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인문·사회과학 MD 김경영
책은 사람이 만듭니다. 
유유에서는 보름에 한 번, 책의 사람을 만납니다. 
책의 세계에서 일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궁금해하실 독자께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보름유유 구독자 여러분! 
6월의 15일은 유독 빨리 찾아온 느낌이네요. 지지난주, 서울국제도서전 부스에서 닷새간 정말 많은 독자님들을 만났지요. 보름유유 구독자라고 말씀해 주신 분들이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흙흙😭 고맙습니다.) 
재미있있고 의미 있었고, 저희가 만드는 책 · 발행하는 뉴스레터 · 한 달에 한 번 책구독 독자님들께 보내드리는 편지 들을 꼬박꼬박 읽고 계시는 독자님들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계시다는 게 느껴져서 감개무량(?)했습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책과 뉴스레터 열심히 만들어 보내드릴 테니, 계속 지켜봐 주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보름유유 인터뷰를 명목으로, 만나고 싶지만 만날 계기가 없어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던 먼 ‘동료’들을 당당하게 호출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요, 이번에도 크디큰 사심으로 인터뷰 제안을 드려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마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계셨을 거예요😝)
오미크론이 기승을 부려 재택근무가 한창일 때, 합정역 인근의 맥줏집에서 길고 긴 인터뷰를 했지요. 인터뷰 시간이 너무 길면 정리하기가 어려워서 가능하면 2시간을 넘기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 날의 인터뷰는 4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눴던 재미있는 대화들을 지금 바로 구독자님들께 공개합니다🙌
난 슬플 때 춤을 춰💃🕺
온라인서점 알라딘 인문·사회과학 MD 김경영
맥집자 와아, 드디어 만났네요! 김경영 엠디님 만나러 간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엠디님 궁금하다고 하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대뜸 “어떻게 하면 우리 책 메인에 올라갈 수 있어요?” 하고 물어봐 달라는 분도 계셨고요. 
김경영 그렇죠^^ 다들 그걸 궁금해하시죠.

하루에 한 번은 알라딘·예스24·교보문고 웹페이지를 보게 되거든요. 그런데 알라딘을 보고 있으면 유독, 여기서 일하는 분들은 계속 마감을 느끼면서 일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서점 메인에 뜨는 ‘탑북’은 여기저기 다 있지만, 알라딘에서 꼽는 탑북에는 꽤 긴 ‘편집장의 선택’이 붙잖아요. 책을 선정하는 것도 일일 텐데, 선정하면서 이미 글을 떠올리고 있겠다. 그게 일주일에 두 번? 정말 쉽지 않겠다, 생각하는 거죠. 쓰고 몇 번을 읽어 보겠다, 두려울 수도 있을 텐데 하는 마음도 들고요.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마감이 있는 건 맞고, 항상 의식하고 있어요. 매주 화요일·금요일마다 새로운 글을 써 올려야 하는데, 일과 중에는 책 읽을 시간이 없거든요. 책 볼 시간이 사실상 아예 없어서 퇴근하고 나서 읽어야 해요. 그래서 월요일·목요일 저녁에는 절대 약속을 잡지 않고 밤늦게까지 탑북을 읽어요. 그리고 다음 날 출근해서 소개 글을 쓰는데, 그러다 보니 화요일·금요일에는 늘 큰일이 터지지 않기를 바라요. 해야 할 일이 왕창이면 글 쓸 시간이 없잖아요. 글 쓸 시간이 정해져 있거나 딱히 주어지는 것도 아니거든요. 다른 일을 하면서 중간 중간 하는 거라 부담되는 일이기는 해요. 

생각보다 더 마감다운 마감을 하고 계시네요. 그런데 편집자 입장에서는 책이 메인에 뜬다는 걸 몇 시간 전이라도 미리 전해 듣고 나면, 편집자의 선택이 어떻게 나올지 되게 궁금해요. 우리가 만든 책을 알아봐 주고, 먼저 읽고, 같이 읽어 보자고 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일단 고마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메인에 책이 오르면 그 자체로도 정말 좋은데, 멋지게 써 주신 글을 보면 뭉클하기까지 하더라고요. 전 엠디 님이 쓰시는 편집장의 선택 되게 좋아해요. 좋아요 버튼이나 하트 버튼 있으면 많이 누를 텐데! 
생각해 보니까 엠디한테는 피드백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정말 없네요?
그렇죠. 저희가 정말 그런 피드백을 받을 일이 거의 없어요. 예전에 편집자님이 메일 주신 건 정말 특이한 일이었어요. 작가나 편집자가 독자에게 어떤 식의 피드백을 얼마나 자주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엠디가 독자나 저자, 편집자에게 피드백 받는 경우는 잘 없죠. 그런 걸 바라고 일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그래서 조금 외롭고 고독한 일이라고도 느껴요.

엠디로 일하기 전에는 피디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엠디 일을 하면서 느낀 이 일의 좋은 점이 뭐예요? 저는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제가 전혀 관심 없던 분야를 제대로 발견할 수 있는 자리에서 일한다는 마음이 꾸준히 들고, 그게 정말 좋거든요. 
저도 관심 없었던 영역들에 관심이 생겨요.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니까요. 표면적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 평소에 독자로서는 딱히 찾아서까지 읽지 않았을 것 같은 책을 꼼꼼히 읽게 되는 것도 좋고요. 독자로서 읽는 책과 엠디로서 읽는 책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제 적당히 알았다 싶은 책들은 독자로서는 잘 안 읽게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엠디로서는 괜찮은 책이라면 추천해야 하고, 그러려면 제대로 읽고 소개 글을 써야 하니까 또 읽고, 더 읽죠. 담당 분야 책들을 좀 더 깊게 읽으면서 파고드는 경향도 생긴 것 같아요. 물론 편집자만큼 깊게 다가가지는 못한다는 게 한계로 느껴지기는 하지만요. 

아, 그럼 관심 있는 책 만든 편집자들한테 맥주 한 잔 하자고 하세요. 
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제가 또 파워 I라서……🤣🤣 
업무 이외의 일로 출판사 분들 만날 일은 정말 없어요. 근데 업무로 만나면 업무적으로 대하게 되잖아요. 저는 이렇게 살갑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일하면서는 어쩔 수 없이 무뚝뚝해질 수밖에 없어요. 확실하지도 않고 책임져 드릴 수도 없는데 무턱대고 기대하시게 할 수는 없거든요. 어떤 책은 정말 받자마자 ‘이건 너무 편집장의 선택이야😍😍’ 같은 마음이 들지만, 회의를 거치고 나면 제 뜻대로 안 될 수도 있고, 그걸 알면서 함부로 너무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메일을 쓰거나 미팅할 때 적당한 선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보니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 동룐데 동료라는 느낌이 많이 생기지는 않고, 그게 많이 아쉽죠. 

와아, 우리 자주 만나야겠네요. 근데 정말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기는 할 것 같아요. 엠디가 어떤 관점에서 책을 보고, 어떤 기준으로 ‘보여 줄’ 책을 선택하는지요.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알라딘 독자님들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고 생각해요. 큰 출판사든 작은 출판사든 알라딘 독자님들이 좋아하는 출판사,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책이 있는 편이거든요. 그런 반응이 오면, 그런 책들은 당연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고, 제가 봐도 좋은 책이면 모르는 척할 수 없죠. 제가 느끼기에 알라딘 독자님들 중에는 덕후의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이 많다고 느껴요. 엠디보다 빠르게 책을 발견하기도 하고, 새로운 주제를 다룬 책을 많이 읽고, 빠르게 사시는데, 그 분들을 알라딘의 지속적인 독자라 여기고 있어요. (물론 다른 독자님들이 계시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그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누군가는 ‘마이너하다’고 볼 수 있는 책을 탑북으로 올려도 반응이 오고, 엄청나진 않아도 판매가 늘고 매출이 나요. 
성실하고 다양한 독자들과 상호작용하면서 그런 독자들이 먼저 반응 보일 만한 책을, 다소 ‘마이너’할 수 있더라도 선택해서 보여 준다는 말씀은,, 정말 좋네요! 

퇴근 후나 일하지 않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세요? 
저는 춤을, 췄었는데…….
네? 춤? 우와! 장르가 뭐예요? 
장르를 전문적으로 팔 만큼 전문적으로 배운 건 아니고요, 걸스힙합 잠시 했다가 케이팝 남돌 댄스 잠시 했다가 재즈댄스도 조금 했어요. 그러다가 최근에는 원하는 안무를 유튜브에서 발견하면, 원데이 클래스 수강하면서 강사님께 알려달라고 하고 추는데…….

와, 대박! 저 이거 김겨울 작가님한테 알려 줄래요! 
아 맞다 작가님도 춤추시더라고요. 
완전 좋아하세요! 같이 촬영하고 그런 날도 오려나? 
같이 춤추는 걸로? 
네네! 완전 멋있겠다아!! 일단 저도 보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들 은근 있지 않을까요? 이번 레터 제목은 이걸로! 
네? 🤣😂😭😅 사실 김겨울 작가님 춤추시는 거 보고 되게 반가웠어요. 왜 사람들이 책 이미지와 춤 이미지를 연결해서 생각하는 경우는 잘 없잖아요. 그래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오래전부터 춤추는 게 간간히 해 온 취미고, 춤에 되게 진심이에요. 
아! 사전 질문지에서 취미 질문 하신 거 보고 바로 생각난 것도 있어요. 환경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니까 언젠가부터는 새로운 물건을 사는 것조차 조심스럽고 저어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빈티지 의류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빈티지 의류 가게들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어서 라이브 방송을 해요. 우연히 봤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런 가게들을 팔로우하면서 더 다양한 방송을 보게 됐고, 보다 보니까 방송마다 포맷이 다 달라요. 어쨌든 다 자기가 판매하는 빈티지 의류를 소개하는 방송이지만, 콘셉트나 느낌이 다 다르고 그걸 비교하면서 보게 되기도 해요. 보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일하는 태도를 보고 있다는 느낌도 드는데요, 그게 정말 재밌잖아요? 사람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3~4시간을 어떻게 채워 가고, 상대를 어떻게 대하고 마음을 움직이는지 보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요즘 푹 빠져 있어요. 
저도요!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 보는 거나 일하는 방식 찾아 나가는 사람들 이야기 듣는 게 요즘 제일 재밌어요. 
네, 정말요. 사람들이 어떤 마음과 태도로 일하는지가 늘 궁금한데, 비슷한 일을 해도 각자 다른 콘셉트로 자기 일을 해 나가는 모습이 너무 멋지고 재미있어요. 그래서 쇼핑하려고 보기보다는 콘텐츠로 보고 있어요. 

아까, 엠디가 생각보다 고독한 일인 것 같고, 일하면서 생기는 외로움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걸 그럼 적응해 나가실 생각이세요? 아니면 해결할 방법을 찾으실 건지, 이미 찾고 계신지?
이미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지속하기에는 힘들 수 있잖아요. 그래서 기회를 만들어 나가 보려고 해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를 드러내고 sns에서라도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건, 인문·사회 엠디로서 좋은 일일지 고민 중이에요. 독자나 출판 관계자들이, 잘은 모르겠지만 인문·사회 엠디에게 기대하는 어떤 이미지가 있다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 제가 그 이미지에 들어맞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런 기대를 무너뜨려도 괜찮을까? 
무너뜨리긴요! 그리고 잦지는 않더라도 분야를 바꿀 기회가 있잖아요? 
잘 없는 것 같아요. 
없어요? 그럼 끝까지 인문·사회? 
아마도요. 그리고 저는 다른 분야로 바꾸고 싶지도 않아요. 인문·사회분야 엠디가 아니였다면 지원하지도 않았을 것 같아요. 
와 진짜요? 

독자일 때는, 인문·사회책을 가장 많이 읽기는 해도 에세이도 좋아하고 소설도 많이 읽거든요. 근데 제가 엠디로서 할 수 있는 건, 제 안에 인문·사회밖에 없다고 느껴요. 그런데 인문·사회 안에도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잖아요. 아마 그걸 이미 파악하신 독자님들도 계실 텐데…….
어쩌면 이게 편집자님이 주신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겠네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그 이슈들을 다 따라잡기가 어떨 때는 되게 버겁다고 느껴요. 내가 이것들을 묵히지 않고 잘 읽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늘 가지고 있어요. 매해 다르잖아요? 가깝게는 작년에 새로웠던 게 올해는 이미 낡은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담론이 휙휙 바뀌고……. 마지막 질문이 공부에 관한 것이잖아요. 앞으로도 엠디로 계속 일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가 있다면 어떤 거냐고. 저는 이런 공부를 되게 부담을 느끼면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부담은 무거워도 안 좋은 부담은 아닐 거고요. 
인문·사회 분야는 고민하다 보면 고민이 정말 끝없이 이어질 수 있는 분야라고 느끼는데, 가끔은 혼자 너무 무거워지고 그런 부담을 독자에게도 넘기고 있는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 
 
독자도 같지 않을까요? 부담이 감지되고 무겁게 느껴져도 싫어 하지는 않는. 생각해 보면 편집자도 비슷해요. 독자에게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주고 싶은데, 그 이야기가 무거우면 당장은 고민해요. 가벼운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에게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드리면 읽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그 책이 설 자리를 잃게 되고요. 그럼 어떻게 가볍게 전할 수 있을까? 얼마만큼 가벼워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무거운 건 어느 정도 무거울 수밖에 없고 어두운 건 어느 정도 어두울 수밖에 없기도 하잖아요. 그걸 어디까지 쉽고 가벼운 언어로 설명해야 할지, 계속 고민되고 항상 어려워요. 
그래서 가끔은 제 해결되지 않은 고민을 편집장의 선택 속에 그대로 남겨두기도 해요. 금요일에 그런 글을 올리고 나면 잠들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나름대로 고민하고 맞는 판단이라 생각한 결관데,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어서요. 
.. 
그리고 탑북, 그러니까 메인에 노출되는 책은 타이밍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는 것 같기도 해요. 좋은 책은 왜 이렇게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걸까요? 출간되는 책을 보다 보면, 어떨 때는 받는 순간 이건 탑북이다 싶은 책이 보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을 이미 몇 번 소개한 뒤라면 또 비슷한 책을 메인에 올리기는 고민이 되죠. 그럴 때는 저도 많이 아쉬운데, 아마 다 아시겠지만 메인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책이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결정하는 거고, 그게 오롯이 엠디의 의사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타이밍처럼 우리 모두 어쩔 수 없는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음 보름유유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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