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전체적으로 프로젝트의 수를 줄이고 조금 쉬어가겠다는 다짐을 하긴 했지만. 사실 프리랜서라는 것이 프로젝트가 없으면 백수에 가깝기 때문인데요, 이번엔 프로젝트가 없었던건 아니지만 여러 프로젝트가 동시에 약간 드릉드릉하기만 하고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는 상황이 겹쳤달까요? 그렇게 경험하고 있는 백수의 삶, 너무나 행복하고 달콤해서 놓치고 싶지 않은데...저는 왜 돈을 벌어야 하지.....근본적인 (?) 고민을 하며 '밍기적'댔네요.

아, 그래도 새해를 맞아 처음으로 시도해본 것이 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요 😅 저는 집에서 캡슐커피머신(=네스프레소)을 사용하는데요 늘 코스트코에서 묶음으로 저렴하게 파는 스타벅스 캡슐을 사서 쓰다가 처음으로 (3년만에!) 백화점에 있는 네스프레소 부티크 매장에서 캡슐을 골라 사보았습니다. 이게 뭐라고 싶지만, 이따금 그 매장을 지나칠때면 너무 화려한 느낌이라, 거기서 캡슐을 사는게 제게는 부담스러웠어요.

무엇보다 그 매장엔 직원들도 너무 많다구요. 직원들이 붙어서 "어떤거 드릴까요?" 하고 물어보는데 솔직히 뭘 사고싶은지 모른다고 말할 수도 없고. 애매하게 그런 마음으로 망설이다가 매장에 결국은 들어가지 않고 지나치곤 했어요.

기분좋게 매장을 나서서 다음 약속시간까지 기다리려고 근처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왠지 뿌듯해서 SNS을 올리려고 짧은 글을 썼어요. "네스프레소 부티크 매장에서 처음으로 캡슐 사봤다. 왠지 조금 더 어른이 된 기분!" 아무생각 없이 쓴 그 문장이 그날따라 마음에 걸렸습니다. 어른이 된 기분. 나정도면 이미 어른이 아닌가…? 조금 고민하다가 지우긴 했는데, '언제 진짜 어른이 되는걸까' 하는 고민은 그날 잠들때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흠 그런 사람, 언제쯤 될 수 있을까요? 언제쯤 제가 스스로 '나는 어른이지'하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법으로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니 말이 쉽지.... 저는 일단 새해니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 부터 시작해볼까 해요. 그러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해봐야겠죠? 의외의 취향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

어릴땐 연근이 너무 싫었는데, 언젠가부터 조금씩 먹고 있거든요. 그런데 아직 한 번도 연근을 제가 사본 적은 없었어요.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 아직 연근을 직접 사서 요리해 본 적이 없었다니? 스스로도 조금 놀라면서 이번주의 메뉴는 연근으로 확정했습니다. 무슨 요리를 해야할지는.....일단 정하지 않고요. 

섬유질이 워낙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특유의 사각한 식감도 거기서 나오는걸거구요. 연근의 사각사각함은 뿌리채소 중에서도 독특하죠. 잘 익어도 어느정도 그 사각함을 유지한다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주 예전에 학교에서 연근 요리를 배울 때, 선생님이 "연근에는 중간의 구멍을 제외하고 그 주변에 구멍이 9개 있어. 다 똑같아"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저는 "선생님 구멍 9개보다 많은데요?"라고 말대꾸했다가 혼났어요 😕 그것이 기억나서 찾아보니까 연근의 구멍(=기근)은 9~11개 사이로 다양하대요. 제가 맞았잖아 역시!

연근조림을 쫄깃하게 만들려면 이 단계에서 많이 익혀야 한대요. 저는 사각한 식감을 살리고 싶어서 조금 적게 익히기로 했어요. 하나를 꺼내서 먹어보니까 적당히 사각사각하니, 반쯤 익은 느낌이더라고요. 어차피 팬에서 더 익힐거니까! 이 단계에서 마무리했습니다. 

팬에서 지져지고있는 연근을 하나씩 집어 먹었는데....자꾸 손이 가더라고요. 하나 두개씩 집어먹다 보니까 끝도 없더라고요. 잘 지져져서 겉이 바삭한데, 안쪽도 파근파근하면서 사각하고. 사실 지금 이상태로 조금 더 볶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서 생각했던 레시피를 과감하게 뒤로 하고 새 계획을 세웠습니다. 연근을 조리지 않고 지진 연근에 소스를 코팅해서 입혀내는 느낌? 중국 요리들처럼요!

하나 꺼내서 먹어보았는데 여전히 연근이 사각사각하고 맛있네요! 이제 불에서 내릴 때가 됐어요. 

보통 연근조림은 불에서 끄고 나서 참기름을 한바퀴 둘러서 마무리하는데요, 저는 이번에 참기름을 생략했습니다. 참기름, 들기름은 제가 정말 좋아하지만 동시에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식재료중 하나에요. 워낙 캐릭터가 강하다보니까 다른 향과 맛을 가리기 쉽거든요. 결국 다 비슷한 맛(=참기름맛)이 되어버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과감하게 참기름을 건너뛰었습니다. 

연근 자체의 맛과 향을 조금 더 즐기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구독자님 왠지 완성된 연근조림의 양이 적다는 느낌....들지 않으시나요?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었습니다. 중간에 얼마나 집어먹었는지 😅 완성된 연근조림은 반정도만 남은거 있죠? 데헷...제가 연근을 이렇게 좋아할줄은 몰랐어요. 새해를 맞아 제가 좋아하는 것을 또 하나 알게 된 것 같아서 기쁩니다. 

반찬통째 먹으면 너무 나에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서 간단한 반찬이라도 예쁘게 담아서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요. 솔직히 반찬통 꺼내는 것도 엄청나게 정성스럽다구요 😶 혼자 살면서 자기 식사를 챙겨먹는 일이 이미 스스로를 굉장히 신경쓰고 있는 것 아닐까요? 설거지도 줄일 수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반찬통도 충분히 좋은 상차림 방법이니까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겠습니다. 

요즘 사부작사부작 체인점이 생기고 있는 효도치킨의 '고마워' 치킨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고추와 마늘이 들어가서 고마워 치킨이래요. 근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저기 사진의 연근튀김 보이세요? 치킨 튀김옷을 연근에 입혀서 튀긴건데 저게 진짜 별미에요.

기본적으로 바삭한데, 연근 자체의 아삭함까지 더해져서 정말 맛있어요! 저 양념 소스도 입에 착 붙는 맛이구요. 고마워 치킨을 시키면 기본으로 연근이 들어있긴 한데요, 부족해요. 이 치킨의 주인공은 치킨이 아니라 연근튀김이라니까요! 먹어보면 정말 이렇게 말하게 돼요. 효도치킨은 연근추가 옵션 말고, 그냥 연근튀김만 들어있는 상품을 출시해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