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원 기자 #균열일터 #봄밤콘서트

시사IN북 뉴스레터 #09
노동자의 날을 앞두고 너무도 비극적인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의 명복을 두 손 모아 빕니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김용균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노동계는 희망을 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월 '김용균법'이 시행되고 난 뒤로도 노동자들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은 끊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모든 뉴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동안에도 현대중공업에서만 노동자 세 명이 사망했죠.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하청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국가는, 정부는 가장 약한 고리에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사IN>은 매주 금요일 '주말에 뭐 읽지' 뉴스레터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소개해 드리는 책이 새로운 사회, 노동의 미래를 고민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일이 벌어지는 걸 노동자만 몰랐다  

 
 데이비드 와일 지음, 송연수 옮김 
황소자리 펴냄  

지진으로 열차가 연착되는 걸 기찻길 노동자만 몰랐다. 달려오는 열차에 치여 2명이 숨졌다. 2016년 경주 지진 때 KTX 김천구미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숨진 이들은 코레일 외주업체 소속이었다. 코레일 관리자는 열차 연착 사실을 외주업체 공구장(외주업체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다)과 작업반장들을 불러 모아 전했다지만, 그날 작업할 노동자들에게는 이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들은 현장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코레일 관리자가 동행하지 않은 한 팀의 작업반장이 관리자와 통화한 뒤 팀원들과 일을 시작했다. 이들에게는 철도 관제와 소통할 무전기가 없었고, 작업반장이 아닌 두 명이 숨졌다.

이 사건은 긴박하고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상황에서 분산된 고용구조가 어떻게 ‘조율 실패’를 초래하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조선소 사내하청 노동자의 빈번한 산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노동정책 구상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와일이 쓴 〈균열 일터, 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를 읽고 이것이 한국만의 일이 아님을 알았다. 저자는 한때 대규모 인원을 직접 고용하던 대기업이 고용을 털어버리면서 오늘날 일터가 바위틈처럼 갈라진 ‘균열 일터’로 변했으며, 그 결과 불평등이 확대되고 노동자들의 인권이 침해될 뿐 아니라 사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한다.
 
미국 사례도 풍부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미덕은 대기업이 단지 ‘탐욕스러워서’라고 단정하는 대신 언제부터, 왜, 어떤 사적 계산법에 따라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냉정하게 추적하고, 대기업 대규모 고용 시대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정책이 취약 노동자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한다는 점이다. 현실에 발 디딘 대안을 모색하고 균열 고용을 결정하는 ‘기업의 이해관계 자체’를 재편해야 한다는 접근은 우리 노동 현실에도 울림이 크다.  

전혜원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타켓티드
브리태니 카이저 지음, 고영태 옮김, 
한빛비즈 펴냄  

“웹페이지들이 ‘쿠키를 허용해야 합니다’라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궁금한 적 있는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영국 회사는 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불법으로 수집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는 데 이용했다. 데이터는 우리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하도록 우리의 초콜릿 취향을 교묘하게 조종할 수 있다. 대선 후보라고 왜 안 되겠는가.
이 사건은 현대 민주주의에 핵폭탄과 같은 질문을 제기했다. 데이터를 이용하여 누군가 당신의 생각을 조종할 수 있다면, 그래서 투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면, 그런 세상을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저자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사업개발 이사 출신으로, 이 핵폭탄 같은 사건의 내부고발자였다. 이 책은 데이터 시대를 상징하는 스캔들의 생생한 기록인 동시에,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를 질문하는 중요한 책이다.  
 

나는 좁은 길이 아니다  
조슈아 웡 지음, 함성준 옮김, 
프시케의숲 펴냄  

“민주운동은 결코 한 세대에 완성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과 8월, 홍콩에서 일어난 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을 취재했다. 시위에 나온 홍콩 시민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낀 건, “이번에도 실패하면 홍콩의 미래는 없다”라는 감각이었다. 무기력, 공포, 좌절감, 분노, 희망이 뒤섞인 감정이 거리마다 피어오르고 있었다. 거기엔 분명 실패로 끝난 우산혁명이 굵직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 책은 국민교육 반대 운동이 시작된 2013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조슈아 웡이 현장에서 직접 써내려간 일지다. 학생운동 단체인 학민사조를 설립해 홍콩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서게 된 과정부터 행정장관 직선제를 위한 70일간의 점거가 막을 내린 이후의 이야기가 담겼다. 오늘날 홍콩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 되짚어봐야 할 5년 전의 기록이다.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   
이현화 지음, 유유 펴냄   

“사방에 막대기를 휘둘러도 걸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저자는 25년 가까이 편집자로 일하며 참고서, 에세이, 문학, 인문서까지 온갖 분야의 책을 만들어왔다. 맹렬히 일하던 서른여덟, 모처럼 떠난 터키 여행에서 과연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회의가 시작되었다. 
2년 전 봄, 출판사를 차렸다. 처음엔 서점을 생각했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시작할 때의 좌충우돌을 담았다. 정성껏 책을 만들고 소박하게 살기 위해 월 200만원 버는 게 목표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 널리, 많이 책을 알리고 팔아야 할 책임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출판사 종사자가 아니라도 한 가지 일을 오래 한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물론 부제를 보면 자신감이 다소 떨어진다. ‘선수 편집자에서 초짜 대표로.’ 과연, 이 분야 선수가 되는 게 먼저겠다.  



뉴욕 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뉴욕 공공도서관 지음, 배리 블리트 그림, 이승민 옮김, 정은문고 펴냄 
 
“어느 날 창고에서 오래된 질문상자를 발견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뉴욕 공공도서관(NYPL)을 검색해보자. 책과 지식을 사랑하는 사서 집단이 마음먹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면 이 정도까지 ‘덕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런 도서관이 한 포털사이트의 ‘지식IN’ 서비스처럼 작정하고 Q&A를 제공한다면? 이 엉뚱한 기획이 흥미로운 지적 유희가 되어 결국 책으로 엮였다.
질문은 짓궂고 기상천외하다. “눈썹 모발의 성장주기가 어떻게 되나요?” “인육은 영양가가 얼마나 높은가요?” “나폴레옹의 뇌 무게는 얼마였나요?” 상식을 벗어나는 질문에 도서관은 유머를 잃지 않고 친절하고 진중하게 답변한다. 그리고 그 답변 속에는 언제나 더 큰 질문으로 나아갈 지식의 이정표가 담겨 있다. 진정한 사서란 이런 것이다.


이런 이벤트가 열리는 것 알고 계신가요?

팟캐스트에 출연했습니다.
예스24 웹진과 인터뷰했습니다.
<뉴닉>과 <월간 윤종신>에도 실렸습니다.

말 그대로 '힙두영'입니다.
오직 하나, 아쉬운 것. 수상한 시절을 살다 보니 독자를 만나지 못했네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물리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도 저자와 독자가 교감할 수 있는 야외 북토크를요😀
5월의 봄밤오래된 목련나무 아래 모여
원하는 사람과 함께 살며 행복하고 싶은 귀한 마음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시사IN북
book@sisa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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