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연구를 위한 이론적 틀
최윤소 교수 (건국대학교)  

스포츠사회학에서 젠더연구를 위한 유용한 이론적 틀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학회회원 여러분! 저는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스포츠건강학과에 근무하고 있는 최윤소입니다. 드디어 한국스포츠사회학회의 두 번째 뉴스레터가 발간되었는데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회원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는 사회학 이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이론은 세계적인 젠더 이론가이자 철학자인 Judith Butler Heterosexual Matrix』입니다. 뉴스레터의 특성 상 회원님들께 유익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전달해 드리기 위해 인터뷰 형식으로 버틀러의 이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하게 읽어주세요!

Q: 하고많은 이론 중에 왜 버틀러의 “Heterosexual Matrix”를 선택하게 되었나요?

A: . 이번 뉴스레터를 위해 제가 버틀러의 이론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관점과 이론을 토대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제 연구의 주요 관심사가 젠더이다 보니 아무래도 젠더이론이나 관점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입니다. 둘째는 젠더연구의 선구자 격인 버틀러의 이론은 국내·외 스포츠사회학 연구에서 많이 다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젠더를 바라보는 버틀러의 관점도 굉장히 철학적인데다가 글도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기도 하고요. 미국 유명 학술지(Philosophy and Literature)에서 난해한 글쓰기로 최악의 저자에 등극하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타고난 남성성이나 여성성은 없으며, 젠더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에서 시작한 버틀러가 젠더를 바라보는 관점은 분명 국내 스포츠사회학 젠더연구에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스포츠사회학의 젠더분야 지평을 확장하는데도 유용한 이론적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버틀러의 “Heterosexual Matrix”는 무엇인가요?

A: 국내학자들은 버틀러의 Heterosexual Matrix이성애적 모태라는 용어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버틀러가 말하는 이성애적 모태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이성애적 모태라는 용어를 몸, 젠더, 욕망이 당연시되는 문화적 인식가능성에 대한 좌표를 명시하기 위하여 사용하고자 한다. 젠더 인식가능성이라는 지배적 담론/인식론적 모델의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Monique Wittig이성애적 계약Adrienne Rich강제적 이성애’ 개념에서 다소 끌어온 용어이다. 그 모델들은 몸이 일관된 것이고 안정된 젠더(남성적인 것은 남자, 여성적인 것은 여자)를 통해서 표현되는 안정된 성이 있다는 것이 합당하다고 전제하고 있다. 안정된 성은 강제적 이성애의 실천을 통해 대립적인 것, 위계적인 것으로 규정된다.”(주디스 버틀러, 2006, 93)

Q: .... 그래서 버틀러의 이성애적 모태가 무슨 의미일까요?

A: . 맞습니다. 저도 처음에 위에 기술된 내용이 무슨 뜻인지 명확히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역시 버틀러의 표현.... 최악의 저자로 뽑힐 만합니다. 처음에는 한국어 번역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싶어, 가지고 있는 원서도 확인해 보았는데요, 그 결과... 원문이 더 난해합니다.

! 그래서 버틀러의 이성애적 모태에 대해 조금 쉽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당연시하는 이성애는 사회 구조적으로 규범화되어 있으며, 이러한 구조적 규범은 우리사회에서 젠더를 바라보는 보편적 토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버틀러는 이성애적 모태라는 관점을 빌어 사회에 내재하는 규범화된 젠더의식이 젠더 정체성의 이분법에 의지하는 논리가 탄생하게 된 지배적 담론의 주된 근거가 되고 있음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버틀러가 제시하는 이성애적 모태는 기존 사회에서 보여 지는 이분법적 젠더 인식을 비판하기 위한 틀로 많이들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래 소개해드리려는 연구도 여성 선수들이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데 있어 이분법적 젠더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점을 비판하기 위해 버틀러의 이성애적 모태를 근거 삼아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Q: 스포츠를 주제로 한 연구 중에 “Heterosexual Matrix”를 이론적 틀로 활용한 연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소개해드릴 연구는 Kristi Tredway2014년에 Journal of the Philosophy of Sport에 게재한 여자프로테니스 선수인 Amelie Mauresmo에 대한 연구입니다. Mauresmo선수는 성소수자입니다. 그런 그가 동성애자로 커밍아웃 하고 난 이후로는 사람들에게 그의 젠더수행성과 관계없이 테니스 코트에서 남성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주장합니다. 테니스 투어 중에 다른 여성 선수들처럼- 젠더를 구분할 수 있는 어떠한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물론 저자를 포함한 많은 분들은 스포츠계에서 보여지는 이러한 현상이 비단 동성애 선수를 바라보는 관점에만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도 기술, , 스피드 등 스포츠를 수행하는데 요구되어지는 것들이 남성적 특질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선수들을 남성성의 잣대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짙다고 언급하였죠.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현상, 즉 스포츠계의 이분법적 젠더인식이 극명하게 적용되는 대상이 다름 아닌 동성애 여성선수라 여기고 해당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가령, 남성선수들의 운동수행능력은 곧 그들의 남성성을 보여주는 것이 될 테지만, 여성 선수들이 경기에서 보여주는 남성성(파워풀함, 스피드 등)은 사람들에게 동성애자로 인식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자는 해당 연구를 통해 우리 사회에 오랜 시간 지배 담론으로 자리 잡은 젠더 규범이 스포츠계 여성선수들에게 적용되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결론에서 저자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버틀러의 이성애적 모태가 동성애만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은 아니다. 하지만, 스포츠계의 젠더 이분화(male/female, masculine/feminine, heterosexual/hohosexual, out/closeted) 논쟁은 남성중심의 스포츠 문화 속에서 지속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지배문화 중심에서 어떻게 이분법적 젠더시스템의 기능을 멈출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심해야 할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Tredway의 글을 읽다가 아주 흥미로운 문구가 있어서 한국스포츠 사회학회 회원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한번 써 봅니다.

만약 사회적으로 여성성이 이성애로 코드화 되어 있다면, 남성성을 가진 여성이 동성애로 코드화 되어 있고 그리고 이 명제는 반대로 적용(여성성을 가진 남성도 동성애로)될 수 있다. 그렇다면, 동성애는 남성성으로 코드화 할 수 있다.”(174)

이 구문을 듣고 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런 생각과 함께 말이죠.
동성애가 남성성으로 코드화 되는 것이라면 남성성을 가진 남자 선수들은 다 동성애자 인가....?’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A: 제가 앞서 소개해드린 연구의 경우에는 연구대상이 성소수자인 여성 프로테니스 선수입니다. 하지만 Tredway(2014)도 글에서 언급한 바가 있듯이, 스포츠 현장에도 적용되는 우리사회의 규범화된 젠더인식은 비단 성소수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슈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거의 모든 여성 선수들을 바라보는 젠더인식 현상에도 적용될 수 있겠죠. 그리고 사고의 폭을 조금만 넓혀 보면, 이분법적 젠더 관점으로는 여성성(Femininity)과 남성성(Masculinity)이 가지고 있는 다양하고 복잡 미묘한 측면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 현장에서 보여 지는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연구에서도 본 이론을 연구관점으로 활용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버틀러의 이성애적 모태는 현재 한국사회 더 좁게는 스포츠 현장에서의- 사회적 이슈인 성인지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본질은 무엇인가를 밝히는데도 유용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 규범화된 이분법적 성인지 전개의식 틀 안에서는 결코 성인지 양성평등이 실현될 수 없을 테니까요.

이미 해외에서는 스포츠 현장에서 보여 지는 규범화되고 이분법적 젠더인식에 근거한 여성선수들의 정체성, , 섹슈얼리티 등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수행되어 왔습니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타 연구주제에 비해 스포츠 사회학적 관점에서의 젠더 연구가 아주 활발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 뉴스레터에서 소개해드린 버틀러의 이성애적 모태를 이론적 렌즈로 활용한 다양하고 의미 있는 젠더연구를 더욱 많이 접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최윤소(yoonsochoi@gmail.com)
 

[참고문헌]
 
주디스 버틀러 (2006). 젠더 트러블 (조현준 옮김). 문학동네: 서울.
Joy, P. & Larsson, H.(2019). Unspoken: Exploring the constitution of masculinities in Swedish physical education classes through body movements. Physical Education and Sport Pedagogy, 24:5, 491-505.
Tredway, K.(2014). Judith Butler Redux the heterosexual matrix and the out lesbian athlete: Amelie Mauresmo, Gender performance, and women’s professional tennis. Journal of the Philosophy of Sport, 41:2, 163-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