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3. ON VIEW | 흘러간 것들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그림, 당연한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

구멍이 나고, 비스듬한 사다리꼴 형상을 띄는 캔버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모양들을 무심코 지나친다. 오래 고민하지 않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핸들을 돌리거나, 빨갛고 파랗게 빛나는 빛으로 신호등을 건널지 말지 결정한다.


이러한 일상 속의 지시는 사람들이 깊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앗아가고 있다. 표식들은 깊은 사고의 대상이 되지 못한 채 흘러가고 있다.



흘러간 것들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그림 ”



단순히 본 것을 바로 그림에 옮기지 않고 '그리다' 와 '보다' 그 사이의 무의식이 그림의 원동력이 된다.


특정한 대상이나 정해진 크기의 캔버스에 갇히지 않은 작가의 그림은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가진다완성되지 않은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의 드로잉은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지금의 그림이 앞으로 그려진 또 다른 그림의 원인이 되기도, 이미 그려진 그림의 과정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김귤이 작가의 회화는 마치 인과관계가 모호한 블랙홀 같다.

이미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을 타인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왜’라는 질문이 생기기 위해서는 특별한 요소가 필요하고 작가는 그 요소를 작품에 녹여낸다.

캔버스는 반드시 반듯한 네모여야할까?

 

회화라는 것이 1차원적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는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특정한 대상을 두고 이를 그대로 전달하기보단, 그림을 읽는 독자들이 보다읽다 사이의 무의식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의 말)


작가는 기호들을 캔버스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미 그려진 기호들의 정체성을 각각 살려주면서 정해진 사고와 비슷한 캔버스를 바꿔버린다.

회화에서의 ‘순수’ 무엇인가라는 고민에서 시리즈가 시작된다. 순수는 가장 원초적임에서 나타나는 것이기에 그 답을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서 찾는다.


해답은 바로 픽셀!


01, 사각형의 배치는 단순함 속 순수함을 품고 있다. 작가는 픽셀을 캔버스에 녹여내던 중 답답해진 캔버스에 또 다른 순수를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칼을 들어 구멍을 냈다.



꽉찬 캔버스에 표현되는 불규칙한 구멍

마치 디지털 사회에서 유실되는 데이터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테트리스는 픽셀과 유사하게 사각형들이 모이거나 흩어져 서로 다른 조각이나 모양을 만든다. 조각난 작가의 작품 역시 모여서 직사각형의 작품이 되기도 하지만, 분리시켜 하나씩 보았을 때도  각각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진 개별 작품이 된다.


매 단계를 해결하기 위해 빈칸 채우기에만 집중했던 우리,


오랜만에 테트리스 게임을 켜 각 블록 만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


세상에 만물은 각자만의 이치에 따라 존재함에도, 모든 사물의 이치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건 아니다.

일상에서 익숙한 듯 멀어져 버린 단순하며 사소한 것들에 새로운 시선을 더해보는 전시이다


무언가를 찾으려 애쓰기보단 놓친 것들에 다시 한번 시선을 돌려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