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과자긍심 #일라이클레어 #완독

[주말에 뭐 읽지]  2021-03-04 #46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주말의 책꽂이

@sharonmccutcheon
   
도둑맞은 몸, 조롱당하는 몸
일라이 클레어 지음, 전혜은 옮김
현실문화 펴냄  

“어떤 몸은 좋은 대우를 받는다. 그 외에 다른 몸은 망연자실하여, 버려진 채로, 자기혐오로 가득 차 살아간다. 양쪽 다 도둑맞은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단 한 단어로 포획되지 않는 여성 혹은 남성, 그 중간에 있는 존재에 대한 것이다. 장애인, 젠더퀴어, 페미니스트, 친족 성폭력 생존자, 노동운동가, 시인, 에세이 작가, 시골 출신. 서로 크기도 모양도 다른 정체성은 삐뚤빼뚤한 지도를 그린다. 작가인 일라이 클레어는 뇌병변 장애를 타고난 젠더퀴어다. 자기혐오와 자긍심 사이의 존재, 둘 다이기도 하고 둘 다 아니기도 한. 이 책은 그 복잡한 면을 짚는 데 지면을 할애한다. 뭉뚱그리지 않고 원래 모순적일 수밖에 없는 것들을 끌어안을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제안하면서.

작가는 고향에서 받은 고통을 여태 생생히 느끼면서도 그곳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자신을 매섭게 대한 곳임을 인정하면서도 그곳이 주었던 일종의 안온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고향을 떠나와 퀴어 공동체에 소속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긍지를 찾게 되었지만, 동시에 태어난 곳에 대한 증오 섞인 애정을 버리지 않는 것. 작가는 둘을 썩 훌륭하게 병행한다.

그의 세계는 혐오 혹은 사랑, 두 가지로 정확히 이분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섞여 있다. 검은색과 흰색이 섞여 회색 같기도 하고, 더 진한 검정 같기도 한 색들이 파도처럼 섞여드는 표지의 빛깔처럼이나 복잡하다. 그의 정체성 역시 손수건에 수놓을 수 있는 명확한 이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대단히 ‘퀴어(이상한)’하다. 일라이 클레어는 ‘불완전’하다고 여겨지기에 조롱당하는 몸,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근처를 맴돈다. 어떻게 자긍심을 찾을 수 있는가를 묻는다. 심지어는 자신을 강간하고 그 일을 방조한 고향에 대해서조차도. 그는 자신이 무엇을 도둑맞았는지 똑바로 응시한다. ‘정상’이라는 언어로 설명되는 불편하지 않은 몸들 외에 무수한 몸들이 있다고 소리친다. ‘비정상’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발버둥치는 여러 몸들이 존재함을 이야기한다. 몸 자체보다, 몸을 둘러싸고 있음으로써 그 몸을 피로하게 하고, 좌절하게 하고, 곪게 하는 언어들을 차가운 눈으로 포착해낸다.

추천사를 쓴 아우로라 레빈스 모랄레스는 말한다. 어떤 예술은 종소리 같아서, 자신을 통하여 진동하고 자신을 화음으로 채운다고. 그에 응답하는 파편들을 휘갈겨 쓰게 만든다고. 말하자면 이 책은 강력한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일라이 클레어는 처절할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몸을 중심으로 지도를 내보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이 누구이든 당신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모순의 파편을 바라볼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뉴닉 에디터)



시사IN 기자들이 주목한 책
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김원영 지음, 사계절 펴냄

“저를 사이보그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한자리에 참석한 김초엽 작가를 두고 주최 측이 ‘청각장애를 극복하고’라는 식의 소개 멘트를 했고 당사자가 이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썼다. 김원영 작가가 보기에 김초엽 작가는 SF 작가 이전에 자연과학 연구자, 여성,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이자 소수성이 지닌 사회적 의미에 대해 성찰하는 사람이었다. ‘장애와 과학기술에 관한 담론에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낸다면 김초엽 작가가 가장 훌륭한 파트너일 거라는 믿음을 굳혔다.’ 한 명은 보청기를 착용하고, 한 명은 휠체어를 사용한다. 기계와 결합한 유기체로서 ‘사이보그적인’ 존재다. 기술 발전이 인간의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스스로 ‘온전한 인간’인지, ‘동등한 인간’인지 오래 고민한 결과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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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윤혜준 지음, 아날로그 펴냄

“역사가 스며 있되 정체되지 않은 도시, 이것이 역사를 품은 유럽 도시들이 지향하는 이상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해외여행은 당분간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특히 유럽은 언제 가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아시아 국가의 방문객에 대한 폭력이 더 빈번해졌다는 흉흉한 소문도 들린다. 유럽 여행을 꿈꾸는 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조금이나마 대리만족이 될 듯하다. 로마·파리·아테네·런던 등 유럽 도시를 다룬 책이다. 다만 쇼핑이나 맛집 정보 같은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에 주목했다. 로마 성베드로 성당이 지어지던 때의 배경이나, 아테네 민주주의의 전성기를 썼다. 사진 자료와 함께 이런 설명을 읽다 보면 현지에서 가이드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다. 저자는 책이 따라가는 루트를 ‘인문 기행’이라고 적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뒤 유럽에 직접 가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뻔하지 않고 실용적인 원격근무 안내서
로히트 바르가바 지음, 함현주 옮김, 김영사 지음

“새로워진 오늘날의 업무 방식에 대비하는 방법과 습관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회사가 비대면 근무를 도입했다. 일시적 조치라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원격근무가 ‘스탠더드’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 책은 경력 대부분을 원격근무로 수행해온 저자가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려는 목적으로 썼다. 먼저 그는 원격근무의 장점이 적지 않다고 적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장소에서, 통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일할 때 더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반면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과 의사소통의 한계, 외로움 등은 단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용적인 ‘비법’들이 책에 적혀 있다. 누구에게나 적용되지만 특히 직급과 대면 근무 연차가 높을수록 새겨들을 만한 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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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사계절 펴냄

“이별이 빨리 찾아오는 것이 기쁘고 다행스러운 관계도 있다.”

그곳은 ‘푸대접의 공간’이었다. 소년원은 교도소가 아니라 특수교육시설이지만 교육적인 것은 드물었다.  
국어 교사인 저자는 소년원으로 갔다. 의무교육을 마치지 못한 소년원생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의 일환이었다. 수업을 갈 때면 ‘아름다움’을 들고 가려고 애썼다. 일부러 예쁜 책 표지를 고르고 또 골랐다. 걱정과 달리 아이들은 예쁜 것을 있는 그대로 좋아할 줄 알았다. 차마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느냐고는 묻지 못했다. ‘가해자’는 홀로 태어나지 않는다. 서로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안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 중에는 분명한 사회의 책임도 있었다. 고정관념과 편견이 이들에게 또 다른 감옥이 될 수 있음을, 저자는 성찰의 언어로 설득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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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읽고 쓰다 보니 
저절로 읽기 근육이 길러지더라고요.” 
“100일 프로젝트 중  취업에 성공했어요. 
매일 시사 이슈를 접한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하루 한 편 시사지 읽는 습관’(#하루시사)에 참여한 플백러들이 남겨주신 후기입니다.  
‘읽는 당신’을 만드는 특별한 습관, 지금 시작해 보세요.

뉴스레터 마감을 앞둔 이 시각, 편집자는 거의 정신이 혼미한 상태입니다😵. 오늘 저녁 진행될 [읽는 당신×북클럽] 오프닝 북토크를 앞두고 준비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인데요.
 
시사IN이 동네책방과 함께하는 북클럽 첫 행사인 만큼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네요.  이번 북클럽에는 ‘읽는 당신’ 320여 명이 함께해주셨습니다. 이분들에게 설문 조사로 미리 물어봤어요. [읽는 당신×북클럽]에 참여하면서 무엇을 기대하셨냐고요. 

흥미롭게도 ‘북클럽을 통해 완독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더군요. 전문가나 저자와 함께하는 북토크, 책방별로 진행하는 책 모임도 좋지만 그 무엇보다 ‘완독’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다는 뜻일텐데요. 책 읽기를 즐기려면 완독에 대한 부담감을 버려야 한다는 얘길 흔히 듣곤 합니다만 그래도 ‘읽는 당신’이라면 완독에의 쾌감을 욕심낼 수밖에 없나 봅니다. 사실 세상에 나와 있는 대개의 책은 기승전결 구조로 되어 있죠. 저자의 생각을 오독하지 않고 깊이 있게 읽어내려면 완독이 꼭 필요한 것도 그래서일테고요. 
 
완독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함께 읽기’라는 건 수많은 책 모임이 ‘간증’하는 바죠. 완독을 위해 낭송 모임을 하거나 글쓰기 모임을 병행하는 동네책방들도 적지 않던데요. 새 봄🌱을 맞아 가까운 동네책방에서 어떤 책모임이 준비되고 있는지 (주)동네서점이나 책 읽는 독앤독에서 둘러보시길요. 오는 3월22일 오픈하는 카카오 프로젝트 100에도 동네책방들이 여럿 참여해 완독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으니 마음에 맞는 데가 있는지 찾아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시사IN 또한 북클럽에 이어 #하루시사(하루 한 편, 시사지 읽는 습관)로 ‘읽는 당신’과 꾸준히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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