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율기자 #재난지원금 #동네책방

시사IN북 뉴스레터 #12

서점 리스본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동네서점입니다. 여느 동네서점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지요. 홀로 서점을 지키던 주인은 어느 날 대구에 헌 책을 무료로 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암울한 도시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무엇으로 위안 받고 있을까생각하다 대구시민들에게 책을 선물하기로 한 것이지요.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는 책 선물을 받겠다는 신청자가 스무 명 남짓할 거라 예상했더랬습니다. 착각이었죠. 신청은 혼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주했습니다. 보내야 할 책은 물론 택배비도 턱없이 부족해진 상황. 이번에는 단골들이 나섰습니다. 코로나 이전 서점을 드나들던 고객들이 SNS에서 사연을 접하고 조용히 성금을 보내온 것이지요. 덕분에 1000권에 이르는 책을 대구에 보낼 수 있었다는 서점 주인은 새로운 교훈을 얻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서점에서 책만 사는 것이 아니다. 체험을 산다는 것을요(<기획회의> 20205월호).

서울 은평구에서 14년째 헌 책방을 운영중인 '서점 덕후' 윤성근씨가 쓴 책 <서점의 말들>에는 또 이런 문장이 인용돼 있더군요. "서점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주 특별한 종류의 은행입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돈을 거래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꿈을 꾸고 자유를 갈구합니다."(에릭 드 케르멜) 그 말을 입증이나 하듯 팬데믹 충격 속에서도 동네책방들은 연결과 연대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새로운 실험을 선보이는 중입니다(하단 참조).  

이번 주말, 가까운 동네책방에 들러 [주말에 뭐 읽지]에 소개된 책들을 찾아보고, 책방 주인과 세상 사는 얘기도 나눠보면 어떨까요? 물론 마스크와 재난지원금 카드는 꼭 챙겨서요. 작은 책방이라 내가 원하는 책이 없으면 어떡하냐고요? 주인장에게 주문하시면 됩니다. 주문한 책을 찾으러 다시 동네책방에 들르는 행동이 나에게 여유를 선물하고, 새로운 꿈을 꾸게 해줄 것입니다.   
Image by Pixabay


 '그림자 유권자'를 위하여


크리스티 앤더슨 지음, 이철희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2019년 6월 어느 날,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뜸 책을 하나 안겨주더니 특유의 단문으로 말했다. “번역했어. 읽어봐. 재밌을 거야.” 〈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 원제는 ‘민주당 다수파의 탄생, 1928~36년’이다. 미국 정치학자 크리스티 앤더슨이 1979년에 내놓았다. 선거 때마다 골골대던 민주당이 1930년대 이후 다수파로 떠오른 과정을 추적했다.
 
본격 연구서다. 재미있게 읽힌다고는 못하겠다. 그래도 정치를 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재미 하나는 압권이다. 이 책이 다루는 ‘뉴딜 체제’는 미국 정치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그리고 이 책은, ‘뉴딜 체제’에 대한 미국 정치학계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정치에서 다수파란 무엇인가, 어떻게 소수파가 다수파로 바뀌는가, 다수파가 되려는 정치세력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이 정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믿는다면, 건조한 전개를 참아가며 읽을 가치가 있다.
 
책은 정치 지형이 바뀌는 경로를 크게 둘로 구분한다. ‘전향’은 어느 당 지지자들이 다른 당으로 넘어가는 경로다. ‘동원’은 투표하지 않던 사람들이 새롭게 어느 당 투표자로 진입하는 경로다.
 
이 책은 주로 ‘전향’에 집중하던 기존 논의에 맞서서, ‘동원’이 지형변화의 근본 동력이라고 역설한다. 기존 정치에서 소외받고 눈에 보이지 않고 투표하지 않던 ‘그림자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타나도록 만들어내는 순간, 정치는 진정으로 심대한 변화를 이끌어낸다. 말이 쉽지 거의 모든 정치세력이 이 문턱을 넘지 못한다. 이 고개를 넘지 않으면 한 세대를 가는 안정된 다수파를 만들 수 없고, 결국 세상을 바꿀 수도 없다. 현직 국회의원이 이 책을 꼭 번역하고 싶었다는 이유도 이 핵심 메시지에 공명해서였다.

천관율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망설임의 윤리학  
우치다 다쓰루 지음, 박동섭 옮김, 
서커스 펴냄  

“나는 ‘정의의 사람’을 싫어한다.”  

주제의식과 밀도 면에서 ‘21세기형 새로운 사상가’의 탄생을 알린 기념비적 저서로, 현재까지 일본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저자의 대표작이다. 
책은 ‘페미니즘/젠더론’ ‘전쟁론/전후 책임론’ ‘타자/이야기론’이라는 세 가지의 큰 테마로 구성되었다. 주로 비판의 표적이 된 것은 페미니스트와 포스트모더니스트다. 저자는 그들을 겨냥한 이유에 대해서 “그들이 최대의 적이라서가 아니라 나와 가장 가까운 이웃이기 때문이다. 나는 페미니즘에 깊은 공감을 느끼고 포스트모더니스트의 어법에서 공통점을 느낀다. 그들이 나의 이의신청을 들어줄 대화적 지성이 겸비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하지만 뭔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일부러 발신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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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김성우·엄기호 지음, 따비 펴냄  

“결국 다른 매체의 사용은 다른 신체를 서서히 구축해가는 거예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튜브가 책을 집어삼킬지 어떨지는 모른다. 다만 유튜브와 책이 우리 짐작처럼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처음에 유튜브를 볼 때 요거만 봐야지 하고 보기 시작하지만 ‘보다 보면’ 저것도 재밌겠네 하면서 계속 보는 행위는, 우리가 읽기에서 상상했고, 또 읽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방식이다. 다만 읽기 문화에서 동영상 문화로 ‘변동’하고 있을 뿐이다.
응용언어학자 김성우와 문화연구자 엄기호 두 저자가 ‘리터러시’(문해력)라는 주제를 붙들고 대담을 이어간다. 읽기는 여전히 유효한지, 다매체 시대에 리터러시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각자 쌓아올린 고민과 질문을 풀어놓는다. 유튜브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아직까지는.  

염증에 걸린 마음 
에드워드 불모어 지음, 정지인 옮김, 
심심 펴냄  

“감히 말하건대 근본적으로 더 나은 방식을 제시한다.”  

우울증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우울증에 관해 아는 것은 ‘깜짝 놀랄 정도로 적다’. 신경학자이자 케임브리지 대학 정신의학과 교수인 저자는 어떻게 뇌에서 정신질환 증상이 생겨나는지 연구해왔다. 정신과 의사뿐만 아니라 과학자가 되어야 했다. 
그는 우울증의 원인을 세로토닌 불균형뿐만 아니라 염증에서 찾는다. 신체의 염증이 우울증 같은 정신적 증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면역계와 신경계의 상호작용을 연구해 얻은 결론이다. 정신질환을 대하는 종전의 태도와는 조금 다르다. 순전히 마음의 문제 아니면 뇌의 문제라고 보는 양극화된 관점에서 벗어나 몸 역시 우울증의 근원 중 하나라고 보는 시각이다. 우울증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질환을 이해하는 폭을 넓힌다.  
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지음, 다산책방 펴냄  
 
“딸의 책상 서랍 안쪽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떼었다. 오래되어서 잘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2월, 취재차 시골에서 많은 할머니들과 보냈다. 할머니들의 묵은 짐과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 짐의 대부분은 이미 품을 떠난 자식들의 것이었다. 어느 집 책상에는 ‘청춘 스타’ 김민종의 얼굴이 새겨진 별 모양 스티커가 색이 바랜 채 붙어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 소설집 속 어떤 장면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었고, 책을 펼치기 전 제목을 읽었을 때 이미 예상했던 대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울음을 삼켜야 했다. 독자들 역시 황예인 평론가의 발문 제목처럼 ‘아직은 아니지만, 동시에 이미 할머니가 되어’ 여섯 편의 소설을 통과할 것이다. 운이 좋다면(그렇게 오래 살 수 있다면) 할머니는 여성인 나의 미래다. 동시에 소설은 지금 할머니인 사람들을 재발견하며 여성의 영토를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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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주인이 안내하는 부산여행이라니.."

책 살 사람은 뻔한데, 자꾸 새 서점이 생겨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팬데믹까지 닥쳤습니다. 
어쩌면 '적'이 될 수 있었을 이들이 '친구'로 만났습니다. 이 와중에 이웃책방 주인 8명이 함께 북마켓/북토크를 열고, 책방 스탬프 투어까지 공동 진행한다는군요.

부산에 사는 분 또는 부산여행을 계획중인 분이라면 눈여겨 보세요. <시사IN>과 함께 책읽는 독앤독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서점들도 참여합니다.  

*코로나 19 진행 상황에 따라 행사 계획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시사IN북
book@sisa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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