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의 여정을 당신과 함께합니다

📖 밝게! 차게!
불씨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읽고 쓰고 싶으신가요? 또, 각자의 이야기가 떠다니는 자리는 어디인가요?
자신에게 덧대어진 여러 가지, 이를 테면 수식어나 기대치 그리고 평가절하같은 것들을 보기좋게 벗어 던지려면 편안한 장소에서 단단한 내 이야기를 해야하겠지요.

하단 이미지는 시인 백국희(1915~1940경)의 시 '코스모스'를 옮긴 것입니다. 혹자는 그를 비운의 시인이라고 소개하기도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아름다운 언어를 남겼기에 우리에게 힘을 주는 작가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들불레터 3화에서는 읽고 쓰는 사람들의 자리에 관해 전해드립니다. 불씨 여러분도 각자 계신 곳에서 밝게! 차게! 웃음과 눈물에 좀더 가까이 서는 단단한 일상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민주 드림

👣 "내게 진정한 장소는 글쓰기"
<진정한 장소>는 아니 에르노가 글을 쓰는 장소에서 이루어진 인터뷰를 엮은 책입니다. 

그의 물리적 실체는 그가 나고 자란 곳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장소에 순순히 정박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정신적 세계는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훨씬 더 깊고 넓은 영역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우리는 아니 에르노의 떨리는 목소리를 통해 세상을 향한 불안하지만 강렬한 애착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왜’라는 질문의 답을 끊임없이 찾아나가는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 <진정한 장소>, 그가 세상으로부터 느낀 감각에 함께 진동하길 원하는 불씨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혜지 드림
📸 "내가 내 가슴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드러냄의 의지에 동참하는 것이다."
<사진의 용도>는 아니 에르노가 연인 마크 마리와 번갈아 가며 완성한 포토 에세이입니다. 작가와 그의 연인은 섹스 이후에 벗어놓은 옷가지나 마셨던 음료 따위로 보이는 관계의 기류를 사진으로 포착했고 다양한 깊이의 사유를 글로 풀어냈습니다. 

이런 특징으로 말미암아 포토 에세이라는 말로 소개했지만 사진 너머에 또 다른 표현 수단과 주제 의식이 다양해서 즐겁게 읽었던 책이랍니다. 


89p '삼백만 가슴'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작가는 유방암 치료를 받습니다. 삼백만 가슴은 주방에서 사랑을 나눈 흔적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곧이어 작가는 항암 치료를 받은 자신의 몸을 설명합니다. 병과 치료에 할퀴어진 몸이지만 연인과 일상도 공유하고 유머러스하게 자기 상태를 설명하며 몸의 감각이 어떻게 예민해졌는지도 씁니다. 

비관도 낙관도 아닌 현실 긍정의 효과인 걸까요? 암 환자와 여성으로서의 몸을 드러낼수록 작가는 오히려 한 사람으로만 느껴집니다. 삼백만 가슴은 프랑스에서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다른 여성을 지칭하는 말인데 작가는 이들과 함께 몸을 드러내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합니다.
  
99p '내가 사진을 찍을 때는'
이 챕터에서 에르노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구가 '가속이 붙은 상실'이라고 표현합니다. '상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십 장의 사진을 찍는 것은 오히려 더 깊은 상실 속으로 파고드는 느낌을 준다'라고 덧붙이면서요. 그는 카메라의 셔터가, 찍는 행위가 자신을 흥분 시킨다고 설명하며 능동적으로 이야기와 생각을 포착하는 즐거움을 진지하게 설파합니다.

111p '노래 한두 곡'
앞서 에르노가 사진 말고도 다양한 수단으로 사유를 전달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챕터에서는 음악이 등장합니다. 사진은 순간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가두는 것이지만 음악은 조금이라도 듣게 되면 어떤 순간의 분위기와 향기 따위가 모두 기억나게 해주는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그와 연인이 보낸 계절에 들은 셋 리스트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여름(été)은 지나간 것(été. 존재하다, 있다 동사의 과거형)이라고 말할 때의 언어유희를 읽는 재미도 컸습니다.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인 <세월>에서도 이 같은 프랑스어 언어유희를 만나볼 수 있답니다.


애인의 남성기를 묘사하거나 애인의 전 부인을 질투하는 부분은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관계를 맺는 사람으로서 솔직한 마음을 써 내려간 것으로 느껴집니다. 이렇게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아니 에르노가 '글쓰기는 모든 감각의 정지 상태'로 보고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자신의 사유를 촘촘하고 진솔하게 표현해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사진과 기록을 사랑하는 불씨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민주 드림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국민일보-아니에르노 이메일 인터뷰:   “사회는 모든 삶의 합… 여성을 관통한 역사를 쓴다” (링크)
  • 아니 에르노가 말하는 내 인생을 바꾼 책,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 2의 성 (링크) (한영 자막이 없지만 모국어인 프랑스어로 이야기하는 아니 에르노를 1분간 만나볼 수 있답니다 💙)
  • 오마이 뉴스 #청년: 누가 여성의 글을 지웠을까... 사적인 이야기의 반란 (링크)
아니 에르노Anni Ernaux는...

1940년 프랑스 노르망디 출생 작가. 초등학교 교사와 문학 교수로도 활동했다. 1974년 자전 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해 <다른 딸><남자의 자리>등 가족의 모습을 담은 소설을 출간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상을 비롯해 다회 수상한 <세월들>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2003년, 아니 에르노 상이 제정됐다.

>>다음 화에서는 최진영 작품 소개가 이어집니다.

📖 들불 책장 투어
들불 팀원들이 책장 투어 라이브 방송을 합니다!
들불은 독서 경험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활동을 여러분께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요.
호스트와 불씨 여러분이 만나 책을 읽고 그와 관련한 활동을 실제로 해보는 워크샵 서비스(예: 비건 서적을 읽고 원데이 비건 쿠킹 클래스)를 정식 런칭하기 전에, 들불 팀원들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6월 중에 두 명의 멤버가 집에서 직접 책장을 공개하며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합니다. 쑥스럽지만 재밌고 유익한 시간 만들어볼테니 지켜봐주세요!😌

💫 들불 페미니즘 북클럽
들불 페미니즘 북클럽(@fieldfire.bookclub) 온라인 독서 모임으로 돌아옵니다! 불씨 여러분의 추천을 받아 완한 함께 읽을 책 목록은,
  • 김지은입니다
  • 도둑 맞은 손
  • 붕대감기
  • 피리 부는 여자들
  • 나는 숨지 않는다
  • 당신의 말을 내가 들었다 
  • 여성작가 SF 단편 모음집 입니다.
각자의 장소에서 만나고 토의하게 되는 그날까지 조금씩 읽어보고 생각 거리를 정리해주세요. 후속 공지는 인스타그램에 띄워드리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독서 용품은 ‘미온전’ 산'책'가방입니다.
여유는 없지만 책을 읽고 싶을 때, 우리는 정류장 혹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독서를 하기도 하는데요. 잠깐씩 책을 쥐게 되는 이런 순간에 가방에서 책을 꺼내는 수고로움 없이, 손에 쥔 아담한 가방을 펼치기만 하면 바로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답니다.
연필과 책갈피, 메모지를 끼울 수 있는 자그마한 주머니도 달려있어 기록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산책 가방, 불씨 여러분께 추천해 드립니다!


선물같은 이야기가 가득한
사진 책방 <이라선>


서울 종로구 효자로7길 5 1층 
매일 12-20pm
월요일 휴무  

 사진 책방 이라선은 경복궁역 근처 탁 트인 길가를 걷다가 들르기 좋은 곳입니다. 보안여관 방향으로 걷다가 골목길을 들여다보면 안락하게 위치해 있는 이라선의 매력은 다른 곳에서 구경할 수 없었던 사진집과 사진 관련 서적이 잘 큐레이션 돼있다는 점이에요. 지난 생일에 선물 받은 중국 작가 Zhu LanqingA Journey in Reverse Direction도 이라선에서 만난 사진집이랍니다. 말로는 표현 못 할 사진으로서의 이야기를 이라선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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