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이란 단어를 들으면 뭐가 떠오르나요?

안녕하세요. 비밀요원님과 목요일의 Deep Dive 를 함께 하는 공삼이에요. 🧚‍♀️ 그동안 델타 월딩은 군 내 성소수자, 방위비분담금, 징병제·모병제 등등 안보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다뤘어요. 그리고 이번 주 일요일은 6월 6일 현충일이에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번 주 델타 월딩은 ‘보훈’이라는 키워드로 군 문제에 접근해 보기로 했어요. 군이 문제다, 군대가 문제다, 군인이 문제다 등의 '문제'주의를 넘어 내 이웃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분들이 제대로 대우받고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공허한 외침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방법 측면으로 접근했어요. 그럼 오늘도 델타 월딩과의 Deep Dive 를 떠나볼까요?

호국보훈의 달, 6월
군대 내 성폭력, 왜 반복되나?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국가유공자 등록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 고엽제전우회
델타 월딩이 던지는 질문

1. 호군보훈의 달, 6월

6월을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하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친 분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그에 보답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에요. 하지만 이러한 의미가 무색하리만치 현역 및 제대군인들에 대한 예우나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해요.

급여는 둘째치고라도 먹는 거라도 잘 나와야 할 텐데 차라리 편의점 도시락을 달라는 요구가 빗발칠 정도죠. 지난 주 Tea Talk 에서 부실한 도시락 문제를 다뤘어요. 집 떠나 아프면 원래 서럽다지만 군에서는 생사가 오갈 수도 있어요. 이번 주 Tea Talk 에서 복무 중 부상・질병 등으로 사상에 이르렀음에도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를 소개했어요. 무엇보다 군 내 폐쇄성과 상명하달의 문화, 낮은 인권 감수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었죠? 공군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알려 드렸어요.

위에서 열거한 사례들은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에요. 오랫동안 문제제기가 이뤄져 왔으며, 매스컴에 노출될 때마다 국방부장관을 비롯해 지휘관들이 90도로 고개 숙여 사과했었죠. 분명 속도는 더디더라도 분명 과거보다는 나아지는 중이에요. 그럼에도 사회의 변화를 따라오기엔 역부족인 모습을 많이 보여 주고 있어 우리를 실망케 하고 있어요.

델타 월딩은 군에 대한 신뢰도 정도와 개선이 시급한 의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Tea Talk 에서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비밀요원님들의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어떤 답변들은 놀랍기도 했는데요. (결과는 토요일 Surfing Summary 에서 공유할게요. 아직 조사에 참여하지 않으셨다면 잊지 말고 링크를 눌러주세요.) 이를 종합하면 군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전문성 미흡’과 ‘낮은 인권의식’이라는 두 측면으로 나눌 수 있어요.

▲전문성 미흡

직무에 적합한 인력, 시설, 제도 등이 충족되지 않는 상태
예. 부실 도시락 지급, 질 낮은 의료서비스, 군 내 총기사고, 비균질적 병영시설, 전문 상담인력 부족, 들쑥날쑥 업무량,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휘관 역량, 직업군인 대상 각종 복지제도 등

▲낮은 인권의식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인식 및 문화
예.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경직적인 환경, 갑질・차별・가혹행위・각종 성폭력 및 사고 처리 과정에서의 조직적 은폐, 까다로운 보상 절차 등

사실 군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어요.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더 심화되며 황망하고 가슴 아픈 죽음으로 이르기도 하는데요. 이를 잘 드러내는 영화로 <용서받지 못한 자>와 웹툰 <민간인 통제구역>이 있어요. 또한 군인권상담센터에서 발간한 각종 자료집도 현재 한국군의 실태를 파악하기에 좋아요.

오늘은 ‘보훈 특집’ Deep Dive 시간으로 군 내 성폭력 실태를 정리하고 진단을 제시해 보려고 해요. 또한 사고・질병 등으로 사망 시 보상체계 과정을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할게요. 마지막으로 좋은 목적과 선한 영향력을 갖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언제부턴가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많아졌어요. 고엽제전우회를 포함한 각종 보훈단체 실태에 대해 정리해 보려고 해요.

군~ 이걸 바꿔야 해! 🪖

2. 군대 내 성폭력, 왜 반복되나? 🤬
현재 여군은 1만3천 여명으로 군 간부의 6.8%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8.8%로 확대될 예정이에요. 하지만 잊을만하면 터지는 성폭력 문제,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요? 그래서 현재 남녀 포함 군내 성폭력 실태를 확인한 후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제안을 해보려고 해요.

💬 성폭력이란?

성폭력 유형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어요.

▲성희롱

언어로서 성적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고용・업무 상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
양성평등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 고용평등법

▲성추행

일방적으로 (폭력과 협박을 동반해) 신체에 접촉하여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성폭행(강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인 유무형의 모든 폭력 행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피해자의 인식이 주요 판단기준이 되는 성희롱과 달리 성추행과 성폭행은 명백한 증거로 남기 때문에 형법의 적용을 받아요.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에 따르면 군인의 강제추행・추행은 기본적으로 강등에 처해지며 성폭행은 해임에서 최대 파면까지 받아요.

한편, 군 내에서의 성폭력 피해-가해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데요. '2019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병사의 10.7% ▲여성 간부의 11.4% ▲남성 간부의 1.0%가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어요. 즉,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성폭력만큼이나 남성이 남성으로부터 받는 성폭력 피해도 상당수라고 볼 수 있어요. 또한 많지는 않지만 여성 간부가 남성에게 가하는 성폭력도 존재해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2018년 부사관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군에 의한 남군 대상 성범죄 사례도 제시할 것" 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해요.

☠️ 무엇이 왜 문제인가?

성폭력 가해자에 적용되는 처벌 수위와 법조항만 놓고 보면 군이 성폭력에 관대하다고 보기 어려워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성폭력이 발발한 것에 더해 후속 조치에서 사안이 축소·은폐되면서 사태가 악화된다는데 있어요. 국방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한 '2019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남녀 군 간부 230명 가운데 25.2%가 본인이 당한 성희롱 사건을 축소·은폐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이번의 공군 성추행이나 2017년도 해군 성폭행도 사건이 축소・은폐되자 피해자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뒤에야 세상에 알려지고 진상규명에 착수했어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2019년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군대 내에서 공정하고 책임있는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문항에 ▲병사의 29.9% ▲여성 간부의 41.6%가 동의한다고 답변했어요. 하지만 ▲남성 간부는 14.3%만 동의했어요.

또한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에 대해) 남녀 간 인식 차이도 확인할 수 있어요. '군대 내에서 성희롱・성폭력 문제로 인해 여성이 고립・배제되고 있다'는 문항에 ▲남성 간부의 73.2%는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반면 ▲여성 간부는 40.9%에 불과했어요. 즉, 성폭력 피해 조사를 대체적으로 남성 간부장교가 진행함에 따라 여성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의지할 공간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어요.

피해자를 위한 제도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국방부는 2013년부터 성폭력 상담 등을 돕기 위해 성고충전문상담관을 채용해 운영하고 있어요. 하지만 2019년 기준으로 성고충전문상담관은 48명에 불과해요. 이들이 담당하는 개인상담은 2019년 한 해에만 11,983건이었고 사건지원은 2,416건이었어요. 즉 1인당 연평균 상담건수가 384회에 이르러요. 상담 이동거리도 10,487km에 이르러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죠. 물론 사・여단급에 양성평등담당관이 배치되어 있지만 다른 보직을 겸직하기 때문에 피해자를 지원하기가 쉽지 않아요.

* 성고충전문상담관: 군 내 성폭력 예방 및 성(性) 관련 고충 상담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전문인력으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 따라 군단급 이상 부대에 배치

* 양성평등담당관: 군무원·현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여단급 부대에 배치되어 부대원의 양성평등 및 성폭력 관련 고충을 상담하고 관리

그래서 군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피해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요. 성폭력 피해는 피해자가 신고를 해야지 피해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기는커녕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신고 자체를 주저하게 되는 거죠. 실제로 '2019년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녀 모두) 성희롱 피해 경험보다 목격 경험이 2~3배 가량 높다고 해요.

이렇듯 군대 내 성폭력 문제는 군에서 경험할 수 있는 부조리의 끝판왕이자 종합셋트라고 말할 수 있어요. 폐쇄적이고 경직적인 환경에서 일어나는 갑질이자 가혹행위인데다,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일처리 및 시대와 동떨어진 감각을 가진 지휘관들로 인해 조직적으로 은폐되기까지 해요. 또한 다양한 제도가 존재하지만 담당자의 업무 과중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든 법률적으로든 충분한 지원과 조력을 받기 어려워요.

🧩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성폭력 예방과 후속 조치 강화라는 두 가지 방안이 함께 모색되어야 할 거에요.2017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군대 내 성폭력 사건 근절을 위한 정 책·제도 개선 권고' 사항을 아래와 같이 네 가지로 제언한 바 있어요.

➀성폭력사건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공정한 재판을 위해

군판사·군검사 인사 독립성 확보로 재판의 공정성 제고
군인 등의 성폭력 범죄 양형기준을 별도로 마련하고, 지휘관 및 부서장의 부하에 대한 성범죄는 가중처벌
법정형이 보다 가벼운 범죄로 의율하는 등 온정적 처벌 사례 지양
군사재판 방청 제도를 홍보하고 방청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

➁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신상필벌을 위해

‘집중심리제’ 활성화로 피해자 여군의 계속근무 여건을 보장하고, 성 폭력 범죄 전담수사관제를 강화하는 등 피해자 보호대책 강구
「군인징계령」을 개정하여 공소제기 후에는 즉각 징계절차가 이루 어질 수 있도록 하고, 징계위원회에 외부 위원 포함

➂성폭력 피해 예방시스템 강화를 위해

국방부 내 성폭력 전담부서를 설치하여 각 군 양성평등센터를 지휘 또는 지원
양성평등센터와 성고충전문상담관 등의 위상 강화

➃군 내 양성평등 문화 조성을 위해

국방부 인사정책부서에 여군 인사정책 기능을 복원하고, 공정한 평 가를 통해 우수 여군 인력의 진급 기회를 확대시키며, 사관학교 여 생도 비율을 늘리는 등 여군 인력 증대를 위해 노력
육·공군본부 행정지원관을 여군으로만 운영하는 관행 개선
지휘관 및 각 급 학교의 성인지 교육 강화

⛵️ 델타 월딩의 추가 제안

델타 월딩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사항 중에서 군판사・군검사 인사 독립성에 특히 동의해요. 성폭력을 포함해 군 인권을 전체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군사법원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거에요. 이 외에도 아래 두 가지를 추가적으로 제안하고 싶어요.

➀성고충전문상담관 충원 및 독립성・전문성 강화

앞서 보았듯이 성고충전문상담관 인력이 부족한만큼 인력 충원이 가장 시급해요.
채용 기준으로 독립성・전문성을 강화시켜야 해요. 상담 자격증이나 관련 학위보다 실무경험을 우선시 하는 거에요. 세부적으로 성고충전문상담관은 민간인을 채용할 경우 독립성과 전문성은 보장되지만 군대 용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며 반면에 군 경력자일 경우에는 군 조직을 잘 알지만 독립성과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군 내 성폭력 사건은 지휘관으로부터의 독립성과 당사자를 위한 전문성이 더 중요한 요소인만큼 이러한 현실을 적극 반영해 채용해야 할 거에요.
한편, 국방부나 각 군에 소속된 성고충전문상담관이 아니더라도 지역사회 전문 상담가와 협약을 맺어 당사자가 원할 경우 어디서든 누구와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거에요.

➁여성-부사관 맞춤형 대책 수립

여성일 지라도 장교와 부사관에 따라 맞춤형 대책이 필요해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군대 내 성폭력 사건 근절을 위한 정책·제도 개선 권고'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피해 여군 총213명 중 부사관이 124명으로 약 58%에 이른다고 해요. 즉, 하사가 피해자인 경우가 80% 안팎으로 아주 높아요. 이는 군 내에서 병사를 제외하고 '여성 하사'가 제일 낮은 계급에 위치하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피해 여군 대책은 20대 초-여성-하사라는 연령・계급 특수성을 면밀히 검토해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할 거에요.

여기까지가 델타 월딩의 생각인데요. 군내 성폭력 실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여기에 의견을 남겨 주세요. 토요일 Surfing Summray 에 함께 공유할게요.

3.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국가유공자 등록

비밀요원님은 '호국보훈'이라고 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나요? 델타 월딩은 이구동성으로 국립현충원과 국가유공자를 외쳤어요.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후대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과 예우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델타 월딩도 이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현충탑을 시각화한 헤더를 만들었어요.

국가유공자는 독립유공자를 비롯해 참전유공자, 419혁명 및 518민주유공자, 공무수행 중 장애・질병을 얻었거나 순직 및 혁혁한 공을 세우신 분들을 뜻해요. 그리고 「국가유공자법」과 「국립묘지법」에 따라 이들 및 20년 이상 장기복무한 군인, 소방공무원, 경찰 등이 국립서울현충원과 전국에 위치한 국립묘지에 안장돼요. 유족들을 위해선 미약하나마 연금도 지급돼죠.

그동안 (주로) 서구권 국가에서 시민들이 국립유공자를 깍듯하고 정중하게 예우하는 문화를 많이 부러워 했어요. 물론 한국도 법률만 놓고 보면 절대 뒤쳐지지 않아요. 하지만 군에서 질병을 얻어 사망에 이르렀음에도 국가유공자 등록은커녕 상이연금을 받는 것도 힘겨운 소송을 벌여야 하는 게 현실이죠. 그래서 사례 한 가지를 통해 국가유공자로 등록되기 위해 얼마나 힘들고 까다로운 여정을 거치는지를 살펴볼게요.

🪖 웃대의 유호철 대위를 기억하시나요?

2016년 5월 18일이었어요. 웃대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는 군인이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어요. '작전주식의신'이라는 필명을 썼던 그는 2008년 3월 1일, 통신병과 소위로 임관했어요. 여느 사람들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누구보다 성실히 임했어요. 그런데 7년 차에 접어든 2014년 어느 날이었어요. 기침이 잦아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갔더니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요. 그것도 4기 말기로요.

당시 유호철 대위는 막 30대가 되었어요. 결혼 2주년이었고 첫 아이를 만나기도 했죠.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매년하는 체력 측정도 합격, 건강검진에서도 이상이 없었어요. 자신보다 1년 먼저 임관한 쌍둥이 동생은커녕 가족 중에서도 폐암은 없었어요. 게다가 그는 담배도 피지 않았어요. 그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폐암에 걸린 이유를 추적했는데요. 해답은 '석면'에 있었어요.

통신병과였던 유호철 대위는 매주 2~ 3차례 천장 마감재를 뜯고 통신선을 설치하거나 보수작업을 수행했어요. 그런데 그가 매주 만졌던 천장 마감재에 발암의 주 요인인 '석면'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석면'이 있다는 사실은커녕 그것이 위험하다는 안내도 하지 않았어요. 마스크나 보호장구도 지급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국방부는 상이연금 신청마저 받아 들이지 않았어요. 폐암과 석면 사이에 의학적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였어요.

유대위는 2018년 사망에 이르기까지 나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야 했어요. 석면과 폐암 간의 의학적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근무했던 부대의 석면을 직접 구해 감정을 의뢰하고 폐조직을 떼어내 미국 연구기관으로 보내기도 했죠. 그리고 감정 결과 천장 마감재 석면 함유량이 무려 5%, 2009년 기준치 0.1%의 50배였어요.

국방부는 재판 중에 유 대위의 작업 시간을 축소하려고도 했어요. 남아 있는 업무기록이 단 9건에 불과하다는 이유만으로 초과 근무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거에요. 유 대위와 함께 일 했던 병사들이 나서서 초과 근무가 사실이 맞음을 증언하는데도 말이에요. 하지만 다행히도 소송이 시작된지 3년 째가 되던 해였어요. 법원에서 유 대위의 손을 들어줬어요. 국방부가 상이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거에요.

국가보훈처 역시 다르지 않았어요. 유 대위가 신청한 국가유공자 등록을 무려 두 번이나 기각해 버린 거죠. 유 대위는 국가보훈처를 대상으로 행정심판청구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슬프게도 최종판결을 10여 일을 앞둔 2018년 3월 26일이었어요. 유 대위는 폐암 발병 이후 4년만에 이 세상을 떠나게 됐어요. 더 황망한 건 당사자가 사망함에 따라 재판은 자동으로 취소되고 모든 걸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만 했어요.

하지만 온라인 친구들의 힘 덕분이었어요. 그들은 청와대 청원을 비롯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 대위 관련 글과 사진을 올렸어요. 유호철 대위의 죽음을 추모함과 동시에 이들 가족이 겪은 비극이 더이상 지속되지 않기 위해서였죠. 언론과 정치권에서도 이를 공론화시켰어요. 그리고 유 대위가 이 세상을 떠난지 1년이 지난 2019년에 국가유공자로 등록이 됐고 그해 4월이었어요. 국립서울현충원 납골당에 안치될 수 있었어요.

☠️ 무엇이 왜 문제인가?

국가유공자 동록 및 연금 수령 기준에의 입증을 당사자가 직접 해야 한다는 거에요. 국가가 체계적이고 일원화된 기준을 마련하고 심사 후에 알려준다면 당사자 혹은 가족이 직접 서류를 마련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또한 상이연금과 국가유공자의 심사 기준이 대동소이한 데도 담당 부처인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간에 정보공유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 역시 인력 낭비, 행정 낭비를 발생케 해요.

한편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 데도 정작 심사 문턱을 높이고 과정을 까다롭게 만듦으로써 어 당사자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무엇보다 현장 조사없이 서류만으로 심사함으로써 탁상행정의 전형이 되어 버렸어요. 유 대위가 근무했던 부대에 단 한 번이라도 직접 가봤다면 패소로 끝날 법적 공방을 벌어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에요.

⛵️ 델타 월딩의 제안

앞서 보았듯이 오늘날의 국가유공자는 과거의 독립 및 참전, 419혁명, 518민주유공자처럼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사건만을 뜻하지 않아요. 공무수행 중 재해를 입은 이들을 폭넓게 수용하기 때문에 군인만이 아니라 경찰, 소방관 및 공무원 등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요. 따라서 국가유공자 등록 및 연금 신청・입증체제를 간소화하고 각 부처 별 행정문서를 원활하게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거에요.

또한 근본적으로 당사자신청주의가 아니라 국가입증주의로 제도를 바꿔야 할 거에요. 만약 이러한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면 유호철 대위는 남은 시간을 소송에 허비하지도 않았을 테며 가족들과 더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거에요. 국가유공자 제도와 관련해 남기고 싶은 의견이 있나요? 여기에 의견을 남겨 주세요. 토요일 Surfing Summray 에 함께 공유할게요.

4. 고엽제전우회는 왜?

🔫 고엽제가 뭔가요?

'고엽제'는 나무를 고사시키기 위해 살포하는 제초제를 뜻해요. 하지만 한국에서 고엽제는 서글픈 역사의 상징같은 단어로 자리잡고 있죠.

하나는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이에요. 1964년부터 1973년까지 한국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는데요. 당시 미군은 베트남군이 은신처로 숨어든 삼림을 고사시키고, 농업 기반의 경작지를 황폐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살포했어요. 미군재향군인회에 따르면 약 400만 명의 베트남인이 고엽제에 노출됐다고 해요.

초기에는 고엽제의 해악성에 대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뒤늦게 청산가리의 1만 배, 비소의 3000배에 이르는 독성을 갖고 있다는 게 밝혀졌어요. 그 결과 후유증이 상당히 큰데요. 신경계에 손상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다양한 암을 유발하죠. 당뇨를 포함해 각종 합병증으로 신체를 절단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미국 환경청에서는 1979년, 고엽제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기에 이르러요.

베트남전 참전이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면서도 고엽제에 피해를 입은 이들이 있어요. 1967년부터 1970년까지 DMZ 인근에서도 고엽제를 살포했다고 해요. 그래서 당시 그 지역에 거주했거나 군인 및 군무원 등도 고엽제피해자로 분류돼요. 즉, 고엽제는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쓸었던 냉전의 또 다른 이름처럼 다가와요.

그러나 다른 하나는 '고엽제전우회' 단체인데요. 가스통을 어깨에 매거나 다른 나라 국기들을 거칠게 흔드는 모습을 많이 접했죠. 이렇게 비유할 수 있어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단지 지지하고 추구하는 가치를 뛰어 넘어 '다른 언어'로 여겨질 정도에요. 그래서 맹목적 신념과 열정이 무섭다가도 처연한 감상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분명히 시작은 고엽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마음이었을 거에요. 구제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힘을 합쳐보자는 취지였을 텐데요. 고엽제전우회만이 아니라 적지 않은 보훈단체가 그러해요. 현실은 권력자의 비호를 받는 모습이 확인되며 관변단체라는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죠. 몇 해 전, 광화문-시청 광장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시민으로 나뉘며 선명히 드러나기도 했어요. 그들은 어쩌다 이러한 비극과 희극의 경계를 넘나들게 됐을까요?

🫂 보훈제도의 변천

보훈제도는 크게 세 시기로 나눠볼 수 있어요.

➀보건사회부 하부조직으로 '원호국' 시절(1948~1961)

국가보훈처가 현재는 '국가를 지키기 위한 이들에 대한 보상'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초기에는 보건사회의 속성이 강했어요. 특히 한국전쟁을 거치며 순직한 군인들의 유족을 돌본다는 개념이 강화됐어요.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름 뿐인 '원호'였고 지자체 여건과 상황에 맞춰 재량껏 지원되는 실정이었어요. 즉, 뚜렷한 법적・제도적인 보장이 마련되지 못했어요.

➁원호청 시절(1961~1987)

군사 쿠데타를 거치며 '원호청'으로 통합독립 조직이 신설돼요. 어수선한 사회를 통합하며 국가주도로 단체를 만들어 전체 이익을 도모한다는 목적이었어요.
원호대상자의 실태파악과 기록관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요. 그 결과 다양한 보훈단체가 설립되고 법적 근거도 갖추게 돼요.
원호대상자들은 대부분 경제적 취약계층이었기 때문에 자활대책도 함께 마련되었는데요.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금 조성 등 사회가 공동으로 재정을 부담하는 방안이 모색돼요. 또한 단체 중심으로 예산이 지급돼요.

➂국가보훈처(1987~현재)

과거에는 독립유공자, 한국전쟁 및 베트남전 참전자와 유족들을 위한 대책 중심이었다면 한국이 사회적・경제적 여건이 신장되면서 '보훈'의 개념이 대대적으로 재정비돼요. 즉, 이전에는 경제적 취약계층에 머물렀던 이들에게 물질적 보상 및 자활을 지원하는 정책이 중심이었다면 이 시기부터는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예우로 방향성이 전환돼요.
또한, 전역 군인들에 대한 처우를 포함해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정의구현이라는 가치 하에 518민주유공자 등으로까지 '보훈'의 개념이 확장되는 거죠.

2021년 기준 보훈단체 현황

이러한 역사적 변동기를 거치며 현재 국가보훈처가 관리감독하는 14개의 공법보훈단체 목록은 다음과 같아요.

대한민국재향군인회(1961), 대한민국상이군경회(1963),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1963),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1964), 대한민국전물군경미망인회(1963), 광복회(1973), 419민주혁명회(1973), 419혁명희생유족회(1973)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1989),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2008),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2007),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2009), 419혁명공로자회(2001)

☠️ 무엇이 왜 문제인가? - 수의계약과 명의대여

모든 보훈단체가 그런 건 아니지만 언론을 통해 접하는 적지 않은 보훈단체는 '싸움닭'이거나 '문제가 많은' '비리집단'의 모습이에요. 한국사회에서 '보훈'이라는 단어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원인이기도 한데요. 당장 구글에 검색해도 아래와 같은 기사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이러한 분쟁의 원인은 '이권다툼'이에요. 즉, 보훈단체가 돈이 되기 때문이에요. 앞서 말했듯이 유공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보훈단체에 다양한 지원정책을 벌였는데요. 대표적인 게 국가사업에 '수의계약(단독입찰)'으로 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게 해준 거죠. 그리고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을 회원들과 나눠 자립을 도모하라는 거에요.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는 초기에는 재향군인회든 상이군경회든 전쟁을 통해 장애를 입은 군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사업권을 따내더라도 직접 생산이나 서비스 용역 등에 참여하기가 어려웠어요. 또한 초기 비용이 부족해 공장 설비를 갖출 수도 없었죠. 그래서 계약권은 보훈단체가 따내더라도 실제 사업권을 민간 영리기업에 양도하는 경우가 빈번했어요. 이를 명의대여라고 해요.

그러다 보니 이런 과정에서 보훈단체 간에 경쟁, 보훈단체 내 이권 다툼, 그리고 민간 영리법인의 물밑 로비까지 더해지며 보훈단체를 둘러싼 이권다툼이 지저분하고 과격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해요. 실제로 계약자가 다른 보훈단체로 바뀌는 경우 탈락한 보훈단체는 해당 공공기관 앞에 집결해 자리에 드러눕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이기도 하죠.

🧩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현재로서는 제도 개선이 많이 이뤄진 편이에요. 수의계약은 ▲대한민국상이군경회 ▲419민주혁명회 ▲광복회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를 제외하고는 현재 불가한 상황이에요. 2010년에 「국가계약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됐기 때문이에요. 다만 '명의대여'는 제도보다 관행의 문제라서 근절이 쉽지 않았는데요.

바로 이틀 전이었어요. 6월 1일 명의대여가 적발될 시 과태료나 벌칙(벌금·징역) 등을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된 개정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어요. 또한 보훈단체의 회계처리는 법령에 따라야 하며 수익사업 운영현황과 실적을 홈페이지에 공개할 것을 의무화했어요.

혹자들은 보훈단체에 수익사업을 준다는 데에 반발할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보훈단체 목록에서 알 수 있듯이 보훈단체 회원의 대부분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기에 그에 적절한 예우와 존중이 필요해요. 특히 보훈 정책은 자활의지를 고취시켜 장기적으로 경제·사회적인 자립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가의 기본임무 중 하나로서 우리 사회의 현안인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과제라 할 수 있어요.

그렇기에 수익사업 자체를 비판하기보다 투명하고 건강하게 단체가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내는 게 어떨까요? 혹시 보훈단체와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여기에 의견을 남겨 주세요. 토요일 Surfing Summray 에 함께 공유할게요.

5. 델타 월딩

오늘 델타 월딩은 아래와 같이 세 가지를 다뤘어요.

군 내 성폭력 실태와 정책 제안
국가유공자 등록 및 상이연금 신청 제도 개선 방안
보훈단체 실태와 제언

그런데 다루고 싶었지만 지면 관계로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참 많아요. 군에선 원인 모를 자살이 참 많았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 재조사를 해보니 가혹행위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어요. 업무과다로 안타깝게 생사를 달리하는 군인 및 공무원들도 있어요. 하지만 인과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유족이 일일이 증거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에 보상이 필요한 때에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며 잊혀져가죠. 한편 6월에는 한국전쟁과 제1・제2 연평해전이 벌어진 달이기도 하죠.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에요. 나라를 사랑하고 아끼고 지킨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적절한 예우와 존중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사실 내가 존재해야 국가도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니 국가를 위해 무언갈 한다는 건 나를 충분히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과 태도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6월 6일은 호국선열・애국지사를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오늘 하루는 네 번째 세계를 향해 매일 힘차게 달리는 비밀요원님이 국가유공자이자 국보라는 마음으로 쓰담쓰담 머리도 쓸어주고 보듬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요?

내가 제안하는 국방정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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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06.(일) 15:00-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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