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Photo by Mak
요즘 나를 살게 만드는 것들 중 팔할은 다정함일 텐데, 막상 나는 다정함에 인색해지는 것 같아 부끄럽다. 다정함은 언제나 반갑고 부러운 것. 내게는 아직 어려운 것. 

당신은 누군가의 자고 있는 얼굴을 가만히 지켜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 분명하다. 무엇에 비견해도 질리지 않는 그 신비로움은 당신이 사랑할 때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그것은 숲 가운데서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 그것은 영원한 파도 속에서도 비연속적인 포물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당신이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건 사랑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당신의 숨소리를 닮고 싶고, 당신이 길 잃은 세계 속에도 내가 있기를 바라지만. 결국에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닫는다. 하나이고 픈 마음이 사랑인데, 그것은 오직 둘일 때만 가능한 것이므로 세상은 아이러니로 움직인다. 당신의 꼭 감은 눈을 사랑한다. 잠결에도 나를 끌어안는 당신의 팔을 사랑한다. 나와 함께 있을 때만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당신을 사랑한다. 살결이 맞닿아 있을 때 느껴지는 우리의 온도 차를 사랑한다.

서로 다른 존재를 함께 살아가게 만드는 것에는 어떤 힘이 있어야 하므로,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그것은 내가 아는 유일한 다정함이다.
2020년 8 첫째 
비가 내리는 창가에서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남겨진 것들의 이후를 생각하면 마음 한 켠에 바람이 분다. 나와 동갑이었지만 나보다 훨씬 늙어버린 집을 생각하면. 그 곳에 두고 온 시간의 눈금을 생각하면. 여기 사람 삶, 얇은 종이 뒤에서 잠을 청했을 굽은 등을 생각하면. 여기, 사람, 삶, 그 세 단어를 꾹꾹 눌러썼을 주름진 손마디를 생각하면. [전문 읽기]
나와 함께 태어나 일생을 함께했던 집을 떠날 때, 그 마음은 어떨까요. 철거되는 동네 사이에서 '여기 사람 삶'이라는 엉성한 글씨를 발견했을 때 우리는 묘한 서글픔을 느끼게 됩니다. 여기, 사람, 그리고 삶에 대해서 우리는 참으로 쉽게 잊는 것 같습니다. 떠나는 마음과 남겨진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김버금 작가님의 글입니다.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Don't leave me high
Don't leave me dry
Radiohead의 <High and Dry>를 소개해드립니다. 대중적으로 매우 성공했던 두 번째 정규 앨범 'The Bends'의 수록곡입니다. High, Dry는 '홀로 남겨지다', '버림받다'라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마치 물 바깥으로 나온 물고기가 햇빛 아래에 놓인 상황을 상상해보면 와 닿으실 것 같습니다. 혼자이고 싶지 않은,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이 왠지 장마철에 잘 어울립니다.

P O D C A S T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진행 : 윤성용, 김버금, 김승원
여전히 난폭한 이 세계에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몇 있으므로 세계가 그들에게 좀 덜 폭력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이 세계는 진작부터 별로 거칠 것도 없다는 듯 이러고 있어 다만 곁에 있는 것으로 위로가 되길 바란다거나 하는 초 자기애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따뜻한 것을 조금 동원하고 싶었다 밤길에 간 두 사람이 누군가 만나기를 소망한다 - <백의 그림자> 작가의 말
오늘의 팟캐스트는 '공존'의 첫 번째 에피소드로, 소설 <백의 그림자>를 소개해드립니다. 이 소설은 도심 한복판의 40년 된 전자상가에서 일하는 두 남녀, 은교와 무재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첫 장면에서 은교는 자신의 그림자를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과연 이 그림자는 무엇이며, 거친 세상 속에서도 그들은 어떤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팟캐스트를 통해 저희가 나눈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그럼 안녕,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