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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 스물세 번째 여행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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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비엔나
Vienna, AUSTRIA / 2019
너무 추운 출근길입니다. 얼른 사무실 근처로 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손을 녹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요. 님, 따뜻하게 입으셨나요?

이렇게 추운 날 쌀국수, 군고구마, 뜨아와 함께 꼭 생각나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오스트리아의 초콜릿 시폰케이크 "자허토르테"인데요. 사실 전 이런 신기한 이름의 케이크를 한국에서 먼저 먹어봤어요. 유명한 베이커리도 아니고 동네마다 다 있고, 파리에도 있는 한국식 빵집인데요. 강남역에서 저녁에 영어수업을 듣고 나오는데 날도 너무 춥고, 달달한 초코 케이크가 너무 당기는 거예요. 그래서 근처 빵집으로 갔는데, 마침 마감 세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덥석 집었지만, 사실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나름 초코 케이크라면 너무 달아서도 안되고, 초콜릿은 건조하지 않고 꾸덕하며, 시트는 매우 촉촉&폭삭(?)해야 하는 등의 아주 까다로운 수준의 입맛을 가지고 있거든요. 😝 하지만, 집에 가져와서 한 입 먹는 순간! 이름이 뭐라고? 하며 케이크 박스를 다시 보게 되었죠. 꾸덕한 가나슈 커버 아래 촉촉한 초코 시트지, 그 사이사이에 있는 살구 쨈이, 마치 고급스러운 빅파이?를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먹어보고는 꼭 비엔나에 가게 되면 진짜! 오리지널을 맛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출장 차 방문한 비엔나에서 바로 그 시간과 조우하게 되었죠. 이 달콤한 케이크의 원작자인 프란츠 자허가 만든 레시피 그대로 만들고 있는 호텔 자허에서 2시간 비를 맞으며 기다려서 그 맛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자허의 아들 에드아루드가 일하며 계승시킨 카페 데멜에서도 맛을 보았고요. 사실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좋아하는 음식의 고장에 와서 그 오리지널 스피릿을 느낀다는 것이 달콤한 초콜릿만큼이나 짜릿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봉인 도장처럼 자허라고 쓰인 동그란 초콜릿을 입에 넣을 땐, 이미 그 케이크는 저에게 케이크 이상의, 오리지널, 진짜, 찐에 대한 가치였습니다.

님께서 남들과 다른 가치를 두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치를 더 두는 물건, 음식, 장소 그리고 시간. 이런 것들이 많은, 풍요로운 님의 일상을 OV가 응원하겠습니다. 

따뜻한 한 주 보내세요!

OVOV,
* oh, Vl는 시간에 읽는 여행은 매주 월요일 오전, 각자의 일상에 충실한 여행자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발행됩니다. 고흐가 동생에게 애정을 가득 담은 엽서를 보내듯, OV도 여행엽서로 여러분의 하루를 환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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