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호 기자 #상실 #캐럴라인_냅

[주말에 뭐 읽지]  2020-10-16 #29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주말의 책꽂이

photo by pixabay

어느 날 친구가 죽었습니다  

   게일 캘드웰 지음, 이승민 옮김
정은문고 펴냄       

누군가를 더 깊이 알고 싶을 때 나는 그이의 독서 목록을 묻곤 한다. 독서 목록이야말로 ‘마음의 지형도’니까. 얼마 전 마주앉은 취재원과는 캐럴라인 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그 덕분에 게일 캘드웰을 처음 알게 됐다. 캐럴라인 냅과 매우 공통점이 많은 작가였다. 한때 알코올의존증 환자였고, 개를 키웠다. 무엇보다 게일 캘드웰은 2002년 캐럴라인 냅이 폐암으로 죽기 전까지 마지막 7년을 함께한 친구였다. 그 여정을 기록한 〈먼 길로 돌아갈까?〉는 “죽음이 이야기의 끝이 아님을 이해하기까지” 과정이 담겨 있다.

우정은 익숙하고 새로울 것 없는 주제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생의 의미를 발견하곤 한다. 우정은 성장기의 전유물이 아니며, 실은 일생을 통해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는 것도. 캐럴라인 냅이 떠나고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시절에 대해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게일 캘드웰은 단 네 줄을 쓸 수 있었을 뿐이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야기다. 내게는 모든 것을 함께하는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그녀가 죽었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도 함께했다.” 이 문장 다음으로 다시 돌아와 책을 완성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그녀를 죽게 두라”고 끼적인 메모를 자료 뭉치에서 발견했을 때 깨달았다. 애도에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움은 단순하지만 슬픔은 그보다 훨씬 더 크고 복잡하다는 것을.

소요(逍遙)라는 단어를 사랑한다. 하릴없이 걷는 일이야말로 사랑의 모습이다. 때로는 사납고 때로는 환한 계절의 한가운데를 걷는 동안 두 사람은 자신의 취약함과 지나침과 결함을 사랑하는 방법을 익힌다. 조금 더 먼 길을 기꺼이 선택하는 동안 서로의 마음에 난 오래된 상처 자국에 대화로 윤을 낸다. 〈먼 길로 돌아갈까?〉를 읽는 일은 그 산책을 함께하는 일이다. 산책을 마치고 나면 우리는 상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장일호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미중 카르텔   
박홍서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한미 동맹 강화든, 한중 관계 강화든 그것은 관념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신냉전’의 도래를 진단하는 목소리는 익숙하다. 세계적 석학 그레이엄 앨리슨은 미·중 간 전쟁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 연구교수로 재직하며 한반도와 북방 문제를 연구하는 저자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미·중 관계를 자본주의 국제질서 안에서 경쟁하는 일종의 ‘카르텔 관계’이자 갈등적 상호의존 관계로 본다. “한반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미국과 중국에서 생산·유통되는 관련 논의들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원초적인 믿음”이 그 바탕이다. 미·중 관계가 카르텔이라면, 한·미 동맹 강화와 대중국 관계 개선의 극단 중에서 양자택일을 하는 전략은 어떻게든 한국의 이익을 훼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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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회랑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로빈슨 지음, 장경덕 옮김, 시공사 펴냄   

“자유가 싹트고 번성하려면 국가와 사회가 둘 다 강해야 한다.”  

대런 애쓰모글루는 노벨 경제학상을 예약해뒀다는 말을 듣는 경제학계의 슈퍼스타다. 연구 파트너인 제임스 로빈슨과 함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2012년에 내놓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 〈좁은 회랑〉은 900쪽에 달하는 대작이다. 책의 부제 ‘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이 주제의식을 압축한다. 자유는 매우 부서지기 쉽고 위태로운 성배다. 개인이 노력해서 자유로워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유란 당대 세계가 함께 만들어내는 성취다. 국가가 너무 세면 국민의 자유는 제한된다. 반대로 국가가 너무 약해도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돌입하여 자유가 침식된다. 이 고전적인 딜레마를 뚫고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좁은 길이 무엇인지 경제학적 사유를 무기로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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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부키 펴냄  

“사람들의 인생은 가장 큰 역경의 순간에 자기가 대응한 방식에 따라 제각기 다르게 규정된다.” 

누구에게나 한 번은 고통의 시기가 찾아온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을 만나 비틀거릴 때다. 그러나 고통의 계곡이 성장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베스트셀러 〈인간의 품격〉 저자이자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인생이란 두 개의 산을 오르는 과정과 같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획득하는 ‘첫 번째 산’과 무언가를 남에게 주는 ‘두 번째 산’이 그것이다. “첫 번째 산이 계층 상승의 엘리트적인 것이라면, 두 번째 산은 무언가 부족한 사람들 사이에 자기 자신을 단단히 뿌리내리고 그들과 손잡고 나란히 걷는 평등주의적인 것이다.” 어느 연령대이든 간에, “이게 내가 바라던 전부인가?”라는 물음이 찾아올 때 펼쳐 보기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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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고독은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고립은 무섭다.” 

옮긴이의 글부터 눈길이 간다. 그는 책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며 하나의 사례를 들려준다. 본인 이야기다. 저자의 전작인 〈드링킹〉에서 ‘고기능 알코올 의존자’라는 말을 발견한 뒤 스스로 바뀌었다. 캐럴라인 냅은 기자와 전업 작가를 지나 42세의 나이로 사망한 미국 작가다. 거식증과 알코올 의존증 등 회고록 성격을 띠는 에세이를 주로 썼다. 총 다섯 권의 책을 남겼는데 이 책은 ‘나머지 네 책들의 통합, 요약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고독과 고립의 차이, 수줍음과 침착함이 결합했을 때의 골치 아픔, 은둔하며 명랑한 상태, 반드시 끝나야 하는 우정에 관해 이야기한다. 작가의 친구와 가족이 자주 등장해 책을 덮을 때는 친근함이 느껴질 정도다. 사변적인 것 같지만 따라가다 보면 빛나는 통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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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인공지능(AI)과 교육

교육은 급변하는 환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2020년을 통과하며 자라고 있는 세대는 AI와 빅데이터를 왜,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  

일시:2020년 10월19일(월)
발제자:니콜라 사디라크(IT 교육 혁신기관 에콜42 공동 창립자)
사회:이정모(국립과천과학관장)
참가방식:<시사IN> 유튜브 생중계
책 읽는 독앤독
시사IN×동네책방 콜라보 프로젝트. '독'립언론과 '독'립서점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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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어서일까요.
상실에 대해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아니, 어쩌면 계절 때문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시사IN>은 최근 ‘죽음의 미래’ 기사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죽음이 가깝게 느껴지는 코로나 시대, 매일같이 집계되어 공표되는 ‘얼굴 없는’ 사망자 숫자만으로는 질병, 돌봄, 상실, 애도 등 죽음 전반에 대한 제대로 된 성찰이 불가능하겠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연재를 기획한 장일호 기자가 지난 여름 소개한 책이 <먼 길로 돌아갈까?>입니다. 마흔 두 살에 폐암으로 세상으로 떠난 캐럴라인 냅과 함께한 7년 세월을 친구인 게일 캘드웰이 기록한 책이죠. 마침 캐럴라인 냅의 유고 산문집도 신간으로 나왔다기에 오늘자 뉴스레터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코너에 함께 소개했는데요. 

둘 다 비혼 작가이자 '겁에 질린 술꾼'이자 참담한 추락을 경험했던 이들은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며 ‘삶의 명랑’을 지켜냈던 걸까요. 상실이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 코로나 원년의 가을, 찬찬히 책을 읽으며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느껴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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