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처 정원 Garden Habitat
식물을 바르게 적용하고 활용하는 '식물 적용학'은 독일에서 발전되어 온 학문인데 우리는 이미 역사적으로 농업이라는 '식물 적용'의 분야를 경험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밖에 식물을 적용하고 활용하는 분야로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조경, 정원의 분야에서 식물적용학이 특별한 점이 있다면 생태학자가 아닌 조경가들이 개발한 방법이라는 점으로 이들은 생태학에서 배운 식물 고유의 특성, 서식처 환경과 식물의 상호작용, 군집을 이룰 때의 식물 간 상호작용의 특성 등을 적용하여 어떻게 식물을 심어야 아름답고 오래가며, 관리가 많이 필요 없이 실용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라는 목표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발전된 학문이라고 합니다.
식물 적용학의 분야에서 자연을 닮은 정원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오랜 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1870년 아일랜드의 조경가인 윌리엄 로빈슨이 주장한 'wild garden'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자연을 닮은 정원을 구현하는 일은 후대의 시행착오를 거쳐 1990년대에 이르러 식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생태학으로부터 도입하여 조경가들이 식물 집합체에 대한 탐구를 식재 디자인에 적용하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숙근초(여러해살이풀)의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흐름이 학자, 식물재배원, 정원디자이너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모임(New Perennial Perspectives)으로 결성되어 숙근초를 활용하는 자연형 정원 식재 기법을 발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맥락에 큰 영향을 준 또 하나의 연구는 독일의 리하르트 한젠 교수가 자연풍경에서 나타나는 서식처와 식물 군락을 모델로 삼아 정리한 '서식처 정원' 이론입니다. 한젠교수는 정원에 재현할 수 있는 자연 서식처 유형을 분류하여 7가지를 제시했고 이후 그의 제자들이 추가하거나 세분하여 총 12가지 정원 서식처 유형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 이론은 20세기 후반 유럽의 가장 중요한 이론으로 성장하였습니다.
한젠교수로 부터 시작된 '서식처 정원' 유형은 서식처별로 기후, 토양, 빛, 지형적 특성을 정의하여 각 서식처에 맞는 식물 목록을 제시하여 서식처를 이루는 기본 식생 군을 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여 주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식처 정원'을 적용하여 우리의 정원 유형을 확인하고 그 유형에 맞는 식물을 골라 심는다면 장소에 적합한 바른 식물을 선택할 수 있는 기본 틀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한편 현대에 와서 '서식처 정원'을 만드는 일은 서식처의 1차적 구성 요소인 식물을 식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식물을 소비하는 1차, 2차 소비자를 불러들이는 정원 서식처를 구현하는 데까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식처 정원과 관련한 내용은 써드스페이스 환경아카데미의 '식물적용학' 온라인 강좌의 내용을 일부 정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