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공간을 돌아보는 시간

이게 책상인지 수납장인지 모르겠는 식탁, 귀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옷 무덤, 설거지하지 않은 컵이 4개, 침대 위에는 뱀 똬리가.. 네 맞아요. 저희 집이에요. 지친 하루를 보낸 후 힘없이 번호 키를 누르고 들어간 집이 쾌적한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면 참 좋겠지만, 도둑도 놀라서 뒷걸음질 칠 것 같은 우리 집을 보니 저도 뒷걸음질을 하게 되네요. 투덜투덜거리며 옷을 벗어 또 무덤 위에 던져 놓고, ‘일단 씻고 오늘은 기필코 정리하리라!’ 다짐하지만 샤워하고 나면 어찌나 눕고만 싶은지.. 그렇게 정신없는 매일이 지나갑니다.

공간을 보면, 요즘 내 마음의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해요. 구석에서 조용히 말라가고 있는 식물을 보니, 이제 잠시 멈추고 내 마음을 챙겨줄 때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어요. 오늘은 공간과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메이트님도 이 뉴스레터를 읽고, 지금 살고 있는 공간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치열했던 매거진 편집장의 삶 대신 식물과 동거하기
밑미 식물 카운슬러, 그라운드 이지연 님의 이야기
Q. 지연님 소개 부탁드려요.
A. 선정릉의 아름다운 풍경이 마주보이는 플랜트숍, 그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지연 입니다. 식물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아이들을 추천하고, 식물에 관한 정보를 나누고 있어요.

Q. 이전에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메종>의 편집장이셨죠.
A. 매거진 신(scene)에 있으면 좋은 경험을 많이 하는 건 맞지만 회사 생활 힘든 건 다 똑같아요. 마감일을 지키는 것도 갈수록 체력이 달리기 때문에 오래 하기에는 확실히 쉽지 않은 일이에요. 언젠가 다른 일을 하겠구나 생각했지만, 이때 딱 그만둬야지 생각했던 건 아니에요. 공간을 다루는 매거진 편집장이었다 보니, 식물에 자연스레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었어요. 
윤택한 공간을 만드는 데 있어 식물의 영향이 참 큰 것 같아요. 플랜팅은 한 번 시작하면 오래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에 서둘러서 일을 크게 벌일 맘은 없었어요. 빨리 성장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보다 지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갈 수 있는 구조를 찾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Q. 식물을 키우면서 달라진 게 있나요?
A. 식물을 키우다 보면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늘 도대체 비닐을 몇 장을 쓴 거야'하며 반성하게 되고, 식물이 속한 이 자연환경의 변화에 예민해지게 되죠. 올여름은 특히나 장마가 긴데, 사람은 물론이고 식물들에게도 정말 힘든 시기거든요. 이 긴 장마가 평범한 자연 현상이라기 보다, 결국 사람 때문에 생기는 이상한 일이잖아요. 마치 제가 고양이를 키우면서 동물 보호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된 것처럼, 식물도 마찬가지예요. 거창한 말일수 있지만,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Q. 식물 키우는 게 좋긴 하지만.. 귀찮지 않으세요?
A.  정말 귀찮은 일이죠. 방 한 켠에 있는 식물이 말라가는 게 보여도, 정작 내가 계속 야근하느라 잠도 못 자고 밥도 잘 못 챙겨 먹고 그러니, 돌보는 게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얘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지 억지로라도 보려고 하죠. 그렇게 내가 내 일상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커넥팅’ 되는 때가 있어요. 오늘은 라면으로 때우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소박해도 날 위한 밥상을 차리고, 엉망진창이던 집을 정리하고.. 그런 내 일상과의 관계성을 유지하는데 식물이 답이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에게 식물이 그런 힘을 주는 존재임에는 틀림없어요.
Q. 키워도 키워도 계속해서 죽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A. 출장을 많이 다니던 시기엔 저도 식물 정말 많이 죽였어요.. 그땐 식물이 사는 공간에 대해서도 잘 몰랐던 것 같고, 이 식물과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았던 거죠. 사실 식물이 죽는 과정도 사람 인생처럼 자연스러운 거예요. 정답이 있는 존재가 아니고, 생명이기 때문에 죽기도 하죠. 다만 식물을 키우기에 앞서 그 식물을 들일 내가 사는 공간을 돌아보는 게 중요해요.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자기 집에 어느 방향에서 빛이 들어오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식물에 대한 정보나 지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식물과의 정서적 교감이에요. 식물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결국 열쇠인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든 살리려고 하는 마음가짐이라면 살아나고, 내려놓게 되면 빠른 속도로 생명이 빠져나가는 게 보일 정도로 곧 죽어버리고 말죠. 관계라는 것도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정답은 내 안에 있다는 걸 식물을 보면서 배웁니다.
유튜브 밑미TV에서 지연님의 식물이야기, 더 만나보실 수 있어요! 밑미레터 맨 아래에 유튜브 링크가 있으니, 끝까지 함께해주세요~!

집은 나를 위로하고 있을까? 
쉼이 필요할 때, 집보다는 하루 짱박혀 있을 숙소나 층고가 높고 창이 넓은 카페를 찾곤 했어요. 이상하게 그곳에서 더 편안했거든요. ‘난 집순이가 아닌가 보다’ 했는데, 「공간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읽고 ‘집이 나에게 편안한 공간이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어떤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낄까?’를 고민하게 됐어요.

오랜 기간 동안 친구들과 함께 살았기 때문인지, 저에게 집은 혼자 쉬는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온전히 혼자 가꾸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었던 거죠. 혼자 살면 좀 달라질까 하여 독립을 했는데, 바쁠 때마다 집이 엉망이 되는 걸 보면서 내가 편하게 느끼고 위로받는 공간의 기준을 찾기 시작했어요.
'빛이 들어올 것, 바람이 잘 통할 것, 원목 소재의 가구를 들일 것'등의 기준이 생기고, 좋아하는 물건만 집에 들여놓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나씩 고심해서 공간을 채우다 보니, 지치고 힘들 때 쉴 수 있는 곳이 집이 되었고, 주말마다 찾던 카페도 덜 가게 되었어요. 공간 심리학자 '바바라 페어팔' 의 공간의 심리학은 어떻게 집을 나만의 안식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 이야기해요.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이 나에게 진짜 편안한 공간일까?'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이 책에 따르면 '집은 제3의 피부'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 정체성의 일부분이에요. 우리가 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것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감정을 안정시키고, 가라앉은 기분을 밝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에요. 공간이 감정을 움직인다고 하니 코로나로 우울한 시기, 슬기롭게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집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집이 곧 나를 대변해요. 집과 연결된 나의 경험과 나의 감정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
  ✔️ 어렸을 때 어떤 집에서 살았는가? 
  ✔️ 이사를 몇 번 했는가? 이사를 다니면서 어떤 감정적인 경험들을 했는가? 
  ✔️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떠올려보자. 이 집을 쉽게 떠날 수 있는가? 
  ✔️ 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주거의 모습은 무엇일까? 

힘들지? 고민을 말해봐~~ 🗣 
생일 때마다 우울한 정수 님의 고민
전 생일즈음만 되면 우울해져요. 저는 다른 사람들 생일 때면 많이 축하해주는데, 그들은 막상 제 생일에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게 힘든 것 같아요.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어야만 할 것 같고, 선물을 넘치게 받아야만 잘 살고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인간관계에 관심이 너무 많아요. 제가 타인을 너무 신경 쓰는 걸까요?

밑미 심리 카운슬러 성기원 님의 답변
과거의 전 제가 하는 언행을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지나치게 눈치를 많이 봤었어요. 정수님은 저와 다른 경우지만,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요. 우리가 심리적으로 겪는 어려움의 대부분은 그 정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해요. 그 정체를 제대로 알 수 있다면, 그 어려움은 완화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어요.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슈츠에 의하면 사람마다 각자 갖고 있는 대인관계욕구가 다릅니다. 정수님의 고민을 보면 대체적으로 대인관계욕구가 높으신 편이 아닐까 싶어요. 그중에서도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기를 원하는 ‘소속욕구'가 높을 경우, ‘일 대 다수'의 관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기를 원하고, 내가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온정을 베푸는 것만큼 타인도 나에게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근원에서 비롯된 욕구일 수 있는데, 이건 건강한 욕구에요. 이 욕구를 알아차리고 이해할 수 있다면, 스스로를 잘 다스릴 수 있어요.

더 확실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자기탐색이 중요한데요.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의 질문을 공유드립니다.

1️⃣ 내가 생각하는 ‘잘 살고 있다’의 기준을 적어보세요.
2️⃣ 1번이 충족되지 않았을 경우,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요?
3️⃣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보았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4️⃣ 왜 그것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하나요?
5️⃣ 최악의 상황을 개선하고자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위의 내용을 천천히 적다보면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부분들이 비교적 뚜렷해질 거예요. (1)의 질문을 통해 자신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을 ‘구체화’할 수 있고, (2)의 질문을 통해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최악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그 실체를 알 수 있습니다. (3)의 질문을 통해 이로 인한 자신의 감정을 자각할 수 있으며, (4)의 질문을 통해 그렇게 느끼는 원인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의 질문을 생각하고 답할 수 있다면, (5)번처럼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거에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밑미타임 #MeetMeTime

이번 주에는 딱 5분만 시간을 내서 내 방을 정돈해보는 것 어때요? 딱 5분만 해보는 거예요.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이불을 개어놓고, 창문을 활짝 열어보고. 방이 정돈되면 복잡하고 정신없던 내 머릿속도 조금은 정돈되는 기분이 들 거예요.

*실천하는 모습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SNS에 해시태그(#밑미타임 #MeetMeTime)와 함께 올려주세요.

밑미가 추천하는 식물X심리 카운슬링 프로그램
식물을 돌보는 일은 곧 나와 나의 일상을 돌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밑미의 [식물x심리 카운슬링 프로그램] 에서는 식물을 통해서 나의 공간, 그리고 나의 관계를 바라볼 거예요. 식물을 통해 나의 감각을 깨워 준 후 심리상담을 하게 되면 조금 더 편하게 나에 대해 바라볼 수 있을 거예요. 식물은 늘 우리에게 좋은 에너지를 선물해주니까요.
정재경 X 성기원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저자 정재경님의 식물 가득한 집에서 식물과 성기원 님의 성격유형 분석을 기반으로 한 심리상담을 통해 지친 나를 돌보는 4주 프로그램
이지연 X 양민아
화려한 편집장의 삶을 뒤로하고 식물과 동거하며 새로운 삶을 찾은 이지연 카운슬러와 심리상담을 통해 자유로움을 찾은 양민아 카운슬러와 함께 나의 일상을 되찾는 법을 배우는 All Day 프로그램


밑미 식물 카운슬러 이지연 님 인터뷰

20년 동안 매거진 씬(scene)에서 치열하게 일했던 이지연 님. 식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녀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유튜브 밑미TV에서 확인하세요!
이번 주 밑미레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솔직한 의견은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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