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의 중간, 일상 속의 특별함을 찾아서

7월의 중간, 익숙함 속에서 찾의 제철의 맛

하하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이 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더워진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여름의 허리 초입 즈음에나 겨우 닿은 것 같아서 남은 여름이 막막해집니다. 하지만 여름을 맞아 피서도 가고, 수영도 하고 계시길 바라요.

과일도 많이 드시고 계신가요? 저는 사실 아주 많이 먹지는 못했어요. 최근들어 과일이며 채소며 품종별로 다양하게 사먹어볼 수 있게 된 것이 좋은 일이지만, 안좋은 일도 그만큼 늘어난 것 같아요. 다들 대기를 걸고, 선착순으로 주문을 해야하는 통에 도대체 쉽게 그냥 쓱 가서 사올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무화과를 사려고 다들 대기하는 것을 '무켓팅'이라고 하고, 복숭아를 사기 위해서도, 심지어는 올리브오일을 사기 위해서도 대기를 걸고 내가 순번 안에 들기만을 기도해야 합니다. 이게 요즘은 좀 지쳐요.

시장에 가서, 식재료를 보고, 맛있기를 기도해가며 골라와서 요리를 하는 일이 생경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맛있는 것을 사겠다고 줄을 서고, 몇 달을 기다리는 일을 좀 줄일까 합니다. 그래서 이번 레터의 주제로 아주 일상적인 채소를 골랐어요. 너무 일상적이라 제철이 있는지도 모를 그런 채소, 애호박입니다.

애호박에 무슨 제철이 있어?

한국에서는 애호박이 연중 재배되는 채소라 제철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애호박 제철은 여름입니다. 외국에서는 '여름 호박(summer squash)'라고 부르는데요, 여름이 제철이고, 껍질이 앏아서 통째로 먹을 수 있는 호박을 다 여름 호박이라고 불러요. 호박은 따뜻한 것을 좋아해서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잘 익어가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주키니(Zucchini) 계열의 호박들이 다 여기 들어가는데, 사실 애호박도 바로 이 여름호박입니다.

여름호박 계열의 호박들은 초여름부터 맛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단맛이 강해지고, 감칠맛도 좋아져요. 식감이 아주 무르거나 아주 단단하지도 않아지고요. 애호박은 정말 만년 있는 채소지만, 여름에 아주 약간, 맛이 더 좋아집니다. 맛있게 익으려면 이 햇살과 더위가 필요한 거겠죠?

🖐️ 이쯤에서, '그럼 겨울호박도 있나?' 하고 생각하신 분들 있나요? 당연히 있습니다! 여름 호박과 달리 겨울호박(Winter squash)은 껍질이 두꺼워질 때 까지 길러서 수확하는 것을 말해요. 땅콩호박이나 우리나라의 늙은 호박(맷돌호박)이 바로 이 겨울호박 종류에 속해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여름 호박으로는 애호박과 조선호박(풋호박), 그리고 주키니가 있어요. 주키니의 한국 이름을 저는 처음 알았는데요, 돼지호박....너무해....아무리 애가 좀 통통해도 그렇지 돼지호박이라니...하지만 귀여운 이름입니다.

이 세가지 여름 호박을 다 사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사려던 시기에 조선호박이 품절되는 바람에 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애호박과 돼지호박을 샀어요! 조선호박은 애호박보다 식감이 조금 단단하고 감칠맛이 조~금 더 있거든요.뭐, 어쩔 수 없죠. 때로는 있는걸로 적당히 만족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은 법이니까요.

** 혹시 조선호박을 구할 수 있다면 ㅁㅅㅂ님의 조선호박 파스타도 한 번 도전해보세요. 손이 조금 가지만 꽤 맛있는 레시피였습니다!

애호박과 주키니 두 개를 함께 두니까 주키니쪽이 확실히 통통하고 복스럽기는 하네요.....돼지호박 네이밍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애호박은 저렇게 플라스틱 케이스를 씌워서 키우는데요, 저걸 '인큐애호박'이라고 해요. 저렇게 하면 애호박의 모양이 일정해져서 상품성이 높아지고, 모양이 일정한 만큼 포장, 적재, 출하에도 용이해져요. 하지만 저는 케이스 없이 제멋대로 자란 플라스틱 없는 노지 애호박을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종종 생각합니다.

여름 호박들은 저렇게 잘랐을때 수분이 방울방울 맺혀요. 단면을 보면 애호박은 중간에 무른 씨 부분이 있고, 주키니는 씨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전체적으로 단단한 정도가 균일한 편! 대신 애호박보다 식감이 단단하고, 감칠맛이 조금 적어요. 여름호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것 같아요. 자, 이제 오늘의 호박 요리를 해볼까요?

더우니까, 불은 적게 써볼까요?

오늘의 메뉴는요? 미리 공개하지 않겠어요! 천천히 요리를 따라오면서 오늘의 메뉴를 상상해보세요!

일단 파스타를 삶아볼까요? 불은 적게 쓴다고 해놓고 바로 불 쓰기....🙄 조금 민망하지만 그냥 넘어가주세요. 하하. 여하튼간에 일단 파스타를 삶아봅니다. 펜네, 푸실리 등의 숏파스타를 사용하고싶어서 찬장 저 깊은 곳의 푸실리를 꺼냈습니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넉넉하게 치고~ 파스타를 삶아주세요. 이따 한 번 더 익힐거라, 구독자님이 알덴테를 좋아하신다면 봉투에 쓰여있는 것 보다 2분 정도 적게 삶아주시고요, 저같이 퍼진 면을 좋아하신다면 시간 맞춰 삶아주세요. 저는 퍼져서 부드러운 면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시간 보지 않고 맛을 보아가면서 넉넉히 삶았어요.

면이 다 삶아지면 건져서 찬물에 한 번 씻어서 따로 볼에 담아주세요.

이제 채소 차례입니다! 호박을 썰 건데요, 주키니는 적당히 큰 사이즈로 듬성듬성 썰고, 애호박은 반달썰기를 했어요. 왜 그랬냐고 물으신다면....그냥...(데헷) 크기에 따라 식감 차이가 크게 날까 싶어서 어떤 것이 더 맛있나 하고 다르게 잘라보았답니다.

단맛을 더해줄 양파도 썰구요. 애호박과 주키니 사이즈가 크니까 양파도 맞춰서 적당히 큰 사이즈로 썰었습니다. 하나의 팁으로, 요리에 들어가는 채소의 크기를 맞추는 것이 좋거든요! 나중에 담았을 때도 예쁘고, 먹기도 좋습니다.

채소는 생으로 그대로 써도 좋지만, 왠지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구워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불 쓰기는 안할거라는 마음으로! 호박에 올리브오일과 소금, 후추를 넣어서 잘 버무린 다음에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180도에서 15분간 구웠습니다. 채소는 구우면 단맛이 조금씩 올라오거든요. 저는 그래서 구운채소 샐러드를 좋아해요! (난데없는 tmi)

잘 구워진 채소는 파스타와 섞은 다음에 내열용기에 담아주세요. 초당옥수수가 조금 남아있어서, 초당옥수수 알을 칼로 썰어서 섞어줬답니다. 그 다음에 버터를 몇 조각 올리고요, 소금을 조금 더 뿌려줍니다. 자, 이제 무슨 요리인지 상상이 가시나요?

짜잔! 바로! 그라탕입니다! 쉽게 말하면! 오븐치즈파스타!😂 저는 호박에 크림소스나 치즈를 곁들이는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오븐이 대신 일해주는 오늘의 메뉴로 여름호박 그라탕을 골랐습니다. 그래서 작년의 초당옥수수 팝업에서도 리코타치즈를 채워 말아낸 주키니 롤에 치즈를 올려 구운 메뉴를 선보였기도 하고요. 그때는 토마토소스를 넣었는데, 사실 크림소스도 아주 잘 어울립니다.

원래 그라탕은 빵가루를 좀 같이 올려야 하는데, 귀찮아서 빼먹었어요. 파스타 대신 빵을 곁들일까 하다가, 이걸 만들때 배고팠거든요! 그래서 탄수화물을 듬뿍 넣어봤죠. 자 이제 치즈 이불을 덮어줄 차례입니다.

한국인이라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듬뿍~ 올리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뭐가 빠졌는데....?

크림소스 한참 이야기하고 크림 빼먹은 사람이 누굴까요? 하하하하하ㅏ하ㅏ 이런....꼭 왜 이런 실수는 나중에야 발견할까요? 😥 어떡하지...어떡하긴 뭘 어떡해요 치즈걷어내고 크림 넣어야지. 하하

결국 치즈를 걷어내고 크림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이 레시피의 최대 장점은! 별다른 크림 소스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거에요! 그냥 휘핑크림/생크림을 넣기만 하면 되죠. 치즈가 어느정도 간을 맞춰주고, 같이 넣은 호박이나 양파에서 맛을 크림에 불어넣어줄거거든요. 진짜 간단하죠?

사실 이 레시피는 꼭 여름호박이 아니어도 어디에나 적용하기 좋으니까 막 변형해가면서 자기만의 조합을 찾아내기 정말 좋아요. 냉장고 털이 메뉴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 메뉴를 기억하고 퇴근길에 생크림 한 팩을 구매해보시길 바라요.

이제 인간의 일은 끝! 오븐이 일할 차례입니다. 사실 에어프라이어에 넣어도 되고요. 오븐에서 오래 익어야 하는 재료가 없기 때문에 고온에서 빠르게 데운다!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230도에서 15분 정도 익혔는데요 치즈가 아주 영롱하게 크러스트를 만들고 있더라고요.

이미 입맛이 싹 돌았습니다. 얼른 상을 차렸어요. 탄산수도 한 병 꺼내고, 트레이에 냄비받침도 깔아두고요. 오븐이 땡 소리를 내면 바로 꺼내겠다는 일념으로! 오븐 바로 옆에서 기다렸습니다. 오븐의 마지막 3~5분은 왜이렇게 오래걸릴까요? 늘 시간이 너무 안가서 답답한 마음으로 오븐을 째려보고 있으면 오븐은 느긋하게 땡~ 하고 움직입니다. 빨리빨리 하란 말이야.

땡, 소리와 함께 오늘의 요리가 완성됐습니다. 시즐 영상처럼 치즈가 주욱 늘어진걸 찍고 싶었는데 초점 어디로^^ 어째서 신경써서 찍었다고 생각한 사진은 늘 이렇게 망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사진이야 어찌됐든, 맛있어보이지 않나요? 여름에 이렇게 뜨거운 요리를 먹겠다는 생각이 조금 그런가 싶었지만, 이열치열이라는 말도 있고 맛있으면 그만이잖아요. 아 이 메뉴, 여름밤의 안주로도 좋아요. 요즘 신맛이 강한 내추럴와인들이 많잖아요. 내추럴 와인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메뉴랍니다. 쌉싸름한 흑맥주도요! 크림이 쓴맛을 중화시켜주거든요.

아, 그리고 호박은 큰 덩어리로 썰은 것이 좋았습니다. 호박 한 덩어리, 크림이 듬뿍 묻은 파스타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고 있으니까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거든요. 애호박과 주키니는 각각 다른 맛으로 맛있었어서, 저는 둘 다 사용해보길 추천하고 싶어요. 두 번째 만들 때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으로 고르기!

여름 호박 그라탕, 만들어봅시다!

숏파스타 한 줌

애호박 1/3개

주키니 1/5개

초당옥수수 또는 캔옥수수 1/3개

양파 1/4개

생크림 100ml

모차렐라 치즈 원하는 만큼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 TT

1. 파스타를 삶아줍니다.

2. 애호박과 주키니는 반으로 가른 후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한 사이즈의 삼각형으로 듬성듬성 잘라주세요.

3. 초당옥수수는 낱알만 썰어 준비하고, 양파는 2cm정도 길이로 잘라줍니다.

4. 애호박과 주키니, 초당옥수수, 양파를 볼에 넣고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로 간 해서 잘 섞어줍니다. 원한다면 에어프라이어에서 구워도 좋습니다. (180도/15분)

5. 오븐은 230도로 예열합니다.

6. 다 익은 파스타와 채소를 한데 섞어 내열유리에 넣은 후에 생크림을 부어줍니다. 소금을 조금 뿌린 후에 치즈로 윗부분을 덮어줍니다.

7. 230도 오븐에서 15분간 구워줍니다.

오늘의 개 🐶

저는 사실 지금 싱가포르에 와있습니다. 출장을 왔어요! 몇 개월 동안 컴퓨터 화면 속 작은 박스에 있던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일하고 있는데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사진 속에서 사람을 퐁 꺼내놓은 느낌이랄까요? 다들 정말 좋은 사람들이더라구요. 앞으로도 이 사람들과 오래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난 일요일에 여기에 도착했는데, 출장이 결정된 것이 6일께라....레터를 못쓰고 넘겨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래도 레터는 꼭 보내고 싶어서 서둘러 요리를 하고 레터 준비를 해놓고 오고 나니까...음료는 무리....그래서 이번 레터는 조금 날로 먹어봅니다! 별건 없지만 귀여운 김개별을 구경해주세요 🧡

작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뉴스레터를 더욱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헤이버니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먹진심을 발행하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면 인터뷰를 읽어보아주세요 🧡

👉 최애를 덕질하는 마음으로 – 먹는 일에는 2000%의 진심 인터뷰

저는 싱가폴에서 일정을 마치고 또 한국에서 다른 요리로 만날게요! 다들 이 더위를 잘 나시고, 코로나 재유행을 조심하시고, 또 다른 맛있는 것과 7월의 끝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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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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