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작은 출판사 꾸리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미 일단 독자들이 책을 많이 찾아 주셔야 하는데, 그 점이 가장 힘들고요. 저희는 정말 재미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만들어 선보였는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으면 참 맥이 빠지더라고요. 독자층이 형성되고 반응도 보여야 하는데.
저희 책은 호불호가 좀 갈리는 것 같아요.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좋아해 주시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아예 보실 생각을 안 하시는 것 같고요. 그래서 방향을 가늠할 때 고민이 좀 되기도 해요. 좀 더 대중적인 취향의 책을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요. 하지만 미행만이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요.
수 기획하시는 방법이 궁금해요. 해외문학 같은 경우에 어떤 부분에서 국내에 소개해 봄직하다고 판단하시나요? 못 들어 본 작가 분들도 많이 소개하고 계셔서 이런 분들은 어디서 어떻게 발견하시는지 정말 신기했어요.
미 전 사실 미행을 꾸리면서 기획을 처음 해 봐요. 이전 회사에선 기획을 거의 하지 않았거든요. 이미 원고가 너무 많아서.
수 헉, 그럼 이전에 일하시면서 이런 책 만들고 싶다, 이런 생각은 안 하셨나요?
미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냥 막연히 재밌는 책 하고 싶다고만 생각하는 정도였죠. 미행을 시작할 때는 유명한 작가부터 시도했어요. 이미 소개된 작품들이 있었지만, 이래저래 찾아보니까 유명한 작가여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 너무너무 많은 거예요. 그러면서 프루스트, 바타유 같은 작가들 책을 만들게 되었고요. 또 국내에서는 짧게 언급 정도만 된 사람인데 찾아보니 너무 좋은 작품을 쓴 사람도 있기도 했고요(월리스 스티븐스). 마구 찾다 보니까 이렇게 유명한 시인인데 왜 소개가 안 됐지? 시는 유명한데 시집은 왜 한 권도 안 나왔지? 하는 것들이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가지를 뻗어가면서 기획해요. 그리고 찾다 보면 이 작가의 다른 작품, 이 작품에 언급된 또 다른 작품.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선이 이어져요.
그리고 다양한 언어의 문학을 소개하려고 노력해요. 포르투갈은 페소아만 늘 소개가 되는데 포르투갈에 페소아만 있는 거 아니니까요. 아, 다른 작가 있을 것 같은데? 싶어서 찾다 보면 늘 만나요. 플로르벨라 이스팡카도 그렇게 만나게 되었고요. 저희도 찾으면 찾을수록 의아한 거예요. 왜 아직 소개가 안 됐지? 하는 작가들 작품들 엄청 많아요.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해외문학들이 편향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뭔가 우리나라의 감성과 괴리가 있어서 소개가 안 됐나? 싶어서 찾아보면 또 그렇지도 않거든요. 신비로운 작가와 작품을 만나는 길은...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고 늘 더듬이를 뻗고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붙잡히는 순간이 있다고 할까요?
수 지금 차곡차곡 쌓아 두고 계신 건가요?
미 네. 국내에 소개 안 된, 비교적 낯선 언어권의 작품들 중심으로 주목하고 있어요. 최근엔 스웨덴 문학을 살피고 있어요. 북유럽은 주로 추리소설만 소개되는 경향이 있어서, 그쪽은 노다지 같아요. 재미있는 작가들이 많거든요.
수 이런 경우에 보통 중역하시나요?
미 아뇨, 저희가 고수하는 것 중 하나가 원어 번역이거든요. 옛날이라면 중역이 당연했겠지만 이제는 아니니까요. 소실되는 것들이 분명히 있을 테니 중역이란 다리를 건너지 않고 바로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낯선 언어더라도 번역하실 수 있는 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수 저희는 인문교양서를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해외문학 편집자분들의 안목이 정말 궁금하고 신기해요. 이런 작가들은 소개하고 싶다, 라든지 이런 작가들은 소개해야 해!라든지 기획할 때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혹은 견지하고 있는 태도도 좋습니다.
미 기획은 늘 현실과 이상 간의 싸움 같아요. 결국 조율이고 타협이며 균형이겠죠. 그리고 이 점은 문학 편집자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모든 편집자에게 해당될 거예요. 아니죠, 출판뿐 아니라 세상사 모든 게 그렇겠네요(^^)
언젠가 번역가 선생님과 어느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데 선생님께서 하신 말을 잊을 수 없어요. “아마 이 작가를 아는 사람은 한국에서 미행 편집자 두 분과 저, 이렇게 셋이 전부일 겁니다.” 근데 이 말이 왜 그렇게 설렜던 걸까요? 저희는 오늘도 나라는 독자와 편집자 사이에서 갈등하고 납득하고 고집을 피웁니다. 그래도 일단 저희가 재미있는 것을 하려고 해요. 그런 생각으로 일하다 보니까 초고 들어올 때부터 너무 즐거워요. 너무 번역이 좋을 때는 “와, 내지 말고 우리만 보고 말까?” 할 때도 있어요.
수 우와, 그 정도로 좋은 건 얼마나 좋은 거예요?
미 그런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답니다. 편집자로서 너무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