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누리] 명랑한 선언문 _ 전태일힙합음악제

Vol. 10 2019.10.3.

명랑한 선언문 _ 전태일힙합음악제

음악은 우리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과 때로 침묵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한다. _ 빅토르 위고

저를 아는 사람들이 뜬금없이 전태일기념관에서 왜 ‘전태일힙합음악제’ 냐고 묻습니다. 연결이 안 된다고도 하고, 뜻밖이라고도 하고, 유행이니까 하냐, 라고도 합니다. 질문에 일일이 말로 답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글로 전해드리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요.

전태일은 십 대 어린 여공들의 비참한 노동 현실을 보고 마음 아파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단지 착해서가 아니라, 상식에 대해 질문하는 노동자였고요. 1969년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는 “그런데 왜 현 사회는 그것을 알면서도 묵인하는지 저의 좁은 소견은 알지를 못합니다.” 라고 질문합니다.

힙합정신은 사회의 부정의와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는 현실을 거칠고 솔직한 가사로 비판하는 것이라고 해요. 전태일의 정신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전태일이 살고자 했던 삶의 현장에서 지금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50년 전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고 발언할 수 있는 힙합음악제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전태일힙합음악제를 기획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태일이 세상을 향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라고 외치고 떠난 나이 고작 스물세 살 청년이었습니다. 위고의 말처럼 음악은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이며 침묵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이겠지요. 힙합은 더욱 우리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명랑한 선언서를 낭독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제1회 전태일힙합음악제에 정말 많은 분들이 응모해 주셨습니다. 예심을 보는 심사위원님들이 즐거운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네요. 곧 실연 예심과 본심이 진행됩니다. 전태일힙합음악제의 의미와 가치와 재미가 상상력을 만나 두근두근거리고 있답니다. “이 조합이 가능해?”라고 할 정도로 정말 좋은 분들과 즐겁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사랑, 우리가 걷고자 하는 행동, 우리가 움직이는 연대의 마음에 당신의 목소리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전태일힙합음악제는 그냥 지나치는 하나의 이벤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시작으로 반걸음 나아가고 싶습니다. 11월 16일 광화문광장에서 명랑하게 만나요.

바람돌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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