완전 처음이었거든요. 영업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일하시는지도 잘 모르고. 그래서 열심히 검색했어요! 다른 1인 출판사분들은 어떻게 일하시나. 정말 비슷한 고민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꿈꾸는책공장’이라는 커뮤니티나 1인 출판사 창업하신 분들 블로그도 많이 찾아보았는데, 엄청 자세하게 써 두셔서 도움이 정말 많이 됐어요. 그리고 진흥원에서 하는 출판사 창업 프로그램에서 마케팅과 제작 수업을 들었어요. 짧은 수업으로 모두 알게 되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정도는 알겠더라고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창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열화당의 편집자로 10년을 일했어요. 보통 출판계에선 이직이 잦은데 오래 일한 편이죠. 이 책만 하고 그만하자, 그만하자, 하고 자리를 옮기는 걸 미뤘거든요. 그런데 10년째 되니까 뭔가 결단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래 일을 하다 보니까 다른 회사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았어요. 이럴 바엔 하고 싶은 거 한번 해 보자, 하고 창업을 하게 되었어요.


그럼 일을 하시면서 창업 구상을 계속 하셨던 건가요?

성호 씨와 책 한 권 만들어 볼까? 했던 게 시작이었어요. 그런데 책 한 권을 내려면 사업자 등록도 해야 하더라고요. 그렇게까지 했는데 한 권만 만들고 끝내기엔 너무 아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어졌죠. 번역서를 주로 만들고 싶었는데, 번역서는 번역하는 데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리니 그럼 몇 개를 던져 놓자, 하면서 이야기가 점점 진척이 되었어요. 퇴사를 염두에 두기 시작하면서 어떤 작품이 좋을지 고르게 되었고 계약을 한두 개씩 하기 시작했어요. 퇴사하고 그 다음 주에 원고가 들어와서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전에 일하던 곳에서 쌓아 두신 인맥 같은 것들이 도움이 됐나요?

인맥은 거의 없었어요. 전에 만들던 책과 분야가 달랐거든요. 첫 책인 마르셀 프루스트 책(쾌락과 나날)을 작업할 때는 번역가 샘과 이전에 작업했던 터라 도움을 받았어요.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눈여겨 둔 번역가들, 책을 보다가 번역이 너무 좋다 싶은 분들께 직접 연락을 드려서 작업을 이어갔죠. 좀 무작정 연락을 드려요. 이런 기획이 있는데 혹시 번역이 가능하실지. 그렇게 대뜸 드린 연락이 이어져서, 이제는 번역가 선생님들이 소개를 이어 주시기도 해요. 이런 원고를 작업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면 어울리고 잘 해 주실 만한 분을 추천해 주시고요. 처음엔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언어권마다 조금씩 풀을 넓혀 가고 있어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걱정이 많았어요. 이것도 사업인데 이어갈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래도 저희는 기획에 자신이 있었어요. 이런 기획이라면 혹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정말로 혹하신 분들이 계셨고요.

미행의 해외문학 시리즈

‘미행’ 하면 생각나는 여러 것들 중 하나가 디자인이에요. 담백하면서도 오래 기억에 남고, 게다가 지속 가능하다고 느꼈어요. 디자인 작업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요.

말씀처럼 미행은 책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면서 오래 두고 봐도 좋은 디자인을 선호해요. 그러기 위해서 디자이너와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고요. 저희 책을 많이 작업한 유자경 디자이너가 굉장한 에너지를 쏟고 있어요.(유리 올레샤의 『리옴빠』가 이분 작품입니다!)

사실 미행을 처음 시작할 때 디자인을 전혀 하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표지 디자인을 굳이 해야 하나? 싶었어요. 아예 디자인하지 않고, 같은 포맷으로 제목과 작가만 올리는 거지요. 텍스트만으로 구별되길 원했거든요. 그런데 독자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이것도 디자인이야? 하는 반응도 있었고요. 사실 저희는 계속 그렇게 하고 싶었거든요, 전집처럼. 그런데 원치 않으시는 분들이 더러 있어서 아쉽지만 다른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새로운 책이라면 새로운 디자인을 만나고 싶어 하겠구나, 싶어서 굳이 고집하지는 않고 있어요. 


카드리뷰가 정말 인상 깊었어요. 한 땀 한 땀 만드신 것 같았고, 너무 귀엽고 재미있었거든요(^^) 담당해 주시는 분이 계신 건지, 편집자께서 직접 하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책을 알리기 위해 해 보신 시도들도 궁금해요. 해외문학을 독자께 소개하는 일이 마케팅적 측면에서 녹록지 않으시리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퀄리티가 좋은 만화는 저희와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 김주화 디자이너가 해 주셨고요, 안쓰러울 정도로 애쓴 흔적이 보이는 건 편집자의 사투(!)입니다. 낯선 해외문학이라 진입 장벽이 좀 높은 것 같아서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선택한 것이었어요. 그러니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이렇게 소개할 만한 창구나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한에서의 최대한의 노력이라고 할까요.


미행은 선보이는 책마다 카드리뷰로 출간을 알리고 있어요!  

작은 출판사 꾸리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일단 독자들이 책을 많이 찾아 주셔야 하는데, 그 점이 가장 힘들고요. 저희는 정말 재미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만들어 선보였는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으면 참 맥이 빠지더라고요. 독자층이 형성되고 반응도 보여야 하는데.

저희 책은 호불호가 좀 갈리는 것 같아요.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좋아해 주시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아예 보실 생각을 안 하시는 것 같고요. 그래서 방향을 가늠할 때 고민이 좀 되기도 해요. 좀 더 대중적인 취향의 책을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요. 하지만 미행만이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요.


기획하시는 방법이 궁금해요. 해외문학 같은 경우에 어떤 부분에서 국내에 소개해 봄직하다고 판단하시나요? 못 들어 본 작가 분들도 많이 소개하고 계셔서 이런 분들은 어디서 어떻게 발견하시는지 정말 신기했어요.

전 사실 미행을 꾸리면서 기획을 처음 해 봐요. 이전 회사에선 기획을 거의 하지 않았거든요. 이미 원고가 너무 많아서.


헉, 그럼 이전에 일하시면서 이런 책 만들고 싶다, 이런 생각은 안 하셨나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냥 막연히 재밌는 책 하고 싶다고만 생각하는 정도였죠. 미행을 시작할 때는 유명한 작가부터 시도했어요. 이미 소개된 작품들이 있었지만, 이래저래 찾아보니까 유명한 작가여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 너무너무 많은 거예요. 그러면서 프루스트, 바타유 같은 작가들 책을 만들게 되었고요. 또 국내에서는 짧게 언급 정도만 된 사람인데 찾아보니 너무 좋은 작품을 쓴 사람도 있기도 했고요(월리스 스티븐스). 마구 찾다 보니까 이렇게 유명한 시인인데 왜 소개가 안 됐지? 시는 유명한데 시집은 왜 한 권도 안 나왔지? 하는 것들이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가지를 뻗어가면서 기획해요. 그리고 찾다 보면 이 작가의 다른 작품, 이 작품에 언급된 또 다른 작품.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선이 이어져요.

그리고 다양한 언어의 문학을 소개하려고 노력해요. 포르투갈은 페소아만 늘 소개가 되는데 포르투갈에 페소아만 있는 거 아니니까요. 아, 다른 작가 있을 것 같은데? 싶어서 찾다 보면 늘 만나요. 플로르벨라 이스팡카도 그렇게 만나게 되었고요. 저희도 찾으면 찾을수록 의아한 거예요. 왜 아직 소개가 안 됐지? 하는 작가들 작품들 엄청 많아요.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해외문학들이 편향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뭔가 우리나라의 감성과 괴리가 있어서 소개가 안 됐나? 싶어서 찾아보면 또 그렇지도 않거든요. 신비로운 작가와 작품을 만나는 길은...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고 늘 더듬이를 뻗고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붙잡히는 순간이 있다고 할까요?


지금 차곡차곡 쌓아 두고 계신 건가요?

네. 국내에 소개 안 된, 비교적 낯선 언어권의 작품들 중심으로 주목하고 있어요. 최근엔 스웨덴 문학을 살피고 있어요. 북유럽은 주로 추리소설만 소개되는 경향이 있어서, 그쪽은 노다지 같아요. 재미있는 작가들이 많거든요.


이런 경우에 보통 중역하시나요?

아뇨, 저희가 고수하는 것 중 하나가 원어 번역이거든요. 옛날이라면 중역이 당연했겠지만 이제는 아니니까요. 소실되는 것들이 분명히 있을 테니 중역이란 다리를 건너지 않고 바로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낯선 언어더라도 번역하실 수 있는 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저희는 인문교양서를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해외문학 편집자분들의 안목이 정말 궁금하고 신기해요. 이런 작가들은 소개하고 싶다, 라든지 이런 작가들은 소개해야 해!라든지 기획할 때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혹은 견지하고 있는 태도도 좋습니다.

기획은 늘 현실과 이상 간의 싸움 같아요. 결국 조율이고 타협이며 균형이겠죠. 그리고 이 점은 문학 편집자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모든 편집자에게 해당될 거예요. 아니죠, 출판뿐 아니라 세상사 모든 게 그렇겠네요(^^)

언젠가 번역가 선생님과 어느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데 선생님께서 하신 말을 잊을 수 없어요. “아마 이 작가를 아는 사람은 한국에서 미행 편집자 두 분과 저, 이렇게 셋이 전부일 겁니다.” 근데 이 말이 왜 그렇게 설렜던 걸까요? 저희는 오늘도 나라는 독자와 편집자 사이에서 갈등하고 납득하고 고집을 피웁니다. 그래도 일단 저희가 재미있는 것을 하려고 해요. 그런 생각으로 일하다 보니까 초고 들어올 때부터 너무 즐거워요. 너무 번역이 좋을 때는 “와, 내지 말고 우리만 보고 말까?” 할 때도 있어요.


  우와, 그 정도로 좋은 건 얼마나 좋은 거예요?

그런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답니다. 편집자로서 너무 행복해요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도 계속하고 있어요!
 

해외문학의 독자가 많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이 분들이 수가 어느 정도 될까? 읽는 사람만 읽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어떠신가요? 해외문학을 즐기는 사람들을 어떻게 살피고 계신지 궁금해요.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희도 해외문학을 만들고 있지만, 다른 출판사들을 봐도 판매 규모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한편으론 최근에 해외문학 시리즈를 론칭하는 회사도 꽤 있더라고요. 의아하기도 하고 좋기도 해요. 어쨌든 선택지가 많아지고 이 시장이 풍부해지면 더 많은 독자가 유입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번에 다른 대표님 시집도 그렇고 그림책도 그렇고, 분야를 확장하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네, 결을 한정 짓고 싶지는 않아서 (여력이 된다면) 국내서든 그림책이든 새로운 작업이라면 모두 해 보고 싶습니다.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 이런저런 다양한 시도를 해 보려고 노력해요.


  그럼 지금 일단 해 보면서 색을 만들어 가는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다른 곳에서 할 만한 작품은 저희는 굳이 하지 않아요. 하지만 ‘미행스러운’ 작가는 늘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 작가를 소개하면서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주자는 게 기조라 그런 쪽으로 방향이 정해지는 것 같아요. 좀 재밌고 이상하고 새로운. 저희만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노력해요.


  올해 미행이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책들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면요? 2022년의 출간 예고를 살짝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간 확실히 진입 장벽이 높은 작품들을 주로 해서, 아 얘네 이렇게 어려운 것만 하는 거 아니네? 하는 느낌을 드리고 싶어요. 그 점을 예쁘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엔 ‘뭘 좋아하실지 몰라 다 준비했습니다’ 같은 마음으로 책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영화감독 뤽 다르덴의 에세이, 프랭크 오하라의 시집, “남의 엄마를 훔쳐라!”로 글이 시작되는 데라야마 슈지의 책 등등 기대작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미행에서 첫선을 보일 음악책도 굉장히 흥미롭고요.


독자께 미행은 어떤 책을 만드는 곳으로 기억되면 좋을까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 좋은 작품이 많고 아무도 소개하지 못한 작가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출판사로요. 미행 책에서 받는 기쁨은 미행 책에서만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가장 듣고 싶어요. 그리고 표지만 봐도 ‘이거 좀 미행스럽다’ 싶은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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