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 “지구”라고 번역되었지만, 원어는 earth이기 때문에 행성으로서의 지구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판단됩니다. 우주의 “대지”에 해당되는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ㅂ) 『AI 지도책』은 왜 '지구', 더 구체적으로는 '파헤쳐지고 황폐해지고 있는 대지'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을까요? (위 의견을 참고하여 '대지'라는 표현을 써 보았어요.)
ㅈ) AI의 기반이 알고리즘이기보다 그보다 훨씬 심층에 있는 우주적 물질세계=대지라는 점을 환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ㅂ) 네, 책의 곳곳에 AI를 '비물질적인 것'으로만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을 경계하는 문구가 많았습니다.
ㅈ) 예컨대 "리튬 채굴 없이 AI 없다"가 1장의 핵심 메시지라고 생각됩니다.
ㅂ) 기업 주도의 AI의 확산(과 심화)이 물질세계인 대지를 바꿔놓고 있다는 것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주요한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ㄱ) 크로퍼드는 우리가 지능을 너무 편협하게 고려하거나 인식한다고 했습니다. 크로퍼드가 생각하는 지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ㅈ) 지금까지 우리는 AI가 ‘대지=자연 의존적’이라는 점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AI는 인공적이지 않다는 케이트 크로퍼드의 주장은 이런 생각에 기초합니다.
AI는 지능적이지 않다는 것이 크로퍼드의 두 번째 주장인데 AI가 연산기계라는 점에 착목하고 연산은 지능의 한 기능이지만 지능과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ㅂ) 지능의 정의와 관련해서 서문의 내용(영리한 말 한스 이야기)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한스는 이미 다른 종과의 소통, 공연, 적잖은 인내심 같은 놀라운 위업을 선보였지만 이것들은 지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15) 라는 구절을 보면, 논리적 추론이나 계산뿐 아니라 소통, 공연, 인내심 등도 지능의 하나로 크로퍼드는 보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소셜 지능'이라는 말도 많이 나오던데, 생각나네요.
ㅈ) 연산은 기본적으로 자연의 양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그것을 산술적으로 처리하는 기능인데 케이트는 양화 이전의 자연 자체가 갖고 있는 사유능력을 지능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추정합니다.
ㄱ) 이런 대목도 있었습니다.
"마음이 컴퓨터와 같고 컴퓨터가 마음과 같다는 이 믿음은 '수십 년 동안 컴퓨터와 인지과학에 관한 사고에 영향을 미쳐' 이 분야에서 일종의 원죄가 되었다. 이것은 데카르트적 이분법을 인공지능에 대입한 격이다. AI는 물질세계와의 관계가 모조리 단절된 비실체적 지능이라는 지엽적 개념으로 쪼그라든다.“
ㅈ) 우리가 다중지성을 말할 때, 이성만이 아니라 감수성, 정동 등을 포함하는 것과 유사한 논리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컴퓨터가 마음과 같다는 믿음은 연산은 신체=대지와 무관한다는 믿음이고 이것을 깨뜨리려는 노력이 1, 2장에서 특별히 나타난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믿음은 연산을 신체로부터 분리시키는 데 멈추지 않고 신체=대지를 채굴, 수탈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책 전체의 핵심논지이기도 하지요. 요컨대 AI 시스템의 생산과정에서의 채굴주의, 정치경제적 과정에서의 착취주의, 전 지구적 정치과정에서의 식민주의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케이트의 관심사로 파악됩니다.
ㄱ) 이런 대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AI가 '인공'적이지도 않고 '지능'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인공지능은 체화되고 물질적인 지능이며 천연자원, 연료, 인간 노동, 하부 구조, 물류, 역사, 분류를 통해 만들어진다. ... 인공지능은 훨씬 폭넓은 정치적, 사회적 구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 AI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기득권에 유리하게 설계된다. 인공지능은 권력의 등기부인 셈이다."
ㅂ) 현재 우리가 '인공지능'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 실은 '인공'도 아니고 '지능'도 아니라면, 크로퍼드의 관점에서 우리는 이것을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ㅈ) 글쎄요…연산기계? 챗GPT의 경우는 확률연산기계?
ㅂ) 저는 "이윤 추출을 위한 대규모 연산 네트워킹 시스템"이라는 꽤 긴 이름이 만들어졌습니다. '연산 기계'라는 큰 범주 아래 다양한 연산 기법이 요리조리 활용되는 다양한 기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3 데이터’장을 생각해보면 하나의 기법으로 수렴되고 있는 듯합니다.
ㅈ) 기계의 연산도 지능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으므로 AI 기계가 지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동물, 식물, 기계가 인간과 마찬가지로 지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기계의 지능을 부정하면 결국 인간주의로 귀착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ㅈㄱ) 저는 어떤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될까 봐 우려하는 글로 읽었습니다. 한편의 기존 뼈대는 부러지지 않았는데 지능 시스템의 효과적 논쟁이 과연 실효적으로, 저자가 말하듯 정치적으로 이뤄질지도 의문입니다. 마치 어딘가 빠져나가 있어서 그러모아낼 거리들을 뭉텅이 짓기 쉽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고요.
[CIO] ‘RPA에 AI 더하기’··· IA 선도 기업 3곳의 조언↗
ㅂ) 오히려 기계의 지능을 '연산 능력'으로만 한정시키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서문에서 '한스'라는 말에게 사람들이 했던 것처럼요.
1장에서 '비용'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한 여러 거대 기업이 어마어마한 이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는 환경 정화 비용 등 여러 비용을 주변과 미래에 떠넘겨 버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ㅈ) 2012년에 출판한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에 시부야 노조무의 글 「사회적 비용의 전복」이 실려 있는데 이 글의 요지가 기업 이윤의 상당 부분이 노동 착취만이 아니라 비용을 사회나 자연에 전가하는 것에서 발생한다는 것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AI만이 아니라 다른 산업영역도 그러하다는 취지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ㄱ) “예로부터 광업에서 이윤이 날 수 있었던 것은 환경 피해, 광부들의 질병과 사망, 지역사회 해체 같은 진짜 비용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광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게오르기우스 아그리콜라는 1555년에 이렇게 말했다. '광업으로 인한 손실이 광업에서 생산되는 금속의 가치보다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
“광업에서 이익이 남는 것은 오로지 비용을 남들에게,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에게 떠넘기기 때문이다. 귀금속에 가격을 매기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야생지, 맑은 개울, 들이마실 수 있는 공기, 지역 주민의 건강이 가진 가치는 정확히 얼마큼일까?”
ㅂ) 발터 벤야민이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억압당하는 기술(과 기계)의 반란을 이야기했었는데요, AI 기술도 같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습니다.
"생산력의 자연스러운 이용이 소유 질서에 의해 지장을 받게 되면, 기술적 수단, 속도, 에너지자원의 증대는 생산력의 부자연스러운 이용 쪽으로 내몰린다. 이 부자연스러운 이용의 장은 전쟁에서 얻어진다. ... 제국주의 전쟁은 기술의 반란이다. 자연자원을 제공하라는 기술의 요구를 사회가 거부했기 때문에, 기술은 '인적 자원'에서 그 징수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은 이제 하천의 치수공사를 벌이기보다는 수많은 사람들을 전쟁 참호 속으로 향하게 하며, 비행기로 씨앗을 뿌리기보다는 도시들 위에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발터 벤야민 지음, 심철민 옮김, 도서출판b, p.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