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원봉사를 하는 퐁낭작은도서관에는 어린이 사서가 있다. 도서관 한쪽 벽에는 어린이 사서 알림판이 있다. 아이들이 색종이를 붙여 꾸며 놓았다. 종이에는 어린이 사서들이 해야 할 일들이 적혀 있다. 유리창 닦기, 신발 정리, 도서관 주변 쓰레기 줍기 등 다양하다.

 지난주에는 그 어린이 사서들과 함께 색연필 정리를 했다. 도서관에서 수업을 하며 썼던 색연필이 여기저기 뒤섞여 있었는데 그것들을 분류해 정리했다. 며칠 전에는 기증도서를 정리했다. 기증도서라고 해도 상태가 안 좋거나 잘 안 찾는 책이라면 폐기해야 하는데, 아이들의 선택에 맡겨 보았다. 어제는 도서관 화분마다 담당 어린이를 지정해 주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화분에 물을 주며 애착을 갖게 되었다.

 아이들이 화분을 담당하더니 각 화분마다 이름을 정해주는 걸 보고 그 마음이 너무 좋았다. 원래 이름들이 있는 나무들이지만, 아이들은 나름대로 솜사탕나무, 뾰족이나무, 달쿵이나무 등의 이름을 지어 붙였다. 나무들은 아마도 새 이름이 생겼다면 기뻐했을 것이다.

 작은도서관에서 급여를 받는 사람은 대개 사서가 유일하다. 그러니 관장은 비상근이다. 봉사나 마찬가지다. 퐁낭작은도서관 관장은 강은미 시인을 거쳐 지금은 김영숙 시인이다. 문학 관련 단체에서 위탁운영을 하다 보니 작가들이 관장과 사서를 맡는다.

 김영숙 시인은 작년에 몇몇 도서관에서 동시조 교실을 열어 아이들에게 동시조를 가르쳤다. 그중에 한 학생은 제주도에서 열린 시조 대회에서 어린이 부문 장원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 김영숙 관장은 퐁낭작은도서관 위로 주차타워를 세운다는 소식을 접한 뒤 도서관을 지키는 운동 중이다. 회원들의 부탁으로 관장을 맡았는데 역경의 시기를 겪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다. 관장은 자꾸만 어린이들이 눈에 밟힌다고 말했다. 그래서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퐁낭작은도서관은 몇 년 전부터 생태전문도서관을 표방하며 생태 관련 프로그램들을 많이 진행했다. 곤충교실, 식물교실 등을 열고, 제주 인문학의 생태를 위한 제주 책 읽기 모임도 추진 중이다.

 김영숙 관장은 시집을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냈다. 출판사가 서귀포시 신례리에 있는 글상걸상인데 시집 발가락 낙관맨 뒤에 수록된 수제 책의 의미가 인상적이다. “몸의 언어를 받아쓰는 사람이 시인이라면, 시인이 공동체-생태-환경-노동을 지향하고 복원하는 것이 필연적이고 마땅하다면, 이를 실천하는 작은 몸짓과 행위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이는 나무와 종이의 연대기를 기록하는 인쇄노동자와 독자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다.” 여러 번 읽게 된다.

 “여름 밥상 오이지 같아/ 손 꼭 잡은 남녀가”(김영숙의 시조 머체왓에서부분) 걷는 머체왓을 그린 시는 사람이 자연 속에서 늙어가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퐁낭작은도서관 어린이 사서들은 제주도 작은 도서관에 있는 화분을 잘 가꾸는 마음을 잘 지켜 머체왓도 지나 지구 화분을 잘 보존하리라 믿는다. 그것이 지구 자원봉사자의 역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