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글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이야기하면 긴데요. 원래 녹색당 창당 멤버였어요. 녹색당 창당과 함께 당원이 돼서 굉장히 열의를 가지고 활동했죠. 제가 가진 많은 정체성 있잖아요. 그중 가장 자랑스러운 게 녹색당원이라는 거였어요. 동시에 정당정치에 대한 회의도 품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결정적인 계기가, 작년 총선 때 선거연합 때문에 말이 많았어요. 녹색당이 분열됐던 경우도 있었고요. 이전부터 탈당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제가 계기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고민을 굉장히 길게 하다가, 선거연합을 계기로 탈당을 하게 됐어요. 녹색당은 아픈 손가락이에요. 아무튼 그랬는데, 그때 당시 경기녹색당공동운영위원장 하셨던 손지후님이 카톡을 보내오셨어요. 이런 걸(와글) 하고 있는데, 후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때 약간 (탈당에 대한)미안함도 있었어요. 방황과 고민도 있었고요. 내가 뭐라고 한국 정치를 생각하면 되게 힘들었어요. 누가 보면 그래요. “네가 뭐라고 그렇게 고민을 해?” 근데 이상하게 되게 힘들었어요.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없잖아요. 당시에 녹색당원으로서 그런 힘듦이라든지, 이런 걸 사람을 만나 해소하면 탈당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러던 중에 와글을 알게 됐고, 후원을 하게 됐죠. 그런데 약소하게 후원을 했는데 선물이 온 거예요. 선물 중에 있던 책을 딱 펼쳤더니 생각지도 못한 이진순님이 있었어요. 제가 한겨레 신문에서 예전부터 열림이라는 인터뷰 기사를 챙겨봤는데, 그분이 이분인가? 그때 말한 와글이 이 와글인가? 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와글과는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어요. 녹색당 탈당은 했지만, 와글러가 되면서 녹색당 후원은 다시 시작했어요. 그때는 한국 정치에 냉소적이었고, 관심도 가지기 싫었는데 어쩌면 이 냉소와 무관심 자체가 그들이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러진 않겠어!하면서 녹색당 후원도 다시 시작하고 와글러도 미흡하지만 같이 후원을 하면서 응원하고 있어요.”
 
- 너무 감사한 말씀이네요. 첫 와글러클럽에도 참가해 주셨어요. 마침 그때 와글러클럽 주제가 한국 정치와 재보궐선거였는데요. 재보궐선거를 주제로 한 대화에도 참여하시고, 과정과 결과를 지켜본 미영님에게 이번 재보궐선거는 어땠나요?
저는 안양시민이기 때문에 부산과 서울에서의 투표권은 없었지만, 서울시장 선거는 대한민국 누구나 관심 있게 보는 선거판이라 보게 됐죠.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실망을 했어요. 민주당에 대한 큰 기대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실낱같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어요. 모두가 촛불로 타올랐던 때에 만들어진, 촛불정권이라고 이름 붙여진 정권이었잖아요. 그런데 작년 총선 때 많은 이들의 바람이었던 비례대표 연동제를 이뤄냈는데 그걸 스스로 누더기로 만들어버렸어요. 그렇게 해서 모든 소수정당을 분열 일으켰고요. 그게 굉장히 큰 배신감으로 남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나.. 보궐선거를 왜 하게 되었는지 좀 잊고 있지 않나, 망각한 게 아닌가. 성폭력으로 인해 공석이 된 지자체장을 뽑는 선거였잖아요. 그런데 원래 후보를 내지 않는다가 민주당 당헌으로 알고 있었는데, 기어이 당헌 개정을 총투표를 해서 실시했어요. 그러면서 착착착 보궐선거 준비를 하고, 후보를 떡하니 내놨잖아요. 어떻게든 자신들한테 유리하려고, 어떻게든 집권을 유지하려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실망을 했어요. 진보 보수 이전에 집권당이 되면 누구나 이렇게밖에 하지 못하는 건가가 싶고. 그리고 일각에서는 성폭력 사건으로 다시 치러진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여성 후보여야 한다고 주장하세요. 그런데 딱 봐도 결과가 훤히 보이는 결과에, 불리한 조건에서 여성후보를 내는 민주당도 싫었어요. 결과가 뻔히 보이는 선거판에 박영선 후보님이 들러리로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계속 기분이 나빴던, 과정 내내 기분이 나빴던 그래서 끝내 정책에 대한 선거는 없이 승패로 마무리되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냉소하게 되는 그런 선거였습니다. 실망과 실망을 거듭하면서 계속 치를 떨게 만드는 한국 정치판이 너무 싫은데, 또 어쩔 수 없잖아요.
 
- 이번 선거가 민주당의 참패로 끝이 나고, 대부분 참패의 원인으로 이남자’, ‘청년’, ‘페미니즘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잖아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남자도 아니고, 2030청년 세대에서도 멀어져 있는 미영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정치적 수단, 그때그때 만들어내는 이슈라고 생각해요. 그때그때 만들어진 용어라든지 어떤 분위기 전환용. 이번에 군대 문제까지 들고 나오는 거 보면, 정말 우리 같은 시민들을 뭘로 보는 건지. 계속 책임을 회피하려고,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거죠. 명확하게 책임을 통감한다. 항상 겉으로는 모든 책임을 진다고 하지만 정말 진정한 책임이 있는 건지, 진정한 뒤돌아봄이 있는 건지 묻고 싶어요. 그러면서 지난달 와글러클럽에서 잠시 이야기 나왔던 여론의 호도 문제들도 잠깐 생각이 나고, 그런 게 자꾸 그들의 책임을 무마하게 만들고, 희석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봐야 할 것을 못 보게 만들고, 들어야 할 것을 못 듣게 만드는. 이렇게 혼자만 떠들고 있어서 답답하죠. 저희 부모님도 정치적 성향이 굉장히 달라요. 남을 설득하는 게 정말 힘든 거잖아요. “당장 내 가족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이런 회의에 빠지기도 했어요. 자꾸 이상한 이슈에 휩쓸리는 사람들에게 아니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서로 언쟁이 높아지던가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이 많아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옆집 엄마를 만나 정치 얘기를 하게 돼도 정확한 팩트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조건들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이남자, 페미니즘 이야기들은 본질을 흐리게 하는 거잖아요. 현상에 대한 본질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어떤 수작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어른의 말을 제가 하다니(웃음)”
 
-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안전하고 건강한 장의 필요성을 많이 이야기해주셨어요. 미영님은 현재 주로 누구와 어떤 정치적 대화를 나누며 어떤 불편을 겪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둘째가 초등학교 1학년이거든요. 아이가 일찍 끝나다 보니 엄마들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돼요. 집에 계신 분들, 외부 활동이 많이 없으신 분들은 아무래도 보고 듣는 내용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생각보다 TV 매체에 영향을 받는 분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아요. 특히 케이블 방송은 24시간 내내 나오고..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하다보면, 저도 가끔 까칠하고 그런 사람이라 (대화하다)안 맞으면 얼굴이 붉어지고 인상을 좀 찡그리다 보니까 얘기를 좀 안 하려고 하는 것도 있어요. 나도 모르게 나와 다른 사람은 얘기 안 할래.” 이렇게 되는데, 또 돌아보면 아닌데, 그 사람 얘기도 들어봐야 하는데..”이런 생각이 들죠. 일단 당장의 불편함이나 어색함이 싫으니까 정치 얘기는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편한 아이 얘기, 이런 얘기만 하게 되고요. 근데 다들 분명 한편에는 나름의 정치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각자 위치에 따라서 입장이 있고, 할 얘기가 있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텐데 그런 자리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정치 얘기를 하고는 싶지만, 하게 되더라도 가리게 되거나 피하게 되거나 듣기 좋은 말로.. 입바른 소리를 못 하고, 사탕발림 정도로 얘기하는 것 같아요. 되게 어렵더라고요.”
 
- 공감이 됩니다.
학교 다닐 때 같이 어울렸던, 학창시절을 함께 했던 동기들과도 그때는 정치적 성향 같은 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가, 어른이 돼서 각자 생업에 충실하다 만났을 때 굉장히 큰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 정말 어른이 되었구나.’, ‘, 우리가 많이 다른 길을 걷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각자의 길에서 각자의 생활을 하다 보니 정치적 이념이 갈리고, 성향이 갈리고.. 자신의 생업과 직결된 문제니까요. 그러다보니 점점 친구와의 이야기 폭이나 이해도가 좁아진 것도 있어요. 나랑 비슷한 사람만 만나면 안 되는 건데 그렇게 되고, 그런 자리만 찾게 되고. ‘우리 편이야이런 거 있잖아요.”
 
- 그렇다면 이러한 미영님의 상황에서 와글이 해주길 바라는 역할이 있을까요? 혹은 와글과 함께 하며 어떤 변화를 꿈꾸시나요?
솔직히 와글 후원하면서 정말 이렇게까지 하게 될지는 상상도 못 했어요. 그냥 후원하고 응원하는 한 단체였는데, 우연한 기회에 와글러클럽에 참여를 하게 되면서 굉장히 새로운 경험을 했죠. 요즘에는 계속 제가 있어야 할 곳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저는 2030청년 세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 386세대도 아닌 굉장히 어중간한 세대임이 분명한데, 그렇다고 기성세대라고 얘기하긴 싫고.(웃음) 이 어중간한 위치에서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일을 해야 될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돼요. ‘내가 뭐라고하며 쭈글이 모드가 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와글러니까요.(웃음) 그래서 일단 지난번 와글러클럽에서 이진순님이 말씀하신 청년정치학교를 적극적으로 응원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 제 아이도 살아가야 할 미래이니까, 청년지도자를 육성할 수 있는 그런 데에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까 잠깐 얘기했지만 마늘쫑이 꽃을 피워 올리는 대잖아요. 이름값을 좀 잘 해야겠다.(웃음) 그리고 제가 돈에 대해서 크게 미련은 없는 사람인데, 후원을 하게 되면서 욕심이 생겼어요. “돈이 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잘 벌어서 이런 곳에 좀 후원을 통 크게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게 돼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좀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목표는 더 열심히 경제활동을 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후원금을 업하고 싶다는 작은 목표가 있어요. 아무튼 저는 이진순님이 말씀하신 청년정치학교가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그런 걸 관심 있게 보고, 미력하나마 같이 지지하고 응원하고 싶어요. 왜 글을 쓸 때, “따뜻한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나부터 와글러로서 와글에서 활동하는 것에 따뜻한 관심과, 내가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참여를 한다면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