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잘 지내느냐는 안부를 묻기에도 조금 망설여지는 요즘입니다. 믿을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나 누군가는 희생을 겪었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만 했어요.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 역시 모두 애통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저희 또한 커다란 슬픔을 느꼈어요. 동시에 평범한 일상을 지내면서 죄책감과 무력감 사이를 오갔습니다.
이번 <디어마프>에서는 지난 10월 말에 일어난 일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저희가 고르고 고른 말을 조심스레 전합니다. 슬픔의 치유는 꽁꽁 감추기보다 밖으로 꺼내 말할 때 시작된다고 하는데요. 님의 마음을 다독이는 여정에 <디어마프>가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트라우마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고통이 지속되어 발생하는 심리적 외상을 말합니다. 트라우마가 미치는 영향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요.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정도일 수도 있고, 일상의 장애가 될 정도로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모든 트라우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나타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번 참사 사망자의 유가족과 부상자는 최소 1,000명.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와 구조인력까지 포함하면 5,000명이 넘는 사람이 트라우마의 직접적인 피해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사건과 직접 관련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제 주변 지인의 경우, SNS에 올라온 사진과 영상을 보고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요. 피해자의 상황이나 가족의 감정에 동화되어 마음에 상처를 받는 현상 즉, ‘대리 외상 증후군(Vicarious Trauma)’을 겪은 건데요. 

대리 외상 증후군은 ‘공포, 무기력, 분노’를 거쳐 ‘불안감’으로, 그리고 결국에는 주변 환경 혹은 스스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고 해요. 충격 받았던 사건이 지속적으로 떠오르고, 그 사건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 혼자 있는 것이 싫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 매사 주변을 경계하며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동 등이 모두 이 증상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이 트라우마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까요? 

👨🏻‍⚕️ 트라우마 극복에 필요한 것은 이해와 공감이에요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최대한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시기인데요. 트라우마 극복에 대한 노주선 임상심리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볼까요?

📍부정적 감정을 직접 표현하세요

심리장애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부정적인 감정을 발산하는 것입니다. 내적인 불안이나 심리적 고통을 표출해 마음 상태를 인정해야 해요. 이번 일에 대해 마음껏 눈물 흘리고 분노를 표현하세요. 이런 행동들은 슬픔을 해소하고, 좌절감을 흘려보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트라우마는 주어진 상황이나 누군가의 의도 즉, 환경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타인에게 큰 비난을 받거나 절망의 원인이 불분명한 상태가 이어지다 보면 많은 사람이 스스로를 자책하곤 하는데요.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상황으로 인한 후유증입니다. 나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데에서 치유를 시작해야 합니다. 

📍주변 사람과 함께 애도 의식을 가져 보세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과 상실의 슬픔을 나누고 서로의 애도 과정을 바라봐 주세요. 감정을 말하고 듣는 것을 넘어, 별도의 애도 의식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집에서 가족끼리 시간을 정해 초를 켜고 잠시 묵념한다든지, 애도하는 마음을 글로 적어 일정 기간 붙여 두는 것입니다. 

📍일상을 살아가세요

평소에 하던 활동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이어 나가야 합니다. 사건에 관한 생각을 억지로 막는 것은 관련 내용을 더 떠오르게 할 뿐입니다. 대신 산책이나 명상, 가벼운 스트레칭 등 긴장을 줄일 수 있는 활동을 추천합니다. 만약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마음 상태가 악화한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 내 안의 슬픔을 들여다보고 다독여주세요

🎞️ 곽정은, 참사 트라우마 대처하는 방법

브리드 스튜디오 곽정은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참사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다뤘습니다. 한양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김정희 겸임교수와 대화를 나누면서 트라우마가 일어났을 때 느꼈던 감정과 이에 대처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이야기하는데요. 만약 SNS를 강박적으로 들여다본다면 이 영상을 추천합니다. 

📖 정혜신 <당신이 옳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혜신은 사회적 재난 현장부터 일상의 순간을 오가면서 마음 회복에 힘써온 분인데요. 그가 쓴 책 『당신이 옳다』에는 현장 경험을 통해 축적된 치유의 말들이 가득합니다. 심리학 서적을 주로 다루는 독립서점 믿음문고 주인도 이 책을 추천했는데요. 마음의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많은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지금, 책장을 찬찬히 넘겨보세요.

마프 에디터가 밑줄 그은 마음 건강 읽을거리

🦝에디터 너굴의 밑줄
🧐김광규 소방장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이야기

🦎에디터 도로롱의 밑줄

🐧에디터 뚠뚠펭귄의 밑줄

🧐이해인 수녀의 <슬픔 속 작은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