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vi - 겨울의 질감 
에세이·사진, 백솔

어느 겨울, 눈으로 덮인 포시오(Posio)의 작은 오두막에서 일주일을 보낸 기억이 있다. 네모난 창밖으로는 조용히 내리는 눈이 한 겹 한 겹 소복이 쌓여간다. 혼자 지내는 오두막에는 고요함이 내려앉는다. 가만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내가 스노우 글로브 안에 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이곳에서 오래 산 친구는 전화로, ‘눈이 너무 많이 쌓이기 전에 집에서 차도로 이어지는 숲길을 부지런히 쓸고 또 쓸어두어야 한다’고 일러준다. 단잠에서 빠져나와 눈삽을 들고 길을 정리해 둔다. 

이른 아침 리시툰투리(Riisitunturi) 눈길에 오를 준비로 분주해진다. 헬싱키를 비롯한 핀란드 남부는 대개 평지이지만, 북부인 라플란드(Lapland)에는 스칸디나비아 산줄기를 따라 산마루가 여러 개 있다. 오르는 동안 어둠이 걷히고 두터운 눈으로 덮인 능선이 주위를 밝게 드러낸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밟아 빠졌다가 다시 빼내는 걸 반복하며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간다. 나무들은 무거운 눈을 덮고 꼼짝 않고 서 있다. 나는 그 나무들을 보며 눈 속에 잠든 공룡을 상상한다.

야타 라비(Jatta Lavi)의 스몰 플레이트는 심플한 매력을 지닌다. 매트한 질감과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디자인으로 일상에서 함께하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라비의 피처 저그의 받침이 되어도 한결 단정하고 조화롭다.
50일 남짓한 전시 동안 팩토리 뉴스레터는 14회에 걸쳐 ≪Coming Home to Seoul≫의 참여작가, 디자이너, 로컬 아트, 로컬 오브제 소개를 상세히 전합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들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연소재에서 출발하는 만큼, 팩토리 뉴스레터는 로컬의 작업들을 한층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헬싱키에서 10여 년간 생활한, 그리고 본 전시에서 홍보와 번역으로 참여한 기획자 백솔의 에세이를 레터 시리즈로 기획해 보내드립니다. ‘Päivää(파이바)’ 레터를 통해 로컬 작업에 담긴 핀란드 곳곳의 자연을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 오랜 관습, 현대 핀란드인의 루틴, 계절, 색채, 시간성 등이 여러분에게 더욱 선명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 Päivää(파이바)는 영어의 ‘day’를 의미하며, 핀란드에서는 ‘좋은 날이야!’라는 뜻의 첫인사로도 쓰입니다. 
* Talvi는 핀란드어로 겨울을 뜻합니다.  

팩토리2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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