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라잎스페이퍼는 경기문화재단의 ‘난생처음꿈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18개 문화예술교육 단체의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18개 단체의 먹고 사는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아내고자 합니다. 7월 9일부터 9월 17일까지 매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코끼리의 연습실에서. 주은과 민지>
코끼리: 민지와 주은
  • 인터뷰이: 이민지, 이주은
  • 인터뷰어: 충현, 소똥
  • 인터뷰 편집: 소똥
자신다운 옷의 스타일, 음식을 대하는 태도, MBTI, 삶의 방식도 전혀 다른 이들이 있다. 이들은 문화예술이라는 분야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동료이자, 코끼리의 팀원이고, 가장 오랫동안 서로를 알고 지내온 가족이다. 

" 주은에게 코끼리를 같이 해보자고 먼저 이야기했어요저희는 MBTI가 말고 다 달라요성향도 엄청 다르고같은 집에 살아도 삶의 방식 또한 달라요만약에 자매가 아니라 남으로 만났다면 친해지기 힘들었을 거예요. (웃음근데 이런 부분들이 시너지를 발휘했던 것 같아요."

"글 쓰는 일도 좋아하지만영화를 전공한 것도 연기하는 언니를 보면서 나도 저런 거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고코끼리에 합류하게 된 것도 언니의 영향이 컸어요저는 항상 언니의 영향을 받아왔어요제가 못하는 것을 언니가 잘하고언니가 못하는 것을 제가 잘했어요서로가 있었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 본문 중 발췌-

언니와 동생으로 시작해, 믿음직스러운 동료가 된 이들의 오랜 우정을 공유한다. 민지와 주은은 낯간지러울 수 있겠지만 말이다. 

-소똥-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민지
학교를 여러 군데 다녔어요. 전문대도 가고, 편입도 해보고, 대학원도 갔어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만드는 장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코끼리를 만들었어요. 저에게 기회는 학교였어요. 학교에 가면 예술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공연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졸업한 후에 막막한 게 싫었어요. 주변에서도 졸업 후에 사회생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싫어서 다양한 학교를 다녔던 것 같아요. 학교에 다니면서, 좋은 교수님들을 많이 만났어요. 대학원을 가면서 연기 교육자로 활동했어요. 지금은 회사에 소속되어서 연기 개인지도를 하고 있어요. 저는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만 가르치고 있더라고요. 이미 매체에 등장하고 있는 특별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까 현타가 왔어요. 난 어릴 때 평범해서 힘들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런 아이들보다는 특별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더라고요. 연기 교육자이자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가르치는 것과 연기하는 것 두 가지의 역량이 있다면 합쳐보면 어떨까? 생각하는 그 타이밍에, 은사님이 해봐라. 너도 대표가 될 수 있다.’라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렇게 코끼리를 만들었어요.   
 
주은
글 쓰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저도 학교를 2개째 다니고 있어요. (웃음) 이전 학교에서는 영화에 대해 배웠어요. 저는 주변에 평범한 사람이 많아요. 저도 평범하고요. 영화를 제작할 때 안타까웠던 건, 그 친구들이 열심히 제작해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없더라고요. 졸업을 앞두고 뭘 하며 살아가야 할까 고민해봤을 때 영화를 제작하는 일도 좋지만 그런 친구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획이나 경영 분야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때, 언니의 고민을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서로 가치관이 잘 맞아서 코끼리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글을 쓰겠지만, 코끼리에서는 기회를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 문화예술은 기회가 가장 중요한 분야이면서도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은 분야라고 소개해주셨습니다. 문화예술은 왜 기회가 가장 중요한 분야인지 궁금합니다. 운이 좋게도 민지님과 주은님에게 기회가 한 번 찾아온다고 했을 때, 어떤 기회를 맞이하고 싶은지도 궁금합니다.
주은
기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2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문화예술은 내보여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내가 한 예술에 대해 증명하고 싶고. 두 번째 이유는, 문화예술은 재미를 느껴야 시작할 수 있고 지속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직업으로 생각할 만큼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영화를 공부할 때도 언니의 영향이 컸어요. 저 말고 다른 이들은 재미를 못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주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500억만큼의 많은 돈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요. 영화를 제작하는 것도 좋고, 시흥에서 영화제를 진행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박식하고 실력 있는 친구들이 아니더라도 참여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500억만큼의 큰 돈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픈 주은>
민지
저는 문화예술이 저희 주변에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유독 사람들이, 문화예술의 기회는 되게 중요하고 엄청난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쉬운 것 같아요. 문화예술도 삶에 많이 녹아있고, 그 기회라는 게 오디션이나 면접이 아니라 많은 기회가 주변에 있음에도, 크고 중대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코끼리를 만들 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연극 오디션을 합니다.’ 라기보다는 우리 함께 해볼 수 있는 참여자를 모아요!’ 와 같은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충현
한 번 기회가 찾아온다면, 500억보다도 참가자를 모집하고 계시나요? (웃음)
 
민지
저는.. (웃음)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잖아요. 해외로도 퍼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큰 단체가 됐으면 좋겠어요.
 
충현
민지님과 주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평범함이라는 단어가 인상 깊었어요. 최근에 평범함이 가장 어렵지 않나? 평범함은 비범함이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두 분이 생각하는 평범함은 무엇인가요? 어떤 사람이 평범한 사람인가요?
 
민지
모든 사람들의 시작이 평범함 아닐까요? 존재하는 것만으로 평범의 시작인 것 같아요.
 
주은
평범함이란 적당함인 것 같아요. 적당함이라는 게 오묘하잖아요. 가라앉지도 않고, 눈에 띄지도 않는 그런 적당한 선을 평범함이라고 생각해요. 애써서 지키려고 하면 되게 어려운데, 살다 보면 평범하잖아요. 애써 지키려고 하면 어렵고, 살다 보면 나오는 것 같아요.  
💭 가족 구성원이 비슷한 분야를 공부하며 활동을 지속하는 건 드문 일인 것 같습니다.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겠지만, 힘이 되는 순간이 많았을거라 짐작합니다. 문화예술종사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기까지 어떤 생각과 고민을 나누었는지,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궁금합니다.  
충현
나를 감히 문화예술 같은 척박한 곳에 끌어들여? 욕을 하셔도 됩니다. (웃음)
 
민지
주은에게 코끼리를 같이 해보자고 먼저 이야기했어요. 저희는 MBTIN 말고 다 달라요. 성향도 엄청 다르고, 같은 집에 살아도 삶의 방식 또한 달라요. 만약에 자매가 아니라 남으로 만났다면 친해지기 힘들었을 거예요. (웃음) 근데 이런 부분들이 시너지를 발휘했던 것 같아요. 코끼리의 창립 공연을 준비할 때, 나의 단체이면서 나의 공연이기 때문에 욕심이 엄청 많았어요.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많이 쏟아부었는데, 그 안에서 작은 사건이 일어났어요. 인간관계에 관한 문제였고, 그게 집에 있을 때 터졌어요. 그 당시에 저는 엉엉 울고 주은은 웃더라고요. 심각한 일을 심각하게 만들지 않고, 중립을 잘 찾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에 주은 없이 저 혼자 집에서 그런 일을 겪었다면, 일을 때려치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른 성향이 시너지를 내면서 힘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은
전반적으로 제 삶은 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언니가 하는 건 다 예뻐 보이고, 다 갖고 싶었어요. 언니를 둔 동생의 숙명인 것 같아요. 글 쓰는 일도 좋아하지만, 영화를 전공한 것도 연기하는 언니를 보면서 나도 저런 거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고, 코끼리에 합류하게 된 것도 언니의 영향이 컸어요. 저는 항상 언니의 영향을 받아왔어요. 제가 못하는 것을 언니가 잘하고, 언니가 못하는 것을 제가 잘했어요. 서로가 있었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충현
아직 좋으신 점이 많네요.
 
민지, 주은
많이 싸워요. (웃음)

<서로가 있었기 때문에 용기낼 수 있었던 민지와 주은>
💭집이 일터이자 쉼의 공간인 만큼, 많은 에피소드가 존재할 것 같습니다께 살면서 만족스러운 점과 아쉬운 점, 그 외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민지
저는 조잘조잘 떠드는 걸 좋아해요. 집에서도 코끼리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주은은 기획자로 활동하기 때문에 단체 연습에 참여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저는 배우이자 연출자이기도 하니 매번 연습을 참여해야 하거든요. 연습이 끝나자마자 집에 돌아와서 회포를 푸는데 주은은 엄청 귀찮아해요. 그래서 자기 방에서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주은
나가라고 하면 문 앞에 서서 이야기해요. (웃음)
 
민지
저희가 강아지를 키워요. 강아지 이야기할 때만큼은 절대 안 싸워요. 서로 자취를 할 때도 있었는데, 둘 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건 강아지 때문이기도 해요.
 
주은
장점은 자매다 보니까, 상황 앞에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문제를 빨리 처리할 수 있다는 것. 단점은 24시간을 같이 지내는 거? 언니는 계획형이에요. 저는 모든 일을 몰아서 하는 편인데, 같이 밥을 먹거나 양치를 할 때마다 일했냐고 물어봐요. 24시간 감시당해요. 저는 퇴근해도 상사가 집에 있어요.

<조잘조잘 떠드는 걸 좋아하는 민지>
💭 민지님과 주은님이 거주하는 곳이면서 코끼리의 거점지역이기도 한 시흥을, 즐기기에도 배우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도시이자 낭만적인 동네라고 소개해주셨습니다. 시흥을 터전으로 잡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시흥이라는 터전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충현
시흥에 오래 사셨나요?
 
주은
시흥에서 태어난 이후로 지금까지 쭉 시흥에서 살고 있어요. 
 
민지
저도 1살 때부터 살았어요. 코끼리를 만들려 했을 때, 시흥에서의 계획은 없었어요. 대학로나 작은고모가 있는 천안에 갈까도 고민했어요. 이런 고민을 아버지랑 많이 나눴어요. 아버지가 친구같이 이야기해주시는 편이에요.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빠가 "그럼 너 시흥에서 해야지 어디를 가. 너 어릴 때 예술 한다고 서울이나 부천 간 걸 생각해봐. 너도 시흥에서 기회가 없어서 시흥 밖으로 나갔는데, 넌 시흥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냐." 그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제가 어릴 때는 영화관도 없고 연기학원도 없었거든요. 지하철을 타고 왔다 갔다 했던 옛날의 제 모습을 떠올리며 시흥에 터를 잡았어요.
 
민지
시흥을 낭만적인 동네라고 생각하는 건, 시흥은 모든 게 있어요.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도시도 있고, 촌도 있어요. 영감을 얻고 싶을 때 시흥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낭만적인 것 같아요.
 
충현
이야기를 들으니 낭만적인 동네인 곳 같아요. 코끼리가 시흥에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나요?
 
민지
욕심일 수 있지만, 시흥 하면 코끼리가 생각났으면 좋겠어요. 시흥에 문화재단이 생긴다면, 연극제나 영화제를 협업해서 만들어보고 싶어요. .예술축제를 시흥시와 협업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주은
시흥이 정기적으로 영화를 즐기고,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동네가 됐으면 좋겠어요. 특별한 날만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 예술축제가 많아서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걸 저희에게 맡겨준다면 잘 할 수 있는데. (웃음)
 
민지
속상한 점은, 시흥에 소극장이 한 곳밖에 없어요. 심지어 그것도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어서 코로나 때문에 폐쇄했어요. 결국 저희의 공연을 시흥에서 올리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충현
공연은 주로 어디서 올리나요?
 
민지
프로젝트마다 공연하는 곳이 달라요. 이번에 준비하는 공연은 대학로에서 올려요.
 
충현
혜화에서 하는 공연은 어떤 공연인가요?
 
민지
연출을 도전해보고 사람, 자신의 극을 무대에 올려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창작극이에요.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올리는 공연입니다. 전문가들이 봤을 때는 부족할 수도 있어요.
 
충현
초대해주세요. 초대해주면 꼭 갈게요. 라잎스페이퍼 진행하면서 단체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좋더라고요. 뜻하지 않게 문화생활을 영위하고 있어요.
 
민지
꼭 초대하겠습니다.

<'하나,두리,세라' 공연사진. 감사하게도 초대해주셨다.>
💭 난생처음꿈지를 통해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민지
난생처음꿈지는 처음에 트라우마라는 키워드를 주제로 잡았는데, 멘토링을 받으며 주제를 바꿨어요. 트라우마가 무겁고 위험한 주제일 수 있다는 조언을 얻고, 감정을 주제로 잡았어요. 주은은 살면서 크게 화를 내본 적이 없어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평소에 안 내본 감정이나 단어로만 알고 있는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민지
제가 생각하는 배움은, 머리나 몸으로 남지 않아도 행복하게 웃을 수 있으면 배움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 교육을 하고 싶기도 해요. 조금이라도 웃음을 주고 성취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봤을 때 교육의 결과물이 무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자신의 작품을 펼친다면 훨씬 웃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번 꿈지 교육을 연극으로 올릴 예정입니다.
     

<난생처음꿈지 프로젝트 연극 <다만드러 공장>을 연습하고 있는 배우들>
충현
교육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요?

민지
한창 진행 중에 있어요. 각자의 감정을 취합해서 시나리오까지 만들었어요. 극으로 치면 연습 전 단계까지 마쳤어요. 코로나 때문에 대면 연습을 쉽사리 하지 못하고 있어요.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연습은 다 한 것 같아요. 6명의 참여자가 함께하고 있어요.
 
충현
참여자를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나요?
 
민지
참여자를 모집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2곳의 사이트에만 올렸는데도 많은 연락이 왔어요. 그중에서도 시흥시에 거주하고 있는 분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문화가 발달한 도시가 아니라 시흥 같은 도시에도 예술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주은
제가 생각하는 배움은 저절로 기억하는 거예요.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나도 모르게 술술 나오는 것. 그게 배움이라고 생각해요. 난생처음꿈지에서 진행하는 저희의 교육프로그램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감정도 표현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화를 크게 내본 적이 한번 도 없어요. 인생을 물 흐르듯 사는 사람이기도 해서 크게 화를 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나중에 화가 나는데도 표출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 누군가의 자유를 위해, 든든하고 거침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 코끼리라는 이름()을 선택했다고 소개해주셨습니다. 지금 코끼리는 여러분들에게 든든하신가요? 든든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주은
이름을 지은 의미처럼 잘 나아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아직 든든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기코끼리처럼 느껴져요. 아기코끼리 덤보. (웃음) 코끼리를 통해 먹고 살 만큼 돈을 버는 건 아니어서 아직은 돌봐줘야 하는 존재인데, 저는 코끼리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시나리오는 써봤지만, 연극 대본은 코끼리를 통해 처음 제작해봤어요. 연출도 처음 해볼 수 있었고, 요즘에는 연기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코끼리는 저희 생각대로 잘 커 주고 있는 것 같아요. 든든하지는 않지만, 기특하게 잘 커 주고 있는 아기코끼리.
 
충현
민지님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민지
저한테는 오히려 너무 큰 코끼리 같아요. 다른 이들에게 든든한 다리가 되어주고자 코끼리를 만들었지만, 제가 그 다리에 깔린 것 같기도 해요. 단체를 운영한다는 건, 책임감이 많이 따르잖아요. 대표이기도 하고, 언니이기도 하니 책임을 더 져야 할 것 같고, 돈 문제도 계속 고민해야하고. 초반에는 그런 걱정들 때문에 많이 눌려있었어요. 초반에는 제가 예술을 하는 걸 엄마가 반대했는데, 코끼리라는 단체를 만든 이후에 마음을 열어주셨어요. 그 애정마저도 책임감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이 다리가 튼튼해지면 아무리 무거워도 잘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코끼리를 운영하며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민지>
민지
지금 다니고 있는 연기교육회사를 퇴사할지 고민 중이에요. 코끼리에서 하고 싶은 게 많아요. 퇴사해도 교육을 멈출 생각은 없지만, 코끼리에서 단단해지고 싶어요. 더 집중하고 싶기도 하고요. 저한테는 무겁지만, 튼튼한 다리가 될 수 있도록 버티고 있어요.
 
충현
코끼리라는 단체가 누군가를 지탱해주는 단체가 되려면, 코끼리를 지탱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 다리가 튼튼해지기 전까지는 민지님이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주은
먹는 거를 정말 좋아해요. 저는 먹기 위해 살아요. 당장 내일 죽으면 뭐가 제일 아쉬울 것 같냐고 물어보면, 먹지 못했던 세계의 수많은 음식이 떠올라요. 맛있는 음식을 정성스레 먹을 때 행복해요. 저한테는 먹는 행위와 코끼리를 한다는 게 같은 의미이기도 해요. 두 개 다 행복하기 위함이에요. 재미있는 코끼리 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지내고 싶어요.
 
민지
저도 먹는 걸 좋아하는데 주은과 스타일이 달라요. 주은은 한 끼를 위해 군것질을 절대 하지 않는다면, 저는 가방에 항상 간식이 있어요.
 
주은
언니는 증명된 것을 좋아해요. 항상 먹는 메뉴만 먹고, 저는 새로운 메뉴를 도전해요. 먹어봐야 하거든요. 임하는 자세가 엄청 달라요.
 
민지
먹을 때마다 돈이 많이 나와요. 검증된 것과 새로운 것 둘 다 시켜야 해서. (웃음)
💭 밥을 먹으며, 술과 커피를 마시며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 주제가 무엇인가요?
주은
밥 먹을 때는 일 말고 모든 이야기를 해요. 또 이분이 이야기가 많으셔서언니는 재미있었던 일을 저한테 이야기해요. 재미있게 본 작품이 있으면, 내가 거기서 뭘 봤는데 배우가 어떻고, 연기는 어떻고, 맛있는 걸 먹으면 꼭 같이 가야 하고... 정말 모든 이야기를 해요.
 
민지
주은은 약간 제 일기장 같은 느낌이에요. (웃음)
 
충현
그래서 방에서 쫓겨나시는군요. (웃음)
 
주은
어릴 때는 언니가 저에게 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씻고 나오면 제가 자고 있으니까, 언니 씻을 때 화장실 앞에 서있으라고 하고 자기 씻으면서 이야기하고 그랬어요
 
충현
MBTI가 서로 다르다고 했는데, 누가 E고 누가 I인지 알겠어요.
 
민지
재미있는 이야기나 맛집을 혼자 알긴 아깝잖아요. 그래서 이야기하는 거 좋아해요. 자취할 때도 가족들에게 연락을 많이 했어요. 전화 거절을 많이 당했어요. 이야기하는 게 행복한 것 같아요
💭 가장 당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꾸안꾸의 주은, 안꾸안의 민지>
민지
평소에 많이 입는 옷을 입고 왔어요. 그리고 서로의 옷을 집어줬어요. 저는 옷을 사람들이 봤을 때 꾸민 것 같지만 제가 봤을 때는 꾸미지 않은, 남들이 봤을 때 편하게 입은 것 같지 않지만, 저에게 너무 편한 옷. 꾸안꾸의 반대에요. 안꾸안 스타일. 제 옷장에는 원피스가 진짜 많아요. 사람들이 원피스를 입은 저를 볼 때, 후리하게 입었다는 생각을 안 하거든요. 근데 원피스가 진짜 편해요. 원피스를 입었을 때 옷을 안 입은 것 같아요. 충현과 소똥이 공감을 못 하실 것 같기는 한데. (웃음) 롱 원피스를 좋아해요. 연습할 때 입어도 진짜 편해요.
 
충현
시계도 차셨네요.
 
민지
제가 핸드폰을 진짜 안 봐요. 사람들 눈을 보며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는 핸드폰 보는 걸 안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중요한 연락을 많이 놓치게 되더라고요. 더 욕을 안 먹기 위해 애플워치를 차고 다녀요.
 
주은
저는 반대에요. 언니는 안꾸안 스타일이라면, 저는 꾸안꾸 스타일이에요. 갖춰 입었다는 느낌보다도, 적당히 입은 것 같은데 후줄근하게 보이지 않는 스타일을 좋아해요. 어제 서로의 옷을 골라주면서, 언니가 저에게 인생도 꾸안꾸라고 이야기했어요. (웃음) 머리색이 화려해서 신빙성이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사람들이 저를 볼 때, ‘적당히 잘살고 있나?’ 하고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알차게 지내고 있네.’라고 느낄 수 있는 인재를 목표로 살고 있어요. 옷도 그런 식으로 입어요. 무채색을 좋아하고 다 통바지에요. 치마는 안 입어요. 상의와 하의 구별이 확실해요.
 
주은
어젯밤에 탈색했어요. 인터뷰 때문에 신경 썼어요. (웃음)
 
충현
머리색은 탈색한 색 그대로 유지하시나요?
 
주은
원래 염색을 하려고 했다가 연습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염색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어제 급하게 탈색했어요. 곧 염색하려고요. 이 각박한 세상에 머리라도 자유롭게. (웃음
💭 코끼리의 하반기 계획이 궁금합니다. 
민지
시흥에는 문화재단이 없어요. 문화재단이 없는 장점이 있다면, 여러 문화재단에 지원해볼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안산문화재단에서 지원해주는 공연도 있고, 난생처음꿈지 교육프로그램의 공연도 있고, 인천 부평에서도 시민들과 함께 공연을 올릴 예정이에요. 정말 감사하게도, 올해 말은 한 달에 한 편씩 공연을 올리며 바쁘게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충현
엄청 바쁘시겠어요.
 
민지
공연마다 역할이 달라서 정신없이 살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오히려 내년 초가 걱정돼요. 공허해지지 않을까

<공연 준비로 분주한 코끼리의 연습실>
💭 마지막으로 난생처음꿈지 사업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민지
이야기라기보다는 인사라도 하고 싶어요. 난생처음꿈지 사업에서 매력적이었던 건, 멘토링과 다른 단체들과의 워크샵을 통해 많은 분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이 사람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내는 게 욕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사하고 다른 단체들의 존재를 느끼고 싶어요. 그래서 라잎스페이퍼를 잘 읽고 있어요.
 
주은
다른 분들은 잘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민지
OT때 만났던 다른 팀들이 궁금하기도 해요. 실제로 봤던 분들이기도 하고요. 저도 극단 문지방은 다 같이 사는 줄 알았거든요. 라잎스페이퍼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알게 되었죠. 저희는 단원 체계가 없다 보니, 문지방이 부럽기도 했어요. 공동체처럼 느껴졌거든요.
 
민지
난생처음꿈지에 참여하는 단체들은 다 신생단체잖아요. 다같이 코로나 시국과 신생단체의 무게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버티는 싸움 같아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무너지지 않고 버티느냐.
 
주은
서로 응원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는 단원이 2명밖에 없어서 서로 파이팅 하면서도 힘 빠질 때가 있어요. 확신을 못 가질 때가 많은데, 서로서로 응원하며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로서로 응원하며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코끼리: 민지와 주은. 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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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이민지, 이주은 @olmigzl @leejueun__
  • 장소: 경기도 시흥시 코끼리 연습실 
  • 인터뷰 발행일: 2021.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