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님은 20여 년간 자립지원가, 사회적 기업가, 사회적 경제 활동가 등의 모습으로 사회적 약자의 자립을 위해 활동했다. 청(소)년의 자립, 직업 진로의 혁신을 위해 노력 중이다.

Q. 청(소)년 자립 서비스, 교육 이슈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A. ‘약손엄마’의 중장년 여성 자립 노하우를 다른 사각지대 영역까지 적용해보고자 검토했다. 노숙인, 출소자,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검토했다. ‘자립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위기 청소년’ 영역으로 주제를 좁혔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다. 

초기에는 ‘사람마중(옛 약손엄마)’에서 나오는 수익을 바탕으로 위기 청(소)년 자립을 돕는 단체를 발굴하여 지원하려고 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의 수가 적었고, 제공 프로그램의 질이 낮았다. 효과성이 낮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 18세 이후면 복지시설을 퇴소한다. 이 중 상당수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된다. 기존 자립 프로그램이 잘 작동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가 직접 혁신적인 청소년 자립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자립이란? 자립의 핵심 역량과 원리란?’ 등의 문제 정의부터 시작했다.

Q. 청(소)년의 자립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필요한 자립 역량은 무엇인가?

A. 저는 ‘스스로 자립’, ‘함께 자립’, ‘천천히 나아가는 자립’, ‘지속하는 자립’, ‘사회를 혁신하는 자립’을 자립의 핵심 원칙으로 세웠다. ‘스스로 자립’은 당사자가 자립의 주체라는 것이다. 자립 지원은 의존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의지가 생기도록 잘 조력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함께 자립’은 개인의 성공과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가 되어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천천히 나아가는 자립’은 짧은 기간 내에 성공하려 하지 말고, ‘사람과 변화’에 대한 믿음과 인내를 가지고 천천히 오래 하는 것을 말한다. ‘지속하는 자립’은 이벤트성 성공을 지양하고, 긴 로드맵을 설계하고, 자립의 토대를 넓혀가야 자립 상태가 지속/발전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마지막으로 ‘사회를 혁신하는 자립’은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합의를 이루고,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서 사회적 편견, 기득권, 잘못된 시스템을 혁신하는 원칙이다.

‘그런 자립은 없다(교육공동체 벗, 2019)’에서 지금까지 ‘자립’은 타자들의 입장이지, 당사자인 청소년의 입장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것은 자립의 ‘기술’이 아닌 ‘역량’이라고 했다. 동의한다. 자립 역량 프로그램의 혁신을 위해서 ‘재무 역량, 관계 역량, 주거 생활 역량, 직업진로 역량’을 4가지 핵심 자립 역량으로 설정했다.

재무 역량은 돈(용돈, 부소득, 주소득)에 대해 좋은 마인드를 정립하고 습관, 목표, 관리 능력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역량이다. 관계 역량은 유대감이 있는 사회관계를 이루고 발전시키는 역량이다. 주거 생활 역량은 주거 공간에서 일상생활의 ‘쾌적함, 즐거움, 유대감’을 이루고 발전하는 역량이다. 직업진로 역량은 삶의 가치관과 생계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직업 및 직무의 ‘마인드, 기능, 수행 관계 능력’을 이루고 발전시키는 역량이다.

기술은 정보를 습득하고, 그것을 다루는 외적 능력이다. 역량은 ‘마인드, 태도, 자세’가 결합한 융합적 능력이다. 역량은 행동과 연결된다. 자립률이 낮은 원인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문제 때문이다. 행동 변화를 위해서는 경험 위주의 자립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한다. 경험 위주 프로그램을 통해서 ‘마인드, 태도, 자세’ 변화가 일어난다. 그래야 역량이 쌓인다.

분명, 아동양육시설에서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러나 청소년은 시설 퇴소 후 형광등 교체 등의 간단한 일에 애를 먹는다. 분명, 금융교육을 진행한다. 그러나 퇴소후 무절제한 소비를 하는 청소년의 모습이 발견된다. 아동양육시설에서는 필요한 자립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러나 해당 청소년은 기억하지 못한다. ‘마인드, 태도, 자세’가 역량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Q. 어떻게 자립 역량을 쌓을 수 있나?

A. 경험 위주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다만 원칙이 있다. 첫째는 실제성을 확보하자. 둘째는 충분히 하자. 셋째는 성취를 할 수 있게 하자다. 예컨대 복지시설 아동/청소년의 자립 증진을 위해 ‘자립생활관’이라는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1명의 인원이 최대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오직 13일뿐이다. 만약 0세에서 18세까지 복지시설에서만 거주했던 아동이 있다고 하자. 이들이 자립을 경험할 수 있는 기간이 13일뿐인 것이다. 충분치 않다. 관리가 개입되는 공간이기에 실제성도 없다. 9시 이전 귀가, 술/담배 금지 등의 관리 규정이 있기에 실제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결국 실효성이 없다. 

예컨대, 우리는 청년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과 연계하여 주거 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약 40만 원의 생활비를 지급했다. 물론 40만 원의 생활비를 초기에 소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적 소비 행위가 향후 자립을 위한 경험이 된다. 이것이 실제성이다. 입주 기간도 3개월을 기본으로 하여 본인이 원하는 경우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3개월간의 독립적인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혼자 살 때 일어날 수 있는 이슈를 해결하며 성취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자립 프로그램을 실제 운영할 때 청소년이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작은 성취를 얻을 수 있게 해야 하며, 무엇보다 실제적 이익이 있어야 한다.

Q. ‘리스크가 없으면 자립도 없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뜻인가?

A.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퇴소시 서울, 경기 기준으로 1,500만 원 정도의 자립정착금을 지급한다. 계획성 있는 지출로 이어지지 않고 초기에 탕진하거나, 사기를 당하는 경우 빈번하다. 왜 그럴까? 1,500만 원에 그 청년의 땀방울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복권 당첨자가 재산을 탕진하고, 불행해지는 경우와 다르지 않다. 

예를 들겠다. 15세 이상이 되면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도 복지시설 동의를 받고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의해주지 않는 시설이 있었다. ‘청년이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려고 하는데 만약 상품을 도둑질하거나, 편의점 사장에게 이용당하거나, 성추행당하면 어떡하냐?’ 라는 이유다. ‘위험의 가능성이 있는 아르바이트를 허용하는 것은 무책임하지 않느냐’ 라는 논리다. 

또 다른 예다. 복지시설에서 문화 체험을 위해서 단체로 영화관람을 하러 간다. 2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는 인솔자의 동행하에 모두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이 식사하고 귀가하는 방식. 둘째는 청(소)년에 각자 돈을 지급하고 원하는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고 자율적으로 귀가하게 하는 방식. 후자의 방식을 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위험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역량은 결국 성공과 실패를 통해서 축적된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모두 위험이 따른다. 리스크를 없애면 결국 성공의 경험도, 실패의 경험도 없는 백지장 상태가 된다. 리스크가 있더라도 청소년 스스로 좋은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많은 자립 프로그램이 안전을 위해서 예방과 관리 중심으로 진행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 아무것도 행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전략이다. 이게 결국 무기력으로 연결된다. 무기력은 취약 계층 청소년의 공통적인 특성이다. 

Q. 취약 계층 청년의 자립을 돕는 여러 서비스의 한계는 무엇인가?

A. 자립 준비기-자립 이행기-자립 안착기가 단절되면 안 된다. 이 단계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하나의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너무 많은 변화를 바라면 안 된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만들고, 청소년이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1개의 단체/기관이 다양성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비슷한 사업을 운영하는 단체들이 협업해야 한다. 돈과 재원을 하나의 풀(Pool) 로 연계하고, 프로그램을 하나의 풀(Pool)로 연계하고, 청소년 대상자를 하나의 풀(Pool)로 연계해야 한다. 돈과 재원을 하나의 풀로 연계해야 연속적이고, 중장기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하다. 프로그램을 연계해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사각지대가 심할수록 발굴이 안 되는 문제점이 있다. 청소년 대상자 풀(Pool)을 공유한다면, 발굴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대상자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매칭이 가능하다. 

청년 당사자가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한다. 청년 당사자가 자신의 프로그램을 동료와 함께 해결하려는 시도가 늘어야 한다. 현재까지는 청년 당사자를 수혜자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원이라는 틀에서는 조력자와 당사자가 동등한 관계를 갖기 힘들다. 청년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야 사업의 연속성과 자율성 확보될 수 있다.

프로그램의 제공뿐만 아니라 개발에도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기존의 프로그램을 반복하거나 짜깁기한 수준이 대다수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는 재원, 시간, 실패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정부의 지원은 주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맞추어져 있다. 프로그램 개발 지원 사업이 일부 있기는 하나 만족스럽지 못하다. 개발 기간이 최대 3년으로 제한되어 있고, 1년 차부터 서비스 제공 실적을 요구하기에 충분한 사전 조사와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Q. 최근 고립ㆍ은둔 청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둔형외톨이지원연대 사무국장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에 적합한 지원 방향은 무엇인가?

A. 일본의 경우 은둔을 극복하는 데 평균 12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은둔을 극복한 사람으로만 기간을 집계했음에도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 어떻게 이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일단 오프라인 방식의 개입은 적절하지 못하다. 한국의 경우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소통하며 협동 플레이를 하는 게임 사용자가 많다. 은둔형외톨이도 마찬가지다 외출, 오프라인 교류는 없더라도, 게임을 즐기고, 커뮤니티 접속을 하는 등 온라인 활동을 한다. 심리, 정서, 우울 등의 키워드를 가진 카페 커뮤니티에도 자주 접속한다. 따라서 온라인 기반의 자립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단계적으로 접근하여 미션을 부여하고, 실재적 이익, 즉 리워드를 부여하는 방식이 좋다. 세수하고, 목욕하고, 식사하고 등의 기본적인 일상생활 회복부터 시작하여 외출로 이어지도록 한다. 외출 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외부 공간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조력자를 통해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등 단계별로 접근해야 한다. 은둔 단계별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식이어야 한다. 단 무리하게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딜라이트(de:)ight) ‘은톨이의 작은 도전’ 프로그램 사례]

Q.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A. 현재는 은둔, 고립, 비구직 니트 청년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첫째, 고립ㆍ은둔청년을 도울 수 있는 조례, 법률 등의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둘째, 고립ㆍ은둔청년 대상 서비스 제공 인프라를 만들고 싶다. 현재는 관련 전문가와 단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셋째, 청년 자립을 지원하는 전문적 센터 혹은 연계 구조를 만들어보고 싶다. 현재는 학교 밖 청소년,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가정 밖 청소년 등등 유형별, 제도별로 자립을 지원하는 기관과 서비스가 분리되어 있다. 또한 서비스 종료 후에는 후속적인 지원을 받기 힘든 실정이다. 넷째, 청년이 직업진로를 찾기 위한 일경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취업은 직업진로가 설정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진행해야 한다. 취업 전 진로탐색을 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은 일경험 외에는 없다. 취업 알선보다 일경험이 중요하다. 문제는 일경험 참여기업을 발굴하고 연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경험을 원하는 청년과 참여기업과의 미스매칭도 심하다. 이런 업무를 개별 기관에서 직접 하기란 쉽지 않다. 일종의 일경험지원센터와 같은 중간 매개 단계를 만들고 싶다.

글ㅣ최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