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해 화학물질, 사회 안전망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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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습 동아대학교 환경보건센터장 직업환경의학전문의

현대사회의 많은 질병은 다양한 화학물질로 인해 사회 속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다시 사회체계 내의 의료시스템을 통해서 치료관리가 된다. 최근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화학물질 관련 질병 발생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이지만 사후처리 및 질병 발생단계에서의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해법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 손상 환자가 어린이와 산모 등 취약 인구 집단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발생하고 사망하였지만, 우리 사회의 허술한 화학물질 관리체계로 인해 병원 중심의 의료계와 우리 사회의 어떠한 모니터링 시스템에서도 이를 알지 못했다. 다행히 2011년 4월 질병관리본부의 젊은 예방의학도에 의해 우연히 시작된 역학조사를 통해서 가습기 살균제가 그 원인임을 규명하게 되고, 그 이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 607명이 폐 질환, 태아 손상, 천식으로 정부지원금 대상 질환자로 인정되었다. 그러나 최소 수십만에서 최대 수백만 명의 노출 인구에 대한 고려와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다양한 질환들의 인정 여부에 따라 피해자 수는 많이 늘어날 수도 있다.

1956년 일본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메틸수은 중독에 의한 미나마타병 사건은 사건 발생 직후 3000여 명이 공식적인 피해자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후 피해자의 증가와 질병 인정 기준의 변화 등에 따라 60년이 지난 2016년까지 6만 9211명의 피해자를 인정하였고, 해당 기업에서는 피해자에 대해 3조 6000억 원을 보상하였다. 물론 아직도 그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미나마타병 사건의 전철을 밟지 않게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현재의 화학물질 관리체계로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10만 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으며 매년 수천 종씩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4만 3000여 종이며 이중 독성시험을 통과한 물질은 6600여 종(15%)에 불과하다. 나머지 3만 6400여 종에 대한 독성은 알 수가 없다. 독성시험을 통과한 물질도 동물실험을 전제로 한 것이니 인체에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사회적 관리체계의 전면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2001년 가습기 살균제가 세계 최초의 개발이라는 광고를 통해서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시판된 후 2011년까지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여러 병원에서 매우 특이한 형태의 폐 손상 및 사망자가 발생하여도 원인을 인지하지 못하고 보고체계도 갖추지 못한 의료체계 내의 모니터링 시스템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 국가적으로도 환경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등으로 다원화되어 있는 부처별 유해물질 관리체계의 일원화와 함께 지방자치단체도 이에 대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건강에 직결되는 유해 화학물질 관리, 환경 보건문제 등에 대해서 지방자치단체 역할도 중요하다. 중앙정부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보건소 조직과 공공보건의료체계를 활용한 유해물질 독성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국가 감염병 관리체계와 같이 모든 의약품, 식품, 생활용품, 농약 등의 생활물질과 연관이 의심되는 증상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신고와 대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인체 통합적 일원화된 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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