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3일_18번째 다카포 페이퍼

2020년 9월 3일 목요일

글: 유니쓰 / 편집: 유니쓰와 루바토

당신의 감성을 찾아 줄 클래식 음악 페이퍼, 다카포입니다.

현을 위한 아다지오(Adagio for Strings)

새뮤얼 바버(Samuel Barber, 1910-1982)

비가 내리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아요.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어디 내 마음을 대변해줄 음악이 있나...🧐’ 플레이리스트를 뒤적뒤적한답니다. 지금 다카포리의 귀에 재생되고 있는 음악은 뭔가요? 저는 그저께 페이퍼에서 소개해드린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듣고 있는데요. 어제와 오늘의 날씨와도 딱 맞는 곡인 거 같아요. 그래서 오늘의 선곡도 그저께의 감성을 이어받아 비슷한 곡을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오늘의 곡은 새뮤얼 바버(Samuel Barber, 1910-1982)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Adagio for Strings)입니다.

이 작곡가는요...

사진 출처: wikipedia

서정적인 선율과 화성 때문에 1800년대 낭만주의 작곡가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놀랍게도 바버는 미국의 현대음악 작곡가로 큰 명성을 떨친 사람이랍니다. 당시 음악계에는 음렬 기법이나 재즈적인 기법을 사용하는 등의 새로운 움직임이 있었는데요. 그에 비하면 바버의 음악은 보수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하여, 신낭만주의적인 음악이라고도 해요. 물론 중간에 바버도 새로운 기법을 써서 작곡한 때도 있었지만 곧바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답니다.

이 곡은요...

1936년에 썼던 현악 4중주 1번의 2악장이었어요. 그런데 이것을 현악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하면서 ‘현을 위한 아다지오’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답니다. 2년 뒤에 당시 유명한 지휘자였던 토스카니니가 이끈 NBC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되었는데, 이것이 미국 전역에 방송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어요. 그 후에도 유럽 곳곳에서 인정받으면서 이 곡의 진가는 더욱더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특히, 장엄하면서도 단순한 선율 때문에 장송곡으로 많이 쓰인다고 해요.

그뿐만 아니라 이 곡은 영화음악으로도 굉장히 유명해요. 그중에서도 1987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플래툰의 삽입곡으로 쓰였답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베트남 전쟁에 관한 이야기로 감독이 젊은 시절에 병사로서 직접 겪은 것을 토대로 만든 영화라고 해요. 오래된 명작이라 하니 이번 주말은 이 영화와 함께 집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아마 이 영화에서도 죽음과 관련하여 이 음악이 쓰이지 않았을까 예상해봅니다.

당신이 조금 더 알고 싶은 TMI는요..

1945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장례식

195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추모식

1963년, 존 F. 케네디의 추모식

1982년, 새뮤얼 바버 본인의 장례식까지도 이 곡이 연주되었지만

정작 작곡가는 이것을 의도하고 쓴 것은 아니었어요.

🎧 감상 포인트 ?

그저께 소개해드렸던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진행되는 모습과 유사해요. 비슷한 선율이 끊임없이 겹겹이 쌓이면서 절정을 끌어내거든요. 선율이 흘러가는 대로 집중해보시면 어느덧 음악과 하나가 되는 순간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나는 여기서 뭔가를 분석하면서 듣고 싶다 하시면 두 개의 음악을 비교하면서 들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거든요.

다시 감상하기 🎧

🙋 유니쓰의 감상평: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은 도약해서 붕 떠 있는 느낌이 있는 반면에, 바버의 선율은 아주 순차적으로 느리게 올라가면서 무겁게 눌러주는 느낌이 있어요. 비유해보자면 전자는 뜨거운 여름에 볕이 반짝반짝 비치는 수면 위의 모습 같다면, 후자는 아주 깊은 수심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 루바토의 감상평: 개인적으로 다른 감상법을 알려드리자면, 천천히 차례대로 가는 선율을 느끼면서 현악기의 비브라토 움직임을 감상해보세요. 음이 지속할 때 나타나는 비브라토를 통해서 서서히 끝나는 음의 잔향까지 들어보세요. 거기서 오는 또 다른 감동과 진한 슬픔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들어볼 곡: 새뮤얼 바버(Samuel Barber)의 피아노 소나타 작품 번호 26의 3악장(Piano Sonata Op.26, 3^rd movement)

위에서 바버도 음렬을 사용해서 곡을 쓴 적이 있다고 했었죠? 바버의 또 다른 느낌을 감상해보세요.

피아노 소나타 감상하기 🎧

✏️ 오늘의 음악 이론: 저번 곡부터 아다지오.. Adagio... 이제 느린 건 알겠는데

지난 페이퍼에서 빠르기말을 싹 정리해드렸는데, 오늘 ‘아다지오(adagio)’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볼게요. 이 말은 이탈리아어 ‘ad agio’에서 파생된 말로 ‘편안하게(at ease)’라는 뜻을 가져요. 이렇게 빠르기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단순히 빠르고, 느린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떤 뉘앙스로 연주되는지도 알 수 있겠죠?

다카포는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클래식에 대해 소통할 거예요. 네이버에 '다카포페이퍼'를 검색해서 많은 사람이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게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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