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시크' 말고 '코어'에 빠진 이유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에디터 구운김입니다.


지난주, 갑자기 찾아온 추위로 저는 꽤 독한 감기에 걸렸어요. 그럼에도 이번 환절기를 제법 즐겁게 보내는 법을 찾아 그럭저럭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에게 계절의 변화는 미용실도 가고 이것저것 쇼핑도 하면서, 작은 변화를 계획할 좋은 핑계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번 레터에는 최근 제가 쇼핑을 위해 플랫폼과 플랫폼을 오가며 흥미롭게 본 것을 담아 보았습니다. 오늘은 요즘 패션 트렌드의 정수, 발레 코어부터 블록 코어까지, 수많은 ‘-코어’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 오늘의 에디터 : 구운김
구경은 열심히, 결국은 입고 싶은 대로 입는 콘텐츠 마케터입니다
오늘의 이야기
1. 요즘 패션 트렌드 특: OO코어 라고 함
2. OO코어 특: 다들 정확히 모르는데, 놈코어는 아님
3. 오래 보면 닮는다, 트렌드도 그렇다

요즘 패션 트렌드 특: OO코어 라고 함

오프라인 몰에서도, 온라인 쇼핑 플랫폼과 유튜브에도, 패션과 관련된 콘텐츠에서는 부쩍 ‘OO코어’라고 불리는 단어들이 늘었어요.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코티지 코어, 리젠시 코어 같은 표현이 엄청 보이더니, 요즘에는 발레 코어, 고프 코어, 블록 코어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더라고요. 무슨 트렌드가 이렇게 많나라는 생각을 하던 중, 얼마 전에는 브라질 코어라는 말까지 알게 되었고요. 언급한 ‘OO코어’들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아이돌 가수의 헤메코(헤어/메이크업/코디)로도 스치듯 접한 적이 있을 거예요. 거리에서 많이 보이는 살로몬 운동화나 메리제인 구두도 모두 언급된 트렌드에서 파생되었고요.

출처: (좌) Salomon, (우) miu miu

여러 코어의 파급력은 저마다 다르지만, 풍성한 트렌드 리뷰를 위해 언급한 표현들을 하나씩 뜯어보았습니다.


코티지 코어(Cottagecore)’는 자연과 가까운 교외나 전원생활을 낭만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이에요. 서구 사회의 근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나올 법한 드레스나 아일릿 디테일을 사용하는 의류들을 많이 사용해서 목가적인 느낌이 확 들어요. ⟪브리저튼⟫의 인기와 함께 리젠시 코어(Regency core)’라는 트렌드도 등장했는데요. 19세기 영국 리젠시 시대에서 보일 법한 복식을 차용하여 화려하고 낭만적으로 스타일링 하는 게 특징이라고 해요.


비슷하지만 또 다른 결인 발레 (Balletcore)’가 요즘 한창 핫합니다. 레그 워머, 플랫슈즈, 샤랄라한 튀튀 스커트까지 발레복의 요소를 응용해서, 길거리부터 블랙핑크의 무대까지 다양하게 보이더라고요.

출처: Instagram (@jennierubyjane)

한때 동묘 패션이라고 놀림당했던 고프 코어(Gorpcore)’도 국내외에서 주요한 트렌드로 완전히 자리 잡았어요. 고프 코어는 바람막이, 트레킹화 같은 아웃도어 의류의 요소를 스타일링에 활용하는데, 아크테릭스, 살로몬,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 같은 브랜드들이 꾸준히 인기 있는 걸 보면 요즘 트렌드라는 게 실감 납니다.


발레 코어와 함께 작년부터 눈에 띄게 늘어난블록 코어(Blokecore)’도 있습니다. 블록 코어는 축구 저지를 평소에도 입는 영국 축구팬들처럼(Bloke이 남자/녀석이란 뜻의 영국 속어), 스포츠 저지를 활용해서 스타일링 하는 것을 말해요. 그리고 이어지는 트렌드로 최근에는 브라질을 상징하는 노랑, 초록을 이용해서 스타일링하는브라질 코어(Brazilcore)’까지 등장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바비인형의 미적인 요소를 따라하는 바비 코어(Barbiecore)’까지… 리서치하면서 확인한 패션 트렌드의 세계는 더 드넓었지만, 국내에 조금이라도 알려진 건 이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출처: YouTube 'HYBE LABELS'

유행은 소수가 선도하고 다수가 따라가며 생겨나는 몇 가지 흐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요. 요즘 패션 코어의 세계는 동시다발적으로 무궁무진하게 떠오르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유행에 민감하고 싶으면 이 코어, 전부 따라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이건 패션 업계의 상술이거나 패션 애호가들의 뇌절 그 사이에 있는 걸까요?

OO코어 특: 다들 정확히 모르는데, 놈코어는 아님

접미사 ‘-코어(Core)’는 사전적으로 그 의미가 정립되지 않았고 여러 단어 뒤에 붙여가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하는데요. 여러 매거진과 뉴스에서 확인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합쳐 보면, 코어의 정의는 1) 유행에 민감한 Z세대의 트렌드 또는 2) 주로 소셜 미디어에서 파생된 니치한 패션 트렌드, 3) ‘스타일’의 다른 표현, 4) ‘시크’ 같은 단어의 대체 표현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기억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Z세대가 패션에 눈뜨기 전에도 접미사 -코어를 사용하는 트렌드가 있었습니다. 바로 2010년대 중반에 등장한 놈코어(Normcore)’ 입니다. 놈코어는 노멀(Normal) 하드코어(Hardcore) 합성어로, 군중 속에 섞여 들어갈 있을 만큼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한 패션을 말해요. 패피로서의 존재감 없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 핵심입니다. 그때 그 시절 놈코어는, 같은 접미사를 공유할지라도 새로운 세대의 표현이기도, ‘힙’과 비슷하기도 한 요즘 ‘코어 트렌드’와는 사뭇 다릅니다.

출처: VOGUE KOREA

첫 번째, 놈코어가 일차적으로 옷을 입는 방식과 분위기를 의미한다면, 최근의 코어 트렌드는 그 복식을 선택했던 누군가와 시공간을 보여줍니다. 코티지 코어(교외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여성), 리젠시 코어(⟪브리저튼⟫ 주인공), 발레 코어(발레리나), 블록 코어(축구팬) 모두 그 복식을 이미 택한 집단, 트렌드의 기원 내지는 출발점이 전면에 드러나 있죠. 번째, 이미 레퍼런스로 삼을 있는 집단이 단어 앞에 있기 때문에 OO코어를 접한 사람은 바로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릴 있습니다. 발레 코어가 패션 트렌드 용어라는 알면 시각적으로 발레리나를 떠올리게 되는 것처말이죠 번째, 놈코어가 트렌디한 패션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조류의 가치라면, 코어 트렌드는 구체적이고 니치하며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트렌드가 공존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코어 단순히 무엇을 입는가’의 문제 그 이상이라고 말합니다. 놈코어는 청바지나 티셔츠 같은 기본 아이템으로 이루어진 착장의 트렌드이지만, 최근 생겨나는 패션 코어에는 의류나 잡화 외에도 시각적인 미적 요소(visual aesthetics)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우후죽순 쏟아지는 다양한 요소와 코어의 중심에는 틱톡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언급한 모든 코어 트렌드가 틱톡과 궤를 함께 하지는 않습니다. 고프코어만 해도 틱톡이 이만큼의 파급력을 갖기 전에 널리 유명해진 말이라고 해요.)

오래 보면 닮는다, 트렌드도 그렇다

틱톡의 어떤 점이 그토록 요즘 패션 트렌드에 영향을 주었는지 역시  집어 설명하는 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틱톡을 사용하는 우리의 무의식은 알고 있어요. 직관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동시에 여러 가지 흐름을 허용하는 요즘 트렌드의 세계가 틱톡에서 패션/뷰티 콘텐츠가 발전해 온 양상과 제법 대칭적이라는 것을요.

    출처: unsplash
    - 콘텐츠의 내용

    틱톡에서 패션/뷰티 콘텐츠를 구경하다 보면, OO코어는 영상 하나하나의 테마를 이룬다는 것을 있어요. 발레 코어로 외출할 준비를 하는 같이 준비해요(Get Ready With Me) 영상, 블록 코어 테마의 착장을 소개하는 영상, 코티지 코어스러운 전경을 담은 영상까지 코어 테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영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재밌는 것은, 틱톡 () 트렌드예요. 작년에 유행했던 '해안가 할머니 코어(Coastal Grandma-core)'
    요즘 뷰티 쪽에서 제일 인기 있는 '클린 (Clean Girl)' 메이크업이 그렇습니다. 해안가 할머니 코어는 해안가에서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는 할머니처럼, 유럽 해안 도시에서 법한 로맨틱하고 깔끔한 패션을 말하는데요. 간단히 설명만 들어도 시각적인 상상력을 자극하고, 초에 불과한 영상을 보더라도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각인되어요. 클린 메이크업은 이름 그대로언제 봐도 깨끗해 보이는 누군가가 법한 메이크업 테마입니다. 광나는 피부에 촉촉한 입술, 뒤로 깔끔하게 넘긴 머리까지 더해지면, 평범한 메이크업 튜토리얼이 가지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영상이 되는 것이죠.

    레터의 초반부부터 열심히 언급해왔던 여러 코어 트렌드의 출발점이자 문화적 집단과 비슷하게, 틱톡에서는 가상의 페르소나가 생성되고 우후죽순 생겨나는 비슷한 종류의 비디오로 또다시 재생산되고 있어요.
    해안가 할머니 코어- 클릭하면 이동해요 (출처: tiktok)
    - 콘텐츠의 형식

    모두 알고 있듯이, 틱톡은 숏폼의 왕중왕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시선을 확 유도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비주얼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당연히 다른 영상과 구분될 수 있도록 컨셉을 중심으로 미적 요소를 사용하게 되죠.
    - 알고리즘

    타 플랫폼 대비 영상의 길이가 짧은 틱톡에서는 알고리즘을 타고 유사 소재와 내용의 영상을 빠르게 보여 줍니다. 예를 들어 발레 코어 영상 하나로도 아이템 추천, 아이템을 하나하나 입으면서 발레코어가 완성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같이 준비해요(Get Ready With Me) 발레편, 발레 코어 아이템 하울 등이 몇 분 사이에도 여러 번 반복됩니다.

    짧은 페이스로 비슷한 영상을 볼 수 있는 환경이기에, 니치한 취향도 공고한 영역을 마련할 수 있고 동시에 지나치게 반복되어서 싫증나버리는 '진부화'가 더 빠르게 올 수 있어요. 이 점이 틱톡이 취향의 범위를 더 넓히고, 동시에 다양한 취향을 유행시켰다는 생각을 들게 하더라고요.
    발레 코어 테마의 같이 준비해요(Get Ready With Me) - 클릭하면 이동해요 (출처: tiktok)
    트렌디하고 멋있다는 감각을 주는 대상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그걸 보여주는 단어는 꾸준히 바뀌었던 같아요. ‘시크하다’, ‘엣지 있다 표현했던 시절도 있었고, 요즘엔힙하다’, ‘하입같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고요비슷한 관점에서 접미사 ‘-코어 신기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같아요. 트렌드의 미적 요소를 더욱 강화한다는 측면부터, 플랫폼이 문화를 바꾸고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까지 바꿨다는 점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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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구운김>의 코멘트
    민음사에서 1N년 동안 일한 조아란 차장님은 회사 내에서 새로운 일도 시작하고 일과 관련된 애정 어린 무언가를 찾으면서 권태기를 극복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이번 글은 제가 어거스트에서 (당분간) 마지막으로 쓰는 정기 레터입니다. 일에 느끼던 권태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어거스트를 처음 시작했었는데, 때론 막막함에로 곤두박질치고 가끔은 무언가를 썼다는 보람에 기분 좋아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당분간 어거스트로 권태로움을 달래진 못하겠지만, 아쉬움 조금 남기고 새로운 재미를 찾아 나서려고 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에디터 구운김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텍스트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생기면 다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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