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가 연출한 <어느 가족>,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의 영화에서는 우리가 살면서 경험할 수도 있을 법한 가족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중 <태풍이 지나가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해요. 주인공 료타는 누가 봐도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철부지 같은 아버지이지만, 이혼 후에도 나름 가족들을 위해 애를 쓰며 살아갑니다. 태풍이 몰아치던 날 밤,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의도치 않게 하룻밤의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서로를 마주하고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죠. 어쩌면 곧 다가올 ‘추석’이란 시간이 이 영화에 나오는 ‘태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족이란 이유로 연결되어 있지만 평소에 남보다도 대화가 없었다면, 태풍 속 료타의 가족처럼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족, 나의 사랑하는 그리고 미워하는
유난히 긴 것 같은 추석 연휴에 벌써부터 걱정이 몰려오는 분들 있으신가요. 올해는 무슨 핑계로 가족과의 만남을 피할까, 무슨 핑계를 대고 집 밖에 나가 있을까. 가족과 만날 생각에 숨이 턱턱 막히는 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가족이 든든한 울타리인 누군가와는 달리 당신에게 가족은 할 수만 있다면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의 짐이자 상처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바로 그런 당신을 위한 글입니다.
 
가족이라는 아이러니
인간이라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 특히 부모에게 의존해야 하는 기간을 거칩니다. 그래서 가족은 누구에게나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족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의존하고 싶은,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 가족이 충분한 사랑을 준다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모든 가족이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선택하지도, 통제하지도 못하는 가족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가족을, 그리고 그런 가족을 떠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됩니다. 

사랑받지 못할 생겨나는나에 대한 부정'
가족을 미워하는 마음도 사실은 ‘애착’에서 비롯됩니다. ‘애착'은 위기의 순간에 믿을 만한 대상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인간의 경향성을 말합니다. 가장 취약한 어린 시절, 주 양육자 혹은 부모에게 다가가 위로를 얻기 원하고 그들은 우리의 애착 대상이 되기 쉽죠. 애착을 사랑과 따뜻함, 소통의 이미지로만 떠올리기 쉽지만 미움과 증오도 애착의 한 모습입니다. 미움과 증오도 ‘애정'을 기대하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니까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위기의 순간에 우리는 애착의 대상인 가족에게 달려가 안정을 얻고 싶지만, 이것이 좌절될 때 스스로를 미워하게 됩니다. 왜 나를 미워하게 될까요?
 
가족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세월이 길어지면, 마음 깊은 곳부터 ‘거절당했다'라는 감정이 쌓이고, 이는 ‘내가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가족을 나쁘다고 생각하면 사랑받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없어진다는 위기감이 생기기 되고, 그래서 차라리 '내가 나쁜 거야. 내가 사랑받을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닌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그치게 됩니다.
 
가족에 대한 나의 마음을 최종 정산하기!
기대만큼 사랑을 채워주는 가족이 있다면 참 좋았겠죠.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이제 선택의 자리에 서야 합니다. 계속 그곳에 주저앉아 슬퍼하며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채찍질할지, 아니면 그곳에서 걸어 나와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증거’들을 모아볼지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족에 대한 애착으로부터 떠나는 ‘탈애착(Detachment)’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탈애착은 일부러 가족을 더 많이 미워하거나 더 무관심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나의 삶을 돌아보며 감사할 부분이 있다면 그만큼만 감사하고, 어떤 부분은 그만큼만 미워하면 됩니다. 이를테면 최종 정산인 셈이죠. 가족은 완벽하게 사랑해야 할 대상도, 완벽하게 미워해야 할 대상도 아닙니다. 부족한 인간으로 태어나 함께 의존해야 했던 대상이고, 거기에 평생 머무를 필요는 없습니다. 
 
사랑받기 원했던 나 자신을 위해 충분히 울어 주셨다면, 이제는 툭툭 털고 일어나 문밖으로 나와 보는 건 어떨까요. 문밖엔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애착의 대상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만을 위해 신중히 선택한 애착종합세트를 만들어 스스로에게 선물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당신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밑미 심리 카운슬러 신지윤
함께 하면서 또 홀로 설 수 있는 건강한 경계와 관계에 관심이 많다. 내담자와 함께 할 때 가장 살아있다고 느껴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는 프리랜서 상담가다.
-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상담전공 (박사 과정 재학중)
-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1급
힘들지? 고민을 말해봐~~ 🗣 
가을 님의 고민
행복감을 지속하는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에 크게 어려운 상황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행복하지 않은 건지 모르겠어요. 감사한 상황에서도 저는 자꾸 우울하기만 하고 가까운 가족에게 쉽게 짜증을 내고, 조금이라도 불만족스러운 일이 생길 땐 감정기복이 심해집니다. 즐거운 감정들은 너무 쉽게 증발시키고, 또 다른 부족함만 좇아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밑미 심리 카운슬러 함광성 님의 답변
아무리 생각해봐도 환경적으로는 만족스러워할 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행복감은 월급처럼 내 마음을 '스쳐가' 버리고, 화나고 슬픈 부정적 감정들은 카드고지서처럼 불쑥불쑥 찾아와 내 마음을 떠나지 않고 '끈질기게' 괴롭히는 것 같아서, 답답하고 무력하고 허무한 마음이 드실 것 같아요.

사실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문제에요.
왜냐하면 인간은 오랜 시간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해왔는데, 그 시간 속에서 긍정적인 감정은 느끼지 못해도 생존에 지장이 없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느끼지 못하면 생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워왔기 때문이에요. 맹수가 다가올 때 공포를 느끼지 못하면 도망가지 못하니까요.

그렇기에 부정적인 감정을 더 크게, 오래 느끼는 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혹시 가을님께서 이토록 자연스러운 부정적인 감정들을 의심하고 밀어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아무리 봐도 기분 나쁠 리 없다', '이런 만족스러운 상황에서는 기분이 나쁘면 안 된다'라는 생각들로 가을님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정당하지 않은' 감정으로 만들어버리고, 정당하지 못한 나를 스스로 비난하고 계시지는 않을까 염려돼요.

지금부터는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질 때 스스로에게
"너 지금 슬프구나(화났구나, 불안하구나)"
"무엇이 널 슬프게(화나게, 불안하게) 만들었니?"
라는 조금은 다정하고, 친절한 말을 건네 보면 어떨까요?

우는 아이를 달래는 방법은 "왜 울어?"가 아니라 "슬프구나"라며 안아주는 거니까요.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정당성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가을님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무조건 옳고, 분명히 그렇게 느낄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화나고, 슬프고, 불안한 내 마음을 의심하거나 혼내지 말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세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밑미타임 #MeetMeTime

바쁘게 살다 보면 온전한 휴식의 시간을 갖기 어려워요. 오랜만에 찾아온 긴 연휴 기간 중 반나절 만이라도 나에게 온전한 휴식의 시간을 선물해보세요. 가족들과 함께 죄책감 없이 배 터지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좋고, 하루 종일 방콕하며 밀린 드라마를 보는 것도 좋아요. 그게 뭐든 나에게 진정한 쉼의 시간을 선물해보세요.

*실천하는 모습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SNS에 해시태그(#밑미타임 #MeetMeTime)와 함께 올려주세요.
밑미의 리추얼 PICK!
매일 나의 삶을 돌아보고 기록한다는 것이 중요한 걸 알면서도 하기 힘든 일인 것 같아요. 동주님이 ‘하루 중 찍었던 사진을 다시 보나요?”라고 물었을 때,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여행을 갔을 땐 사진첩에 자주 들락거리는데, 평소엔.. 글쎄요? 내 일상을 여행처럼 소중하게 대하고, 오늘 하루 찍은 사진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손으로 남긴 그 기록은 새로운 영감과 시간의 축적으로 되돌아올 것 같거든요. 하루를 여행처럼 제대로 살고 싶은 분에게, 동주님의 리추얼 매우 추천합니다.
임신기간이야말로 리추얼이 가장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해요. 임신 중에 산모는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죠. 이 커다란 변화의 기간 동안 나를 단단하게 붙잡아 줄 리추얼은 그래서 더 중요해요. 함께하는 데비님은 언니의 출산을 돕기 위해 산전요가를 시작한 후, 9년째 임산부들을 위한 요가를 하고 있어요. 데비님이 직접 시연하는 영상을 보며 각자의 집에서 편안하게 요가를 수련하고 미래의 아이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그 시간은 나를 단단하게 붙잡아주고 행복한 엄마가 될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커피콩을 갈며 잠을 깨우곤 해요. 비몽사몽 원두를 갈다 보면 아침잠을 깨우는 고소한 커피 향이 나기 시작하고, 오늘 하루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하나 둘 떠오릅니다. 찬빈님의 리추얼은 모닝커피에 ‘집에 관한 글쓰기’가 더해져요. 여행 중 벼룩시장에서 사 왔던 램프, 창가를 지키는 식물들, 집에 놀러 온 친구와의 대화.. 집에 대한 이야기들을 글로 차곡차곡 기록하다 보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을 거예요.
바깥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에너지가 많아질수록 집은 엉망이 됩니다. 안과 밖의 삶을 잘 가꾸며 살고 싶지만, 참 그게 어렵네요. 그래서 저는 고요님의 ‘집 가꾸기'리추얼을 신청했어요. 특히 ‘집에 도움이 되는 한 가지 행동을 합니다'라는 내용이 너무 좋았어요. 늘 ‘시작하면 대단히 깨끗이 치워야 한다’라는 부담감에 시작을 못 했던 것 같거든요. 하나씩 치우다 보면 언젠간 공간 구석구석이 정갈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이번 주 밑미레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솔직한 의견은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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