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터치] 기후재난에서 부산은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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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뒤덮었고, 폭염이 물러나기 무섭게 태풍이 몰려왔다. 자연재해 대응 선진국이라던 일본도 유례없는 2개의 초강력 태풍과 지진으로 산사태, 전기 공급 중단, 공항 폐쇄 등 엄청난 피해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플로렌스'는 노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한 7개 주에 '성경에 나오는 규모의 홍수'라고 언급되는 물 폭탄을 쏟아부었다. 전 세계에 걸쳐 가히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기후재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가지 면적 확장에 급급한 부산
손대지 말아야 할 곳까지 개발해
기후재난에 취약한 도시로 전락
위험지역 개발 규제하는 정책 펴야

부산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기후재난 측면에서 부산은 매우 민감한 도시이며, 가까운 미래에 대규모 자연재난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부산일보의 기획물 '난개발의 그늘'에 따르면 부산은 지난 시기 난개발로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해졌다. 연안 근접 개발로 태풍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 저지대 개발로 폭우와 해일에 의한 침수 위험성,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낙동강 주변 범람 위험, 태풍과 해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2차 피해 가능성 등이 부산이 당면한 기후재난 피해 현안이다. 구체적으로 강서 저지대 일대, 기장 연안지역, 해운대 센텀과 부산항 일대 저지대 매립지, 낙동강변 저지대 일대 등이 기후재난의 직접적인 피해 가능지역으로 언급된다. 이들 중 하나라도 현실이 된다면 부산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보고, 장기간 도시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부산은 왜 이렇게 기후재난에 취약한 도시로 전락했을까? 특정 지역에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홍수, 산불, 범람 등은 자연적 현상이다. 하지만 그곳에 도시라는 형태로 사람이 모여 산다면 그 자연현상은 자연재난으로 탈바꿈한다. 특히 저지대, 습지, 산림지역 등 위험성이 높은 지역의 도시개발은 인명·재산 피해 등 자연재난 피해를 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지속적으로 기후재난에 노출될 가능성을 더한다. 부산은 최근 30년 동안 '크고 강한' 부산을 지향하며 도시 시가지 면적을 2배 넘게 확장해 왔다. 확장된 시가지에는 개발하지 말아야 할 연안과 강변 저지대도 포함됐다. 지금도 강서 저지대의 에코델타시티, 기장 연안의 동부산관광단지 등 위험지역의 시가지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소방서와 119안전센터 등의 안전공공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채 진행되는 도시 외곽 확산 개발로 부산은 광역대도시 중 화재·구급 분야에서 가장 낮은 골든타임 도착률을 기록했고, 전국 지자체 중 지역 안전지수에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히 '난개발의 역습'이라 할 만하다.

부산시는 연안 침식이나 침수위험 지역, 범람 가능성이 있는 저지대 등 위험지역의 도시개발을 규제하는 도시계획정책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개발이 이뤄진다면 미국 필라델피아시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녹지와 저류지를 확보해 자연적인 물순환으로 재해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친환경적 '저영향개발' 기법을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안전을 고려한 도시개발 정책과 함께 소방·구조·구급 등 단기적 안전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 물론 이런 정책적 노력도 현재 진행되는 거대한 기후변화 앞에는 속수무책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강수량 200㎜만 넘어도 침수되는 부산의 현실에서 10배 이상 폭우가 쏟아지는 기후재난 사례를 생각하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후변화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위험지역 개발을 계속할 순 없지 않은가? 초기 근대문명의 발전이 공학적 기술을 통한 자연에 대한 '대응'에 있었다면 이제는 겸허히 자연과 '협력'하고 '적응'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창세기 성경에 나오는 노아가 대홍수를 대비해 방주를 만들었듯 미래 기후재난을 대비해야 한다. 사유재산권 운운하며 안전에 대한 공공 개입을 주저하고 방관할 때, 개발에 대한 맹신으로 위험지역에서의 개발을 지속할 때, '자연의 역습'이 부산에서 더 빨리,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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