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채도
에세이·사진, 백솔

더위가 한풀 꺾이고, 기온과 함께 자연의 채도도 서서히 가라앉는다. 보슬비가 자주 내리는 핀란드의 가을은 숲 내음이 가장 짙은 시기이기도 하다. 자전거에 올라타 가을을 만끽하는 것으로 가득 채운 하루를 계획해 본다. 먼저 푸발릴라(Puu-Vallila)에 위치한 ‘헬싱키 커피 로터리(Helsingin Kahvipaahtimo)’에서 한 잔의 커피로 시작한다. 그리고 오래된 나무집이 많은 캬퓰라(Käpylä) 동네를 둘러본다. 이어 람마사아리(Lammasaari) 숲 입구에 자전거를 걸어두고 갈대숲을 걷는다. 주욱 걷다 보면 새를 관찰하는 작은 오두막이 나오는데, 그 안에서 잠시 쉬며 가을 하늘을 바라본다. ‘양들의 섬’이라는 뜻을 가진 람마사아리의 끝에서는 실제 자유롭게 대지의 풀을 뜯는 양들을 만날 수 있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를 느끼며 집에 들어와 따뜻한 차를 내려 몸을 녹인다.

갈매기라는 뜻을 가진 로키(Lokki)는 클래식한 세라믹 저그로 아침, 점심, 저녁 식사는 물론 테이블 밖에서도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세라믹 아티스트 사이야 할코(Saija Halko)는 로컬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으로 로키 다목적 저그 라인을 디자인했다.
50일 남짓한 전시 동안 팩토리 뉴스레터는 14회에 걸쳐 ≪Coming Home to Seoul≫의 참여작가, 디자이너, 로컬 아트, 로컬 오브제 소개를 상세히 전합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들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연소재에서 출발하는 만큼, 팩토리 뉴스레터는 로컬의 작업들을 한층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헬싱키에서 10여 년간 생활한, 그리고 본 전시에서 홍보와 번역으로 참여한 기획자 백솔의 에세이를 레터 시리즈로 기획해 보내드립니다. ‘Päivää(파이바)’ 레터를 통해 로컬 작업에 담긴 핀란드 곳곳의 자연을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 오랜 관습, 현대 핀란드인의 루틴, 계절, 색채, 시간성 등이 여러분에게 더욱 선명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 Päivää(파이바)는 영어의 ‘day’를 의미하며, 핀란드에서는 ‘좋은 날이야!’라는 뜻의 첫인사로도 쓰입니다. 

팩토리2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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