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꾸고 돌보는 사람들

무해한 나날들을 위하여

무작정 문을 열고 나섰다가 걸음을 무르고선 급히 마스크를 챙겼던 시절도 이젠 끝이 보이는 듯해요. 덕분에 맨얼굴로 당당하게 인근 공원을 산책하며 두 뺨에 닿는 공기의 감촉을 원 없이 누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님은 어떤가요? 날이 풀리자마자 공원으로 쏟아져 나온 이들과 함께 힘껏 호흡하고, 잔디와 나무의 싱그러운 숨결을 흠뻑 느끼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찰 만큼 행복해지더라고요. 숨쉬기조차 녹록지 않던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놓치고 살았는지요? 무해하고 평화로운 장면들을 오래오래 지킬 수 있기를, 모두의 아름다운 순간들이 지속되기를. 그런 염원들이 불쑥 자라 잎을 틔운 것만 같았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4월 발행될 88호를 기다리며, 이전 호에 실렸던 이야기들을 수록해보았어요. 텃밭을 일구며 자연의 단맛을 선사하는 오르또 마드레와 건강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초식 마녀는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주어진 자연을 돌봅니다. 깊게 뿌리 내린 나무가 사방으로 가지를 뻗듯, 자신만의 중심을 잡고선 세상을 가꿔나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03.30. A Piece Of AROUND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가꾸고 돌보는 사람들 
Ver.1 AROUND Vol.85 케이크가 놓인 자리 With Dessert
〈텃밭에서 길어 올린 다디단 자연〉 박현신―오르또 마드레

Ver.2 AROUND Vol.72 건강한 식탁 Green Table
〈작은 부엌 이야기〉 박지혜―비건 크리에이터 초식마녀


04.13 What We Like취향을 나누는 마음

어라운드 사람들의 취향을 소개해요.


04.27. Another Story Here책 너머 이야기

책에 실리지 못한, 숨겨진 어라운드만의 이야기를 전해요.

서울에서 한참을 달려 도착한 용인. 일러주신 주소에 가까워질수록 푸름은 짙어지고 사위는 고요해진다. 인기척이 지워진 동네에 다다르자 낮은 대문과 다정한 문패가 인사를 건넨다. 주변의 산과 경계가 없는 정원, 올망졸망 매달린 작물들이 귀여운 텃밭, 제 계절을 지나 숨죽이고 있는 허브. 대문 안에 놓인 두 채의 공간이 궁금해 목을 길게 빼고 있으려니 창문으로 어스름히 실루엣이 비친다. 문을 열고 나오는 여성을 본 순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저분이 바로 허브의 어머니구나, 텃밭의 엄마구나, 하고.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

오이를 좋아해서 생오이를 곧잘 베어 먹는데 오이 음료는 처음 먹어봐요. 정신없이 먹기만 하고 싶네요(웃음). 먼저 이름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오르또 마드레Orto Madre’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죠.

오르또Orto는 텃밭이란 뜻이고, 마드레Madre는 엄마라는 의미예요. 이 이름은 한 축제에서 따오게 되었어요. 15년 전쯤 이탈리아에서 ‘살로네 델 구스토Salone Del Gusto’와 ‘테라 마드레Terra Madre’라는 슬로푸드 축제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요.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가 정착하면서 사람들 입맛을 균일하게 만들어 버리는 걸 막자는 취지의 축제인데, 여러 오가닉 푸드와 소멸 위기에 처한 전통 음식, 식자재를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어서 참 좋았거든요. 이 축제의 이름인 테라 마드레가 땅의 엄마라는 의미예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는데, 땅까지는 너무 거대하고… 저는 텃밭을 하니까 오르또 마드레라는 이름을 짓게 됐어요.


텃밭 엄마, 참 다정한 이름이에요. 워낙 허브로 이것저것 많이 만드셔서인지 허브의 어머니라는 애칭도 있는 것 같던데요.

일본에 요리를 배우러 가서 가장 놀라고 신기했던 재료가 허브였어요. 그때가 38년 전이니까… 정말 오래됐네요. 요리로 유학을 가는 것도 우리나라에선 흔치 않던 시절이에요. 해외여행도 못 가던 때니까요. 허브를 알고 나서 정말 신기했던 게 어떤 허브를 넣느냐에 따라 일본 요리도 되고, 중국 요리도 되고, 프랑스 요리도 되고, 이탈리아 요리도 된다는 거였어요. 사실 채소나 고기는 다 거기서 거기인데 허브가 요리를 확 바꾸어 놓더라고요. 충격적이었죠. 한국엔 허브라는 게 잘 알려지지 않던 시절이니까 한국으로 돌아올 때 허브를 직접 키워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때만 해도 아파트에 살 때라 베란다에서 시작했는데 생각만큼 잘 안 자라더라고요. 마침 남편과 시골로 이사하자는 이야기를 하게 돼서, 인테리어 디자이너이던 남편이 집을 짓고 저는 본격적으로 허브를 키울 겸 전원생활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게 벌써 27년도 더 된 일이네요. 요리를 공부하고 허브를 키우면서부터 ‘팜투테이블Farm To Table’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졌어요. 푸드 마일리지(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짧을수록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나기 때문에 신선한 재료가 식탁에 오르는 데 집중하게 된 거죠. 그렇게 직접 키운 허브부터 새로운 식재료로 여러 요리를 만들며 지내고 있어요. 음, 이거 한번 보실래요? (푸른색 식물을 내민다.)


이게 뭐예요? 예쁘게 생긴 식물이네요.

Hop이에요. 맥주 원료, 8월에 수확한 프레시 홉. 이걸로 작년에는 부산에 있는 고릴라 브루잉이랑 홉피니스 맥주를 만들어서 한정 기간 판매하기도 했어요. 디자인하우스와 함께한 작업이죠. 제가 하는 일이 이런 거예요. 새로운 식재료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소개하는 거요.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도 하면서요.

이런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죠. “입맛은 한 번 길들여지면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 자연의 단맛보다 인공적인 단맛의 자극성에 익숙해져 버리면 원재료의 맛을 느끼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주방에 알맞은 대답이 있어요, 잠시만요. (냉장고에서 오이를 꺼내온다.) 아까 오이 좋아한다고 하셨죠? 이 오이를 먹어보면 ‘자연의 단맛’이 뭔지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요새 오이 못 먹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이 많이 보이는데 진짜 오이를 안 먹어봐서 그래요. 갓 딴 걸 먹어야 진짜 채소 맛을 알 수 있거든요. 이 오이는 어제저녁에 수확하자마자 냉장고에 넣어둔 건데, 한번 드셔 보세요.


어? 엄청 시원해요. 그리고… 달아요!

그렇죠?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오이는 유통 과정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오이일 거예요. 푸드 마일리지가 긴 거죠. 오이, 당근, 아스파라거스, 어떤 채소든 바로 수확했을 때 당도가 가장 높아요. 그러니까 유통 과정이 길면 길수록 향과 맛이 떨어지는 거죠. 한여름에 수박 먹으면서 무지 달다 그럴 때 있죠? 사람들이 자꾸 단 걸 찾으니까 인공적으로 단맛을 만드는 거예요. 그런 것만 찾으니까 농부들도 어쩔 수가 없는 거죠. 근데 인공적인 단맛은 계속 먹으면 물려요. 역하기도 하고요. 경험해 보지 않으면 진짜 맛을 알 수가 없어요. 채소 본연의 단맛을 알려면 자연에서 제대로 재배한 걸 먹어봐야 해요. 그래야 자연의 단맛과 인공의 단맛이 구분되거든요. 채소들은 대부분 달아요. 이 오이도 마찬가지고요. 어때요, 기운이 좀 나나요?

나는 둥글둥글 덩어리진 그녀의 만화가 좋다. 비건 타코를 뚝뚝 흘리며 먹는 천진한 영상이 좋다. 무구한 얼굴로 비건 생활을 쉽고 즐겁게 소개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여기는 초식마녀의 영상 속, 그 작은 부엌이다.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이종하

채식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식물성 재료만 먹는 비건이 되었다고 알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비건을 결심하게 됐나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라시Cowspiracy〉에 큰 영향을 받았어요. 공장식 축산이 환경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인데, 그걸 보고 제 머릿속에 있던 가짜 매트릭스가 와장창 깨졌거든요.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공장식 축산의 대안으로 평가받는 잘 구성된 복지 농장의 모습들도 보여줘요. 오리들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넓고 푸른 풀밭이죠. 하지만 그 좋은 환경에서 지내온 오리들도 도축하려고 하니 낌새를 알아채고 바삐 도망치더라고요. 그중 한 마리를 잡아서 도마 위에서 목을 내리치는데… 그걸 보곤 바로 비건이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어떤 동물은 먹어도 되고, 어떤 동물은 안 된다고 따지는 게 의미 없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동안 제가 먹은 고기들은 동물 복지가 잘된 농장에서 자라 고통 없이 죽은 가축일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전부 육식을 위한 합리화였단 걸 인정해야 했어요. 고민하고 시간을 들인다고 더 좋은 결론을 내는 사람은 아니어서 비건을 시작하는 데 망설임은 없었어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서 더 크게 와닿았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죠. 하지만 고양이가 없었더라도 저는 비건이 되었을 것 같아요. 동물권에 대해 이미 꽤 오래전에 고민한 적이 있거든요. 우연한 기회에 3개월 정도 유기견을 보살피게 돼서 유기견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다닌 적이 있는데요. 그때 펫숍에 귀여운 강아지들이 진열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개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정말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더라고요. 강아지나 고양이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인데도 이렇게 끔찍한 일을 겪는데, 하물며 사람이 먹는 동물들은 어떻겠어요. 이미 한 번 인식한 적이 있는데도 이제야 비건이 된 건 오히려 늦은 결심이었어요.


마주할수록 무거워지는 문제 같아요. 비건이 되고 소비에도 신중해졌을 것 같은데 어때요?

맞아요. 비교하고 따져야 할 게 정말 많아요. 그래서 저는 비건의 기준에 너무 속박되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어요. 저라고 비건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건 아니어서 어쩌다 동물성 제품을 소비할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유튜브로 비건 마라샹궈 레시피를 소개할 때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동물 성분이 없는 제품을 골랐는데, 마라 소스에 동물에서 유래했을 수도 있는 화학 성분이 있다고 구독자가 알려주었거든요. 중국 기업이라 직접 문의하긴 어려워서 ‘소스에 논비건 성분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다’고 공지하는 걸로 마무리했는데, 저는 이런 실수도 누군가에겐 정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완벽하지 않은 비건의 모습도 다 보여주려고 하는 게 그런 이유죠. 그 사건 이후로 저도 원재료명을 조금 더 샅샅이 찾아보게 됐어요. 그게 귀찮아서 언젠가부터는 첨가물이 안 들어간 제품만 먹고 있지만요(웃음).

초식마녀의 만화는 비건과 논비건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어요. 채식을 소재로 삼으면서 만화 구독자가 늘어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특별한 테마 없이 일상툰을 그릴 땐 구독자가 2천 명 정도에서 정체되었는데요. 일상툰이 워낙 많기도 하고, 제 만화에 2천 명 이상의 독자를 끌어들일 특별함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 자신도 만화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기보단 습관 같은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마음이 만화에도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요. 물론 가벼운 일상툰을 좋아하는 구독자도 있었지만 딱 그 정도까지의 호응이었어요. 하지만 비건이 된 이후로는 하고 싶은 얘기가 정말 많아졌고, 만화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담으면서 작가로서의 정체성도 생겼어요. 이전에는 만화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깊게 고민하지 않았는데 비건이 되고부터는 확실히 말하고 싶은 게 생긴 거죠. 비건 요리도 맛있을 수 있고 비건 라이프도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걸요.


채식은 지나가는 트렌드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무겁고 민감한 주제처럼 다뤄지기도 해요. 이 시대의 비건으로서 채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채식은, 특히 비건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 같거든요. 그게 아니라면 평범하고 게으른 제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불편함과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살아가는 방식을 바꿨겠어요. 저는 사회 이슈가 되어야 할 건 채식이 아니라 육식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채식이 계속 이야기되면서 건강에 대한 새로운 상식으로 여겨지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문화적 트렌드로 활용되는 것도 긍정적인 것 같고요. 저는 채식이 이렇게 이슈 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되는 게 좋아요. 그저 채식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사이의 편 가르기식 싸움만 없기를 바라고 있어요.

작은 걸음으로부터 시작되는 거대한 상상

환경과 지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지요. 출처를 알 수 없는 쓰레기가 거대한 산을 이룬 모습, 거대한 숲을 이룬 나무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광경. 혹은 조각난 빙하 위에서 망망대해를 헤매는 북극곰의 표정이요. 카메라가 줌을 한껏 당기고선 훼손된 자연을 샅샅이 훑을 때, 나 또한 그 일에 가담했다는 생각에 숙연해지곤 합니다. 당장이라도 재생을 멈추고선 책임지고 싶지 않은 진실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싶어지죠. 그러나 아름다움은 항상 불편한 진실 너머에 존재하는 법이지요. 조금만 초점을 바꿔 보면 손쓸 수 없이 망가진 지구의 장면들 속에서도 일말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어요. 아스팔트 위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이나, 멸종 위기에 처한 새가 알을 깨고 첫 울음을 토해내는 모습, 폐허가 되었던 원전이 시간이 지나 동물들의 보금자리로 회복한 이야기. 그런 희망과 조우하는 순간, 잠재되어 있던 용기는 서서히 피어나고야 맙니다. 이번 《AROUND》 88호에서도 모두의 마음을 북돋아 줄 수 있을 만한 응원담을 들어 보실 수 있답니다.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여분의 세상을 상상해 보며 할 수 있는 일들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보아요. 

〈느슨하고 긴 돌봄의 방식〉

신지혜―작가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

지구를 위해 ‘하지 마라.’는 금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 종종 위축되곤 하는데, 지혜 씨의 제로 웨이스트는 참는 게 아니라는 점이 좋아요. 
금지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일은 아니에요. 저는 제로 웨이스트를 재밌게 하고 있어요. 일단은 제 행동이 어딘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찝찝해서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고요. 제 행동이 아주 미미할지라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꼭 그 방법밖에 없는가.’를 생각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곤 하는데, 그런 과정이 저한텐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에요. 일종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거잖아요. 새로운 방법을 찾고 나면 저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삶의 방식이 달라지고 나니 돈 쓸 데가 별로 없더라고요. 한번은 제 소비 패턴을 알고 싶어서 2018년쯤 쭉 통계를 내봤어요. 가계부를 정리해서 얼마나 소비가 줄었나 계산을 해본 건데, 어마어마하더라고요. 거의 70퍼센트 이하로 줄어들었어요.  

〈슬기로운 분리배출 생활〉


에디터 오은재 일러스트 장세모

요구르트 뚜껑과 초콜릿 포장재

분리배출시엔 사소한 요소 하나 하나 나노 단위로 따져보고 의심해 봐야 한다. ‘이거 하나쯤은 괜찮겠지.’하고 넘어가는 순간, 선한 의도로 시작한 일이 물거품이 될 수가 있으니까. 재활용의 세계에선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플라스틱 요구르트병의 알루미늄 뚜껑마저 최악의 빌런으로 거듭나곤 한다. 플라스틱은 재질별로 선별하여 파쇄를 한 후 세척하여 녹이는 공정을 거친다. 세척 과정에서 작은 조각으로 분해된 플라스틱은 물에 가라앉는다. 플라스틱과는 다른 재질의 조각이 섞일 경우 용융기 안에서 체로 걸러내어야 한다. 그러나 제대로 걸러질 확률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때 제대로 제거하지 못한 알루미늄 마개가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니 놓치기 쉬운 작은 알루미늄 포장재들은 각별히 유의하여 선별해내면 재활용이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초콜릿 포장재나 요구르트 뚜껑은 야구공 크기로 뭉쳐 분리배출 한다. 작은 알루미늄은 ‘뭉치면 산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오는 봄 여러분들 곁으로 찾아갈 88호의 주제는 ‘지키고 싶은 장면들(On Earth)’입니다. 완전무결한 이야기보단 AROUND만의 방식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순간들을 조심스레 펼쳐보려 합니다. 이번 호는 특별히 4월 5일 식목일에 맞춰 발행될 예정이에요. 푸른 산을 유지하고자 묘목을 심던 마음을 기억하며,  AROUND 또한 한 그루의 나무라도 지켜내기 위해 재생 종이를 고집하고 있어요.《AROUND》 제작 시 사용되는 ‘그린라이트’는 버려지는 폐지들을 재활용하여 나무 펄프에 섞어 만든 친환경 용지인데요. 일반 종이보다 환경에 주는 부담이 훨씬 적다고 해요. 《AROUND》의 독자분들께서도 종이 특유의 자연스러운 색감과 수수한 질감을 사랑하는 분들이 참 많지요. 마음에 든 문장 위로 연필이 미끄러질 때의 감각, 페이지를 넘길 때 느껴지는 기분 좋은 버석함을 즐기다 보면 재생 종이의 매력을 실감하게 될 거예요. 이번 호를 읽으며 우리가 지켜낸 한 그루의 나무를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AROUND는 언제나 자연을 향한 미안함과 감사함을 되새기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모색 중입니다. 지구에 미안하지 않도록,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할게요.

지난번, 어라운드 뉴스레터의 1주년을 축하해 주신 많은 분께 마음을 담아 인사를 전합니다. 우리의 문장들이 민들레의 홀씨처럼 여러분들의 입김을 타고 여기저기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그렇게 멀리멀리 나아가 누군가의 마음속에 살포시 안착해 또 다른 이야기로 움트길 바라요. 그러니 함께 나누고 싶은 좋은 이야기를 발견했다면 언제든 들려주세요. 다음 뉴스레터는 88호 이야기와 함께 어라운드 식구들의 취향 이야기를 바리바리 챙겨 들고 찾아올게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 아침 8시에 만나요!

'지키고 싶은 장면(On Earth)를 주제로 한 《AROUND》 88호가 궁금한가요? 책 뒤에 숨겨진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이미 지난 뉴스레터 내용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실 수 있답니다. 어라운드 뉴스레터는 격주로 목요일 오전 8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평범한 아침 시간을 어라운드가 건네는 시선으로 채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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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 뉴스레터에서는 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또 다른 콘텐츠로 교감하며 이야기를 넓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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