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18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스톤앤워터의 이룩, 석호, 창완>
스톤앤워터 인터뷰: 창의적 서식지가 될 수 있을까요?
* 인터뷰이: 위창완, 장석호, 양이룩
* 인터뷰어 : 소똥, 혜진
* 인터뷰 편집: 소똥

💬 음성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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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스톤앤워터의 서식지는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석수시장 일대였다. 20년의 기간 동안 시장 안에 비어 있는 점포를 중심으로 예술의 격식을 파괴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주민들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스톤앤워터는 이제 석수시장에서의 마침표를 찍고, 석수시장과 한 발 떨어진 곳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스톤앤워터의 복합문화공간 ‘Habitat’는 근사하다. 분홍빛과 노랑빛이 교차하는 조명 속에 작품들과 악기, 만화책과 양조 기계가 공존하고 있다.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자, 작품을 창작하는 공간, 함께 술을 빚고 마시며 노래하는 공간, 소파에 누워 만화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기상천외 오케스트라의 무대가 되어주는 공간.
 
한번 멸종하면 다시 생길 수 없는 게 생존의 법칙이거든요. 한번 멸종된 생명체는 절대 다시 생길 수 없어요. 이제 앞으로 두고 봐야죠. 어떻게 서로가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 갈 수 있는지.’ _창완
 
서식지가 반드시 지리적인 영역일 필요는 없다고 한다. 바위나 이끼 덤불도 서식지가 될 수 있으며, 고정되어 있지 않고 생활사의 시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스톤앤워터는 창의적 서식지를 조성하기 위해 새로운 걸음을 내디뎠다. 창의적인 에너지를 잔뜩 뿜어내는 서식지가 되기를 응원한다. 멸종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인터뷰 중에 조용히 만화책을 읽고 있던 손님이 있었다> 
창완
스톤앤워터가 지금 올해로 20년째거든요. 다른 분이 10년 동안 하시다가 제가 10년 전에 스톤앤워터로 우연히 왔어요. 10년째 단체 운영을 하고 있고, 이것저것 예술하면서 사는 다양한 행위들을 하고 있죠. 저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에 16년 정도 있다가 20106월쯤 한국에 돌아왔어요. 한국에 돌아온 지 10년 조금 넘었고요. 대학 졸업 후부터 계속 개인 예술 활동과 대학 강의를 10년 정도 하다가 왔어요. 한국 돌아와서는 여러 예술지원사업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활동하면서 다른 작가분들도 만나며 활동 능력을 키워가고 있고,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창완입니다.
 
석호
저는 장석호라고 하고요. 시각 예술 분야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스톤앤워터에서 위창완 대표님이랑 같이 기획도 하고, 진행도 하고, 실무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요. 원래는 17년 전에 스톤앤워터 작가로 참여를 했다가 한 3년 반 전쯤에 다시 왔거든요.
 
창완
저보다 더 일찍 스톤앤워터에 있었어요.
 
석호
... (웃음) 예전 스톤앤워터 대표님이 하셨던 프로젝트에 작가로 참여했어요. 그것을 계기로 작가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어요. 상업 갤러리 소속 작가로 있기도 하고, 대안 공간에서 활동하기도 했어요. 어느 날 친한 작가 누나가 스톤앤워터에서 활동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때 마침 작가를 구하고 있다고 해서 스톤앤워터로 다시 돌아갔어요. 그 이후로 스톤앤워터에서 계속 일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막연하게 작가 해야지.’ 생각하며 살았었는데, 지금은 어찌어찌하다 보니 생활이 되었어요. 이거를 통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이룩
제 이름은 양이룩이고요. 저는 학부 때 작곡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합창 지휘를 전공했어요. 지휘와 작곡 활동하면서 먹고 사는, 음악 하는 프리랜서고요. 스톤앤워터에서 진행하는 꿈다락 사업에 음악 보조 강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스톤앤워터에 합류한 지 이제 2개월 된 완전 신입입니다. (웃음)
💭 창완님은 16년간의 해외 도피 경험이 있다고 소개해주셨습니다. 해외로 도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던 걸까요? 한국이라는 땅에서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는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창완
한국에서 미대를 졸업했어요. 대학 생활 때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살다가 졸업하고 나와보니까 할 일이 없어요. 할 일이 하나도 없고 그냥 사회로 내팽개쳐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택한 게 유학이었어요. 유학 가서 눌러앉았죠. 시각 예술로 대학원 졸업하고 눌러앉았어요. 그리고 한국에 가기 싫더라고요. 16년 동안 한국에 한 번도 안 갔어요. 대학원 졸업해서 학생들 가르치고, 개인적으로 예술 작업도 하고. 그러다가 16년 정도 지나니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더라고요. 물론 생활고도 있었고요. 생활고는 지금도 항상 따라다니고요.
 
소똥
캐나다에 있으면서 한국을 오고 싶다는 마음을 품지는 않으셨군요.
<창완의 작업실> 
창완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느꼈어요. 16년 지나니까 할 게 없더라고요. 외국인 신분이라는 제약도 있고요. 영주권자도 아녀서 4년마다 한 번씩 취업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데 그 과정도 싫증이 났고요.
 
혜진
석호 님과 이룩 님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내팽개쳐지는 기분을 느끼셨나요?
 
석호
.. 졸업하기 전부터. (웃음) 저는 집안 형편이 좋지는 않아서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일했어요. N잡은 기본이고, 제일 많이 할 때는 5가지 일을 한 번에 한 적도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겪어야 하는 일이라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잖아요. 좋은 형편에 운 좋게 잘되는 분들도 많죠. 그러다 보니까 20대 때는 분노가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이룩
저 같은 경우는 조금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유복하게 음악 생활을 한 건 아니었는데 음악적으로 꾸준히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제 앞가림 정도 하는 수준. 저보다 더 잘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할 수는 있었을 텐데요, 분노는 없어요. (웃음)
 
석호
저도 지금은 없습니다. (웃음
💭 꿈다락를 통해 교육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진행하는 교육을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창완
어ᄄᅠᆯ 때 배웠다고 느끼는지 이야기할게요. 제가 원래 애들을 안 좋아해요. 꿈다락 사업이 올해로 4번째거든요. 근데 올해부터 애들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배울 게 많아요. 가만 보면 좋은 선생은 좋은 학생이 만드는 것 같아.
 
석호
꿈다락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하자면 저희는 놀이에서부터 시작했어요. 대표님이랑 저랑 처음에 기획서를 쓰기 전에 예술이 뭐냐부터 시작했거든요. 서로 합의된 건 예술은 놀이다. ‘놀이와 예술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아니면은 놀이를 어떻게 예술이 되게 할 것인가?’ 이 지점들을 많이 고민했어요.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예술은 너무 진지하고 격이 있잖아요. 저희는 그거부터 없애고 싶었고요. 그리고 음악을 다뤄보면 좋겠다고 이야기고, 그 방향으로 기획서를 작성했어요. 대표님이랑 저랑 둘 다 시각 예술 전공이다 보니 음악을 잘 모르지만, 또 모르니까 쓸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솔직히 안 될 줄 알았는데. (웃음) 기상천외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볼 수 있는 물건을 악기로 만들고 있어요. 악기를 만들면서 미술도 가미가 되고요
<기상천외한 악기를 만들고 있는 아이들>
이룩
저희 프로그램 이름이 기상천외 오케스트라잖아요. 오케스트라라는 개념을 생각했을 때 거창하고 어렵게 생각해요. 장난감 악기를 활용해서 장난감 밴드를 만들자는 개념이거든요. 상상하며 악기를 만들고, 같이 연주하는 거죠.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이룩
배움을 느끼는 것은 제가 평소에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없다 보니, 꿈다락을 통해 처음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실수하지 않겠다는 마음 때문에 얼어 있었거든요. 점점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과 만나는 법을 알게 된 거죠.
 
소똥
아이들한테 어떻게 다가가세요?
 
이룩
그 했던 말을 반복해요. (웃음)
 
석호
"선생님 뭐뭐 했어요~"
 
이룩
"뭐뭐 했어요~?" (웃음)
 
석호
저는 남아 미술 학원에서 오래 일한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지금 오는 친구들은 다 여자아이들인 거예요. 처음에 많이 당황했어요. 남자애들은 그냥 엎어치기 해주고, 칼싸움해주면 좋아해요. 그런데 여자애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근데 주 강사 선생님이 여자아이들과 너무 잘 만나더라고요. 주 강사님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 생존하는 일상이 (행위)예술이라 설명해주셨는데요, 대부분 사람은 일상과 예술을 구분 지어 생각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생존하는 일상이 예술이라고 인식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창완
저는 제가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기도 하고요. 이걸로 먹고 살고 있어요. 작은 취미생활 전부 하나의 예술 활동이고, 사람들하고 만나서 노는 것도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만 하면 되는 건 아니고 생각하면서 다듬어나가면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삶의 가치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데,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이거 좀 멋지다 이런 느낌, 그게 좀 좋아요.
 
석호
스톤앤워터가 안양 석수시장에서 20년 동안 공공예술 활동을 해왔어요. 시장에 비어 있는 점포를 활용한 프로젝트, 격식을 파괴하는 것들을 많이 했었어요. 미술관에서 하는 작품들이 아니라 사람들과 같이 소통하는 작품이나 공연을 많이 했죠. 저희가 지금은 공간을 옮겼어요. 시장에 더 이상 비어 있는 점포가 없어서 이사하게 된 거고요. 석수시장에서 20년 동안 활동했던 일들이 굉장히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공연할 때 낯설어하지 않아요. 그냥 뜬금없는 작품들이 길거리에 있어도 그거에 대해서 놀라는 분들이 이제는 없어졌거든요. 시장에서는 20년 동안 했으니까 더는 할 게 없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숨은 창완과 석호 찾기>
 (스톤앤워터 사진 제공)
석호
이제 여기 공간에서 더 재미있는, 여기서만 할 수 있는 다른 작업을 찾아 나가는 게 바람이고요. 예술은 사람이 찾지 않으면은 먹고 사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항상 재미있는 거를 하고,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들을 통해서 가치가 창출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창완
10년 동안 제가 석수시장에 있으면서 이사를 10번 넘게 다녔거든요.
 
소똥
시장 안에서도요?
 
창완
마트 확장하니까 비워달라 그러면 비워줘야 하는 거죠. 저희는 보증금 없이 일반 상인들의 임대료 반값만 냈거든요. 혜택을 받긴 받았죠. 그 점포 외에도 몇 군데 거점 공간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다 빼고, 마지막 보루였던 두 공간도 감자탕집 확장으로 한 달 만에 짐 싸고 나왔죠.
 
소똥
여기 공간에 여기 이사 오신지 이제 두 달 정도 됐다고 이야기를 해주셨고,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단순히 뭔가 점포가 없어서 이사한 것도 물론 있겠지만, 이 공간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좀 느껴졌던 것 같아요.
 
석호
마침 딱 20주년이 됐고, 시장 안에서는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시기라는 걸 대표님이랑 서로 교감했어요. 주변에 공간을 많이 보러 다니긴 했었거든요. 여기 공간을 왔을 때 여기서는 뭔가 창의적인 걸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창완
처음에 나가라고 했을 때는 약간 큰일 났다 싶었어요. 짐도 많지, 어디로 가지, 임대료 걱정도 해야 하지... 여기 보증금은 가족의 도움을 받았어요. 시장에서 나와 보니까 더 잘 된 것 같아요. 더 넓은 가능성이 있고, 공간도 넓어졌고요.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마이클잭슨과 유니콘들>
💫 스톤앤워터는 창의적 서식지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해주셨는데요, 서식지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톤앤워터는 여러분들에게 (창의적)서식지가 되어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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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하게 다트에 집중하는 손님들>
혜진
공간은 주말에도 항상 열려있나요?
 
석호
네네. 여기는 거의 한 365일 열려있어요. 여기로 이사 오고 난 다음에 하루 이틀 빼고는 손님들이 찾아오셨어요. 어느 날은 손님이 오셔서 나가서 한잔하고 돌아왔는데 다른 손님들이 찾아오셔서 또 한잔하러 다시 갔다 오기도 하고... 처음 먹는 것처럼 또 술을 마셔야 하죠.
 
창완
하루에 세 팀이 오면 좀 지쳐요. 이제 끝나나 했는데 또 공간에 찾아오면 가라 그럴 수도 없고. 그래도 저는 일반인들이 오는 걸 좋아해요. 그거 뭐 좋아서 오는데 뭐 어떡해.
 
석호
좋기는 한데 하루에 한 팀만 오셨으면 (웃음)
 
소똥
그러면 두 분은 매일 여기 상주해 계시나요?
 
창완
출퇴근 개념 이런 건 없어요. 일이 있을 때 오죠. 근데 매일 일이 있어서 매일 와요.
 
소똥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공간을 찾아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창완
, 여기는 지하라서 일단은 아는 사람들 위주로 오는데 또 그 사람들이 사람을 데리고 오니까 소통이 단절된 것 같지는 않아요. 밖에 간판도 좀 걸고 해야죠.
💭 여러분들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가 있나요? 가장 집이라 느끼는 순간이나 사람, 공간이 있나요?
석호
많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 질문인 것 같아요. 집에 관해서는 의미를 부여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집이라고 하면은, 제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 저희 반려묘들이 있는 데가 집인 것 같아요. 반려묘들을 만나면 편해요. 사실 집보다는 이 작업실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데, 멍때리더라도 여기에는 고양이가 없으니까 마냥 편하진 않아요. 네 그렇습니다.
 
헤진
저도 집사여서 고양이가 있어야 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룩
저는 아직 가족들이랑 같이 살고 있어요. 집 안에서도 제 방이 집이라 느껴요. 제가 프리랜서여서 집에서 작업할 때가 많거든요. 손 뻗으면 피아노도 있고, 컴퓨터도 있고, 모든 게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어요. 제 방에서는 모든 걸 할 수 있죠. 독립은 빠른 시일 내에 하고 싶어요. 나이가 드니까 이제 가족들의 간섭을... (웃음)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예술을 통해 먹고 살만 하던가요?
창완
우리나라 사람들 만나면 식사하셨는지 물어보는 게 인사잖아요. 유대인들도 그래요. 'did you eat?' 밥 먹었냐고 꼭 물어봐요. 인사인데 상대를 배려하는 그런 마음도 있는 거죠. 근데 저는 밥을 잘 안 먹어서... 제가 행사를 준비하면 술은 많은데 음식이 별로 없어요. 저는 원래 하루에 한 끼밖에 안 먹거든요. 양도 보통 사람의 반 정도. 오늘 뭐 먹지? 이게 인생의 고민은 아닌데 하루의 제일 큰 고민이기는 해요.
 
석호
드시는 게 없으니 (웃음)

소똥
하루에 딱 한 끼 먹으니까.
 
창완
그러니까 한 몇 시간을 고민하는 것 같아요. 집에서는 고민을 안 하고 밖에 나가서만 해요.
 
석호
저는 먹는 거 굉장히 중요하고요. 저희 어머니가 요리사여서 저도 어렸을 때부터 요리를 많이 했어요. 맛집 찾아가는 것도 좋아하고, 밥을 만들어 먹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요. 맛집 메뉴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걸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얼마만큼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만들어 먹죠. 먹는 행위는 제일 가성비 있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룩
저는 일단 아침을 안 먹고요. 집에 있을 때는 생존을 위한 수준의 식사만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식욕이랑 식탐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군것질도 잘 안 하고요. 질문을 듣고서 생각난 건, 외출해서 누구랑 만나서 식사해야 한다고 하면, 그 사람과 관계를 위한 진짜 식사를 하는 것 같아요. 이 사람과 진짜 즐거울 수 있는 밥을 먹어요.
 
혜진
예술로 먹고살 만하신가요?
 
창완
솔직히 말하면 이것만 하면서 먹고 살았는데요, 외부적인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죠. 시장에서 제법 크게 자급자족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어요. 빚만 잔뜩 지고 나왔죠. 돈을 못 벌겠더라고요. 돈의 가치도 잘 모르고.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고.
 
소똥
그래서 혹시 1일 한 끼만 드시는 건 아니죠? (웃음)
 
창완
그것 때문에 습관이 됐나 모르겠어요. 근데 원래 많이 안 먹었어.
 
이룩
아까도 잠깐 짧게 말씀드렸는데 저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열심히 한 것도 있고, 일도 꾸준히 할 수 있어서 딱 제 앞가림 할 수 있을 정도인 것 같아요. 내가 진짜 배고플 때 먹고 싶은 거 먹고, 사고 싶은 거 사 입고 그 정도? 집은 못 사지만 밥은 사 먹을 수 있는.
 
석호
저도 미술 일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잘 될 때건 안 될 때건 간에 꾸준히 하면서 유지하려고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요. 코로나 때는 유지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지금은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느낌? 오히려 20~30대 초반에는 너무 잘 됐었어요. 작품도 잘 팔리고 일도 여러 군데에서 할 수 있었는데,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는 일도 조금씩 줄어들고, 작품 스타일도 많이 바뀌어서 작품 수를 쌓아야 하는 시기도 필요했었어요. 그래도 지금은 용병처럼 필요한 곳에 드나들며 살아가고 있는데 벌이로는 나쁘지는 않은 정도인 것 같아요. 이게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죠. 돈 때문에 마음이 위축되고 그러는 것 같진 않아요.
<석호의 작업실>
🏃 여러분의 본캐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본캐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캐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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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바라보는 이들>
 (스톤앤워터 사진 제공)
창완
본캐와 부캐라는 말이 생소한데요, 저는 혼자 있는 걸 제일 좋아하거든요. 그때가 제일 나 같죠. 외로운 거하고 고독한 거는 큰 차이가 있거든요.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고, 그 시간은 어떤 일도 가능하고, 어떤 상상도 가능하고, 이상한 짓도 좀 하고, 이상한 짓이 뭔지는 알려고도 하지 마시고 (웃음) 혼자 있을 때가 제일 나 같고, 제일 엉뚱하기도 하고, 제일 부끄럽기도 하고.
👓 가장 자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여름에는 반바지를 입는 이룩, 오버사이즈 옷을 좋아하는 석호, 오늘은 본 모습이 아닌 창완>
창완
이게 제 본 모습은 아니고요. 장마철 때문에 습도 관리를 해야 해서 여기서 45일 자고 있어서...
 
석호
다 하신 건가요? (웃음)
 
창완
, 제가 원래 말이 짧아요.
 
소똥
가장 본인답다고 느껴지는 옷이 있나요?
 
창완
선글라스. 선글라스는 항상 써야 해요. 밖에 나갈 때 무조건 써요. 밝은 게 싫어서.
 
석호
이 공간은 항상 이 정도의 조도를 유지하고 있어요.
 
창완
사람들이 이 공간을 왜 이렇게 어둡게 하는지 이해를 못 하던데 난 그 사람들이 이해가 안 돼. 이렇게 밝은데...
 
석호
저는 최근 몇 년 동안 오버 사이즈의 옷을 입고 다니거든요. 최근에 살이 너무 많이 쪄서. (웃음) 원래는 서울에 살면서 출퇴근했었는데 최근에 안양으로 이사를 왔어요. 1년 조금 넘었는데 살이 12kg 정도 쪘더라고요. 그래서 오버 사이즈의 옷을 입고 다니는데, 입다 보니 편하기도 하고요. 현재 제일 좋아하는 복장입니다.
 
이룩
저는 자신다운 옷을 입고 와달라는 이야기는 못 들었어요. 근데 옷을 고르고 골라서 입고 오긴 했거든요. 입을 옷이 없어서. (웃음) 저는 여름에는 무조건 반바지. 편해야 하거든요. 위에는 뭔가 하나를 더 입는 걸 좋아해요. 조끼라든가 니트.
 
창완
저는 반바지는 절대 안 입거든요.
 
소똥
왜요?
 
창완
그거는 운동선수하고 애들만 입는 옷. (웃음)
💭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라잎스페이퍼의 진행자가 된다면 다음 팀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나요?
소똥
인터뷰했던 한 팀이 스톤앤워터를 알아보시고 잘 지내고 계시는지 너무 궁금하다고, 안부 전해달라고 저희에게 부탁해주셨어요.
 
일동
(웃음) 아아
 
석호
혹시 어떤 팀인지?
 
소똥
고양에 있는 '무모'라는 팀입니다. 여지현 대표님이 계시는 곳이에요.
 
석호
전 대표님이랑 아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안부 물어봐 주셔서 감사하네요.
  
창완
제가 만약에 거꾸로 앉아 있다면은 이 공간을 어떻게 유지를 하고 있냐 그런 걸 물어보고 싶네요.
 
소똥
이 공간을 어떻게 유지하고 계세요?
 
창완
저요?
 
소똥
. (웃음)
 
창완
보증금은 어디서 좀 가져왔고, 월세는 여기 후원하는 친구 두 명이 도와주고 있고,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유지하고 있죠
 
소똥
건물주는 괜찮은 사람인가요?
 
창완
누수가 생겼을 때 빨리 오셔서 공사해주는 거 보면 그나마 괜찮은 것 같아요. 언제 시간 되면 뒷북에 한번 놀러 갈게요. 의왕이면 가깝잖아요. 이쪽에도 자주 놀러 오세요. 파티 한번 해요. 수제 맥주도 마시고
<since 2002>
스톤앤워터 인터뷰: 창의적 서식지가 될 수 있을까요? .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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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의 메시지, 인터뷰를 보며 느낀 생각, 궁금한 점, 함께 해보고 싶은 일, 전하고 싶은 소식 등등
글의 내용은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 사진: 김혜진, 스톤앤워터
  • 녹취록 작성 : 조웅희
  • 장소: 복합문화공간 HABITAT
  • 인터뷰 발행일: 2022.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