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떡볶이를 좋아하나요?

이메일 '인간 강혁진'은 443명의 구독자분들께서 함께 보고 계십니다.
님 안녕하세요. 
인간 강혁진입니다. 

님은 떡볶이를 좋아하나요? 저는 떡볶이의 열렬할 팬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부끄럽지만 그래도 제 인생에서 떡볶이를 빼야 한다면 꽤나 슬플 것 같습니다.  

국물 떡볶이와 즉석 떡볶이를 모두 좋아합니다. 쌀떡보단 밀떡을 좋아해요. 먹기 좋게 썰린 사각오뎅이 들어가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즉석 떡볶이를 먹을 때는 라면사리는 필수입니다. 살짝 덜 익은 라면 사리를 앞 접시에 한 젓가락 덜어내어 입으로 가져갈 때 느껴지는 매콤하고 뜨거운 느낌이 좋습니다. 국물 떡볶이를 먹을 때면 내장이 잔뜩 섞인 순대와 오뎅 국물이 함께여야 합니다. 얇은 튀김옷을 입은 굵은 오징어 튀김도 함께라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님이 떡볶이를 시키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밤늦게 또는 월요일 아침에 이 편지를 읽으셨다면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자질을 좀 하자면, 사실 이게 다 제가 이번 주에 읽은 책 ‘아무튼, 떡볶이' 때문입니다. 

‘아무튼' 시리즈는 세 개의 작은 출판사가 함께 만드는 책 시리즈입니다. 지금까지 30여 권의 ‘아무튼' 시리즈가 나왔습니다. '아무튼' 뒤에는 낯설거나 익숙한 단어들이 붙습니다. 양말, 피트니스, 계속, 택시, 스릴러, 발레, 요가, 문구, 하루키 같은 단어들 말이죠. ‘아무튼’ 시리즈의 특징은 책이 얇다는 것입니다. 크기도 작거니와 페이지도 200페이지를 넘지 않습니다. 마음먹고 읽자면 2~3시간이면 읽어낼 분량입니다. 또 다른 특징은 소소한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낸 에세이라는 것입니다. 

늘 눈 여겨만 보던 아무튼 시리즈를 이번 주에는 3권이나 샀습니다. ‘아무튼, 떡볶이’, ‘아무튼, 방콕’, ‘아무튼, 술’. 그중에서도 ‘아무튼 떡볶이’를 먼저 읽었습니다. 홍대 여신이라 불리는 ‘요조'님이 쓴 책입니다. 최근에는 우연히 페친도 되었고 인스타도 보고 있습니다. 요조님이 하시는 제주의 서점 ‘책방무사'도 두 번 정도 가보았습니다. 요조님은 만나지 못했지만. 

‘아무튼 떡볶이’를 읽다가 두 번쯤 울컥했고, 내릴 지하철역을 한번 놓쳤습니다. 너무나 매력적인 표현들을 만나 몇번을 육성으로 '와..'라고 내뱉었습니다. ‘이 사람 글 정말 잘 쓴다’(는 평가를 제가 하기엔 건방지고, 사실은 ‘와, 이 사람 글 너무 내 스타일이다')라고 몇 번쯤 생각했습니다. 제 머릿속에 유명인으로만 인지되어 있던 ‘요조'가 작가 ‘요조'로 확실히 각인되었습니다.

사실 '아무튼' 시리즈 중에서도 떡볶이를 산 이유는, 최근에 읽은(이라기엔 아직 50여 페이지가 남은) 또 다른 책 ‘책, 이게 뭐라고’ 때문입니다. 장강명 작가가 쓴 이 책에는 유난히 요조 작가의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책, 이게 뭐라고'라는 동명의 팟캐스트를 장강명 작가와 요조 작가가 함께 만들어가며 있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튼 떡볶이'는 그 책에서 장강명 작가가 유난히 칭찬했던 책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떡볶이’에는 떡볶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작가가 다녀본 떡볶이 가게들에 대한 이야기, 그곳에서 팔던 떡볶이에 대한 이야기, 거기에 담긴 작가 본인의 그리고 가게에 얽힌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미미네, 먹쉬돈나, 영스넥 같은 유명한 가게들이 소개되기도 하고, 작가 개인의 사연이 담긴 처음 듣는 이름의 가게들도 나옵니다. 

떡볶이라는 어찌 보면 사소하고 익숙한 소재가 한 권의 책으로 담길 수 있다는 것, 거기에 진심을 담아 자신의 삶을 녹여내 책을 쓴다는 것이 위대하고 대단하고 부러워 보였습니다. 동시에 나는 어떤 것에 진심을 담아 나의 삶을 녹여내고 있는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만약 ‘아무튼, ㅇㅇ' 시리즈를 쓸 수 있다면 나는 ‘ㅇㅇ'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세상 사람들이 다 만류하고 관심 갖지 않더라도 아무튼 사랑하고, 아무튼 유지하고, 아무튼 잊지 않을 수 있는 ‘ㅇㅇ'은 과연 무엇일까? 

쉬운 것 같지만 어려운 질문입니다. 나만의 ‘아무튼, ㅇㅇ'를 가진다는 것은 결국 취향과 개성이 있다는 것일 겁니다. 내가 가진 ‘아무튼, ㅇㅇ'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인간 강혁진의 취향과 개성이 만들어지고, 그리하여 저만의 아이덴티티가 완성되겠지요.

머릿 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 ‘아무튼, ㅇㅇ'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아무래도 ‘제주'일 겁니다. 제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먼저 생각나는 여행지는 제주였습니다. 그때마다 찾던 곳, 사계절의 모습이 다르고 섬의 곳곳이 자신의 매력을 가진 곳. 만약 저에게 ‘아무튼’ 시리즈를 쓸 기회가 있다면 ‘아무튼 제주'에 도전해보고 싶네요. (혹시 또 모를 일 아니겠습니까? 기회가 되어 제가 ‘아무튼’ 시리즈를 쓰게 될지도요.) 

님의 ‘아무튼, ㅇㅇ'는 무엇인가요? 

혹시 이 답에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면, 이번 한 주는 님만의 취향과 개성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건 어떨까요?

님의 ‘아무튼, ㅇㅇ'를 찾게 되면 저에게도 꼭 알려주세요. 님의 취향과 개성이 궁금하네요. 

그럼 다음 주에 뵐게요. 
감사합니다. 

인간 강혁진 드림
1. 인간 강혁진을 널리 알려주세요.
인간 강혁진을 추천하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아래 구독하기 버튼과 공유하기를 통해 소개해주세요. 더 많은 분들이 인간 강혁진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2. 지난 인간 강혁진을 한번에 확인하세요.
혹시나 놓친 인간 강혁진이 있으신가요? 인간 강혁진의 지난 편지들을 한번에 확인해보세요.

3. 오늘 편지는 어땠나요? 
인간 강혁진을 읽으신 간단한 소감을 여기에 남겨주세요. 여러분이 인간 강혁진을 잘 읽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여러분이 남겨주신 의견과 응원은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