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세 글자－聖(성), 賢(현), 能(능)

한자문화권의 고대 신분 사회의 구성원은 크게 두 가지 계급으로 나뉜다. 人과 民이다. 人은 통치를 담당하는 계급인 천자[왕·군주]와 신하[제후·공·경·대부]이고 民은 생산 활동을 담당하여 人을 부양하는 노동 계층인 농민[農]과 생산 기술자[匠, 工], 장사치[商]이다. 각 계급의 사람들에게는 각기 주어진 역할이 있었다. 각자의 지위와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여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낸 인물이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각각 왕－聖, 신하－賢, 민－能이라는 평가어가 부여되었다. 이 세 글자는 ‘일을 잘하는 사람’ 또는 ‘역할 수행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나아가 각 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성장의 과정을 거처 도달해야하는 이상적 인간형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 글자들의 초기의 형태와 의미를 살펴보고 이후 의미의 변화 과정을 따라가 보자.

聖(성), 賢(현), 能(능) 이 세 글자는 ‘일을 잘하는 사람’ 또는 ‘역할 수행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공통된 의미를 갖지만 계급질서 속에서 각 구성원이 수행하는 일이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세부적인 측면에서는 의미가 다르다. 聖자는 천자와 왕 등 우두머리의 소통 능력, 賢자는 신하나 관리들의 감독·관리 능력, 能자는 노동하는 계급의 육체·기술 능력의 탁월함을 의미했다. 이런 계급 질서 속에서 만들어진 세 글자의 의미는 점차 사회 구조가 달라지고 사람에 대한 인식이 바뀜에 따라 변화하게 된다. 춘추 시대를 거처 전국 시대 초반에 이르면 ‘보편적 사람’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하여 천자에서부터 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은 人(인)으로 지칭되게 된다. 또 사람의 훌륭함이나 뛰어남을 나누는 기준으로 덕(德)의 보유 여부가 점차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이 세 글자의 의미는 계급 질서의 구조를 벗어버리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글자로 자리 잡는다. 聖(성)은 가장 훌륭한 사람, 賢(현)은 그 다음으로 훌륭한 사람을 뜻하는 글자가 되고 能(능)은 육체적, 정신적 일 모두에서 능력 있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글자가 된다.

★용례: 聖君賢臣, 聖賢, 賢能, 技能, 才能, 能力

★표준국어사전의 이 세 글자와 관련된 용어에 대한 풀이

聖(성): 함부로 가까이할 수 없을 만큼 고결하고 거룩함.

聖人(성인):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사람.

賢(현): 덕행이 뛰어난 사람이나 재능이 많은 사람을 이르는 말.

賢人(현인): 어질고 총명하여 성인에 다음가는 사람.

能(능):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훈련에 의하여 획득된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