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라잎스페이퍼는 경기문화재단의 ‘난생처음꿈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18개 문화예술교육 단체의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18개 단체의 먹고 사는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아내고자 합니다. 7월 9일부터 9월 17일까지 매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왼쪽부터 티거, 현우, 희민, 애니>
매직서커스: 서커스부부와 티거, 애니, 조이.
  • 인터뷰이: 현우, 희민, 티거, 애니, 조이
  • 인터뷰어: 충현, 소똥
  • 인터뷰 편집: 충현
처음 매직서커스가 집에서 25명의 동물들과 살아가며 애니멀서커스를 진행하고 있단 걸 알았을 때, 두 가지의 모순된 감정이 마음속에 자라났다. 하나는 새로운 동물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대감과 호기심이었고, 다른 하나는 동물이 서커스 공연을 한다는 데에서 오는 걱정과 불편함이었다.
 
직접 만난 보더콜리 티거, 푸들 애니, 청금강앵무 조이를 비롯한 수많은 동물 친구들은 역시나 사랑스러웠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희민과 현우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동물들의 훈련을 맡은 현우는 서커스를 통해 동물들과 같이 공연하고 함께 호흡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호흡을 위해 24시간 그들과 일상을 보내며 유대감을 쌓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여전히 걱정은 된다. 그 걱정은 희민과 현우가 가진 동물들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거나 거짓이라서가 아니라, 그간 동물들이 인간들의 쇼를 위해 얼마나 희생되어 왔는지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편협한 시선으로 무언가를 판단하고 있는 건지괜히 예민한 문제를 건드려서 서로 불편해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이 글을 보는 당신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 등등 너무나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이렇게 완성시켜 내보내는 이유는 오히려 가능성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을 정리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강아지 애니와 티거, 앵무새 조이의 시선이었다.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들은 언제나 희민과 현우를 바라보고 있다.  그 시선은 무엇보다도 깊고, 나는 그 깊은 시선의 의미를 알고 있다.

인간만을 위한 쇼가 아닌 모든 동물들을 위한 예술을 간절히 소망해본다. 매직서커스의 공연들이 이 예술을 완성하기 위한 한 발짝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충현-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희민
저희는 남녀 2인으로 된 서커스 듀오 단체구요. 원래는 대표님 혼자 하던 1인 단체였는데, 2018년부터 2인 단체가 됐습니다. 저희는 마술, 저글링, 서커스, 그리고 동물들과 함께하는 스토리가 있는 상상 서커스를 만드는 집단입니다. , 그리고 저희는 부부예요.
 
(새소리가 집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충현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새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너무 궁금했어요. 새들도 보고 싶고.
 
희민
저희가 보여드리고 싶어서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어디 가기도 좀 그렇구요.

<앵무들이 일렬로 서 있다>
현우
저는 중학교 때부터 마술을 취미로 해서, 스무 살에 마술회사에 들어갔어요. 처음에는 마술만 하는 마술사였죠. 그러다가 어떤 축제에서 광대 공연하는 선생님을 만나서 광대와 마술사라는 작품을 만들면서 저글링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마술은 뒤에서 볼 수 없고, 제한적인 게 많거든요. 저글링을 시작하면서 서커스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거리에서 저글링 공연도 하게 됐죠.
 
소똥
충현이 저글링을 꽤 잘해요.
 
희민
, 정말요?
 
충현
3개까지만. 4개도 해보고 싶은데 3개랑 4개랑 하는 방법이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현우
맞아요. 이따가 알려드릴게요. 배우고 가세요. (웃음)

<충현은 인터뷰가 끝나고 정말로 저글링을 배웠다>
희민
저는 원래 스무 살 때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학원이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호텔경영학과에 들어갔어요. 그런데도 연기가 포기가 안 되더라고요. 극단을 들어갔고, 그 극단에 아크로바틱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계셔서 서커스를 처음 시작했어요. 그때는 뮤지컬, 연기를 주로 하다가 몇 년 뒤에 그 선생님이 혹시 다시 서커스 해보지 않을래?” 하셔서 그분이 있는 회사의 단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서커스가 주가 되었죠. 서커스를 하니까 몸이 많이 다치더라고요. 어깨도 다치고 허리도 꺾고 내 몸에 대해 잘 알고 싶어져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가 자격증을 땄어요. 지금은 필라테스 강사도 같이하고 있습니다.
💭 두 분 모두 서커스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방금 간단하게 설명해주시기는 했지만 서커스를 시작하게 된 좀 더 구체적인 계기와 두 분이 함께 활동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또 서커스 아티스트로서의 최종 목표가 있으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현우
마술은 처음에 친구 때문에 시작하게 됐는데요. 그때는 유튜브나 이런 게 없었잖아요. 친구가 마술 해법을 배우는 인터넷 사이트를 발견해서 알려줬고, 배워서 친구들한테 보여줬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매력에 빠진 거죠. 그렇게 조금씩 어려운 것들을 시도하다가 친구는 결국 손가락이 짧아 포기했고, 저는 잘 되니까 쭉쭉 했죠. 학생 때는 거리나 카페 같은 곳 가서 주기적으로 공연을 하면서 지냈어요. 딱히 다른 걸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소똥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건가요?
 
현우
18년도에 위대한 쇼맨이라는 뮤지컬을 하게 됐어요. 저는 저글러, 희민은 에어리얼 서커스로 합류해서 처음 만나게 된 거죠. 같은 서커스 팀이다 보니까 3개월 동안 계속 함께하고, 이 친구가 스트레칭을 항상 가르쳐줬어요. 그러다 보니 친해졌고 한두 번 집에 데려다주고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만나게 되더라고요. (웃음)
 
희민
저희는 아무도 모르게 만나고 있었거든요. 근데 다들 알고 있었대요. 티가 많이 났나 봐요. (웃음) 그렇게 서커스 부부가 됐죠. 다음 질문이 뭐였죠?

<희민과 현우. 얼레리꼴레리>
소똥
서커스 아티스트로서의 최종 목표입니다. 혹 염두하고 계신 게 있으신가요?
 
현우
이게 뭔가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애매한 게 우리나라 서커스 시장이 아직 엄청 수준이 낮잖아요. 기술적으로는 도전을 할 수 없는 수준이에요. 기술보다는 재미로 풀어내서 공연을 하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현실적으로 목표를 잡아야 하니까 아주 높은 곳을 바라보기보다는 조금 위에 목표를 잡고 이루면 또 조금 높은 곳에 목표를 잡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은 애니멀 서커스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건데 공연이 코로나 상황상 많이 끊기다 보니 동기부여가 안 돼서 많이 힘들죠.
 
희민
동물들과 유대관계와 애착 관계를 많이 쌓는 중이에요. 24시간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우선입니다.
💭 매직서커스팀은 동물을 아주 사랑하고, 실제로 많은 동물들과 함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함께 살고 있는 동물들을 소개해주세요. 인간과 강아지, 앵무새가 공존하는 방식과 생활이 궁금합니다.  
현우
우선 대형 앵무새가 있어요. 조이라고 하는데, 청금강앵무에요. 파란색이라서 청금강이구요. 강아지는 푸들 애니와 보더콜리 티거가 있고, 방 안에는 마술하는 비둘기가 6마리가 있고요. 모란 앵무가 4마리가 있고...
 
희민
모란이 6마리야.
 
현우
, 6마리구나. 최근에 아기 두 마리가 태어나가지고.
 
희민
걔까지 하면 8마리지. (웃음)
 
현우
, 8마리.
 
희민
모란앵무가 8마리, 사랑앵무는 지금 6마리가 있어요. 코뉴어 2마리가 있고요.
 
현우
에이 사랑앵무는 6마리가 아니죠.
 
희민
. 맞잖아. , 7마리네요. (웃음)
 
충현
그럼 지금 방 안에 새가 20마리가 넘게 살고 있는 거네요.
 
희민
맞아요. 새방입니다. 대표님이 앵무새 훈련을 담당하고 계시고, 저는 식사나 청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앵무새는 배변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난 아니거든요. 치우는 게 일이에요.
 
현우
그래도 큰 앵무새 정도 되면 좀 가리긴 해요. 사람한테 잘 안 싸고 횟대로 날아가서 싼다든지 그런 지능이 좀 있어요.

<티거, 애니와 앵무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소똥
sns를 보니까 앵무새가 피아노도 치고 춤도 추고 그러더라고요. 함께 사는 것은 어떠세요? 새가 거의 스물, 강아지가 둘에 인간도 같이 있어야 하니까, 집에서 거의 25명가량의 식구들이 함께 살고 있는 거잖아요.
 
현우
그렇긴 한데 새들이 다 돌아다니고 그러진 않으니까요. 중간중간 놀거나 샤워를 하거나 이 정도 시간이 있긴 한데 저희 방으로는 강아지들만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있어요. 나름 분리가 되어있죠.
 
충현
저희는 처음 와서 그런지 새 소리가 의식이 많이 되는데, 오래 살면 신경을 안 쓰시게 될 것 같아요.
 
현우
. 손님들이 왔을 때만 소리가 들린다고 인식이 되고, 집이 굉장히 조용한 것처럼 느껴져요.
 
희민
소리에 익숙해진 거죠. 새들이 깜깜하면 무조건 자고 해가 뜨면 무조건 깨요. 그래서 밤에는 되게 조용해요. 제가 굳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잘 자요.
 
소똥
강아지와 새들과의 마찰이나 이런 건 없나요?
 
현우
처음에 큰 강아지인 보더콜리를 데려올 때 제일 고민이 많았던 게 새랑 같이 못 키운다고 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습성이 있으니까 새를 잡아서 죽인다거나 물어온다거나 그럴 수 있다는 거죠. 처음 보러 갔을 때 저희가 지켜보는 환경에서 앵무새를 날려봤는데 얘가 관심을 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데리고 왔어요. 지금은 밖에서 날리면 얘가 따라가긴 하는데 그냥 같이 뛰어놀고 싶어서 그런 거라 같이 키울 수 있는 것 같아요.
 
희민
어릴 때부터 같이 키우면 괜찮은데 이 보더콜리 친구는 다 커서 데리고 왔던 거였거든요. 두 번 파양된 친구였는데 너무 착하고 순해서 처음 만난 날 바로 데려왔어요. 아픔이 있는 친구예요.
💭 현재는 앵무새 조이하고만 함께 공연을 하지만, 강아지와 작은 동물들이 함께하는 애니멀 서커스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애니멀 서커스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동물과 함께 무대를 서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현우
이 친구들과 어떻게 함께할지는 지금도 고민하고 있지만, 흔한 애니멀 서커스처럼 단순히 강아지들이 묘기 보여주고 들어가고 이런 공연이 아니라 이 친구가 등장해서 같이 공연하고 호흡하는 느낌으로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아직은 훈련을 하면서 구상하는 단계입니다.
 
소똥
동물과 함께 무대를 서고 싶은 이유가 뭔가요?
 
현우
처음부터 동물을 좋아한 건 아닌데, 마술을 하니까 자연스럽게 비둘기와 앵무새를 만나게 되고 친해지고 익숙해진 거죠. 그리고 큰 앵무새를 데리고 나가보면 아시겠지만, 아무것도 안 해도 사람들이 막 모입니다. 그냥 공원에만 나가도 공연하는 것처럼 모이구요. 그렇게 같이 다니다 보니까 동물에 대한 거리낌이 없어진 것 같아요. 다른 동물들도 다 좋아지고 훈련을 하다 보니 행동도 눈여겨보게 되고, 생각보다 얘네들이 알려주면 금방 알아듣거든요. 거기서도 재미를 느꼈고요.
 
소똥
훈련은 독학하시면서 진행하시는 건가요?
 
현우
따로 배우는 건 아니고요. 처음에는 먹이를 가지고 훈련하잖아요. 훈련을 잘하면 먹이로 보상을 주는 거예요. 모르겠어요. 딱 보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게 보이는데, 다른 분들은 잘 모르겠어요. 어려워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희민
천재다? 타고났다? (웃음)
 
현우
아니. 아니. 아무튼 그냥 되는데, 아마 어렸을 때부터 동물들을 만나 와서 그런 것 같아요. 훈련은 재밌습니다. 화날 때도 있지만.
 
소똥
훈련할 때도 애들만의 편차가 다를 것 같아요.
 
현우
맞아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애들이 많고 하나하나 다 훈련을 해야 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어서 힘들더라고요. 아침 두 시간, 저녁 두 시간하고 있습니다.
 
소똥
훈련도 해야 하고 개인적인 서커스 연습도 해야 하다 보니까 시간 관리가 중요하시겠어요.
 
현우
그래도 저글링은 바짝 연습을 해놔서 할 만합니다. 수준 차이 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나오진 않을 것 같아요.
 
희민
내가 제일 잘한다? 저글링도 내가 제일 수준이 높다? (웃음)
 
현우
그게 아니라 어떤 수준 이상으로 가려면 진짜 엄청나게 연습을 해야 해가지고.
 
충현
수준이 다른 정도의 저글링은 어떤 건가요?
 
현우
공은 7, 클럽은 5개를 돌리는 게 현재로서는 최고 수준이에요. 공을 한다고 클럽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정 수준을 넘으려면 정말 엄청난 재능과 시간이 필요해서요. 여기에 투자할까도 고민을 해봤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이것만 해야 하거든요. 기술을 높이는 것은 여기서 멈추는 거로 스스로 합의를 봤고 스토리와 내용 있는 서커스를 하려고 하고 있어요.

<저글링을 하는 현우. 사진 각도가 아주 멋지다>
💭 스토리가 있는 서커스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매직서커스가 서커스를 통해 전하고 싶은 스토리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현우
우선 함께 사는 동물들이 할 수 있는 것과 제가 익숙해진 것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만들 건데, 이후에 여건이 된다면 여러 시놉에 맞춰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교육적으로 강의라든지 메시지가 들어 있는 것들 있잖아요. 재미있고 전달력이 있게끔 강의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거든요.
 
소똥
서커스를 통해서 강의를 하는 강사처럼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 거네요.
 
현우
그렇죠. 사실 공연 자체가 메시지가 담겨있는 거니까 그런 부분에서 비슷하긴 한데, 강의는 듣는 사람들에게 이해를 시켜줘야 하는 의무가 있고 공연은 관객에게 모든 메시지를 다 이해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좀 다른 것 같아요. 정보 전달이 더 잘될 수 있는 강의에 가까운 공연을 하고 싶어요. 지금도 흡연예방교육이나 이런 건 공연의 형태로 진행하고 있잖아요.
 
소똥
강의가 메인인 거죠. 그런 컨텐츠가 국내에 별로 없나요?
 
현우
연극을 바꿔서 한다거나 이런 것들은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 퍼포먼스를 강의 안에 녹이는 경우는 국내에서는 한 번도 못 봤거든요. 본 적 있으신가요?
 
소똥
저도 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나요?
 
현우
혹시 사다리를 일자로 아무 곳에도 지탱하지 않고 올라가는 영상을 보신 적이 있나요? 중심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거예요. 만약 강의를 통해 어려워도 노력하면 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줘야 할 때, 말로만 하는 것보다 그걸 보여주고 설명하면 훨씬 와 닿는 게 다르잖아요. 그런 느낌이에요.
💭 꿈지를 통해 서커스와 필라테스를 합친 국내최초 서커테스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이신다고 들었어요. 꿈지를 통해 진행하는 사업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희민
서커테스는 서커스랑 필라테스를 합친 건데요. 제가 둘 다 하다 보니까 접목시켜서 하면 너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서커스 동작을 필라테스 기구에서 몇 번 해보니까 충분히 가능하고 활용할 수 있더라고요. 접목시켜서 프로그램으로 만들었고,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가 있어요. 일반적인 사람들은 서커스를 접할 기회가 없잖아요. 한 번이라도 서커스를 체험해볼 수 있게 도와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공연 중에 가끔씩 관객을 불러와서 체험을 시켜주는데 항상 반응이 좋았어요. 아예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진행해보자 해서 만든 거죠. 근데 코로나 4단계가 터지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을 아예 빌릴 수가 없게 돼서 수업을 한 번도 진행을 못 했어요.
 
(앵무새 조이가 계속해서 크게 소리 지른다.)
 
희민
조이가 저희가 떠드니까 소리 지르는 거예요.
 
소똥
인터뷰에 같이 참여하고 싶은 것 같은데요. (웃음)
 
현우
질투가 많아서요. 안 보이고 다른 데서 소리 나고 이러면 소리 지르고 그래요. 저한테 와 있으려고 하고.
 
희민
조이는 아빠만 엄청 좋아해요. 아빠 바라기에요.

<결국 조이를 데려왔다>
희민
저는 몸을 쓰고 이런 것만 하다 보니까 이론적으로 배우는 게 별로 없었거든요. 책도 잘 안 읽고 신문도 안 보고 신체적인 훈련만 하는데, 지난번에 인문학 콘서트에서 마술을 접목시킨 강의 의뢰가 들어왔던 적이 있어요. 저는 인문학은 잘 모르니까 공부하고 했었는데 새롭더라고요. 몸 쓰는 건 너무 익숙해서 배웠다는 느낌이 잘 안 드는데 완전히 다른 장르를 접하니까 배웠다는 기분을 느꼈던 것 같아요.
 
현우
하고 싶은 게 늘어날수록 새롭게 할 일이 많아져요. 앵무새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으면 앵무새를 위한 피아노를 제작해야 한다던가. 그 안에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세팅하려면 C언어를 배워야 한다던가.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공연으로 올리려면 어느 정도 퀄리티가 보장이 되어야 하거든요. 하고 싶은 건 많고, 몸은 하나고, 어떤 걸 배워서 나아갈지 고민이 많습니다.
💭 코로나 시대에서 서커스는 안녕하신가요? 서커스 부부로 함께 살아가는 것은 어떤가요?
현우
결혼한 지 사실 별로 안 되가지고. 1년 됐습니다.
 
희민
안녕하지는 못한 것 같고요. 공연이 없으니까. 4단계 전까지만 해도 공연을 쪼금씩 하고 있었어요. 근데 4단계 때 행사금지 명령이 있었잖아요. 전국적으로 잡혀있던 행사와 축제들이 다 취소가 되가지고 안녕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하하.
 
현우
요즘은 행사 전화를 받는 일이 되게 없잖아요. 오늘 아침에 전화가 와서 깼는데 행사 전화더라고요. 기분 좋게 깼어요.
 
희민
오늘 안녕한 날이네요. (웃음)
 
현우
안녕한 날인데, 이미 일정이 있는 날이라 못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해요. 그래도 안녕하게 눈을 떴죠. 서커스만이 아니더라도 다 똑같이 힘들 것 같아요. 공연자들이 그냥 안녕하지 못할 거잖아요. 배달을 굉장히 많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소똥
두 분이 요새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으실 것 같아요. 어떠세요?
 
현우
희민이 엄청 깔끔한 성격이라 편해요. 동물들이 있으면 바닥에 털이 많잖아요. 그런데 희민이 항상 돌돌이를 들고 다니면서 치워요. 덕분에 굉장히 상쾌한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밥도 해주고.

<집 안을 날아다니는 털을 용납할 수 없는 희민>
희민
반대로 오빠가 깔끔하지 않아서 좋아요. 서로 너무 깔끔하면 피곤하다고 하더라고요.
 
현우
성격이 다른 게 저는 작업할 때 작업할 걸 다 펼쳐놓고 방이 난장판이 되어도 그 작업이 끝날 때까지 안 치워요. 저는 아무렇지 않은데, 희민한테는 너무 산만한가 봐요. 그래서 제 작업이 끝나면 이 친구가 정리를 해놔요. 근데 제 입장에서는 그다음 날 작업을 하려면 그걸 또 꺼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 차이가 있죠.
 
희민
오빠는 진짜 걸어가는 발자국 빼고는 다 어질러져 있는 거예요. (웃음)
 
현우
그거 다 내 갈 길 남겨놓은 거야.
 
소똥
그 안에 규칙이 있잖아요.
 
희민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안 치우고 대신 거실은 침범하지 말라 하죠.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희민
여기 있는 동물들이 저희보다 잘 먹을 거예요.
 
현우
동물들에게 주는 먹이가 저한테는 그냥 철저히 훈련의 도구에요. 훈련을 하다 보면 그렇게 되더라고요. 동물들과 잘 소통하도록 도와주는 연결고리의 느낌이죠.
 
희민
저는 공중곡예를 하다 보니 몸무게 유지를 하느라고 딱히 다이어트를 하는 건 아닌데, 언제부턴가 배부르게 잘 안 먹어요. 명치까지 차오르는 느낌을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서 냉장고엔 소화제가 있거든요. 항상 구비해둬요. 요즘은 좀 바뀐 것 같지만요.
 
현우
결혼하고 처음에는 희민이 뭘 먹으면 배불러서 못 자겠다고 했었어요. 저녁에 야식을 시켜 먹고 저는 졸려서 자면 혼자 몇 시간씩 다른 걸 하다가 자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계속 먹다 보니까 어느 날에는 자기는 이제 배고프면 잠이 안 온다고 하는 거예요. 저랑 계속 먹다보니까 변한 거죠. (웃음)
 
희민
옛날에 엄마가 그랬거든요. “야이씨, 허기지면 잠이 안 온다.” 근데 저는 항상 이해를 못 하고 엄마, 공복 상태에서 자야 잠이 잘 오는 거야.” 그랬거든요? 이제 제가 그러고 있어요.
 
현우
사람은 바뀌더라고요. 저는 요새 왜 결혼을 하면 살이 찌는지 느끼고 있어요.
 
희민
오빠가 찌고 있어요. 사랑하면 많이 찝니다. (웃음) 저도 살이 좀 쪘었다가 다시 빠졌어요.
 
현우
지금은 그래도 공연을 하면 관리를 해야 하니까 다시 살을 빼고 있는데, 나중에 나이 들어서 더 이상 몸이 가벼울 필요가 없어질 때가 기다려지긴 해요.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서 편하게 술 한 잔씩 하고 하는 삶도 기대가 돼요.
 
희민
맞아. 지금은 아무래도 항상 생각하고 관리해야 하니까.
 
현우
뚱뚱해지는 걸 상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는 배도 나오고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상상도 하고, 그렇습니다.
💭 밥을 먹으며, 술과 커피를 마시며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 주제가 무엇인가요?  
현우
처음에는 커피 마시러 카페에 가고, 술 먹으러 가고 자리자리들이 데이트를 하면 생기잖아요. 그럼 거기서 하는 이야기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같이 살다 보니까 기본 생활을 하는 중에 밥을 먹고 이런 개념이거든요. 그냥 생활하는데 식사가 들어가는 느낌으로 바뀐 것 같아요.
 
희민
예전에는 밖에서 먹을 때도 많으니까 공연 얘기를 많이 했다면 요즘에는 일상적인 얘기를 더 많이 하죠. “오늘 꿈이가 알을 낳았어.” “오늘 꿈이 알이 깨어났어.” “오늘 누구 다리가 다쳤어.” 이런 얘기를 많이 하죠.
 
충현
그게 일상적인 얘기인 것도 신기하고요. (웃음)
 
현우
요즘 한 쌍이 알을 안 낳아서 조금 걱정이에요. 원래 작년에 낳았어야 했는데 아직까지 알을 안 낳고 있어요. 암튼 요런 이야기를 합니다. 얘네는 언제쯤 알을 낳을까.

<매직서커스의 일상>
💭 가장 당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현우
어렸을 때는 반바지를 못 입었어요. 다리가 두꺼워서 한창 스키니 유행하고 할 때도 한 번도 안 입었어요. 바지가 맞지도 않았고, 사람들이 제 다리를 보고 뭐라고 할까 봐요. 그런데 몇 년 전에 반바지를 선물 받아서 입고 지냈더니 너무 시원하고 좋아서 그때부터는 반바지에 나시를 주로 입습니다.
 
소똥
오늘도 반바지에 나시를 입으셨네요.
 
희민
저도 운동하고 하니까 수업 갔다가 바로 온 옷으로 굳이 갈아입지 않고 있었죠. 운동복을 많이 입습니다.  

<나시를 입은 현우와 운동복 그대로의 희민. 애니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 매직서커스의 2021하반기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우
코로나가 풀렸으면 좋겠어요. 따로 생각한 건 크게 없고요. 저는 원래 저에 대해 크게 홍보를 하지 않고 버스킹을 자주 했었어요. 버스킹을 하면 명함을 받아 가고 그게 자연스러운 홍보가 됐었는데 꽤 오랜 시간 끊기게 된 거잖아요. 다시 홍보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할 텐데, 그거에 대한 걱정이 있긴 하죠. 코로나 이전 수준 정도로 복구하는 게 계획인 것 같아요.
 
희민
저는 동물들과 더 애착관계를 많이 형성하는 게 1번이죠. 그리고 저희 대표님과도 친목을 잘 도모해야죠. (웃음)
 💭 마지막으로 난생처음꿈지 사업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현우
교류가 되면 우선 도움 되는 게 많을 것 같아요. 공연이 필요하거나 할 때 친분이 있으면 섭외비나 이런 걱정보다 그냥 간단하게 조그만 가방 하나 가져가서 공연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렇게 모인 사람들끼리 그냥 알고만 지내도 굉장히 많이 도움 될 것 같은데 그런 자리가 없는 것이 아쉬워요.
 
희민
메신저나 카톡으로라도 방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들 꿈지가 처음이잖아요. 이 사업에 대해서 궁금한 것도 있고 헷갈린 것들이 많은데 따로 교류가 안 되니까 모르는 게 있으면 꿈지 사업팀에만 계속 전화를 해야 하는 거죠. 그것도 조금 죄송하더라고요. 친분도 조금 쌓이고 하면 어려운 부분도 같이 알고 정보도 공유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희민
어느 팀이 뭐 하는지도 하나도 모르고 저희가 알 수 있는 건 선정됐다는 선정표 있잖아요. 그걸 보고 추측하는 정도에요. 그래도 라잎스페이퍼 보면 좀 알 수 있겠죠?
 
현우
다른 팀들과 사업을 같이 해도 되게 재밌을 것 같아요. 각자 프로그램을 같은 날 연결해서 진행해도 좋을 것 같고요. 서로 좋잖아요. 예산도 아낄 수 있고요.
 
소똥
그렇게 콜라보되면 저희가 괜히 뿌듯할 것 같아요.
 
희민
꼭 쓸게요. 뒷북 덕분에 이렇게 함께 하게 되었다.

<너무 귀여운 애니>
매직서커스: 서커스 부부와 티거, 애니, 조이. 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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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기획: 청년협동조합 뒷북 @doitbuk_official
  • 인터뷰 참여: 매직서커스
  • 장소: 성남 매직서커스 하우스
  • 인터뷰 발행일: 2021.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