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의 제목은 ‘다시 쓰는 정의론’이다. 저자는 우리가 사회를 운영하는 기초 원리로서 정의를 이야기할 때, 바로 그 정의론의 안티테제로 출발한 돌봄의 가치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의와 돌봄이 우리 삶과 사회를 지탱하는 두 개의 필수 기둥이라는 것이다. 돌봄의 윤리는 “따뜻한 마음으로 다른 이들을 돌보자"라는 단순하고 착실한 구호가 아니었다. 그 핵심은 1부에서 현시대 공정 담론의 핵심인 ‘개별주의적 존재론’의 반대편에 있는 “관계적 존재론”이다. 소위 ‘위험사회’의 양상이 더욱 빈번하게 드러나며 인간의 삶과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인류 멸망까지도 예고하는 기후 붕괴, 수년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 그리고 각종 재난 앞에서 절박함을 가진 이들에게 돌봄의 윤리와 관계적 존재론은 새로운 삶의 방식이며 생존의 길일 것이다.

 저자는 독자에게 질문한다. “낙오되지 않기 위해 영원히 달려야만 하는 삶을 우리가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이것은 지금 달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이들에게 하는 질문이며, 다른 한편에서 이 트랙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하는 이들이 들어야 하는 질문일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보편적 정의”를 제안하며 정의론을 다시 써 내려간다. 그에 따르면, 보편적 정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모두’가 존엄한 삶, ‘모두’에게 정의로운 삶을 실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받아들여지며, 비교의 대상이자 목표는 옆 사람이 아닌 공동체가 향해가야 할 이상이며 그것은 적극적으로 물질/사회문화적 분배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편적 정의를 기틀로 삼는 사회에서는 모두가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권리와 자원을 누릴 수 있어야 하며, 그 몫은 개인의 능력, 노력, 성과와는 무관하게 공동체적 결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나의 능력이나 노력이나 증명이 필요하지 않고, 살아있다는 이유, 존엄하다는 이유로 공동체의 돌봄과 정의가 나의 것이 된다니. 정말 그런 사회라면 얼마나 다행인가? 보편적 정의의 논의 끝에 ‘경쟁과 능력주의로는 결코 실현할 수 없는 공동선의 세계를 상상하자’고, 이미 여럿이 꿈꾸며 마음을 맞대고 있는 이 대안적 여정에 함께 동참하자고 내미는 저자의 손을 꾹 잡아보고 싶었다.

 이 세계에서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이들이 만든, 우리가 원하지도 않은 트랙과 허들을 걷어내자. 왜곡된 공정을 만드는 불필요한 담장과 좁다란 능력주의 사다리를 걷어내자. 시대, 정치, 기득권, 권력, 다수가 말하고 이용하는 담론으로 수렴되지 말고 나의 세계에서 중요하고 필요한 이야기가 무엇이고 그 이야기가 타자의 세계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성찰하고 행동하자.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라는 말씀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 함께 묵상하고 나누고 이 땅으로 가져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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