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시간 중 잊지 못할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간혹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비슷한 장면이 자꾸 떠오르는 건, 그만큼 내가 그 시간과 기억을 하나라도 더 붙잡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LA의 도사(dosa) 스튜디오를 방문했던 날도 그중 하나이다. 같은 게 하나도 없는 비슷한 듯 모두가 다른 행거에 걸린 옷, 색상과 주제별로 분류한 각종 아이디어 아카이브, 한켠에 마련한 작지만 효율적인 사진촬영 공간, 그간 제작한 인쇄물 속 아름다운 사진과 메시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바느질을 하는 이들, 그리고 그들과 서울에서 온 우리에게 시종일관 유쾌한 미소로 대화하는 크리스티나 킴. 무엇 하나 억지스러운 것, 손과 마음이 닿지 않은 곳이 없던 곳. 도사가 전 세계 수많은 유명 인사와 아티스트가 좋아하는 브랜드라는 것, 각종 예술 공간에 초청되어 아름답고도 뛰어난 전시와 프로젝트를 만들어온 것을 뒤늦게 찾아보고서야, 누군가(무언가)를 끌어들이는 힘의 아주 원초적인 공간과 시간에 잠시 머물다 온 느낌이었다. 
팩토리2는 현재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돌고 돌고 돌고》 준비가 한창이다. 참여작가로 초청한 크리스티나 킴은 이 전시의 출발점인 ‘인간이 자연과 지역생태계의 일부로서 함께 사는 연습’을 이미 오래전부터 체화하고 실천해왔다. 지난 연말, 본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에 방문한 크리스티나 킴과의 대화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지금도 떠올리면 가슴이 콩닥거릴 정도로 반짝이던 그의 두 눈을 나의 감은 두 눈으로 바라보며 말이다.
인터뷰. 이경희

 먼저 도사(dosa)를 시작했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80년대 뉴욕에서 어머니와 도사를 시작하신 것으로 압니다. 순수예술을 공부하셨는데 어떻게 옷을 만드는 일로 뛰어드신 거죠?
제가 ‘반드시 패션디자인을 해야겠다’ 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어릴 적부터 엄마가 제 옷을 직접 만들어주시는 게 당연했기 때문에 저도 옷을 만드는 게 익숙하고 또 자신 있었죠. 그땐 우리가 뉴욕에서 살았는데, 클럽에 놀러 가기 위해 제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 옷을 본 사람들이 자기도 만들어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옷을 만들기 시작했죠. 
그때 저는 이탈리아를 매우 좋아해서 대학원도 그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가서 멋있는 옷을 사려면 돈을 모아야 했으니 직접 옷을 만들어 팔았죠. 디자이너가 목표는 아니었어요. 단지 옷을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작은 재봉틀을 가져다 아무거나 만들었어요. 옷감도 디자이너들이 팔고 남은 것을 수소문해 사기도 했고, 아프리카 직물을 좋아해서 자주 가던 소호의 한 가게에서 사 오기도 하고요. 그렇게 시작을 한 거죠. 사람들이 내가 만드는 게 괜찮다고 해서 조금씩 조금씩 커진 것뿐인데… 그게 36년이나 됐네요! (웃음)
ⓕ 놀러 갈 때 입고 싶은 옷, 좋아하는 옷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도사가 만들어진 것이군요.
그럼요. 제가 아주 어릴 때는 한국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었어요. 주변 삼촌들이 입던 옷 중 미군 스웨터 같은 것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 옷의 재질이 참 좋은 거예요. 어릴 때부터 삼촌이 입던 남성 옷이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저는 그때도 옷을 뒤집어 안쪽이나 안감을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겉만이 아니라 안쪽도 잘 만들어지고 스티치와 실이 예쁜 것도 좋아했죠. 뭐, 그런 데서 시작된 거예요.

가장 가까운 것들 간의 조화
ⓕ 90년대가 되어 도사는 스튜디오를 LA로 이동합니다. 제작공장을 직접 운영하시며 ‘쓰레기 0%’를 목표하셨다고요. 당시 LA 사람들은 쓰레기나 환경파괴에 책임감이나 문제의식을 공유했나요? 요즘에야 패션 산업도 환경파괴의 가해자 중 하나임을 반성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 대안을 모색하지만, 당시에 그런 자각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그전에 뉴욕에 살았기에 환경 문제를 섬세히 자각한 것 같아요. 80년대 뉴욕은 어딜 가도 쓰레기가 굉장히 많았어요. 수거도 하지 않았고요. 그걸 보면서, 나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인데 내가 하는 일이 쓰레기를 만든다는 것에 의문이 들기 시작한 거죠. 디자이너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제작자가 쓰레기를 끊임없이 만든다는 게 납득이 되질 않았어요. 
도사를 LA로 옮긴 이유는 공간(space)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었어요. 공간의 중요성이란 크기의 맥락이 아니라, ‘내가 있는 공간’에 대한 감각을 의미해요. 보통 하루 여덟, 아홉 시간을 함께 작업하잖아요. 같은 시간이라도 ‘어떻게 하면 더 깨끗한 공간에서 더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죠. 
당시 내겐 ‘조화로움’이 중요한 화두였어요. 뉴욕의 건물들은 무자비하게 변형되고 지저분한데 월세가 매우 비싼 반면, LA 다운타운에는 1920, 30년대에 지어진 빌딩들이 그때까지 잘 보존된 거예요. 그때 옷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본격적으로 생각한 것 같아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렇다면 옷이 만들어지는 공간도 중요하잖아요. 그렇다면 LA가 내가 생각하는 작업 방향과 더 어울린다고, 조화롭다고 생각했죠.
ⓕ 도사 스튜디오를 선물과도 같은 기회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디자인, 제작, 촬영, 아카이브 등 도사를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이 한 공간에서 작업하고 소통하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뉴욕의 빌딩은 다 위로 올라가죠. 그런데 캘리포니아나 서부 지역은 모든 게 수평으로 퍼져 있어요. 어찌 보면 모두가 평등하다는 저의 균형감각은 LA에 와서 비로소 제게 자리잡힌 것 같아요. 공간이 크면 하나의 회사라 하더라도 디자이너와 제조인이 같은 층에 모두 있는데, 그건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 아니겠어요? 고층빌딩 같으면 중요한 사람이 위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래에 있는 건데 그런 개념이 저와는 맞지 않았어요. 그런 점에서도 LA는 제게 완벽했죠. 
기후도 마찬가지예요. 이곳에서는 에어컨도 히터도 필요하지 않았죠. 창문도 사방에 있으니 전기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요. 자연광을 많이 경험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환경에 관한 생각도 깊어진 것 같아요. 무엇보다 같은 색도 자연광에서 보면 더욱 아름답잖아요. ‘진짜 색이 나온다’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작업을 확인할 때도 될 수 있으면 자연광을 이용해요.
ⓕ 내가 생활하고 시간을 보내는 공간의 중요성을 섬세하게 인지하신 건데, 생각에 그치지 않고 만드신 작업은 물론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까지 고려하신 거였네요.
뉴욕에서 알고 지낸 친구 중에 건축가와 아티스트가 많았어요. 그때 우리가 주로 나눈 이야기 중 하나는, 인간이 지구에 머무는 동안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향만 미치고, 최대한 적게 써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뉴욕에서는 이를 실천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바깥보다 건물 안에 있는 시간이 더 많기도 했고요.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 LA로 이사한 것이기도 하거든요.
버려질 것에서도 찾아낸 저마다의 쓰임
ⓕ 대량생산을 지양하고 많은 작업에 메이커가 손으로 직접 짠 인도의 ‘잠다니(Jamdani) 직물’을 활용하십니다.¹ 무엇보다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요. 시간과 노동이 담긴 직물 본연의 수공예성과 토착성(vernacular)의 오랜 지혜는 도사의 아이디어와 만나 새로운 핸드메이드 작업으로 태어납니다. 이는 끝없이 새로운 것을 빠르게 대량으로 만들어 공급하기에 바쁜 패션 생태계를 역행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시행착오는 없었는지, 수익성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1990년대만 해도 저 역시 대량생산을 했어요. 그때도 제작 공정의 상당 부분은 기계가 아닌 손으로 한 것이지만요. 기계로 옷감을 자르고 미싱으로 박지만, 옷감 자체가 이미 수작업이었어요. 당시 저는 대량생산을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수작업의 흔적을 하나라도 더 남길 수 있을까를 생각했어요. 옷감 자체가 ‘잠다니 직물’이라는 인도 전통 베틀로 만든 매우 노동집약적인 것인데, 대부분 손으로 만들어 저마다 그 자체로 고유한 모습을 갖거든요. 그래서 대량생산이라고 해도 흔히들 생각하는 기성복과는 많이 달라요. 
인도에서 만든 옷감들은 제작과정을 제가 직접 봤어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 들인 손과 시간의 정성을 잘 알고 있죠. 특히 옷감을 직조하는 사람들의 눈썰미가 매우 좋아서 모든 옷감의 구석구석이 모두 아름다워요. 
또 그들은 옷감 짜는 순간을 매우 재미있어해요. 인도 사람 특유의 기질일 수도 있지만, 작업 자체를 매우 즐겨요. 작업장에는 아이들이 막 뛰어다니며 놀기도 하고요. 그들만의 좋은 에너지가 도처에 있어요. 그러다 보니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off cut)에도 그 좋은 기운이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제가 그 조각도 모으기 시작했거든요. 염색도 대량으로 하지 않으니 색도 천마다 달라서 핑크라고 해도 서른, 마흔 가지의 서로 다른 톤이 나와 더욱 아름다워요. 보통 같으면 버렸을 자투리 천을 한데 모아보니 시각적인 것은 물론 그 안에 담긴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느껴지더라고요. 
수익성의 측면에서도, 하나의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회의와 디자인, 테스트, 제작, 재고관리에 이르기까지 상상 이상의 많은 시간, 인건비, 제작비, 공간사용료가 필요해요. 하지만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자연 친화적으로 만들고, 버려지는 것을 모아 새로운 물건으로 만드는 것, 즉 ‘적게 만들고, 버려지는 것이 없게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수익성 면에서도 효율적이랍니다.

잠다니 직물 
금속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목재와 대나무로 만든 전통 베틀로 만든 수공예 작업으로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리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다. 이 직물의 특징은 제작 후 수를 놓거나 날염을 하는 게 아니라, 직물을 만드는 과정 중 베틀에서 직접 디자인을 한다는 점이다. 크리스티나는 1996년 처음 인도를 방문해 이후 손으로 직접 짠 직물을 도사에서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잠다니 직물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서벵골(West Bengal)에서 실제 그곳 사람들이 입는 사리를 위한 옷감을 그곳 장인과 협업하며 만들면서부터이다. 잠다니 직물은 베틀에서 작업하는 직조공의 아이디어가 곧 새로운 디자인이 될 수도 있는데, 크리스티나는 이를 적극 수용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나 재단 과정에서 나오는 자투리 천을 버리지 않고 모은 것을 활용하여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다양한 실천을 보여주었다. 
 도사는 ‘시즌제(SS / FW)’를 폐지하고 ‘여행자(traveler)’ 라인을 새롭게 선보인 바 있습니다. (지금의 ‘스탠더드 이슈(Standard Issue²)’도 출발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사에는 자연과 시간, 그리고 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것에 대한 경외가 묻어납니다. 매 순간에 대한 감사와 정성을 들이는 마음 말이지요.

뉴욕이나 유럽의 컬렉션은 통상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죠. 그런데 저는 캘리포니아에 살고, 여긴 계절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두꺼운 옷을 입을 일이 없어요. 도사 초창기, 캘리포니아로 오기 전까지는 우리도 사계절 옷을 제작했어요. 그런데 이곳에 와서 보니,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에도 뜨거운 울 옷감을 자르고 있다는 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특히나 그 더운 날에 울 섬유를 만지다 보면 아주 미세한 털실이 떨어져 나와 몸에 박혀 가렵거든요. 왜 이런 걸 해야 하는지 함께 작업하는 이들을, 심지어 나 자신도 설득할 수 없었어요. 결국 입지 않을 계절의 옷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생겼죠. 
제가 아주 어릴 때 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 중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오시는 분도 있었거든요. 저는 그분들이 너무나 부럽더라고요. 나도 다른 나라에 가고 싶고, 그들이 입은 옷을 입고 싶고, 또 만져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계절’ 컬렉션만 하는 것보다 ‘여행자’를 컨셉으로 옷을 만든다면? 도사가 다른 나라의 옷감을 가져와 만들어도 되고, 또 이곳이 북반구의 겨울이어도 남반구의 여름 기후 나라로 여행 갈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겨울에 가벼운 옷을 만들어도 같은 때에 더운 곳에서 입을 수 있다면 여행하는 이들을 위한 옷을 만들게 되는 거죠. 또 우리가 여행할 때는 꿈을 많이 꾸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여행자’라고 부르고자 했어요. 이국적인 것을 떠올릴 수 있고, 입어서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손으로 잘 만들어 오래 쓰는 것의 기쁨
 2008년, 도사는 ‘오가닉(organic), 재활용(recycled), 수공예(off the grid)’ 이 세 가지를 디자인의 기본 원칙으로 삼습니다. 이는 같은 해 볼로냐에서 보여주신 전시 제목에도 등장해 도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³
2007년이었어요. 제가 그즈음 중국 구이저우성을 자주 갔는데, 인디고 색을 매우 멋있게 만드는 소수민족인 미야 족과 일을 많이 했거든요. 어느 날 길에서 사람들이 자전거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엄청난 높이로 쌓아서 가는 걸 봤어요. 그것들이 ‘다 어디로 가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 제가 인도도 자주 오갔는데 그곳 역시 길에 플라스틱이 너무 많았고, 마침 제가 가지고 있던 여행 책자에도 그 사진이 있었어요.

또 다른 에피소드는, 제가 여행이나 출장을 다닐 때도 옷감 조각을 잔뜩 가지고 다니거든요. 그러고 보니 나 자신이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거예요. 그러면서 ‘저 플라스틱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질문을 가지게 되었고, 제가 인도에서 옷을 만든다는 것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때도 이미 ‘오가닉’과 ‘재활용’은 제 작업에 충분히 녹아 있는 요소였지만, 그 연장된 생각을 최대한 집중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끝까지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시를 매개로 사람들에게도 알리고자 한 것이죠.
 작가님이 언급하신 ‘전통 공예(traditional craft)’와 ‘천연자원(natural resources)’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지금의 메타버스 시대와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는 듯도 보이지만, 결국 우리 삶의 근간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더 단단한 힘을 얻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선상에서 말씀하신 “핸드메이드를 입었을 때의 쾌감 (혹은 내재한 본질적인 기쁨, intrinsic pleasure)”은 멀게는 우리를 만들어준 자연의 자애로움, 가깝게는 가족의 사랑으로 내가 더 단단해지고 충만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좀 더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그전에 손으로 만든다는 것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볼까요? 기계로 바느질을 하면 모든 옷의 사이즈가 똑같죠. 하지만 손으로 바느질을 하면 실과 바늘을 밀고 당기는 걸 아무리 잘해도 그 텐션이 기계와 달라요. 손바느질한 옷을 입어보면 탄성이 더 잘 느껴져요. 그래서 훨씬 편하답니다. 몸과 옷이 서로 더 잘 맞는 거예요. 손으로는 텐션을 마음껏 조절할 수도 있고요. 저는 그게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결국 입었을 때의 쾌감은 보는 사람보다 입은 사람이 더 느끼는 거죠.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게 왜 내게 더 편하고 가볍게 느껴질까’ 싶지만, 손으로 바느질을 해서 만든 사람은 알고 있지요.

 저는 그 쾌감이란 게 만든 사람의 기운과 정성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느낌을 상상했는데, 실제 기술적으로도 몸이 느껴 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군요.
다음으로, 작가님 어릴 때 할머니가 매번 바느질로 수선해서 신으셨던 버선 이야기로 넘어가 ‘다층적 디자인 사고와 지속성’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다음 2부에 이어서)
¹ 잠다니 직물 이야기 (2002~ ongoing)
² Standard Issue: 도사가 매해 만드는 기본 디자인 제품. 스탠다드 이슈의 중요한 모티프는일상(everyday)’ ‘토착과 풍속에 맞는(vernacular) 유니폼이다. 
³ 
이탈리아 볼로냐에서의 <organic, recycled, off the grid> (2008) 전시 이야기 

“정말이지 안 해본 거 없이 다 해봤어.”  팩토리의 홍보라 대표 (이하 보라보라)가 자주 하는 말이다. 그 ‘정말’은 진짜 정말인 게, 팩토리가 처음 만들어진 2002년부터 최근까지를 얼추 더듬어보면 주제, 분야, 장르, 프로그램, 표현, 공간, 심지어 운영방식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작은 예술공간이 앞구르기 옆구르기 하며 만들어낸 촘촘한 시도는 대체 그 안에 무슨 에너지가 일었기에 가능했을까 싶다. 사진과 짧은 글들로 돌아보면 모두가 반짝이는 순간이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이가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고, 시행착오를 겪고, 울다 웃으며 밤을 보내고 포옹했는지는 미처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본 인터뷰 시리즈는 팩토리 안팎에서 함께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만들어지기까지, 또한 앞으로 만들어나갈 함께 그린 풍성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를 기대하며 기록하는 것이다. 당신과 우리, 지난날과 앞으로의 시간, 그리고 지금 여기 모두로 열려 있기를 바라며.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