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드럭스 #백신 #자이거사이클

[주말에 뭐 읽지]  2021-06-03 #59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주말의 책꽂이

photo by pixabay
   
세상에 완벽한 약은 없다
토머스 헤이거 지음, 양병찬 옮김
동아시아 펴냄


우리는 약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약품을 구입하면 설명서나 상자 겉면에 효능·용법·부작용·성분 등 약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적혀 있고, 더 자세한 부분까지 알고 싶다면 인터넷을 통해 약을 구성하는 성분 하나하나의 정체를 검색할 수 있다. 그러나 약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부적이고 미시적인 수준의 정보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를 쌓아올려 ‘큰 그림’을 그릴 때 비로소 이해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텐 드럭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복용하고 주사 맞는 약들의 조감도 같은 책이다. 백신부터 헤로인, 비아그라 그리고 항생제까지 목적도, 효능도, 제형도 제각각인 수만 가지 의약품들은 놀랍게도 비슷한 운명, 유사한 패턴을 타고났다. 이를 일컫는 용어도 따로 있다. 이른바 ‘자이거 사이클’.

성공적인 신약은 열광을 불러오며, 빠르게 도입된다(1단계). ‘허니문 기간’은 신약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부정적 논문들이 하나둘 나오고 쌓이면서 끝이 난다. 사람들은 이제 경이로웠던 신약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다(2단계). 어느덧 과장되었던 경각심도 사라지고 이 약에 대해 균형 잡힌 태도를 갖게 된다(3단계). 이보다 장기적인 추세도 있다. 의약품은 주가가 출렁이듯 ‘자이거 사이클’을 그리면서 인류를 전보다 높은 곳으로 이끌었다.

물론 ‘명(明)’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서두에 이렇게 밝힌다. “개인적으로 독자들이 이 책에서 얻기를 바라는 포괄적인 교훈이 하나 있다면, 이 세상에는 좋은 약도 없고 나쁜 약도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약에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한다면, 모든 효과적인 약물은 예외 없이 잠재적으로 위험한 부작용을 수반한다(14쪽).” 

교훈뿐만 아니라 재미도 잡은 책이다.

김연희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주목한 책
여섯 개의 폭력
이은혜 외 지음, 글항아리 펴냄

“짓밟힌 어린 시절과 십 대의 시간들은 기억 속에서도 결코 우리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유명인들의 과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연이어 폭로되면서 ‘학교폭력’이 다시금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몇몇 사람들은 학창시절 일을 왜 이제야 말하는 거냐며 폭로의 진위와 저의를 의심한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결심한 듯하다. 성장과 배움의 공간인 학교에서 일어난 폭력은 더 큰 흉터를 남긴다. 이 책은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하고 ‘무사히’ 어른이 된 다섯 사람과 어른이 되지 못한 한 사람의 엄마가 썼다.” 각자가 겪은 폭력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그 폭력이 오늘날 자신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괴로워하면서도 담담히 써내려 간다. 그들이 직접 자신의 고통을 말하는 일은 피해 치유를 위한 첫걸음이자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타인을 위해 낸 용기다.
 
냉전의 마녀들
김태우 지음, 창비 펴냄

“북한으로 간다고 말하는 것은 눈치 없는 행동일 수 있었다. 중국으로 간다는 대답은 거짓말도 아니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5월16일 국제민주여성연맹 소속 21명은 북한으로 들어간다. 중공군 개입 이후인 1950년 11월5일을 기점으로 미군의 목표가 북한 내 인구밀집지역을 집중 공격하는 ‘초토화 정책’으로 바뀐 직후였다. 각 나라에서 최고의 여성 엘리트였던 이들은 유서를 쓰고 압록강을 건넜다. 하지만 전쟁으로 고통받는 ‘한국 여성’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고자 했던 외부 세계 여성들의 목소리는 분단과 탈냉전 사이에서 완전히 삭제됐다. 이들의 조사 결과가 담긴 〈우리는 고발한다〉는 소련의 정치선전물 취급을 받았다. 일부 조사위원은 돌아간 고국에서 ‘마녀사냥’을 당해 타국을 떠돌았다. 그 역사를 섬세하고 꼼꼼하게 복원해 여성주의 시각으로 한국전쟁을 조명한다.
 
주주 자본주의의 배신
린 스타우트 지음, 우희진 옮김, 
북돋움coop 펴냄

“주주 가치라는 것은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기업은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운영된다’는 주장이 기업경영의 지침이자 윤리가 되어버렸다. 법학자인 동시에 기업지배구조 연구의 권위자인 린 스타우트 전 코넬 대학 로스쿨 교수가 이 신화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그에 따르면 주주 가치라는 개념은 기업법적으로나 경영학적으로, 그리고 철학적으로 견고한 토대 없이 형성된 허상에 불과하며, 주주들 자신에게조차 손해를 끼친다. 특히 ‘기업의 소유주가 주주’이며, ‘경영자는 주주의 대리인일 뿐’이라는 주주 가치의 기본 개념들을 이론적·실증적으로 입증하는 박력 있는 서술이 인상적이다. 요즘 경영계의 화두로 떠오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 (환경·사회책임·기업지배구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필독서.

 

리멤버 홍콩
전명윤 지음, 사계절 펴냄

“지금 홍콩은 누구에게나 슬픈 시대다.”

2019년 홍콩 시위 때 그는 현장에 있었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 때도 시위대와 함께했다. 홍콩·상하이·인도·오키나와 등에 대해 제법 잘 팔리는 가이드북을 쓴 여행작가인 그는 생각했다. ‘이것이 마지막 홍콩 취재가 되겠구나. 여행지로서 홍콩과는 이별을 고해야겠구나.’ 이 책은 그가 사랑해마지 않았던 도시 홍콩에 대한 작별의 편지다. 편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디저트 가게 집안의 어른으로 영국 식민지 시절과 그 이후 시대를 겪은 웡 할아버지, 여성으로서 강경 시위대 용무파 소속임을 자랑스러워하는 그레이스, 2014년 우산혁명 때부터 친구로 인연을 맺었지만 결국 이별 아닌 이별을 고해야 했던 메이···. 홍콩의 사람과 역사와 슬픈 오늘이 ‘물 흐르듯’ 책 속에 녹아 있다.
 
 책 자세히 보기 >>  
헌 책방에서 만난 사람

5년 전 그는 갖고 있던 책 1천여 권을 모두 처분했다. 아내와 이혼 수속을 밟으면서 살고 있던 집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랬던 그가 다시 헌 책방에 나타났다. 강원도 산골에서 <월든>의 소로처럼 살았다는 그는 5년 전 팔아버렸던 책중 한 권을 되찾고 싶어했는데... │  윤성근('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자유인이 되기 위해 의사를 그만두었던 사나이' 전체 글 보기 >>

지난주 뉴스레터를 보낸 뒤 꽤 많은 독자분들에게 답신이 왔습니다. 일일이 답장이라도 보내고 싶을 만큼 따뜻한 편지, 힘이 나는 편지가 많았어요. 한 독자분은 뉴스레터를 읽으면서 살짝 설렘을 느꼈다고 하시더군요. “읽는 제가 즐거운 만큼 쓰는 당신도 즐겁나 보다, 라는 보이지 않는 연결이 느껴”졌다면서요. 편집자의 마음을 꿰뚫는 독자라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눈길을 끌었던 답신중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한주간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르게 일상을 겪어내고 주말을 바라보는 시점에 받아보는 뉴스레터가 반갑고 고맙습니다. 마무리 편지에 뭉클 했습니다. ” 이 독자분의 메일에 왜 눈이 갔을까 생각해보니 제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요즘 한주가 어떻게 지난지 모르게 일상을 살아내고 있거든요. 주변을 둘러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비대면으로 당황했던 시기도 잠시. 지금은 뭔가 모르게 다들 분주해 보이기만 합니다.
 
이게 과연 좋은 신호일까요?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은 빠르게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도 백신을 맞은 사람이 속속 늘고 있죠.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명절날 기차표 검색하듯 잔여백신 검색하는 분들이 눈에 자주 띄더군요.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넘쳐나던 시기가 언제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일상의 회복은 너무도 바라는 바지만 이러다 속도에 치이는 삶으로 회귀하고 마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요. 

“우리는 언제나 오버드라이브(과속) 상태에 있는 세상을 만들어놓았다.”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의 저자 파리드 자카리아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체제는 한편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게 태생적 딜레마라면서요. 글로벌 자본주의가 고도로 다이내믹한 성장세를 보인 대신 주기적으로 금융 위기를 겪게 된 것을 떠올리면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곧바로 이해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속도’ ‘개방’ ‘안정’ 3가지 요소는 동시에 누릴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기도 한데요. 그의 말마따나 우리가 팬데믹 이후 개방되고 안전한 사회로 다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즈음입니다. 개인의 삶도, 인류의 삶도요. 


" 어차피 잡지를 읽으니까 메일은 잘 안 열어보게 되었는데, 문득 열었던 메일을 끝까지 읽게 되었네요. 
중간에 제 이름이 나와서 흠칫 했어요. 뭔가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산책을 다녀오면 행복해지는 이유, 여행 기분이 나는 이유를 머릿속의 생각이 아닌 
언어로써 확인하니 산책이 더 좋아지려 하네요."

지난호 뉴스레터를 받아본 독자들이 남겨주신 사연입니다💌 
편집자에게 하고 싶은 말, 또는 뉴스레터 구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누르고 의견을 남겨주세요.




<시사IN> 뉴스레터를 아직 구독하기 전이라면 여기

💬 받은 이메일이 스팸으로 가지 않도록 이메일 주소록에 book@sisain.kr 등록해주세요.  
수신거부 원한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주)참언론
webmaster@sisain.co.kr
카톨릭출판사 빌딩 신관3층 02-3700-3200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