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 BOOK
[#2] 사회혁신의 항해일지가 도착했습니다 
2019.07.23

출처=Freepik
#에디터 노트
사회혁신 생태계에는 다양한 사람과 조직이 모여있습니다. 사회문제를 직면하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요. 그래서 저는 로그북의  독자분들 모두가 이 시대의 혁신가라고 생각합니다.

혁신가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문제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저는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심도 있게 고민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사회혁신을 지향하는 (자칭)혁신가로서는 부끄럽게도 문제정의를  꾸준히 그리고 깊게 하지 못했어요. 어떤 사회 현상에 대해 나만의 문제정의를 가지고 있다기 보다, 내가 속한 
조직의 사업 방향(또는 비전과 미션)을 위해 일하는 것에 더 익숙했던 것 같아요.

막상 문제정의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문제정의, 정말 필요해?" 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문제정의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문제정의가 없는 문제해결 시도는 어떤 한계가 있을까?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사실 가능한  것일까? 나의 문제정의와 조직의 문제정의가 다르면 어떻게 하지? 그래도 괜찮은 걸까? 등등 제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들이 생겨났습니다. 

여러분은 문제정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먼저, 이 항해의 선장님께 제 고민을 털어놔 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생각과 이야기도 남겨주세요! 
       
#선장(우리의 해적왕)에게 묻는 "문제정의"
       
‘문제정의’가 좀 추상적인 것 같아요. 
문제정의와 가장 비슷한 개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포착’ 이라고 생각해요. 포착이라는 단어에는 주도적인 인식과 계획의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어요. 흔히 기회를 포착한다고 관용적으로 사용하는데, 문제정의와 유사한 것 같아요. 

문제정의를 정의한다면 무엇일까요?

아주 단순하게 어떤 사회문제를 바꿔낼 수 있는 개입 지점을 포착하는 거예요. 혁신가는 그 지점에서 시작해야 하니까요. 어떤 사회문제의 원인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행동을 착수해야 할 지점은 대개 다른 곳에 있어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 이유(why, mission)와 그것을 달성해내는 전략(how, strategy), 그 일에 활용할 수 있는 리소스는 서로 분리되어 있죠. 문제정의는 이것들을 연결해서 하나의 회로로 만들 수 있는 스위치를 찾는 거죠. 

사회문제라고 하는 것은 늘 변화하잖아요? 그리고 인간의 인지로 파악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에도 한계가 있고, 우연도 작용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정의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죠? 정확한 문제 정의라는 게 가능은 한 건가요? 

문제정의는 단순히 지적으로 ‘문제를 잘 안다’는 차원은 아닌 것 같아요. 사회문제에 ‘근본원인’이 있다는 건 지적인 낭만에 가깝고요. 사회문제는 여러 차원의 국면들로 분할되어 진행되고, 이 국면들이 서로 결합하거나 분화하는 복잡계의 속성을 가졌기 때문에 사전적인 의미의 ‘정의’를 하긴 힘들죠. 다만 문제정의를 통해 최소한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이다 정도를 정리해서 표현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복잡계의 세계에서 ‘힘의 끌개’를 찾아내는 것, 혁명가가 급박한 정세의 변화 속에서 약한 고리를 찾아내는 것, 창업가가 TAM-SAM-SOM 분석을 통해 초기 비즈니스의 역량을 집중할 지점을 발견하는 것, 바둑을 두는 기사가 판의 판세를 바꿀 맥점을 찾아내는 것 모두 문제정의와 연관된 것들이죠. 공통점이 있어요. 전략적인 목표 하에 현실의 변화들을 읽어내서 주위의 자원과 기회들이 전략적 목표의 달성에 도움이 되도록 조정하는 작업이라는 거죠. 혁신가가 놓여 있는 판은 늘 변화하고 있어요. 여기에서 내가 장악해야 할 흐름이 무엇인지 알고 그 실마리를 잡아채는 것이 문제정의와 연관된 행동이죠. 그래서 문제정의는 학술적인 분석만이 아니라 실천적인 역량을 전제로 획득했을 때 유의미해져요. 

좋은 문제정의의 사례가 있다면요? 

반지의 제왕에서 사우론의 부활에 맞서 중간계를 구하기 위한 회의가 열리잖아요. 그리고 반지원정대라는 팀이 결성돼요. 이들의 문제정의는, “중간계를 구하기 위해선 반지를 파괴해야 한다”는 거예요. 중간계의 평화를 위해 직접 사우론과 싸우는 것, 사우론의 무력인 군대를 전멸시키는 것, 사우론에 일찍 항복하는 것, 도망가는 것 등 여러 선택지들 가운데 내외부의 환경과 역량, 비전을 따져보고 결국 반지의 파괴라는 전략적 목표를 선택하죠. 그리고 이들의 실행전략은 반지 운반 팀의 반지 파괴 행동과 반지 운반팀으로부터 사우론의 시선을 뺏기 위한 중간계의 군사 연합 결성이라는 투 트랙으로 정립되죠. 이들의 문제정의는 리스크가 큰 것이고, 실제로 이들의 모험은 수많은 변수들로 가득하죠.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 흩어져 있는 팀원들에게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어떤 방식으로 전략적 지향에 정렬되는지 환기시켜주죠. 그래서 국지적인 승리와 패배 모두가 전략의 지평에서 유의미해지고요. 

어떤 사람들에게 문제정의가 필요하죠? 

활동가들에게 문제정의는 자신이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한 의미 부여, 정체성 찾기 같다는 생각을 해봐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에게 문제정의는 비즈니스의 시장을 제대로 찾고 비즈니스 모델을 최적화했느냐의 문제 같고요. 중견 조직에겐 마일스톤 점검의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각자가 놓인 환경에서 조금씩 다르게 활용하고 있죠. 

문제정의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나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 같진 않아요. 최근 툴킷을 활용한 문제정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사회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하는 팀에게 꽤 유용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문제정의에 필요한 과정의 누락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 다만 툴킷으로 얻어낼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요. 사실 툴킷만이 아니라 방법론이라고 하는 것들이 가진 일반적인 한계죠.

문제정의의 시작은 공감, 관찰, 공부라고 생각해요. 어떤 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문제로 인식한다는 것은 공감이 있어야 가능해요. 관찰은 현상과 그 현상이 놓여 있는 환경, 현상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갈등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공부를 통해 우리가 접근하려는 문제에 대한 기존의 해결책들과 접근법을 돌아보고 인사이트를 얻는다면 훨씬 깊은 문제정의를 할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시작보다 중요한 것이 있는데 지속적인 리뷰와 복기라고 생각해요. 어떤 문제정의를 통해 시작했던 활동의 국면이 끝나면 리뷰를 해봐야 해요. 내외부 상황의 변화는 없는지 확인해봐야 하고요. 변화가 크다면 새로운 정의를 해봐야겠죠. 

마지막으로, 문제정의를 잘 하면 문제해결을 잘 할 수 있나요? 

가능성이 더 높아지긴 하겠지만, 문제정의의 수준과 문제해결이 비례할 것 같진 않아요.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건 개별 조직이 아니라 생태계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의 문제정의와 문제해결 과정이 생태계의 경험으로 승화된다면 생태계의 전체적인 문제해결 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카이빙과 공유가 중요하죠. 이런 문화가 자리 잡길 바랍니다. 

하나 더, 이노소셜랩의 문제정의는 무엇인가요? 
 
"사회혁신의 성장을 위해서는 R&D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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