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북 뉴스레터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사회적 격리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육체적 활동량은 줄어들고 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신조어인데요. 

이 또한 우리의 뇌가 부리는 마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의 저자가 말하는대로 인간의 뇌는 늘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니까요.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온라인 공간에서나마 서로를 연결하려는 이런저런 '방구석 프로젝트'에 우리의 마음이 기우는 것도 이때문이겠죠.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사IN>은 매주 금요일 '주말에 뭐 읽지' 뉴스레터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화창한 봄날, 이전과는 달라질 세상을 그려보는 데 소개된 책들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스마트폰이 뇌를 따라갈 순 없지


나의 뇌는 나보다 잘났다

프란카 파리아넨 지음, 유영미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젊은 뇌과학자인 저자는 우리 뇌가 스마트폰 같다고 쓴다. “온종일 들고 다니지만 스마트폰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물으면 ‘에… 앵?’ 하고 얼버무린다.” 스마트폰을 알면 어떤 앱이 배터리를 잡아먹는지, 어디에 피싱 소프트웨어가 있는지 보이는 것처럼, 뇌를 이해하면 일상의 핵심 문제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뭔가 잊어버렸는데 그게 무엇인지, 왜 상황이 끝나고 나서야 해답이 떠오르는지, 왜 잊고 싶은 기억이 새벽 3시에 떠오르는지 따위다.
 
뇌는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타인을 예측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저자가 책 전반에서 주목하는 것은 관계다. 그는 우리 뇌가 늘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공감 능력이나 유머 감각 같은 인간만의 특질이 발휘된다. 타인이 주는 신호를 필사적으로 해석한 결과물이다. 호르몬도 여기에 동원된다.
 
스마트폰과 달리 사람의 뇌는 때때로 착각하고 종종 오류에 빠진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더라도 뇌는 쉽게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선입견이다. 축구 팬은 응원하는 팀이 판정에서 손해를 본다고 주장하고, 당원은 소속 정당이 실책을 범해도 노선을 바꾸지 않는다. 일상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선입견에 따라 타인을 대한다. ‘과거에 한 경험’이나 ‘첫인상’처럼 불확실한 근거로 그들을 신뢰하는 것이다. 그런데 도박에 가까운, 타인에 대한 신뢰가 모여 공동체를 유지시킨다.

이상원 기자 
 

"먼 데 있는 자식보다
이웃사람이 낫다고..

많이 아파서 병원 가면 내가 보고자 되고
내가 더 많이 아프면 얘가 내 보호자가 되고
그렇게 하면 좋겠는데, 안 될까요?"  





황두영 지음 /  시사IN북 펴냄


혈연이나 혼인으로 맺어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특별한 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새로운 가족을 꿈꾸는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늘 그렇듯 법과 제도가 달라진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는 게 문제다.'
  

외로움이 사회적 질병으로 떠오른 시대, 돌봄 공백을 메울 사회적 대안으로 생활동반자 관계가 왜 필요한지, 생활동반자법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담은 책. 

지금 서점에서 만나보세요.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당신의 말을 내가 들었다  
안미선 지음, 낮은산 펴냄    

“‘한 사람’의 말이 ‘우리’의 말이 될 수 있다는 건 함께 다른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갈 근거가 된다.”  

후배 기자에게 가장 당부하는 태도는 겸손이다. 기자가 대체 뭐라고, 취재원들은 자신의 시간을 내어줄 뿐만 아니라 마주 앉은 사람을 심지어 믿고 때로 내밀한 이야기까지 나눠준다. 저자의 말마따나 “그들은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가져가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선물처럼 내밀었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뷰야말로 ‘협력’의 결과물이다. “듣고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말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탐색하고 끊임없이 서로의 닫힌 문을 두드린다. 그러고는 함께 만들어낸 말을 끌어안고 독자들의, 그리고 이 세상의 닫힌 문을 두드린다.”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주로 기록해온 저자가 그 두드림의 과정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이기웅 옮김
리리 펴냄  

“상상해. 온 마음을 다해서 상상해. 상상해….”  

일본 산악 원정대의 카메라맨이 에베레스트 등반에 실패한 이후 들른 카트만두의 한 등산용품점에서 조지 맬러리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카메라를 얻는다. 그 카메라엔 ‘맬러리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담겨 있었다. 맬러리는 1924년 에베레스트를 오르다 실종된 영국 산악인이다. 그가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는지 여부는 히말라야 등반 역사에서 최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일본에서 720만 부가 판매된 ‘음양사’ 시리즈의 작가 유메마쿠라 바쿠가 구상부터 집필까지 20년의 시간을 들여 완성해낸 산악소설. 수차례 취재를 통해 표고 8000m 고공을 압도적 스케일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인생의 특별한 관문
폴 터프 지음, 강이수 옮김, 글항아리 펴냄   

“혹시 어쩌면 ‘엘리트’라는 말이 ‘가난한 사람이 없다’는 뜻일지도 모르죠.” 

신자유주의가 일상에 스며든 시대, ‘입시 경쟁’은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 사회에도 입학사정관, 내신, 수시와 정시 전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이 있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미국에서 부유층과 빈곤층은 왜 같은 대학에 다니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들고 취재를 시작했다. 이 책은 수년간 수험생과 교수, 입시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학생들의 삶은 각자가 어떤 집안 출신인지, 어떤 대학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궤적을 그렸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존재하는 치열한 입시 전쟁의 현실과 그 아래 존재하는 미국 사회의 불평등을 깊이 파고든다. ‘누구를 위한 대학인가’라는 주제의식은 결국 우리 사회에도 해당되는 질문이다. 

그림 그리는 사람
다니구치 지로·브누아 페터스 지음, 김희경 옮김, 이숲 펴냄  

“그 주제가 정말로 제게 와닿아야만 일하게 되죠.”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를 알게 된 건 작품 〈산책〉을 통해서다. 대사가 거의 없고, 자연스러운 배경과 등장인물의 표정에 집중한 이미지만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입력에 놀랐다. 그 후 그가 〈고독한 미식가〉 〈선생님의 가방〉 〈도련님의 시대〉를 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어떤 작품에서건 그는 조용히 압도적이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다니구치 지로의 대담집이 나왔다. 어린 시절, 전문 만화가로의 길,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등을 사진과 그림을 통해 보다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인간이 자연에 얼마나 이기적인지 고발하고 싶어서 더 생생하게 묘사하려 노력하고, 더 매력적인 서사를 고민한다’는 대목에서, 그의 작품을 또 한번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대 남자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왜 그들은 같은 세대 여자에 비해 유독 현 정부를 싫어하고, 젠더 전쟁에 온몸을 던지는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이 책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0대 남자는 왜 다른 그 어떤 세대, 성별과도 구별될 만큼 유난할까요?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번지면서 한국이 한 발 앞서 겪은 경험을 아낌없이 공유하고자 <시사IN> 코로나19 영문 특별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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