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_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

가성비 나쁜 삶

얼마 전,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즘 가성비 나쁜 삶을 살고 있다고.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인생에 가성비 같은 게 어딨냐고 말해주던 다정한 사람들. 곁에 그런 사람들이 있어 다행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의 생활을 가장 일목요연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깨어있는 시간은 길지만, 별거 아닌 일들만 하다가 하루가 지나가는 기분입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커져서, 한 발짝 떼는 것도 힘이 들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인풋이 없는데 아웃풋을 내야 하는 상황이 지긋지긋해져서 그런 걸까. 여러모로 가성비가 나쁜 나날이네요.

그런 이유로 게으르면서도 바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주를 쉬었는데, 이번 주에도 노래로만 편지를 채워보았습니다. 이 무력한 시기에도 좋아서 폴짝폴짝 뛰고 싶은 노래들이 많았고, 이 폴짝폴짝거리는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었거든요. 사실 들어보면 폴짝폴짝 뛰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노래들이지만, 사실 가만히 누워있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들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너무 좋아서 누구라도 붙잡고 오래오래 수다를 떨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다정한 마음으로 저의 수다를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거 너무너무너무 좋아!"라고 이야기를 꺼냈다가, 과한 호들갑이었던 것 같아서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는데요. 그럴 때마다 뭔가를 좋아하는 너의 모습이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네요. 그런 사람들의 얼굴을 상상하면서 매주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가끔은 과하고, 가끔은 TMT인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쓰윽- 가볍게 넘겨주시면 좋겠네요. 늘 고맙습니다💌

Ps. 일주년 기념으로 보내주신 이야기들도 하나하나 곱씹어 읽었답니다. 쓰고 있는 것들이 어딘가 닿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힘이 날 때가 많아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면서 살아가요 우리!

자정이 되자마자 새벽 감성에 빠진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이 주의 위스키 한 잔👢

파라솔 - Comment te dire adieu?

너무 좋아서 폴짝폴짝 뛰고 싶었던 노래. 2016년의 공연 영상인데, 광고 CM송으로도 유명한 프랑스 샹송을 파라솔만의 감성으로 커버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좋아서, 그 이후로도 파라솔의 커버곡들을 찾아들으며 시간을 보냈어요. 사실 이 영상에서는 '아아~~' 하고 허밍을 넣는 짧은 파트 빼고는 노래를 부르지 않기 때문에, 뭐라 덧붙일 말이 없네요. 대신 파라솔 꿈을 꿨던 어느 3월의 일기를 덧붙여봅니다.

자기 전에 파라솔 영상을 보고 잤더니, 꿈에 파라솔 멤버들이 나왔다. 파라솔 멤버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첫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동네 공원 같은 곳을 멤버들과 함께 걸어갔는데, 세 분 다 낯을 가리셔서 도통 대화에 어떻게 끼어들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어색함을 견디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나은님이 뭐라고 질문을 건넸다. 그러나 너무나 어색해서 굉장히 뚝뚝 끊기게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중략) 그 전에도 파라솔 꿈을 한 번 꿨는데, 그건 공연을 보는 꿈도 아니고 공연을 보러가서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는 꿈이었다. 무슨 꿈을 그렇게 현실적으로 꾸는지. 기왕 꿈꿀 거면 더 재밌고 신나는 버전도 가능한 것 아닌지! 무슨 꿈에서도 포스터와 사진 찍는 걸로 끝나? 아주 심심한 사람이네... 꿈에서 깨고 나서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 2020.03.25의 메모 中

이 주의 얼그레이티 한 잔🌲

혁오, 장기하 - Silverhair Express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끄셔도 소용은."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中

혁오의 <사랑으로> 앨범에 대한 애정은, 얼마 전 보냈던 편지에서 표현한 적 있었는데요. 장기하, 이디오테잎, Sunset Rollercoaster와 협업한 Remix가 공개된다고 해서 아주 설렜답니다! 첫 공개곡은 Silverhair Express(장기하 Remix)인데, 김초엽 작가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중 일부가 내레이션으로 삽입되었어요. 좋아하던 소설과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콜라보라니! 고요한 숲속에 가만히 앉아 오디오북을 듣는 기분도 들고, 어두운 방 안에서 잔잔한 다큐멘터리를 흘려보내는 듯한 기분도 들고. 또 텍스트로 읽을 때와 노래의 가사로 들을 때의 감흥이 달라서 새롭기도 하고. '시간이 급하게 흐르는 열차 위에 올라탄 상상'을 하면서 만든 노래라고 하는데, 신비로움과 사랑을 믿는 분들이라면 분명 좋아하실 거에요🍃

이 주의 다크초콜릿 하나💣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감기망상

살면서 알게 되는 건 건강이 참 중요하단 거/ 감기만 걸려봐도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게 되지

요즘처럼 이 가사가 와닿는 때가 또 어디 있을까요. 가끔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막상 또 아프면 괴로워서 빨리 낫기만 하면 좋겠다 하고 간절하게 바라게 되잖아요. 2020년에는 무엇을 했지 생각하다가, 건강하고 무사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잘 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가볍게 한 끼를 챙겨먹고, 가볍게 산책을 가고, 가볍게 글도 쓰고 - 블록버스터처럼 멋지고 화려하지는 않은 일상이지만, 가벼운 성취를 쌓아가면서 건강하게 잘 살아보려고 합니다. 건강의 의미는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각자의 기준에서 건강한 삶을 이어가고 계시기를 바라요. 모두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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