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동짓날

12.21 홈리스 기억의 날 특집
 
오늘의 이야기
#1 동짓날 추위와 어둠 속에서
#2 홈리스는 어디로 가야할까요
#3 홈리스에게 집을
#4 올 겨울 방한용품, 함께 준비해요

#1 동짓날 추위와 어둠 속에서

매년 동짓날을 앞두고 서울역 광장 계단에는 붉은 카펫이 펼쳐져요. 그 위에는 거리나 시설, 쪽방 등지에서 '무연고자'로 사망한 홈리스들의 위패가 놓이죠. 이곳을 기억의 계단라고 부르는데, 제대로 된 장례도 치르지 못한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생전에 함께했던 동료들과 인권 활동가들이 만드는 자리예요.

동짓날에는 '홈리스 추모제'가 열리는데요, 꼭 이날 열리는 이유는 한해 중 낮이 가장 짧고 어둠이 가장 긴 날이 홈리스의 상황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추모제에서 나누어 먹는 동지 팥죽은 원래 나쁜 귀신을 쫓고 무병장수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거리의 홈리스들에게는 "겨울을 버티자"라는 위로와 다짐의 한 그릇이 되고 있어요. (올해는 작은 팥떡을 나누었다고 해요)
  
집이 없거나 '집 같지 않은 집'에 사는 홈리스에게 겨울은 그 자체로 혹독한 시간일 텐데요, 더욱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부터는 방역을 이유로 홈리스가 머물 곳이 더 좁아지고 있던 곳에서마저 쫓겨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어서 큰일입니다.👇 

#2 홈리스는 어디로 가야할까요

집에 머물러야 하는데
지난 4월, UN 주거권특별보고관은 "전염병 상황에서 적정한 주거에 머물지 못하는 것은 잠재적인 사형 선고와 다를 바 없다."며 "적정한 주거, 음식 등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보존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에 비상시에도 결코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어요. 

국내에선 거꾸로...
그런데 국내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이유로 홈리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 계속되었어요. '노숙인 생활시설'에서 외출을 금지해 버려서 일터로 출퇴근해야 하는 홈리스들이 퇴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홈리스가 진료받을 수 있었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입원 중이던 160여 명의 홈리스가 쫓겨나는 사태도 발생했죠.

그럼 홈리스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국내의 홈리스 지원 정책을 보면, 우선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시설을 지원하는 데 맞추어져 있어요. 그래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에 더욱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죠. 인권단체들은 "코로나 예방에 주거가 최고의 백신"이라고 할 만큼, 노숙인 시설‧고시원‧쪽방 거주자들에게 적정한 주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런 정책을 펴고 있는 해외 사례를 살펴볼게요.
 
#3 홈리스에게 집을

핀란드는 하우징 퍼스트Housing First 정책을 통해 홈리스 당사자가 원하기만 하면 조건 없이 독립된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있어요. 홈리스를 줄이려면 집을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는 거죠. 이런 정책이 나온 이유는? 홈리스를 임시 거주시설에 수용한 후 재활하기를 기다렸던 과거 정책이 별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홈리스는 "집 없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거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주택을 제공받는 대상도 더 넓다고 합니다. 
 
👉 코로나19를 이겨내려면 모두에게 집을! 영국의 'Everyone in'
영국에서는 정부와 홈리스 인권 단체 등이 협력해 기금을 마련해서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한 홈리스에게 집을 제공하고 있어요. 비어있는 호텔, 학교, 기숙사 등을 활용해서 약 15,000명의 홈리스가 머물 공간이 마련되었다고 해요. 예산 조달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는 하지만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라고 평가받고 있어요.

+ 한국에서도 가능할까요? 
홈리스 문제를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아요. 홈리스가 게으르다거나 무책임해 보인다는 편견도 여전해요. 하지만 사람이 일을 하고 사회적 관계를 만들면서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필수적 조건 중 하나가 '집'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홈리스의 경제적 사회적인 회복을 위해서 적정한 주거를 먼저 제공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여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4 올겨울 방한 용품, 함께 준비해요

어떡하죠? 당장 정책을 바꿀 수는 없고, 올 겨울은 여느 때 만큼이나 추울텐데...
그래서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에서 거리의 홈리스들이 올 겨울 추위를 잘 넘어갈 수 있도록 돕는 '월동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요, 이 모금액으로 방한 용품을 구입하고 긴급한 지원에 사용한다고 해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따뜻한 선물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이 모금함에도 참여해 보시면 어떨까요? 모금함 가기 >
 

마지막으로 여성 홈리스의 이야기를 담은 짧은 영상을 소개해요. 인권재단 사람에서 만든 한 평 달력에도 영감을 주었던 영상인데요, "그건 내 자존심이에요." 라는 말 한마디가 그 어떤 슬로건 보다도 마음에 와 닿았어요. 
구독자님, 벌써 올해의 마지막 인권의 날 레터를 보내게 되었어요. 올해 초 레터를 기획한 저희의 기대는 '인권이 좀처럼 내 얘기로 들리지 않을 때'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뭘까' 고민될 때 이 레터가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거였어요. 여기저기 흩어진 중요한 소식을 모아서 꿰어 본 7편의 레터가 구독자님께는 어떻게 다가갔을지 참 궁금해요. 잠시 시간을 내어 의견을 남겨 주신다면 내년에는 더 많은 분께 유용한 소식 전할 수 있도록 할게요.  

2021년에는 화나고 답답한 소식보다 반가운 소식을 더 많이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 인권재단 사람의 야릉, 여옥, 지애 드림💌
재단법인 인권재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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