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지속될 것만 같던 관계가 의외로 허무하게 끊어지거나 사라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평생', 또는 '영원'처럼 기약 없는 미래를 약속하는 말을 쉽게 입 밖에 꺼내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 같고요. 작년의 저는 관계의 견고함이란 함께한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뼈아픈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어요. 그 과정이 쉽지 않아서 불과 몇 주 전까지도 소화되지 않은 속상함을 가슴 한편에 안고 있었고요. 독자님께 편지를 쓰는 지금은 다행히도 한결 마음이 편안합니다. 얼마 전 친구가 '소울메이트'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준 덕분이에요. 친구는 영화로도 유명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원작 에세이에서 이런 내용을 읽었다고 해요. 소울메이트는 평생 내 옆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 내 삶을 크게 뒤흔들고 떠난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단어라고요. 관계의 끝이 어떻든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였다면 그 사실만은 변치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 친구가 나눠준 말이 유난히 위안을 주었습니다. 가끔 우리는 관계를 얼마나 지속했는지에 집중하느라 그 관계가 날 얼마나 성장시켰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오늘만은 아쉬움보다 고마움을 앞세워 지금은 곁에 없는 나의 소울메이트들의 안녕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