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번째 활동 보고  
시민 정원가들이 생태적 정원을 만들 때 도움이 되는 초화 식재 가이드북을 만들겠다는 우리의  활동 목표는 사실 지속 가능한 정원을 만들기 위해 '식물을 어떻게 심으면 되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맞는 해답을 찾는 과정이었지만 결코 간단하게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정원에  *식재 (Planting)를 디자인하려면 식물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적절한 식물을 선택할 수 있고, 선택된 식물들을 어울리게 조합하는 디자인 감각도 있어야 하는데  무엇보다 그렇게 조합하여 심은 식물 집합체가 어느 정도 모습을 유지하며 잘 어울려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식물이 다른 식물과 어울려 사는 능력에 대한 이해도도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종류의 지식이 과연 시민교육에서 다룰 수준인가에 대한 고민을 여러번 했습니다. 

사전 설문조사에 많은 분들이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퇴비를 만들어 사용하고 플라스틱, 농약과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생태정원을 조성하는 법이라고 답변을 주신 것에 비해 식물을 어떻게 심는 것이 바르게 식물을 이용하여 생태적인 정원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답변을 주신 분은 아주 극소수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생태적인 정원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수많은 의견을 통해 여러 가지 시행착오의 정원식물 경험을 나누고 모으는 것만으로도 유용한 지식이 아닐까라는 희망을 품기도 했습니다. 마침, 우리의 활동에 자문을 해주신 생태학자는 오히려 식물을 잘 키우는 어르신들의 노하우를 민속학적 방법으로 수집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그만큼 식물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식재 디자인하는 전문가가 많지 않기에 앞으로 개발이 필요한 분야라는 의견을 덧붙여 주셨습니다.  

비록 쉽지 않은 분야지만 도움을 줄 전문가를 모시고 생태 정원과 '서식처에 기반한 정원'의 개념을 배우고 그런 개념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식재 사례를 연구해 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정원을 돌아 볼 수 있는 지점은 없을까, 추가적인 학습은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장소에 적합한 바른 식물을 심는 법'이라는 말로는 단순한데 여전히 어려운 '식재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참고한 이론과 개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조금 더 상세한 내용은 이후 제작될 가이드북에 담길 예정입니다.

*식재(planting)란 식물을 심는 것을  말합니다.
식재 디자인 Planting Design
식재 디자인이란 조경, 조원을 할 때 식물을 바르게 적용하여 심미적, 기능적, 생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로서 살아 있는 생명체를 디자인 매체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식물의 고유한 특성에 대한 이해와 식물들의 집합체가 어떻게 형성되고 조화를 이루며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자연주의 정원의 식재 디자인이란 단순히 자연의 형태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 한데 어울려서  정원의 환경에서 적합한 식물들이 군락을 형성하고 조화를 이루며 시각적, 생태적으로 효과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두고 디자인하여 기능적인 것과 심미적인 것을 동시에 해결하는 디자인 과정입니다.


원예는 식물을 개체로서 이해하여 품종을 전시하고 보존하는 목적으로 재배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식물 성장 요건을 위해 환경을 통제합니다. 반면 식재 디자인은 식물 군집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의 과정을 이해하고 진행하는 점에서 원예와는 다릅니다. 택된 식물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식물 그 자체의 생리적 특성이 아니라 식물과 서식처 간 그리고 다른 식물들 간의 상호작용인 생태적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식물이 한 데 어우러질 때 대상지 환경에 적합한 식물들의 집합체가 형성되고 조화를 이루며 시각적, 생태적으로 효과적인 성장을 이룹니다.



도서출판 조경의 [식재 디자인 핸드북]에서 발췌 정리

자연형 식재 Naturalistic Planting
자연주의 식재 디자인이라는 세계적인 트렌드가 한국에 전파되었고 그러한 디자인의 정점에 있는 식재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의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아우돌프의 디자인은 우리나라 울산의 국가 정원에 곧 설치될 예정입니다) 물론 그의 성취와 업적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대중이라기보다는 소수의 정원 애호가뿐일지 모르겠습니다.  자연주의 식재는 자연식생과 비슷해 보이는 외형적 모습뿐 아니라 생태적 기능성도 반영된 식재를 뜻합니다.  [식재디자인_새로운 정원을 꿈꾸며](목수책방)에서 정리된 자연형 식재의 주요 특성으로는 야생원종의 특성을 지닌 식물과 자생종을 사용하며, 자연에서 영감받은 식재 패턴을 사용하는 외형적 특성이 있고  생물 다양성, 생태적 적합성, 그리고 자연의 역동성을 허용한다는 생태적 특징이 있습니다.
 자연주의 식재 디자인은 최근 한국의 공공조경에서 너무 많은 복제가 일어나고 있으며 정원식물 유통시장은 하나의 디자인만을 추구하는 듯 유행을 따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합니다. 또 외래종 식물을 주로 사용하는 이국적인 모습이 우리 정서에 맞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자연주의 식재의 한 모습만 보고 평가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보다 우리는 대가가 만들어내는 독창적 디자인 기법에 녹아 있는 균형을 보고 배우며 한국의 자생식물을 적용하여 우리 정서에 맞는 새롭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도출하기 위해 공부하고 실험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다시 식물에 대한 공부와 경험이 절실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서식처 정원 Garden Habitat
식물을 바르게 적용하고 활용하는 '식물 적용학'은 독일에서 발전되어 온 학문인데 우리는 이미 역사적으로 농업이라는 '식물 적용'의 분야를 경험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밖에 식물을 적용하고 활용하는 분야로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조경, 정원의 분야에서 식물적용학이 특별한 점이 있다면 생태학자가 아닌 조경가들이 개발한 방법이라는 점으로 이들은 생태학에서 배운 식물 고유의 특성, 서식처 환경과 식물의 상호작용, 군집을 이룰 때의 식물 간 상호작용의 특성 등을 적용하여 어떻게 식물을 심어야 아름답고 오래가며, 관리가 많이 필요 없이 실용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라는 목표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발전된 학문이라고 합니다. 
식물 적용학의 분야에서 자연을 닮은 정원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오랜 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1870년 아일랜드의 조경가인 윌리엄 로빈슨이 주장한 'wild garden'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자연을 닮은 정원을 구현하는 일은 후대의 시행착오를 거쳐 1990년대에 이르러 식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생태학으로부터 도입하여 조경가들이 식물 집합체에 대한 탐구를 식재 디자인에 적용하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숙근초(여러해살이풀)의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흐름이 학자, 식물재배원, 정원디자이너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모임(New Perennial Perspectives)으로 결성되어 숙근초를 활용하는 자연형 정원 식재 기법을 발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맥락에 큰 영향을 준 또 하나의 연구는 독일의 리하르트 한젠 교수가 자연풍경에서 나타나는 서식처와 식물 군락을 모델로 삼아 정리한 '서식처 정원' 이론입니다. 한젠교수는 정원에 재현할 수 있는 자연 서식처 유형을 분류하여 7가지를 제시했고 이후 그의 제자들이 추가하거나 세분하여 총 12가지 정원 서식처 유형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 이론은 20세기 후반 유럽의 가장 중요한 이론으로 성장하였습니다.  
한젠교수로 부터 시작된 '서식처 정원' 유형은 서식처별로 기후, 토양, 빛, 지형적 특성을 정의하여 각 서식처에 맞는 식물 목록을 제시하여 서식처를 이루는 기본 식생 군을 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여 주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식처 정원'을 적용하여 우리의 정원 유형을 확인하고 그 유형에 맞는 식물을 골라 심는다면 장소에 적합한 바른 식물을 선택할 수 있는 기본 틀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한편 현대에 와서 '서식처 정원'을 만드는 일은 서식처의 1차적 구성 요소인 식물을 식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식물을 소비하는 1차, 2차 소비자를 불러들이는 정원 서식처를 구현하는 데까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식처 정원과 관련한 내용은 써드스페이스 환경아카데미의 '식물적용학' 온라인 강좌의 내용을 일부 정리하였습니다
재야생화 정원 Rewilding  Garden
정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국 왕립원예협회인 RHS에서 주최하는 정원박람회 '첼시 플라워쇼'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정원 박람회라는 행사는 최신의 정원 디자인, 정원 식물, 정원 산업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정원 문화가 발달한 영국에서 개최되는 정원박람회중 가장 큰 규모의 행사인 첼시플라워쇼는 올해, 2022년 쇼가든 분야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정원에 'Rewild Garden'이라는 생소한 개념의 정원이 등장하였습니다. 비버의 서식지를 구현해 놓은 정원의 사진을 보며 이것이 어떠한 개념을 담고 있는 것인지 몹시 궁금하였는데 'Rewilding' 을 검색해보면 한국에서 '재야생화'라는 개념으로 소개되었고 관련한 책도 몇 권 출판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재야생화'는 생태학자의 연구로부터 출발하여 현재 해외 환경운동의 최신의 경향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전의 자연 서식처 복원과는 획기적으로 다른 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자연의 작동 방식(역동성)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상위 포식자인 늑대를 복원하여 서식처에 살고 있는 다른 동물의 급격한 감소 결과를 가져온다거나 인간에게까지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야생의 복원으로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과 마찰이 발생하는 등 기존의 복원 방식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재야생화' 개념은 자연주의 정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확인 할 수 있는데 피트 아우돌프와 노엘 킹스버리가 공저한 책 [식재디자인 새로운 정원을 꿈꾸며](목수책방 출판) 의 맺음말 부분에 '향상된 자연' 이라는 개념이 바로 '재야생화'의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럽의 재야생화 복원 방식이 도심의 페허가 된 산업시설을 재생하는 현장에서 적극 사용되었는데 피트 아우돌프의 대표적인 식재 작업인 뉴욕의 폐선로를 공원화한 하이라인에서 그러한 개념이 적용되었음을 피트 아우돌프와 노엘 킹스버리의 책 [후멜로_ 피트 아우돌의 삶과 정원](목수책방)에 적고 있습니다.
'재야생화'의 개념은 어떤 공간에 적용하냐에 따라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은 자연을 바라보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으로 우리는 인간 내면의 야생성을 회복해야하며 문명이 자연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자연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습니다.    

 재야생화 개념을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서울환경운동엽합의 생태전환도시포럼 3회 [다시 야생으로:활생과 도시 야생의 귀환] 유튜브 강의를 찾아보시길 추천합니다. 
모집 안내
정원식물 탐구단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생태적 정원을 만드는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가이드북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진행 중입니다만, 이론이 아닌 우리의 지속가능한 정원생활을 만들기 위해 실제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원작가에게 듣는 식재 케이스 스터디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민 정원가들의 경험과 지식을 담아 공유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함께 만드는 방법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래 링크를 눌러 확인해 주세요!!!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의견 남기기 >
마인드풀 가드너스
mindfulgardeners@naver.com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길32 동락가 -
수신거부 Unsubscribe
stibee

이 메일은 스티비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