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다 망하나요? & 2020년 최고의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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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어거스트
디즈니와 워너미디어에서 내년에는 영화를 극장 개봉과 동시에 스트리밍 플랫폼에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젠 극장이 아닌 집에서도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게 되는 걸까요?
워너미디어 결정의 영향과 극장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이번 레터는 2020년 올해 마지막으로 나가는 레터입니다. 각 에디터별로 올해 인상 깊었던 기사와 코멘트를 추가하였으니 함께 올해를 정리해봐요.

올해 어거스트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해요!
💣 이번 주 에디터는 THU 입니다

🏠 집에서 DC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어버렸다?!

워너미디어의 CEO 제이슨 카일라(Jason Kilar)는 지난 12월 3일, 2021년 모든 워너미디어의 영화를 극장 개봉과 동시에 HBO 맥스에서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내년 개봉 예정인 영화는 총 17편으로, 3주에 한 편꼴로 개봉하게 됩니다. 미국에만 한정되는 이야기이고 2021년까지의 일시적인 결정이라고 덧붙이긴 했지만, 엄청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발표였어요.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극명하게 갈렸는데요, 크게 환영하거나 크게 분노하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일단, 워너미디어에서는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요? 카일라는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고 이야기해요. 2021년 이후에는 고객들이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르겠다고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지부진하게 시작해서 대표작 하나 없던 HBO 맥스를 워너미디어의 중심으로 두겠다는 선택이라는 거예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에 대항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HBO 맥스가 강력해지면 모회사인 AT&T 입장에서도 버라이존이나 T모바일과 같은 경쟁 통신사로 이탈하는 걸 막아줄 수도 있겠고요. 이미 이번 크리스마스에 원더우먼 1984를 극장 개봉과 동시에 HBO 맥스에도 공개한 것이 이번 결정의 복선이었을 거예요.

이번 결정에 대해 환호하는 쪽에서는 언젠가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크게 반기고 있어요. 구독자를 묶어두려면 오리지널 시리즈나 그레이 아나토미 같은 유명한 작품뿐 아니라 인기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가,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 거죠. 사실 OTT쪽에서 이미 계속해서 있어왔던 변화이기 때문에 낯설진 않습니다. 넷플릭스에서는 이미 매주마다 새로운 영화를 공개하고 있고, 디즈니플러스에서는 올해 뮬란과 소울에 이어서 앞으로 개봉되는 100개의 영화와 드라마 중 80%는 디즈니플러스에서 동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으니까요. 카일라는 2021년까지만 유효한 결정이라고 하긴 했지만 앞으로의 변화를 가속시킬 것이 분명합니다.

영화계의 반응은 싸늘했는데요, 이번 결정이 내년 개봉할 영화의 감독이나 제작사와 상의되지 않았다는 이유가 컸어요.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많은 영화 제작자들이 "현시대 최고의 영화 스튜디오와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잠들었다가 다음날 일어나보니 최악의 스트리밍 서비스와 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아마 하나하나 찾아가서 협상하는 것보다는 선발표 후협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란 판단에 이루어진 결정으로 보여요.

카일라는 극장에 배급할 때와 비슷하게 HBO 맥스에 공개된 작품에 대한 수익 중 일부를 제작사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뚜렷하게 결정된 게 없다보니 할리우드에서 더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요. 극장에서의 티켓 판매로 1/3 이상의 매출을 낼 수 있었고, 입소문과 분위기가 주는 마케팅 효과가 있는데 이부분을 무시할 수 없을테니까요. 이제 막 발표된 만큼 실제 배분 방식은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지난 100년간 할리우드와 좋은 관계를 맺어왔던 것을 고려할 때 워너측에서 커다란 리스크를 안고 내린 결정이라는 분석입니다.

🙄 그렇다면.. 극장은 어떻게 되는 거쥬?

미국 영화들은 극장에 개봉하면 적어도 70일간 VOD 판매와 같은 다른 채널로 유통할 수 없도록 하는 독점 공개 기간이 정해져 있었어요. 이 기간은 한창 비디오테이프가 인기있던 1980년대에 생겼는데, 비디오 렌탈로 인해 극장 산업의 매출이 감소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차원에서 생겼다고 해요. 당연히 극장에서는 이 기간을 수호하고 싶어했고, 제작사들은 줄이고 싶어 안달이었습니다. 올 8월 유니버설(Universal)에서 이 기간을 17일로 줄이고, VOD 판매로 생기는 수익을 극장과 배분하기로 하면서 극적으로 합의했는데요, 그러니 이 관행을 깨버린 워너미디어의 결정이 얼마나 파격적인지 알 수 있죠.

독점 공개 기간에 의지했기 때문인지 미국 극장 매출은 지난 10년간 지지부진했습니다. 지난 5년간 매출이 감소하지 않은 이유는 디즈니와 같은 제작사가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난 5년간 티켓 값은 올랐지만 관객 수는 6% 감소했다고 해요.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은 오래 해왔으면서도 극장 경험에는 뚜렷한 개선이 없었다는 것이죠.

워너미디어의 결정은 이미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대로 줄어든 극장계에는 날벼락으로 작용했습니다. 발표된 이후로부터 AMC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극장 체인의 주가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어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사람들이 극장에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곤 예측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수가 스트리밍과 극장이 공존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다수이지만 그러려면 극장에서의 경험이 특별해질 수 있도록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카일라 역시 앞으로 몇 십년 간 극장 산업이 지속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지금과는 차별화되고 개선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마블은 극장에서, 로맨틱코미디는 집에서 볼래

앞으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보게 될까요?

제작사 측에서는 이제 극장 개봉 외에 다양한 옵션이 생긴 만큼 어떻게 배포해야 할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생길 거예요. 예산 규모에 따라 고예산 영화는 극장 개봉을 우선시하고 중저예산 영화는 OTT에서 바로 공개하거나 극장에서 짧게 개봉할 수도 있을 것이고요. 아직 스트리밍에서 공개된 전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여러 실험적 시도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봉 전략은 대부분 제작 전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전에는 넷플릭스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이콧하기도 해서 큰 극장 체인에선 보기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오히려 개봉 전략이 다양해지면서 더 많은 제작사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관객의 입장에서는 영화관에 가서 볼 영화와 집에서 볼 영화가 장르별로 달라질 것으로 예상돼요. 극장에서 대형스크린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반응하며 보는 경험은 집에서 보는 경험과 전혀 다르니까요. 마블이나 DC와 같은 액션 영화는 극장에 가서 보고, 로맨틱 코미디 같은 장르의 영화는 집에서 편안하게 보게 되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미국에서의 변화만 지켜봤지만, 내년에는 국내 OTT 상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요. 디즈니플러스도 들어오고, 새로 생긴 쿠팡플레이에,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까지요. 내년엔 어떤 치열한 접전이 있을지 기대됩니다.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극장에 간 적이 손에 꼽는데요, 다양한 영화를 집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사실 상황이 나아지면 바로 극장에 가서 자유롭게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 
다들 같은 마음이시겠죠? 

😎 "이건 꼭 봐요" 어거스트 에디터가 꼽은 단 하나의 2020년 뉴스 & 코멘트


2020년 디자인 분야의 큰 사건으로는 아무래도 애플의 소프트 디자인과 뉴모피즘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 아닐까 싶어요. 애플의 WWDC 2020에서의 업데이트 소식을 모두 알고 계시나요? 

이제 더이상 애플은 단순히 전자 기기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새로운 디자인 언어의 흐름과 이유를 생각해보는 건 더 많은 분야에서의 소통을 가능하게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의 변화를 더 많이 이해하고 받아들인 멋진 디자인들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넷플릭스가 수년 동안 해내지 못한 걸 단 1년 만에 해낸 디즈니 플러스. 모두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어낸 디즈니의 저력이 어마무시하다. 

이제 넷플릭스는 온리원이 아니고, 원 오브 뎀일 수밖에 없고, 극장 프랜차이즈는 부디 디즈니가 극장을 버리지 않길 기도해야만 한다. 2021년은 유수의 극장 프랜차이즈와 넷플릭스 모두에게 위기의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 초까지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모바일 영상 플랫폼이었던 퀴비가 몇 개월 만에 사업을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킬러 콘텐츠의 부재만으로 일어난 참사는 아니겠지만 어떤 이유 때문에 새로운 시장이 생기면 기존 플레이어들의 성공 공식이 먹히지 않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자신의 영광에 취해 자기 과신에 찬 특정 시기, 환경, 타이밍, 운 등 여러 가지 특수한 상황 속에서 도출해낸 성공 공식을 버리지 못하고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했을 때 1조 원이라는 투자금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매번 성공하는 공식은 없으며 여러 성공 속에서 그런 공식을 찾는 것이 아닌 어려움을 헤쳐나간 경험과 마음가짐 그리고 당시 함께 했던 동료들이 중요하고 그것을 통해 매번 증명해야 한다는 것까지!


올해의 사건으론 미국 대선을 빼놓을 수 없죠. 트럼프가 쏟아내고 SNS에서 걸러지지 않는 가짜뉴스가 관건이었는데요, SNS 플랫폼에서도 정책적인 결정이 필요하겠지만 개인 단위로도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 같네요.


많은 사람들에게 힘들었던 2020년을 지탱하게 해준건 '덕질'이 아니었을까요? 저도 방탄소년단의 신곡을 기다리고, 리액션 영상을 찾아보고, 유튜브로 생중계 되는 방송도 기다리면서 어찌나 즐겁던지요! 트위터에서 덕질 포인트에 대해 수다 떨기도 했었죠. 

기사가 다뤘듯 2020년은 전세계적으로 음악 팬덤이 스포츠, 종교, 정치 그 이상의 총력전으로 변모한 변곡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도 최애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사시면 팍팍한 현실에 큰 위로가 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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