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의 노래, 정태춘〉(감독 고영재)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10 〈아치의 노래, 정태춘
6월 8일 오늘의 큐 💡   
Q. 이효리&이상순, 10cm&옥상달빛, 그 전에?🎶
님, 뮤지션 부부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세요? 일단 최근 예능을 통해 우릴 만나고 있는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떠오르네요. 그리고 인디음악씬의 아이돌이었던 두 사람의 만남! 10cm의 권정열과 옥상달빛의 김윤주도 생각나고요👩‍❤️‍👨 그.런.데...그들 전에 꼭 알아야하는 레전드 뮤지션 부부가 있었으니...알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바로 정태춘&박은옥입니다🎤
님은 두 사람에 대해 잘 알고 계신가요? 보통 한 시대를 풍미한 포크 싱어송라이터 혹은 7,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대표하는 가수로 알고 계실텐데요. 저의 경우는 후자였어요. 하지만 정태춘이라는 사람의 음악적인 족적은 잘 알지 못했는데요😓

한국 음악계에 족적을 남기는 동시에 한국 현대사를 아우르는, 시대의 예술가 정태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을 소개합니다. 앞서 말한 정태춘의 두 가지 면모를 입체적으로 담아내는 동시에 무려 28곡의 노래를 오롯이 담아낸 음악영화인데요. 음악 다큐멘터리 보면서 노래가 끊겨서 아쉬웠던 경험이 있다면 무조건 오감이 만족할 영화랍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하나의 현대사라는 진리를 관통하는 또 다른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레볼루셔너리: 더 에볼루션 오브 그레이스 리 보그스〉도 같이 소개할게요. 중국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미국사회의 혁명적 순간을 지켜보며 살았던 길게 타는 불꽃같은 삶을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님! 사람마다 힘을 내는 다양한 순간이 있겠지만, 저는 요즘 특히 누군가가 지나온 삶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나곤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영화 속 사람들의 삶 역시 그러해요. 이들의 이야기가 님의 하루에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길 소망합니다🙌 힘찬 수요일 보내세요!

때때론 양아치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그는

하루 종일을 동그란 플라스틱 막대기 위에 앉아

비록 낮은 방바닥 한구석 좁다란 나의 새장 안에서

울창한 산림과 장엄한 폭포수, 푸르른 창공은 꿈꾼다…

- 아치의 노래 中

목소리를 따라서

〈아치의 노래, 정태춘


데뷔곡 시인의 마음과 연이은 히트곡 촛불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정태춘그는 비단 가수만이 아니라 음악으로 사회에 변혁을 촉구한 사회·문화운동가이기도 하다가요 사전 심의 철폐 운동을 주도해 심의 폐지를 이끌어 냈고노동 운동 지원 공연 등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늘 앞자리에 서 왔다.

영화는 2019년 데뷔 40주년 기념 전국 투어 콘서트를 바탕으로 정태춘의 음악 인생을 꼼꼼히 되돌아본다경기 평택 시골 마을에서 바이올린을 처음 배운 소년토속적이고 서정적인 노랫말로 대중들의 가슴을 울렸던 청년과 시대의 불의에 저항한 중년을 거쳐 사랑스러운 손녀와의 대화를 읊조리는 노년의 모습이 28곡의 음악과 어우러진다. 영화에는 곡의 핵심 구절이나 귀에 익숙한 멜로디만 짧게 담긴 것이 아닌노래의 처음과 끝이 온전히 담겨있다콘서트에 온 듯한 인상을 받으면 노래에 깊게 빠져들어 음미하게 된다. (...)

정태춘의 목소리를 따라 영화는 한국 현대사를 걷는다.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화 투쟁부터 1993년 음반 사전 검열제도 철폐 운동, 2006년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까지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울려 퍼진다청소년 인권 운동가에게한국 아티스틱 수영 전 국가대표에게그리고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그의 팬에게.

 

불의에 저항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의 길을 걷던 그에게도 절망의 순간이 있었다절망의 끝에 결국 노래를 접고 시나 붓글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간 그그리고 그러한 절망의 고뇌가 온전히 담겨 있는제목의 그 노래. ‘아치의 노래

영화의 말미, 정태춘은 문명이 고도화된 산업사회가 아닌 오히려 과거의 원시 공동체를 꿈꾼다고 말한다. 자본주의에 의해 약자가 짓밟히고, 빈부격차와 환경 오염이 공동체를 파괴하는 사회가 아닌, 문명화되지 않은 곳을 여행하고 싶다고 그는 소망한다. 그의 이상적이지만 예리한 바람은 ‘정동진 3’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를 따라 관객과 호흡한다.



인디즈 김정연

<아치의 노래, 정태춘> 감독 고영재|다큐멘터리|113분|전체관람가

한국 포크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뮤지션 
정태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0대 가수상, 가요 사전심의 철폐운동 
그리고 음악시장을 홀연히 떠나기까지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노랫말과
서정적인 음율로 시대와 함께한 뮤지션 

데뷔 40주년, 우리가 몰랐던
정태춘의 음악과 삶을 만나다!
나의 삶은 길이 되고 🛤️

삶이라는 프리즘

아메리칸 레볼루셔너리: 더 에볼루션 오브 그레이스 리 보그스

 


냉혹한 현실을 시구 같은 가사로 노래하는 포크 가수, 정태춘. 그는 가수보다는 시대를 노래하는 시인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그의 노래는 사람의 흥을 돋우는 노래는 아니지만, 기운을 돋우고 현실을 지탱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험난한 시대를 그의 노래로 건너간 이들이 있으리라.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신묘하다. 같은 시대 속에서 저마다 다른 고민을 발견하고, 각자의 해결법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정태춘이 발견한 시대의 문제는 이웃에게 닥친 생존의 문제였다. 그는 세상을 욕하고 힐난하는 대신 아름다운 가사로 무정한 시대를 비판했고, 지친 사람들이 있는 시위장으로 달려가 함께 노래하며 끊임없이 현실을 고발했다. 그렇게 그의 삶과 노래는 근현대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중국계 미국인 그레이스 리 보그스가 살아낸 100년의 삶도 미국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15년 중국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1940년대에 박사과정까지 밟았지만,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당한다. 철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레볼루셔너리〉에는 유쾌하지만 아주 꼬장꼬장한 90대 할머니 보그스가 평생에 걸쳐 자신을 움직이게 만든 동력, 혁명을 이야기한다. 흑인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보그스는 유명한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킹과 말콤 엑스의 일화를 마치 어제 일처럼 추억한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취임식 날. 보그스는 취임사를 늘어놓는 오바마와 환호하는 관중을 보며 감상에 젖는 대신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리더가 세상을 바꿀 것을 바랄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다른 문화,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삶이라는 프리즘으로 비춰본 정태춘과 그레이스 리 보그스는 닮은 구석이 있다. 눈앞에 보이는 문제를 좌시하지 않고, 더 나아가 똑바로 마주 보는 것.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나.

 

인디즈 은다강

<아메리칸 레볼루셔너리: 디 이볼루션 오브 그레이스 리 보그스>는 현재 한국의 VOD, 혹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관람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 
다만 "혁명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라는 마음으로 모인 여성주의팀 '혁명이 후끈후끈'에서 온라인 상영을 주최했어요. 아쉽게도 지금은 마감이지만, 호옥시 또 기회가 올 수 있지 않겠어요?! 관련정보가 궁금하다면 혁명이 후끈후끈팀의 노션 페이지를 확인해보세요.
직접 듣는 그의 이야기 💬  
정태춘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도, 정태춘이란 이름이 낯선 분도 이쯤되면 정태춘이란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을 것 같아요. 지난 5월 20일, 뮤지션 정태춘의 찐찐찐팬! 이동진 평론가가 함께한 <아치의 노래, 정태춘> 인디토크 현장을 보내드립니다  😘
"지금 가요계에 관해서는 제가 잘 몰라요. 완전히 산업화된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개인의 상상력을 개인이 풀어내고 개인의 이야기로 만나지 않습니다. 지금은 상업적인 시스템 안에서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는 상품이죠. 물론 그 상품 안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겠지만, 시장의 논리를 이해하지 않고서 우리 가요계를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고민하는 창작자가 있다면 우리보다 더 넓은 상상력을 가지고 노래를 써 내려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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